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의 급물살에 대비하라
kor_eaiinmedia | 2008-07-04
하영선
역사의 흐름에는 쉼이 없다. 한국의 역사 시계는 지난 두 달 동안 미국산 쇠고기 정국을 겪으면서 멈춰 있다. 세계와 동아시아의 역사 시계는 오히려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다음주에는 일본 도야코에서 G8 정상회담이 열리고 중국 베이징에서는 6자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시계를 동시에 읽지 못하면 역사의 지각생으로 낙오할 수밖에 없다.
G8회담의 지구적 문제와 6자회담의 북핵문제 중첩
역사의 흐름에는 쉼이 없다. 한국의 역사 시계는 지난 두 달 동안 미국산 쇠고기 정국을 겪으면서 멈춰 있다. 세계와 동아시아의 역사 시계는 오히려 더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다음주에는 일본 도야코에서 G8 정상회담이 열리고 중국 베이징에서는 6자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시계를 동시에 읽지 못하면 역사의 지각생으로 낙오할 수밖에 없다.
G8 도야코 정상회담을 단순히 세계경제 주요 7개국과 러시아의 호화판 잔치로 여겨서는 안 된다. 우리가 쇠고기 논쟁으로 국력이 기진맥진할 정도로 큰 싸움을 벌이고 있는 동안 세계무대에서 우리보다 앞서가는 8개국은 무슨 싸움을 벌이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 34년째를 맞이하는 G8 정상회담의 금년도 의장국 일본은 4대 주요 테마를 강조하고 있다. 첫째, 세계 금융시장의 안정화, 원유를 포함한 1차산품의 가격급등, 그리고 지속성장, 무역·투자의 자유화, 지적재산권, 자원문제 등을 포함한 세계경제 문제다. 둘째, 일본이 특히 공을 들이고 있는 환경·기후변동 문제다. 후쿠다 수상은 일본이 제안한 "쿨 어스(Cool Earth) 50"을 정상회담이 받아들여 2050년까지 세계 전체의 온실효과 가스 배출량을 적어도 50% 감축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셋째, 개발과 아프리카 문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체제의 강화와 지역 평화구축 논의를 포함한 정치 문제다.
67억 지구인의 삶과 죽음을 좌우하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들이 다뤄지고 있는 셈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참석자 범위다. 정상회담의 지구적 대표성 문제를 고려하여 2005년부터는 주요 8개국 외에 중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초대하여 G8 확대정상회담을 함께 개최하고 있다. 국내총생산 규모 세계 13위인 한국은 아직까지 13개국 확대정상회의에 정식으로 초대받지 못하고 금년에는 의장국 일본 초청 9개국의 일원으로 회의에 참석한다. 한국 경제의 몸집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기 위한 국민적 관심과 외교적 노력이 절실하다.
북한이 핵 신고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한 후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6자회담은 신고 내용의 검증 방안과, 불능화와 핵신고의 2단계에서 핵폐기의 3단계로의 이행조치와 일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첫걸음은 물론 북한이 얼마나 성실하고 협조적으로 6자회담의 관련 당사국들이 요구하는 검증철차를 받아들이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겪고 있는 딜레마다. 북한이 제대로 검증절차를 거치고 이에 상응하는 정치, 경제, 그리고 군사적 보상조치를 받아들이는 경우에 북한은 불가피하게 북한형 개혁개방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그 결과는 선군정치에 기반을 둔 수령체제의 종말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시적 위험 때문에 북한이 성실한 검증절차를 거부하는 경우에는 북한 경제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결과도 마찬가지로 수령체제의 종말을 의미한다. 차이가 있다면 종착역에 도착하는 시간의 차이일 뿐이다. 딜레마를 단기적으로 피하는 길은 가능한 한 검증과 보상의 협상을 장기화하면서 시간을 버는 지연 전술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미봉책은 될 수 있어도 북한 2000만 주민의 삶과 행복을 보장하는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진정한 해결책은 북한 정치주도세력의 문명사적 결단이다. 19세기형 강성대국 건설을 위한 노력으로 21세기 복합변환무대에서 살아남기는 불가능하다. 민주수령제의 주도로 선군정치에서 선경제정치로의 변환을 조심스럽게 추진해서 21세기의 새로운 살길을 찾아야 한다.
한국도 G8 정상회담의 정회원으로 당당하게 참가하기 위해서는 정치지도자부터 일반 국민에 이르기까지 21세기적 사고의 대전환을 필요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와 더불어 G8 정상회담과 6자회담의 의제를 동시에 복합적으로 고민하고 풀어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 없이는 21세기 역사의 급물살에 정신없이 떠밀려 가게 될 것이다.
하영선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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