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16일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문제에 집중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과 전략 목표, 정책방향에서 상당히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우선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라는 전략적 목적에서 두 정상의 입장이 같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단호하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16일 한·미 정상회담은 북핵문제에 집중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북핵문제에 대한 인식과 전략 목표, 정책방향에서 상당히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우선 '북핵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라는 전략적 목적에서 두 정상의 입장이 같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단호하게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북 핵 폐기를 추진하는 '새로운 방법'에 대해서도 두 정상의 견해는 일치했다. 북한이 6자회담의 틀 속에서 '도발하고 보상받는 패턴'을 반복해왔기 때문에 이러한 고질적 패턴을 끊고 일관되고 효과적인 경제 제재를 통해 북한의 근본적인 행동 변화를 촉구하겠다는 것이다.
노무현·부시 대통령 시절의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한·미 양국이 북핵 해결의 목적과 추진방법에 대해 이 같은 공조 분위기를 보여준 것은 새로운 현상이다.
우선 북한의 유례없는 도발적 행위가 한·미 공조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양국의 국가 이익이 일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 연설에서 '핵 없는 세계'와 '폭력적 극단주의 징벌'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였다. 이를 통해 강건한 외교 지도자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미국 내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그런 오바마 대통령의 인식 속에서 북한은 '핵 없는 세계를 폭력적 극단주의로 위협하는 세력'에 근접해 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완전한 북핵 폐기를 목표로 제재 국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엔 안보리 1874호 제재안의 효과적인 실행을 추구하는 동시에 북한 없는 5자회담 구상도 내놨다.
문제는 제재 이후의 국면이다. 한·미가 북핵을 넘어선 북한문제 전반에 대해 큰 그림을 갖고 있는지가 확실치 않다. 대북 제재가 성공할 경우 혹은 기대만큼 성과를 달성하지 못할 경우 북핵 해결의 새로운 출발지점은 어디인가? 제재를 견디지 못한 북한이 회담장으로 돌아올 경우 북핵문제는 물론 북한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할 한·미 간의 새로운 대응책이 마련되어 있는가?
더욱이 강성대국 건설과 후계구도를 놓고 선군논리를 강화하는 북한이 이미 두 번째 맞이하는 경제제재에 물러서지 않을 경우 한·미 양국엔 어떠한 대안이 있는가.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경우 맞이하게 될 '다른 길(another path)'이 있음을 강조했다. 북한으로선 솔깃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 길의 선명한 모습이 이번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북한의 체제와 정권의 미래에 대한 한·미 양국의 명확하고 신뢰할 만한 논의를 확인하지 못한다면 북한은 '다른 길'보다는 현재의 선군의 길에 명운을 걸 것이다.
중국 등 주변국 역시 제재 공조를 넘어선 비전이 마련되지 않으면 한국이 초청하는 5자회담에 참가하기를 주저할 것이다. 한국은 이제부터 '다른 길'에서 펼쳐질 수 있는 새로운 '패턴'을 구상하고 주변국의 협조를 예인해 나가야 할 것이다.
전재성 서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