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외교통상부는 초상집이다. 그러나 곡(哭)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심기일전해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2010년대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100년 전 국제정치적 위기에 우리는 제대로 준비를 못해서 국망(國亡)의 비극을 겪었다. 100년 만에 다시 찾아오는 격변의 세월을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하고 맞아야 국흥(國興)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외무고시로 21세기 전략적 외교관 뽑을 수 있나

전국 대학생 고시생화는 한국대학 저질화의 원인

낡은 책 줄치며 외워서 무슨 창의와 전략 나오나

 

외교통상부는 초상집이다. 그러나 곡(哭)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심기일전해서 새 출발을 해야 한다. 2010년대 한반도와 동아시아는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100년 전 국제정치적 위기에 우리는 제대로 준비를 못해서 국망(國亡)의 비극을 겪었다. 100년 만에 다시 찾아오는 격변의 세월을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하고 맞아야 국흥(國興)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

 

특채 파동으로 인해 외교관 선발 논의의 초점은 공정성에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기회를 균등하게 주는 '과정의 공정성'은 물론 기본적 필요조건이지만 동시에 선진화라는 '결과의 공정성'이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두 개의 잣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 외교무대에서 세계와 아시아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한반도의 이익을 정당하게 구현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의 외교관을 기회균등의 원칙에 맞게 제대로 뽑아야 한다. 특채 파동의 후유증으로 "구관이 명관이니 차라리 과거의 외무고시로 돌아가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외무고시는 기회균등의 투명성에는 큰 하자가 없었으나 선진성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서울대의 경우도 외무고시 준비생들은 21세기 선진 외교관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학교수업은 뒤로 밀어 놓고 교과서 암기 위주의 대학입시 같은 고시 준비에 아까운 젊음과 열정을 몇 년씩 버리고 있다. 현재의 외무고시 제도로 21세기 외교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외교관을 선발하는 것은 무리다. 더 큰 문제는 전국 대학생의 고시준비생화는 한국대학의 저질화에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화'에 가장 앞서 가야 할 우리 외교통상부의 후진적 선발 과정과 '21세기 국가 경륜' 계획을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미국 국무부의 밝은 미래는 대조적이다. 이 계획의 중심에 서 있는 30대 후반의 알렉 로스 혁신 보좌관이 지난 5월말 스탠퍼드 대학생들과 '미 국무부 혁신의 이상과 현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인터넷 동영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 논의의 핵심은 '기술 외교'라는 선진성이다. 21세기의 첨단 기술 혁명 속에서 20세기의 구식 외교 대신 신식 외교를 어떻게 발 빠르게 추진해서 미국이 효율적으로 세계 질서를 경영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 미래의 한국외교관을 꿈꾸는 우리 외무고시 수험생들이 구시대적 교과서를 수없이 줄치며 외우면서 청춘의 무한한 상상력과 창의성을 메마르게 하고 있는 동안 태평양 너머 다른 나라의 미래 외교관들은 그들의 꿈을 화려하게 키워가고 있다.

 

특채 파동과 함께 외교통상부가 추진 중인 신외교관 선발제도인 외교아카데미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외무고시의 병폐를 고쳐 보겠다고 마련한 외교아카데미 안은 21세기적 발상력의 한계로 기회균등성과 선진성이라는 두 잣대를 성공적으로 통과하기 어렵다. 기회 불균등의 위험을 피하는 가장 안이한 해결책은 구태의연한 행정안전부의 고시제도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 결과는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꼴이 될 것이다. 외교관은 다른 공무원들과 달리 치열한 국제 경쟁 속에서 일을 해야 하므로 선발 기준도 달라야 한다. 다만 이번 특채 파동의 불상사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보완하는 것이 문제를 제대로 푸는 길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외교아카데미 안은 21세기를 담당할 만큼 충분히 선진적이지 못하다. 우선 한국이 더 이상 교육 후진국가나 사회주의 국가도 아닌데 단일 국립 외교 아카데미를 마련하는 것은 구시대적이다. 국내의 다양한 외교 관련 학과와 국제대학원들의 그물망 속에서 보다 창의력 있는 선발과 훈련이 제한적으로 맡겨져야 한다.

 

모든 과정을 영어로 훈련시킨다는 것은 전형적인 후진적 발상이다. 외교 아카데미가 21세기 한국 외교를 담당할 최고 전략가를 키워야 한다면 핵심 훈련은 분석력과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모국어로 치열한 지적 유격훈련을 통해서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외국어는 완벽하게 해당 외국어를 구사하는 전담교수들과 해외연수를 통해서 훈련시켜야 한다. 그리고 미 국무부의 '21세기 국가경륜' 계획처럼 21세기 한국의 전략적 외교관을 제대로 뽑고 훈련시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한국 외교철학의 정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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