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한일 대표 싱크탱크가 미래 한일관계 발전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25년 뒤인 2050년에 양국이 맞닥뜨리게 될 초국적 이슈인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경쟁, 인구문제 등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17일 한국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아시아퍼시픽이니셔티브(API)는 한국국제교류재단(KF) 후원으로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서 ‘한일협력 2050: 미래세대의 공통과제 해결’이라는 주제의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지금의 청년세대가 사회의 주류를 형성할 2050년, 양국이 공통적으로 당면할 문제를 파트너십을 통해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학계 교류 행사다.

25년 뒤에도 한국과 일본은 안보 분야에서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 한반도 안보 위기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정은 계속될 가능성 때문이다. 전재성 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은 글로벌 핵질서 붕괴 가능성과 AI의 군사적 활용이 한일 간 장기적 안보 협력 로드맵 구축의 시급성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전 소장은 이에 한국과 일본이 주도해 AI 군사화 방지 국제규범을 구축하고, 미·중 위기 관리와 핵 군축 대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러-우 전쟁을 예로 들며 “지정학적 경쟁 속 AI의 군사적 이용을 막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줄이려고 하는데 중국은 자국의 핵 능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에는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했다.

오기 히로히토 API 선임연구원은 한일 간 군사협력 심화를 위해 방위산업 협력과 군사기지 순환 배치 훈련, 작전과 물류 지원 협력 등을 실시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그는 “한국은 북한, 일본은 중국을 안보 우선 순위에 두고 있어 협력 비전을 수립하기 어려웠다”며 “이제는 ‘기본적인 협력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한국 CPTPP 가입 지지해야”

경제 분야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협력 기회는 크다. 다카시 테라다 도시샤대 교수는 “아시아 선진 경제국이 협력하면 다가오는 글로벌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면서 “한국의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력) 가입이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의 CPTPP 가입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정환 서울대 교수는 한일 양국이 공급망 동맹을 강화하는 데에서 나아가 신흥경제국과의 무역·투자·인프라 개발에서 협업한다면 글로벌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지정학적 여건이 허용된다면 북한 개발에 대한 장기적 투자를 통해 양국 경제를 재활성화할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공동투자기금 설립, 동북아 개발은행 등 다자 메커니즘 활용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미래 국가 패권을 좌우할 AI 기술 개발에도 양국이 협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는 “한국의 반도체, 디지털 인프라 전문성과 일본의 로봇공학, 정밀공학이 결합되면 범용인공지능(AGI) 분야에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며 “한국은 상업화, 응용기술 개발에 우수성이 있고 일본은 기초 연구와 장기 과학 프로젝트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AI 인재 양성과 데이터 확보, 인프라 구축과 투자, AI 생태계 블록화 등 양국의 공통 과제를 협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봤다. 한국과 일본이 AGI 관련 공동의 정책 프레임워크와 연구 로드맵을 개발하고 협력 프로젝트를 설계하는 등 방안이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한일 모두 에너지 부족…脫탄소화 협력도

인구 위기와 기후 위기에도 양국은 공동 대응할 수 있다. 먼저 한국과 일본은 모두 고령화에 따른 사회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한준 EAI 미래혁신연구센터 소장은 “한일 공동 조직 설립을 통해 농촌 등의 지방 재생을 증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가라 요시유키 API 선임연구원은 로봇, 자동화 기술, 헬스케어 등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하라다 다이스케 일본 에너지금속광물자원기구 연구팀장은 한국과 일본 모두 자원이 풍부하지 않은 주요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에너지 안보 강화와 탈탄소화 목표를 함께 달성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양국이 관련 기술 분야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임은정 국립공주대 교수는 “양국이 공동 에너지 전환 목표를 설정하고 저탄소 에너지 기술과 인프라 개발에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천연가스 공동시장을 구축하고 배터리 재활용 추적 시스템을 공유하며 공동 원자력 연료 공급망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또 그린 ODA(공적개발원조)도 양국이 손잡고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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