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硏 연속강좌 '역사 속의 젊은 그들'] 국제정치 새 암호 '복합'21세기 풀어나갈 열쇠](../images/bg_tmp.jpg)
국제정치학자 하영선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가 강의하는 동아시아연구원(원장 이숙종) 연속강좌 '역사 속의 젊은 그들'(3월 3일부터 29일까지 총 8회, 매주 월·수 오후 6시)이 29일로 막을 내렸다. 동북아역사재단·조선일보 후원으로 지난 24일과 29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대회의실에서 열린 7·8회 강좌의 주제는 광복 이후 우리 시각의 국제정치학을 정립한 이용희 박사와 21세기 다층적 국제질서의 암호를 풀어나갈 신세대 복합파를 다룬 내용이었다. 하 교수가 직접 정리한 강좌 요지를 소개한다.
시·공간 특수성 주목한 '동주 국제정치학' 넓은 안목
4대 최강국에 둘러싸인 한국… '네트워크력' 최대한 키워야
하영선 교수 강의 요약
국제정치학자 하영선 서울대 외교학과 교수가 강의하는 동아시아연구원(원장 이숙종) 연속강좌 '역사 속의 젊은 그들'(3월 3일부터 29일까지 총 8회, 매주 월·수 오후 6시)이 29일로 막을 내렸다. 동북아역사재단·조선일보 후원으로 지난 24일과 29일 서울 여의도 유진투자증권 대회의실에서 열린 7·8회 강좌의 주제는 광복 이후 우리 시각의 국제정치학을 정립한 이용희 박사와 21세기 다층적 국제질서의 암호를 풀어나갈 신세대 복합파를 다룬 내용이었다. 하 교수가 직접 정리한 강좌 요지를 소개한다.
▲ 동주 이용희
東洲 이용희 "그것이 그런 것 같지 않다"
동주(東洲) 이용희(李用熙·1917~1997)의 국제정치학은 강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반세기 전에 태어난 그의 저서 '일반국제정치학(상)'(1962)은 한국 국제정치학의 고전으로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해방 이후 척박한 지적 풍토에서 동주 국제정치학이 뿌리를 내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도 정곡을 찌르는 문제의식과 공간적으로 넓고 시간적으로 긴 안목에서 제시한 현답(賢答) 때문이었다. 광복의 기쁨을 맞이한 지 얼마 안 돼 한국전쟁을 겪은 한반도는 전쟁과 빈곤의 악몽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었다. 동주는 간단한 질문에서 출발하고 있다. 서양 제국에 비해서 "우리 겨레는 왜 이렇게도 취약하나"는 것이다. 그리고 서양의 정치학이나 국제정치학을 열심히 공부하면 이 문제를 풀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그것이 그런 것 같지 않다"는 것이었다.
시간과 공간의 특수성을 주목하는 '장소의 논리'에 기반을 둔 동주 국제정치학은 일반정치학의 옷을 입고 있는 서양 정치학도 사실은 특수정치학이며 따라서 일반 국제정치학은 권역(圈域)과 전파(傳播)의 시각에서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정치'의 의미는 역사적으로 유교권, 이슬람권, 기독교권에 따라 달랐으며, 근대에 들어서서 서양 국가들이 근대 국제체제를 새로운 문명표준으로 세계로 전파시키고 이를 받아들이는 국가들은 저항·순응·복합의 국제정치를 벌였다는 것이다. 한국도 19세기 중반이래 뒤늦게 근대국민국가 건설을 시도했지만 실패함으로써 비극적 역사를 맞이했다.
동주 국제정치학은 구미(歐美) 국제정치학에 비해 훨씬 앞서서 세계 질서의 미래를 날카롭게 전망하고, 동시에 한반도의 갈 길을 제시하고 있다. 동주는 '미래의 세계정치'(1994)에서 유럽연합을 단일민족주의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한 21세기 세계정치의 선행모델로서 주목하면서도, 뒤늦게 유럽의 단일민족주의를 받아들인 동아시아가 유럽의 새 모델을 쉽사리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근대의 숙제인 통일을 아직 해야 하는 한반도, 공생보다는 경쟁의 길을 우선하는 동아시아, 새롭게 등장하는 복합세계질서 속에서 한국이 역사의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저항민족주의와 무분별한 국제주의를 동시에 넘어서는 미래지향의 '전진민족주의' 추진을 강조했다. 21세기에 오히려 생명력이 강화되고 있는 동주 국제정치학은 이론과 현실의 양면에서 본격적으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복합파의 암호(暗號) 풀기
1991년 소련의 해체는 단순한 냉전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았다. 찾아온 것은 초강대국 미국이 주도하는 평화와 번영의 세기가 아니라 미국을 위협하는 테러와 경제위기의 세기였다. 새로운 변화는 진행 중이다. 세계질서 무대에는 미국 중심의 단극(單極)론자나 미국 이외 국가들의 부상에 주목하는 다극(多極)론자들의 예상과는 달리 훨씬 많은 주인공들이 북적거리고 있다. 무대도 단층무대에서 3층 무대로 바뀌고 있다.
냉전 이후 무대의 변화는 개별국가들이 국가이익을 위해 부국강병을 치열하게 추구하는 기존 안목에서는 대혼란으로 보일 뿐이었다. 그러나 탈근대 세계질서의 혁명적 변화가 찾아왔다고 흥분하기에 근대 국제질서는 여전히 노익장을 자랑하고 있다. 혼란과 질서의 중간에 '복합'이라는 새로운 암호가 등장했다. 이를 풀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복잡계연구가 사회·경제·국내정치를 새롭게 풀어보려는 노력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으나 새로운 국제정치의 암호를 풀기에는 너무 단순하다.
21세기 한국이 겪고 있는 세계질서 암호 풀기는 문제의 난이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 남들은 다 졸업한 냉전질서를 아직 못 벗어난 채 남북한 긴장관계를 살면서 동시에 19세기에 필적할만 한 21세기 신(新)문명표준의 충격을 성공적으로 흡수해야 하는 한국의 복합파는 새 암호를 풀기 위해 지난 20년 동안 '5중 그물망 짜기'와 '3층 복합탑 쌓기' 연구에 주력해 왔다.
세계 4대 최강국에 둘러싸인 한국은 전통적 자원력만으로 무대의 중심에 서기는 어렵고 동시에 네트워크력을 최대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일본과의 전통적 그물과 중국과의 새로운 그물을 연결하는 동아시아, 개혁개방과 평화체제 구축의 공(共)진화(coevolution)를 추구하는 한반도, 지구, 사이버 공간, 국내의 5중 네트워크 짜기가 중요하다. 동시에 부국강병의 단층무대 대신에 안보·번영·환경·문화의 중심무대, 지식의 기층무대, 통치의 상층무대를 다보탑처럼 아름답게 쌓아야 한다. 21세기의 신세대가 이런 암호 풀기에 성공하면 한국은 지난 두세기와는 달리 새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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