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이후,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를 보면 마치 이미 집권한 정당 같은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선일 확정 공표를 압박하거나, 알박기 인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모습 등을 보면 그런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 현 상황만 놓고 본다면, 민주당이 정권을 가져갈 가능성이 큰 건 사실이다. 여기에 국민의힘마저 민주당의 흐름에 힘을 실어주는 형국이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이 진영 대결 구도로 흐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직후 치러진 제19대 대선의 경험 때문이다. 2017년 3월 5주 차 한국갤럽 자체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 지지율에서 민주당은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을 거의 3배 앞섰고, 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지지율은 4%에 불과했다. 그런데 대선 결과는 여론조사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진보 진영 후보들의 득표율 합계가 중도·보수 진영 후보들의 득표율 합계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이는 대선이 진영 대결 구도로 흘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선도 진영 대결 구도로 흐르게 된다면, 민주당에 유리한 구도는 아니라는 판단이 나올 수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이러한 우려가 기우(杞憂)가 아니다. 지난 4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한국갤럽, 4월 1∼3일, 전국 18세 이상 1001명 대상, 전화 면접조사,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 따르면, 응답자의 주관적 이념 성향은 ‘보수적’ 32%, ‘중도적 및 성향 유보’ 43%, ‘진보적’ 25%로 나타났다.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의 이념 성향 분포는 진보가 우위였는데, 대선에서는 중도·보수 진영 후보가 진보 진영 후보보다 더 많이 득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의 이런 이념 구도는 민주당을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번 대선 구도를 ‘내란 옹호 세력’ 대 ‘민주주의 수호 세력’의 대결 구도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이런 구도가 형성된다면 민주당은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내기가 훨씬 쉬워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이러한 전략에 보조를 맞추듯이, 국민의힘은 여전히 윤 전 대통령과의 연결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탄핵 직후 열린 국민의힘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일부 의원들은 탄핵에 찬성한 의원들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보도되고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선거 전략을 더욱 강화해주려 안달하는 셈이 된다. 헌재는 탄핵 선고에서 내란죄와 관련된 주요 사안 상당수를 인정한 상황이기에, 이러한 입장은 민주당의 선거 구도에 힘을 실어주는 셈이 된다는 것이다.

모든 선거에서 중도층을 외면하면 승리할 수 없다. 동아시아연구원이 지난 1월 22, 23일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1514명을 대상으로 한 웹 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2.52%P)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46.4%가 중도층이었다. 이처럼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도층이, ‘윤 전 대통령과 함께하는 국민의힘’을 과연 어떤 시선으로 볼지 국민의힘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배신’이라는 단어와 윤 전 대통령이 마치 보수의 투사라는 식의 언급은 반드시 삼가야 한다. 국민의힘 내부의 논리적 부정합을 극복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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