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이 되는 6월부터 양국 정부가 해마다 1천만명 넘는 인적 교류를 촉진하기 위해 상대 국민의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하는 시범 사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양국 간엔 여전히 ‘역사 갈등’ 등 적잖은 난제가 남아 있지만, 2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이 주도해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가 사실상 해체되는 상황에서, ‘가치를 공유하는 가장 가까운 이웃’인 일본과 안정적인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외교 과제가 되고 말았다. 다음달 3일 선출되는 새 대통령은 ‘역사를 직시한다’는 우리의 기본 원칙을 단단히 유지하면서도, 양국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균형 잡힌 대일 외교를 추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6일 “한·일 양국 정부가 6월 초부터 한달 정도 양국 국민이 입국하기 위한 전용 창구를 시범적으로 설치한다”며 “국교 정상화 60주년에 맞춰 이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 역시 “전용 입국심사 창구를 새로 만드는 쪽으로 한-일 간에 마지막 협상이 진행 중이고, 이달 중 발표할 수 있을 것 같다”며 보도 내용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전용 창구가 만들어지는 곳은 평소 이용객이 많은 김포(서울)~하네다(도쿄) 노선과 김해공항(부산)~후쿠오카 노선이다.

한-일 간 인적 교류는 2018년 최초로 1천만명을 넘은 뒤 코로나19 대유행 등을 겪으며 한풀 꺾였다가 2023년(약 927만명)부터 다시 늘어 지난해엔 무려 1204만명을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크게 나빠졌던 국민감정 역시 눈에 띄게 개선됐다. ‘한국에 대해 친근감을 느낀다’는 일본인들은 2019년 26.7%로 바닥을 찍은 뒤 지난해 56.3%(일본 내각부 조사)로 늘었고, ‘일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는다’는 한국인 역시 2020년 12.3%에서 지난해 41.7%(한국 동아시아연구원 조사)로 대폭 증가했다.

양국 관계는 크게 개선됐지만, ‘3자 변제안’ 등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일 ‘굴욕 외교’가 남긴 찌꺼기들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일본 역시 “아이들에게 더 이상 사죄의 숙명을 지울 순 없다”는 아베 담화(2015)의 속박에서 좀처럼 벗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민감한 문제들을 잘못 다뤘다간, 트럼프의 폭주에 맞서 ‘자유무역 질서’를 지켜내기 위해 한·일이 단단히 연대하기는커녕 갈등만 증폭될 수 있다. 경제와 민생이란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원칙을 잃지 않는 세심하고 균형 잡힌 대일 외교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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