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럽다, 佛 결선투표제
kor_eaiinmedia | 2007-05-11
강원택
지난 주말 끝이 난 프랑스 대선은 우리에게 적잖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 대선을 7개월 앞두고 실시된 탓에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파 사르코지의 승리가 확정되자 한나라당에서 ‘그것 봐라’는 식의 성명이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사실 루아얄이 당선되었다면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 여성 지도자와 관련된 성명서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지난 주말 끝이 난 프랑스 대선은 우리에게 적잖은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한국 대선을 7개월 앞두고 실시된 탓에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을 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우파 사르코지의 승리가 확정되자 한나라당에서 ‘그것 봐라’는 식의 성명이 나온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사실 루아얄이 당선되었다면 박근혜 전 대표 쪽에서 여성 지도자와 관련된 성명서가 나왔을지도 모른다.
-유권자가 직접 결선 후보 선택-
그러나 수만리 떨어져 있고 정치·사회적 여건이 전혀 다른 두 나라의 대선을 비교하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다. 프랑스 우파들이 강조하는 강한 프랑스의 부활은 우리 식이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주장했던 자주 노선쯤 될 터인데 한국의 보수는 이런 후보를 지지하지 않을 것이다.
프랑스 대선을 보면서 주목해야 할 점은 오히려 선거제도가 아닐까 한다. 잘 알려진 대로 프랑스는 결선투표제를 실시하고 있다. 1차 투표에서 득표율이 높은 두 후보를 선출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2주 뒤 최종 결선 투표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4월22일 1차 투표 결과 사르코지가 30.7%, 루아얄이 25.2%를 얻어 각각 1, 2위를 차지하고 2차 투표에 진출했다. 5월6일 실시된 결선투표에서는 53.1%를 얻은 사르코지가 46.9%의 루아얄을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런 프랑스의 대통령 선출 방식은 우리 입장에서 볼 때 고려할 만한 점이 적지 않다.
이번 1차 투표 결과 모두 12명의 후보군 중에서 우파의 대표 주자로 사르코지, 좌파의 대표 주자로 루아얄이 각각 선출되었다. 유권자의 1차 투표가 좌우 각 진영의 대표 주자를 선출하는 일종의 예비선거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흥정과 거래에 의해 후보자가 정해지고 경쟁 구도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3당 합당이나 DJP 연합,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모두 유권자의 뜻과 무관하게 정치인끼리 일방적으로 내린 결정이며 유권자는 그 결과에 순응하도록 강요받아왔다. 지금 노대통령이 차기 구도에 개입하려는 것이나 범여권 인사들이 통합과 관련된 논의를 하는 것 역시 이와 마찬가지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결선투표제였다면 대권에 뜻이 있는 후보들은 기존 정치권에 얽매이지 않고 국민들을 상대로 직접 자신의 비전과 정책을 알리려 애쓰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최근 당이 쪼개질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는 한나라당 역시 이 제도 하에서라면 애꿎은 경선 방식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편, 만약 프랑스 대선에서 사르코지가 1차 투표의 득표율 30.7%로 당선되었다면 어떠했을까? 사르코지의 당선 이후 젊은층과 유색인종의 반발이 거세다는 외신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70%라는 대다수 유권자가 그를 지지하지 않은 상황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불만과 항의는 더욱 거셌을 것이다.
-정치게임 아닌 정책 승부 신선-
국가 원수이고 국민 통합의 상징인 대통령이 너무 낮은 득표율로 당선되면 대표성이나 정통성에 손상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36.6%의 득표율로 당선된 노태우 대통령이 임기 중 내내 중간평가 문제에 시달려야 했던 것 역시 이 때문이다. 12월의 대선 판도를 예상하기는 어렵지만 지금 분위기라면 다자구도의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만약 범여권이 친노, 비노로 갈리고 한나라당도 쪼개져 민노당을 포함한 5자 대결이라면 승자는 30% 선에서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물론 기우일 수도 있지만 대선이 다가올 때마다 이합집산하는 정치권과 차기 권력에 대한 관심과 훈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 결선투표제와 같은 제도적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5년 뒤 이 무렵이면 다시 프랑스 대선이 치러질 것이다. 그 때는 이런 착잡한 기분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강원택 EAI 시민정치패널 위원장 · 숭실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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