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동 칼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유튜브](../images/bg_tmp.jpg)
[김준동 칼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유튜브
kor_eaiinmedia | 2025-02-25
국민일보
“내가 작업한 알고리즘이 사회의 분극화를 더 심하게 만들고 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음모론은 알고리즘에 의해 수억 번이나 추천됐다. 속는 사람이 멍청하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알고리즘은 하루가 다르게 똑똑해지고 있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개발팀에서 일했던 기욤 샬로가 2021년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에서 한 말이다. 그는 “추천 알고리즘의 최우선 순위는 시청 시간을 늘리는 것”이라며 “알고리즘은 민주주의를 지키는 게 아니다. 유혹에 최적화돼 있고, 결국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용자의 관심사에 맞춰 필터링된 인터넷 정보로 인해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현상)이 강화돼 사람이 단순화된다”고 했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이 2020년 미국 대선의 부정선거론 확산에 일조했다는 연구 결과는 그래서 눈길을 끈다. 뉴욕대학교 소셜미디어 정치센터가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부정선거 의혹을 품고 있는 사용자들은 그렇지 않은 이용자에 비해 관련 영상을 3배나 더 많이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제임스 비스비 연구원은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음모론에 수용적인 사람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부정선거 주장을 퍼뜨릴 수 있는 길을 열어 줬다”며 “거짓 내러티브를 믿을 가능성이 더 큰 사람들에게 이러한 콘텐츠가 더 많이 추천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유튜브가 정보 공유와 소통의 가치를 구현하는 본래의 목적보다 사회적 불화와 혼란을 더 심화시키는 ‘민주주의의 적’으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도 비슷하다. 이미 대법원에서 부정선거가 없었다는 판결이 내려졌지만 음모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유튜버들의 주장을 더 신뢰한다. 유튜브에서 부정선거를 검색하면 정리가 잘돼 있는 영상만 100개가 넘는다고 이들은 말한다. 언론이 중국 세력의 지원을 받고 좌경화돼 사실로 드러난 부정선거에 대해 다룰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며 편향된 언론보다 진실을 알리는 유튜브가 오히려 참된 정보를 제공한다고 이들은 생각한다. 기성 언론에 대한 강한 반감도 숨기지 않는다. 유튜브가 실어 나르는 부정선거 음모론에 올라타 확대 재생산하는 꼴이다.
페이스북 내부 고발자인 프랜시스 하우건은 2021년 영국 하원 청문회에 출석해 “알고리즘은 중도 좌파는 극좌파로, 중도 우파는 극우파로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우건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주류 언론의 콘텐츠 노출을 줄이고, 이용자들의 상호작용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이용자들이 페이스북에 더 오래 머물게 만들어서 수익을 늘리는 것이 목표였지만, 결과적으로 사람들의 분노와 갈등을 부추기고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콘텐츠가 타임라인에 더 많이 더 오래 등장하게 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의 제이넵 투펙치 교수는 SNS의 시스템은 사용자를 동지 집단으로 몰아넣어 온건한 시각조차 극단적인 시각으로 변모시킨다면서 실제 미국에서 중도 성향이 줄어드는 정치적 극단화 효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도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동아시아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계 정당 지지자와 국민의힘 계열 정당 지지자의 이념 간격의 평균 거리는 지난 15년간 3.2배나 넓어졌다. 0점(매우 진보)에서 10점(매우 보수)을 기준으로 두 정당 지지자 간 평균 거리를 재봤더니 2005년에는 0.84였는데 2010년과 2015년에는 각각 0.91과 1.73으로 폭이 넓어지다가 2020년에는 2.71까지 벌어졌다. 중간이 없어지고 진보와 보수가 갈수록 극단으로 벌어진다는 얘기다. 지금의 탄핵 국면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그 중심에 유튜브가 똬리를 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공포와 음모론이 한국의 정치적 위기를 부추긴 방식’이라는 기사에서 유튜브 알고리즘이 관심 있는 유형의 콘텐츠를 지속해서 더 많이 시청하게 하는 필터 버블을 형성해 국가 분열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답은 자명하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다양한 출처의 정보를 적극적으로 탐색해 편향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 힘을 기르는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유튜브, 그 생태계에서 언제까지 놀아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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