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5년 전을 떠올리면 세월이 참 무상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 말이다. 그 무렵 그는 온갖 네거티브 캠페인에도 끄떡하지 않는 견고한 지지를 누리고 있었다. 그에게 걸었던 기대감은 무엇보다 경제적 번영이었다. 현대건설 사장으로 경제개발 시대의 한 주역이었다는 그의 경력이 이러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당시 일었던 이른바 '박정희 신드롬'의 최대 수혜자였다. 실제로 이명박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검은 색안경까지 끼고 다녔고,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 신화를 재연해 내겠다고 했다.

'박정희 신드롬' 최대 수혜자였던 MB 정부 거치며 박정희 인기 하락

 그런데도 '아버지의 꿈' 말하고 '박정희 사람들'로 주변 채워…

박정희 시대 잊거나 부정하고 독창적 새 비전 보여줘야 성공

  

5년 전을 떠올리면 세월이 참 무상하다는 생각이 들 법도 하다. 이명박 대통령 말이다. 그 무렵 그는 온갖 네거티브 캠페인에도 끄떡하지 않는 견고한 지지를 누리고 있었다. 그에게 걸었던 기대감은 무엇보다 경제적 번영이었다. 현대건설 사장으로 경제개발 시대의 한 주역이었다는 그의 경력이 이러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당시 일었던 이른바 '박정희 신드롬'의 최대 수혜자였다. 실제로 이명박 후보는 박정희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검은 색안경까지 끼고 다녔고, 박정희 시대의 경제성장 신화를 재연해 내겠다고 했다.

 

당선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통치 스타일도 박정희 시대를 연상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수출 증대를 통한 성장이 경제 정책의 기조였고 실제로 환율 조정을 통해 수출 확대를 지원했다. 심지어 이 대통령이 직접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주재했다. 박정희 정권 때의 수출진흥확대회의를 모방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또한 토건 사업인 4대강 프로젝트에 23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산을 지출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도 이전에 비해 위축되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수출 증대로 인한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는 일어나지 않았고 사회적 양극화는 심화되었다. 대규모 토건 사업에도 불구하고 고용은 늘지 않았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되면서 정치적 소통에도 문제가 생겨났다.

 

자연히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지만, 흥미롭게도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동반 하락했다.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볼 수 있듯이,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누려온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박정희 패러다임'이 더 이상 우리 사회에 유효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때문일 것이다.

 

박정희 패러다임의 약발이 떨어진 것은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결코 좋은 소식이 아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아버지 박정희는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정치적 자산이면서 동시에 부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유권자들이 궁금한 것은 그녀가 정치적으로 아버지를 넘어설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아버지의 유업(遺業)을 잇는 것이 아니라 박근혜라는 정치 지도자의 독창적이고 새로운 비전을 보여줄 수 있느냐 하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몇 해 전 박근혜 전 위원장은 "아버지의 궁극적인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복지라는 시대적 화두를 선점(先占)한 정치적으로 중요한 발언이었지만, 문제는 이 문장의 주어에 있다. '박근혜 자신의 꿈'이 아니라 '아버지의 꿈'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소망이 아니라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루기 위한 것이라면 그 한계는 분명할 수밖에 없다. 변화한 시대에 맞는 혁신적인 비전과 가치를 통해 우리 사회를 새로운 미래로 이끌고 가려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유업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왜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 유권자들을 제대로 설득할 수 없다. 정수장학회 등의 논란에 대해 박 전 위원장이 미적거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런 의구심을 강화시키고 있다.

 

이런 우려를 갖게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박근혜를 도와주는 주변 인사들의 구성이다. 유능하고 경험이 많은 이들이라고 하지만, 계층·이념·정책 지향점, 심지어 박정희 시대를 바라보는 시각까지 여러 가지 면에서 대단히 동질적인 인물들인 것 같다. 아버지를 도왔던 원로 그룹의 영향력도 여전한 것 같다. 박 전 위원장의 뜻을 받들거나 내부 소통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그 조직 내부에서 다양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 같다. 더욱이 박 전 위원장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다른 주장을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구심이 든다.

 

이런 이유 때문에 박근혜 전 위원장의 이미지는 미래보다는 여전히 과거에 더 머물러 있는 듯이 보인다. 여론조사에서 항상 선두를 달리면서도 그의 지지층이 젊은 세대나 수도권 유권자에게까지 확대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박근혜 전 위원장은 곧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다고 한다. 그 이후 지금보다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통치 비전을 밝히겠지만, 박정희 시대의 부정적 유산을 그저 교정하겠다는 수준으로는 그녀에게서 새로운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박정희 시대를 아예 잊어버리거나 더 나아가 부정할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새로움은 만들어질 수 있다. 박근혜가 물리쳐야 할 제1의 대상은 여야의 어떤 경쟁자보다 바로 그녀의 아버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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