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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원 칼럼] 보수의 막무가내 ‘중국 때리기’, 초심을 생각해보라!
kor_eaiinmedia | 2025-02-03
폴리뉴스
그마저 정말 그럴 줄 몰랐다. 지난달 31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회의 석상. 위원장 권영세가 모두 발언에 나섰다. “민생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으면서 과거 중국 공산당이 내놓았던 흑묘백묘론까지 끄집어냈는데, 검든 희든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길 수는 없다. 많은 국민들께서 지금도 이 정도인데,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기라도 하면 나라 전체가 공산 전체주의 국가가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고 있다.” 이 말을 전한 기사를 보면서 다시 발언자를 확인했다. 그만큼 의외였다. 여당 대표로서 야당 정책을 비판할 수 있다. 그러나 이날 발언은 시대착오적이었다. 먼저 흑묘백묘론. 모택동 사후 중국 실권자가 된 등소평의 실용주의를 상징하는 말이다. 미국에 버금가는 강대국으로 중국이 굴기하는데 결정적 토대가 됐다. 그래서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즐겨 사용하는 말이 됐다. 특히 원칙에 얽매인 교조적 태도를 버리는 정치적 결단 때 회자 돼 왔다.
실제 민주당 대표 이재명은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실용 노선으로 분명한 선회를 다짐했다.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자신의 정치 브랜드인 ‘기본사회’ 대신 성장을 강조했다. 물론 권영세 입장에선 이재명의 진정성을 의심할 순 있다. 그렇다면 “말보다 실천을”을 주문했어야 했다. 대신 색깔론으로 이재명을 공격했다. “중국 공산당”과 이에 따른 “공산 전체주의 국가”를 들먹였다. 기존의 “종북좌파” “친북세력” 등의 레토닉은 접어둔 채 말이다. 왜 갑자기 중국 공산당으로 튀었을까. 아마도 대통령 윤석열이 12.3 비상계엄을 저지른 뒤 변명조로 들고나온 이유가 작용한 듯하다. 이른바 중국 위협론과 중국 연계 부정선거론. 권영세의 말, “지금도 이 정도인데”가 단서다. 중국의 위협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권영세는 박근혜 정부 초대 중국대사를 지냈다. 그의 대사 재임 중 한중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긴밀했다. 그의 이임 직후 박근혜는 서방 대통령으론 유일하게 중국의 ‘항일전쟁승리 70년’ 기념식에 참석했다. 시진핑 주석과 천안문 망루에 오르기까지 했다. 양국 관계는 그 뒤 터진 사드 사태로 급격히 나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그는 2020년 중국 관영매체 인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국대사를 지내면서 중국에 애정을 가진 만큼 역할을 하겠다. 많이 지켜봐 달라.” 윤석열 정권 초대 통일부 장관을 맡았을 때도 중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이 많이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한·미·중 간의 협력이 절실한 시점이다.”(2023년 5월 동아시아연구원 국제회의)
사람 생각이 변할 순 있다. 그것도 자신이 몸담았던 정권의 대통령이 내놓는 주장이라면 귀가 솔깃할 수 있다. 그렇다고 옥석도 가리지 않은 채 무조건 “옳소”식이라면 곤란하다. 내란 수괴로 내몰린 윤석열로선 지푸라기도 잡고 싶은 심정일게다. 야당의 국회 독재, 부정선거 음모론, 여기다 중국과의 연계까지. 계엄 정당성이랍시고 마구잡이로 내던지는 모양새다. 적어도 권영세라면 중국 주장에 대해선 신중했어야 했다. 검증되지 않은 중국의 선거 개입설과 이에 기반한 중국 혐오가 가져올 파장. 누구보다 그가 잘 아는 탓이다.
아무튼 그의 가세로 보수 진영의 중국 때리기는 가속화 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오는 11일 대통령 탄핵 심판이 주목된다. 안보실장 신원식이 증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윤석열이 계엄 이유로 내세운 ‘국제 하이브리드 전쟁’으로 인한 안보 위협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현대 전쟁 양상은 군사적 직접 충돌로만 그치는 게 아니다. 여론 조작, 소요, 공작 등 비군사적 요소까지 모두 복합된 형태로 진행된다. 이게 하이브리드 전쟁 개념. 최근 잇따라 터진 중국으로의 사드 기밀 유출과 중국인들의 군사 기밀시설 드론 촬영 사건. 윤석열 측에서 꼽는 하이브리드전의 전형적 사례다. 이어 야당의 간첩죄 확대 적용 거부로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계엄이 필요했다는 논리를 펼친다. 공방의 결론이 뭐든, 이 과정에서 “중국은 적”이라는 극우 주장은 확대 재생산될 것 같다.
요즘 여권과 보수 태도를 보면 마치 중국과 ‘헤어질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보인다. ‘비상계엄 당일 선관위 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미군기지 이송’. 모 극우 매체가 보도한 내용이다. 기다렸다는 듯, 윤석열 법률 대리인은 탄핵 심판에서 인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탄핵 찬성 집회 중국 개입설을 아무 거리낌 없이 유포한다. 급기야 여당 대표까지 중국 때리기에 가세한 형국이다. 탄핵 국면 이후 정말 중국과 단교라도 할 작정인가. 그렇진 않을 것이다. 당장은 대통령 탄핵 인용을 막으려는 방편일 수 있다. 조기 대선까지 염두에 둔, 항간의 반중 정서 ‘기대기’ 일 수 있다. 그렇다면 결코 정치적으로 득이 될 수 없다. 자칫 소탐대실할 수 있다.
먼저 중국 위협론을 통한 ‘윤석열 구하기’가 성공할 수 없다. 물론 파렴치한 중국인들의 간첩 행위는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단죄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게 12.3 비상계엄을 정당화할 순 없다. 사실 계엄의 위헌성과 불법성을 입증할 증거와 증언은 차고 넘친다. 이미 현직 대통령으론 처음 구속 기소까지 된 상태다. 대선 국면에서도 두고두고 보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근거 없는 주장과 가짜뉴스를 동원한 중국 혐오. 강성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승부의 열쇠를 쥔 중도‧무당층은 진영 논리보다는 객관적 증거를 더 믿는 편. 당연히 입증되지 않은 허위 사실에 등을 돌릴 게 불문가지다. 특히 경제적 실용을 우선적 가치로 두는 게 이들의 대표적 성향. 한중관계 마찰로 인한 경제적 후폭풍이 뚜렷해진다면 이들의 선택은 빤하지 않은가. 공연한 평지풍파로 민생에 어려움을 더하는 세력을 지지는커녕 심판하려 들 것이다. 안보적 관점에서도 적극적 중국 포용이 더 필요하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북러가 밀착하면서 상대적으로 중국은 북한과 멀어진 상황. 이를 발판으로 중국을 대북 견제구로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 아마도 대선 국면에서 야당은 중국 활용법을 대대적으로 선전할 것이다. 지난달 전 세계를 강타한 중국발 AI ‘딥시크’ 쇼크. 무섭다고 피할 게 아니라 이럴수록 더 잘 알아야 한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때론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필요할 땐 배워야 한다. 그래야 중국이란 고래를 우리가 제대로 다룰 수 있다.
냉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83년 날아온 ‘중공’ 민항기를 극진히 대접해 돌려보냈던 전두환 정권. 중국과의 수교에 열 일 제쳐두고 달려들었던 노태우 정부. 이렇게 만들어진 중국과의 관계 정상화. 이후 30여 년간 세계 10대 경제 대국 대한민국을 키운 ‘팔 할의 바람’이었다. 보수가 정말 초심을 생각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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