![[아침논단] '공천 비리' 의혹 통해 또 드러난 새누리당 속살](../images/bg_tmp.jpg)
[아침논단] '공천 비리' 의혹 통해 또 드러난 새누리당 속살
kor_eaiinmedia | 2012-08-08
강원택
새누리당의 비례대표 공천 비리 의혹이 정가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올림픽에 온통 쏠린 관심을 뚫고 올라올 정도로 이 사건은 세간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만약 돈을 주고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비례대표 선출 투표를 조작했던 통합진보당의 경우보다 죄질이 더 나쁜 것이다. 관련 당사자들의 진술이 엇갈리고 또 검찰에서 수사 중인 만큼 조금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 결과가 어떠하든 박근혜 후보에게 이 의혹 사건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도 다른 목소리 못 내는 사실상 '박근혜黨'인 상황에서
죄질 나쁜 공천 비리 의혹은 박 후보 본인에게 큰 부담 돼
대중 인기 영합하는 '개혁'보다 민주적·포용적인 리더십 절실
지난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은 선거 참패가 예상되던 상황에서 사실상 전권을 부여받고 한나라당을 맡아 당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고 로고와 상징색도 전혀 다른 형태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후보 공천을 통해 새누리당을 ‘박근혜당(黨)’으로 변모시킨 점이다. 공천심사위원회와 같은 형식을 갖추기는 했지만 실제로 공천된 인물들을 보면, 4년 전 박 후보가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고 말했던 때와 정반대의 상황을 만들어냈다. 아무리 레임덕이라고 해도 이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현직 대통령의 측근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했고, 그 대신 박 후보와 가까운 인사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총선 패배를 모면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미래 권력에 대한 기대감이 박근혜 위원장에게 당내 권력이 집중되도록 만들었다. 그런 점에서 공천심사 과정에 아무리 외부의 인사가 여러 명 참여했다고 해도, 당내 측근 인사가 특정인의 공천을 박 위원장의 뜻이라고 말했다면 그 누구도 거기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아직 사실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제기된 공천 비리 의혹이 일어날 법하게 느껴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다.
요즘 새누리당을 보면, 대통령 후보 경선에 참여하고 있는 이른바 ‘비박(非朴) 후보들’을 제외하면 너무나도 일사불란해 보인다. 총선 승리를 통해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고 또 현재 여야를 막론하고 가장 당선 가능성이 큰 후보라는 점에서 박 후보의 당내 통제력은 더욱 강화됐다. 공식 직함을 갖고 있는 당대표나 원내대표를 포함하여 당내 어느 누구도 박근혜 후보의 뜻을 거스르거나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 같다. 오히려 주요 사안마다 박 후보의 눈치를 보는 인상이다.
실제로 새누리당은 아직 사실 확인이 끝나지 않은 공천 비리 사건을 두고 현기환 전 의원과 현영희 의원에 대한 제명을 서둘러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이들을 초기에 출당(黜黨)함으로써 이 사건이 혹시라도 박근혜 후보에게 피해를 미치게 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조급한 결정 또한 새누리당이 박근혜 당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세간의 인식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정당의 민주화는 3김(金) 시대의 이른바 ‘제왕적 당 총재’와 사당화(私黨化)의 폐해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본격화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새누리당이 과연 그때보다 당내 구성원의 자율성이 더 보장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요즘의 새누리당 모습을 보면서, 박 후보가 많은 정책 공약을 내세우고 있지만 민주화 이후 계속되어 온 정치 발전을 이어가려는 비전이나 방안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꾸고 함께 쇄신을 이야기했지만 박 후보가 생각하는 정치적 쇄신이나 개혁이 무엇인지 아직 잘 알기 어렵다. 국회 개원이 늦어졌다고 세비를 반납하기로 결의한다거나, 외부 권력으로부터 입법부의 자율성을 지키려는 제도인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정치개혁의 본질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이런 것들은 대중의 만연한 정치 불신에 편승하려는 인기영합적 움직임일 뿐이다. 지금 새누리당 당 운영과 관련하여 박 후보가 보여줘야 하는 것은 이 시대에 맞는 개방적이고 민주적인 정당 운영, 포용과 배려의 리더십이다.
시끄럽고 혼란스러워 보여도 민주 정치의 요체는 다양성과 이견, 그리고 그것에 기반을 둔 설득과 조정이다. 박근혜 후보는 얼마 전 5·16 관련 발언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두고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런 논란을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당 운영에서부터 민주적인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사실 대선을 앞두고 승리 가능성이 커 보이는 후보를 둔 정당에서 이런 폐쇄성과 경직성을 보였던 것이 처음은 아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잇따른 대선 패배였다. 지금 새누리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저 데자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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