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며칠 전 TV 뉴스를 보다가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의 삭발 모습이 나오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멀쩡한 머리카락을 왜 자른다고 난리일까, 이런 엄동설한에 저렇게 삭발하면 무척 춥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방에서 삭발 광경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이렇게 한가할 수 있지만 그런 ‘쇼’라도 해야 하는 자유선진당의 입장은 간단치 않다.

며칠 전 TV 뉴스를 보다가 자유선진당 국회의원들의 삭발 모습이 나오자 실소를 금치 못했다. 멀쩡한 머리카락을 왜 자른다고 난리일까, 이런 엄동설한에 저렇게 삭발하면 무척 춥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방에서 삭발 광경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이렇게 한가할 수 있지만 그런 ‘쇼’라도 해야 하는 자유선진당의 입장은 간단치 않다. 충청 지역의 중대한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두고 그 지역을 대표한다고 하는 정당으로서는 삭발이라도 해서 지역 유권자들에게 결연한 의지를 과시해야 할 절실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더군다나 지방선거가 불과 몇 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지역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 해야 했을 것이다.

 

박근혜 ‘반대’의 중심서 두각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종시 원안 고수라는 반대 입장의 선봉장은 자유선진당이 아니라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인 것 같다. 이 사안을 다루는 언론의 보도가 ‘이명박 대 박근혜’라는 양자 대결 구도에 주목하고 있고 일반 시민들의 대화 속에서도 최고 관심사는 이 두 사람 간의 갈등이다. 세간의 관심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몰리는 것은 야당들이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마저 봉합되지 않으면 국회에서 이 사안이 통과되기는 어렵다는 현실적 고려 때문일 것이다. 한편으로는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의 연장선에서 현재 권력을 가진 자와 미래 권력의 선두주자 간 대립이라는 드라마적 요소도 이 갈등 속에서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이유가 무엇이든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박 전 대표의 강경 입장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 언론에 보도된 소위 ‘대책 문건’에서도 박 전 대표를 ‘다루는’ 문제가 최우선적인 관심사였다. 그러나 사실 박 전 대표의 반대 입장으로 인해 곤혹스러운 것은 야당들도 마찬가지다. 자유선진당이 삭발 투쟁까지 했지만 자유선진당에 대한 관심은 박근혜에 비한다면 부수적이다. 이런 당혹스러움은 제1야당이라는 민주당도 예외가 아니다. 잘 알려진 대로 세종시 건설의 원안은 열린우리당이 집권당이던 시절 작성된 것이다. 따라서 원안 사수라는 반대 운동의 주도권은 열린우리당을 이어 받은 ‘제1야당’ 민주당이 가져가야 마땅하겠지만 사정은 그렇지 못하다.

 

어쩌면 많은 국민들이 볼 때 현재 제1야당은 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세종시 논란에서 반대의 중심에는 민주당이 아니라 박근혜가 위치해 있다. 박 전 대표는 세종시 수정에 대한 논의가 제기될 무렵 이를 정치적 신뢰와 원칙의 문제로 정의하면서 세종시 논란을 ‘자기의 이슈’로 만들어 버렸다.

 

야당, 이슈 타이밍 놓쳐 속앓이

 

과거 야당 대표 시절 행정도시 건설에 동의해 준 자신의 결정으로부터 박근혜는 반대의 명분을 찾아냈고 적절한 타이밍에 원안 수정에 대한 반대를 표명했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반대의 명분을 박 전 대표에게 선점당했고 일관되고 지속적인 메시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데도 실패했다. 무엇보다 원칙이나 신념에 기반한 반대의 진정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한나라당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잘못한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민주당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는 더 효과적으로 반대하는 야당이 ‘한나라당 내에’ 존재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래서 임기 말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가 설사 아무리 부정적이더라도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가 그로 인한 정치적 반사이득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원내에서 수적인 열세는 차치하고 반대의 주도권마저 잡기 어렵게 된 민주당으로서는 이래저래 ‘야당 해먹기’ 참 힘든 상황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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