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19대 국회에서 152석을 차지하게 된 새누리당이지만 서울에서만큼은 열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 52개 지역구 중 새누리당이 이긴 곳은 16곳이다. 새누리당 세가 강한 강남3구와 양천구 등을 제외하면 김용민 막말 파문으로 반사이익이 있었던 노원갑이나 이재오·정몽준 등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온 은평을, 동작을 정도다.

‘선거의 여왕’도 서울 전투에서는 패배했다. 총선 이후 ‘박근혜 대세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현재 서울의 표심은 ‘대세’와는 방향을 달리한다.

 

19대 국회에서 152석을 차지하게 된 새누리당이지만 서울에서만큼은 열세를 면치 못했다. 서울 52개 지역구 중 새누리당이 이긴 곳은 16곳이다. 새누리당 세가 강한 강남3구와 양천구 등을 제외하면 김용민 막말 파문으로 반사이익이 있었던 노원갑이나 이재오·정몽준 등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온 은평을, 동작을 정도다. 새누리당 이상돈 비대위원은 “흔히 말하는 부자 동네를 제외한다면 서울은 참패”라고 말했다. 계급투표 성향이 강한 전통 지지층을 제외하고 서울 부동층의 표심을 얻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으로서는 서울에서만큼은 2010년 6·2 지방선거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악몽이 재현된 것이다.

 

4월 6일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유세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유세 막판까지 서울의 박빙 지역을 돌며 표심을 끌어모으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새누리당에 대한 서울 유권자들의 표심은 냉랭했다. 이상돈 비대위원은 “박 위원장의 손을 뿌리치고 가는 분도 있고 새누리당의 빨간 점퍼를 보고 젊은 아주머니들이 피해 가기도 하더라”며 “아침 일찍 버스나 지하철로 출퇴근하고 아이들 키우며 살아가는 소위 말하는 일반적인 서울 직장인 유권자들의 지지가 취약했다”고 말했다. 부유층의 탄탄한 지지와 강원·충청 등 스윙보터 지역의 지지를 받아 과반 1당을 얻은 새누리당이지만 결국 서울 중산층·서민의 지지는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민간인 사찰을 핵심으로 한 야권의 ‘정권심판론’과 ‘이명박근혜’ 프레임이 수도권에서는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수도권은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큰 흐름에서는 어느 정도 연장선상에 있다. 수도권만 놓고 보면 새누리당이 현 정권과의 거리두기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부동층 표심 얻는 데 실패

 

그런 만큼 12월 대선까지 민간인 사찰 등 현 정권에서 불거진 비리에 대해 새누리당과 박근혜 위원장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지금까지 박 위원장은 현안 해결의 주체로 나서지 않았지만 19대 총선 이후 새누리당이 과반 1당을 차지하고 박 위원장이 대권주자로 부각된 만큼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창선 박사는 “민간인 사찰이나 방송사 파업의 문제는 수도권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문제들이다. 박근혜 위원장은 이제 이 문제에 대해 실질적인 답을 해줘야 하는 입장이 됐고, 이에 따라 수도권 표심도 반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서울 완패에는 유권자들에게 누적된 경제적 불만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정권심판론의 핵심은 먹고 사는 문제와 경제민주화”라며 “총선 이슈와 관련한 조사에서 야당 지지층 사이에서는 선거 이슈를 ‘민간인 사찰’로 보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왔다. 그러나 중도층이나 무당파에서는 경제문제를 꼽았다”고 말했다.

 

박근혜 위원장은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주요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이는 교육·육아·노후 문제 등에 주목하는 서울지역 유권자들의 수요와 맞물리는 부분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이 ‘정권심판론’을 앞세운 야권보다 상대적으로 복지와 경제민주화를 부각시켰는데도 서울의 중도층과 무당파의 표심은 의미 있게 움직이지 않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박 위원장의 ‘줄·푸·세’ 공약이 박 위원장에게는 아킬레스 건이다. ‘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는 바로세운다’는 ‘줄·푸·세’는 성장에 기반한 경제정책으로 복지 및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있다. 정한울 부소장은 “야당이 FTA에 대한 입장을 바꿨던 게 약점이 됐듯 박근혜 대표도 한 번쯤은 그 부분에 대해 국민들을 납득시키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민주화를 담당할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지 않은 것도 서울의 중도층과 무당파를 움직이지 못했던 요인이다.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당에 합류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위원장직을 그만두며 “공천 과정을 지켜볼 때 경제민주화 정강정책을 실현할 만한 인물이 없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박 위원장의 복지정책과 경제민주화에 대한 의지를 선뜻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다.

 

새누리당 약세 대선에선?

 

6·2 지방선거 이후 새누리당은 서울에서 번번이 완패했다. 이러한 흐름이 12월 대선까지 이어질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선은 또다른 변수라고 지적한다. 정한울 부소장은 서울지역 총선에서 의석 수를 얻지 못한 것이 곧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가도에 심각한 문제점이 된다고는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의석 수에서는 완패했지만 실제적으로 득표율을 들여다보면 예상 외로 새누리당 후보가 박빙의 선전을 한 승부처가 많았다는 것이다. 정 부소장은 “대선국면으로 갈 때는 일대 일 후보 구도가 되기 때문에 총선에서 지역구별로 얻었던 표를 계산해보면 지역구 승리만으로 야권이 서울을 자신의 지지기반으로 생각하는 것은 오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오히려 새누리당이 42.28%을 얻어 1위를 차지했다.

 

민주통합당은 38.16%, 통합진보당은 10.56%를 득표했다. 새누리당이 자유선진당 등 보수정당과 지지율을 합친다면 야권연대와는 4% 포인트밖에 차이나지 않는다. 정원칠 동아시아연구원 선임연구원도 “19대 총선은 기존 정당들에 대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하다보니 후보 개인을 보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나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연장선상으로 보기 어렵다. 서울에서 야권이 여권에 비해 우세한 형국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서울이 여전히 야권 강세의 흐름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박근혜 위원장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이상돈 비대위원은 “6·2 지방선거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강남 빼고 다 참패하지 않았나. 박근혜 체제 들어와서 마음을 돌린 사람들이 있다고 본다”며 “정당별 득표율이 이 정도 나왔다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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