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영선 칼럼] G20과 스무 선재동자(善財童子)](../images/bg_tmp.jpg)
[하영선 칼럼] G20과 스무 선재동자(善財童子)
kor_eaiinmedia | 2010-11-11
하영선
어제 저녁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G20 정상 환영 리셉션장 바로 옆은 고려불화 특별전시장이었다. 그 불화들은 명실상부하게 700년 전 세계미(美)의 G1이라고 해도 손색없을 만큼 아름답다. 그 중에도 버들잎(물방울) 모양의 광배(光背) 앞에 서 있는 수월관음은 세월을 넘어서서 루브르박물관의 모나리자처럼 바라보는 사람들의 발길을 쉽사리 떨어지지 못하게 만든다.
각국 정상들 옆에 있던 고려 불화처럼
20명의 선재동자가 돼 함께 관음보살에 다가가길
21세기 한국미를 대표하는 아이돌을 방불케 할 만큼 8등신의 매력적인 몸매를 가진 관음보살이 그림의 중앙에 놀라운 자태로 서 있다. 그러나 더 감동스러운 것은 관음의 오른발 밑에 보일락 말락 하게 작게 그려진 선재동자의 모습이다. 이 구도는 화엄경에 나오는 유명한 얘기를 그린 것이다.
선재동자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53 선(善)지식을 찾아가는 긴 순례길에서 스물여덟 번째로 세상의 모든 아픔과 괴로움을 모두 품어주는 관음보살을 만난다. 선재동자는 간절한 모습으로 관음보살을 쳐다보면서 삶의 법을 찾고 있고 관음보살은 버드나무 가지와 정수(淨水)를 들고 자비로운 모습으로 선재동자를 내려다보고 있다.
지금 세계 스무 명의 선재동자가 서울에 모인 것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세계 경제 질서를 성공적으로 재건축하기 위해서다. 공식적으로는 환율, 국제금융기구 개혁, 금융 규제 개혁, 지구 금융 안전망, 개발 등 7개의 주요 의제들을 이틀간에 걸쳐 논의한 후 공동 성명을 채택할 예정으로 있다.
단기적으로 보면 서울에서 열린 제5차 G20의 성패는 기존 의제와 한국 주도 의제를 논의해서 얼마나 가시적 성과를 거두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G20 서울 정상회의의 진정한 성패는 지구 통치(global governance)를 재건축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가에 따라서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G20은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있듯이 단순한 경제 정상회의가 아니라 세계 경제 재건축을 위한 정치 정상회의이므로 특히 의장국 한국은 지구 통치 철학을 제대로 갖추고 회의를 이끌어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21세기에 들어서서 9·11 테러와 미국발 금융위기가 초래한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국력의 상대적 쇠퇴에 직면한 미국은 G1 독무(獨舞)의 꿈을 버리고 G2, G8에 이어서 G20을 지구 통치 건물 안의 새로운 정치 모임으로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지구 경제 현안 해결을 위한 '최고'의 모임이라고 부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단순하게 G20 중심의 군무(群舞)를 추려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인형 마트로시카처럼 제일 큰 인형 G1 안에 G2, G8, G20의 점점 작아지는 인형들이 차곡차곡 들어가는 모습의 복합 통치구조물을 건축하고 있다. 반대로 한국처럼 G20 모임의 탄생으로 처음으로 건물에 입주한 국가군(群)들은 제일 큰 인형 G20 안에 G8, G2, G1을 차례차례 집어넣기를 기대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래 지난 30년간의 고도 성장에 힘입어 드디어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이 된 중국은 적어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설 2020년대 초반까지는 현재의 발전 우선 정책을 지속해야 하므로 제일 큰 인형 G2 안에 G20, G8, G1을 담으려고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G8 국가들은 큰 인형 G8 안에 G1, G2, G20 인형들을 집어넣으려는 생각이다.
결국 세계 경제 위기의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푸는 법을 찾기 위해 스무 선재동자들이 스무 개의 다른 마트로시카 만들기에만 골몰하지 말고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관음보살에 함께 한 걸음 더 다가서려는 간절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면 서울 G20 정상회의는 지구통치 건축사에 기억할 만한 모임으로 기록될 것이다.
G20은 갈림길에 서 있다. 세계 경제 위기의 진통 속에 태어난 세 살배기 어린 모임은 역설적으로 진통이 완화될수록 새롭게 생존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다른 지구 통치 모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70억 중생들의 아픔과 괴로움을 가장 효율적으로 들을 수 있고 또 조율할 수 있는 새로운 그물망으로 부상할수록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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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_eaiinme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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