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최근 러시아는 쇠락한 초강국 면모를 벗고 국제무대의 주연으로 돌아왔다. 전략·전술핵무기 재강화와 고성장을 통한 GDP 9위권 진입, 그리고 “에너지 우산”을 통한 러시아의 외교적 영향력의 강화라는 반전(反轉)을 이끈 주연은 지난 8년간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해 온 푸틴 대통령이다. 동아시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해 당사자’ 지위의 유지라는 수세적 태도를 벗고 지역질서의 ‘주주’로서의 비용을 부담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BDA문제 해결과 북핵 불능화의 기술처리 과정에서 “6자회담의 무임승차자”라는 오명을 씻을 적절한 역할을 보여주었다.

전력·운송·통신 등 실질 협력 확대
남·북·러 3각네트워크 강화해 나가야

 

최근 러시아는 쇠락한 초강국 면모를 벗고 국제무대의 주연으로 돌아왔다. 전략·전술핵무기 재강화와 고성장을 통한 GDP 9위권 진입, 그리고 “에너지 우산”을 통한 러시아의 외교적 영향력의 강화라는 반전(反轉)을 이끈 주연은 지난 8년간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해 온 푸틴 대통령이다. 동아시아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해 당사자’ 지위의 유지라는 수세적 태도를 벗고 지역질서의 ‘주주’로서의 비용을 부담할 의사를 분명히 했다. BDA문제 해결과 북핵 불능화의 기술처리 과정에서 “6자회담의 무임승차자”라는 오명을 씻을 적절한 역할을 보여주었다.

이제 러시아는 그간 감축해 온 극동군의 전략무기체계를 재강화하고 중국과 전략적 협력을 통해 동아시아 세력균형을 위해 노력을 시작하였다. 북한과는 정신적 유대를 넘어 채무 해결을 필두로 철도연결과 항만조차를 통한 운송협력, 전력망연결과 에너지협력, 북한 중공업 개·보수사업 등 실질협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궁극적으로 러시아는 이런 영향력 강화를 통해 자국의 명시적 입지가 불확실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과정을 지역 다자안보체제 건설로 연결시킴으로써 동아시아질서의 주주로서 안정적 지분을 제도화하는 장기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런 러시아의 정책과 관련하여 새 정부는 다음과 같은 대(對)러 정책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첫째, 러시아가 힘을 쏟고 있는 실질협력 분야에서의 관계를 강화해감으로써 우리에게 유리한 지역 협력의 모멘텀을 발굴해야 한다. 북·러 경제협력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러시아의 역할을 유도해야 한다. 러시아 극동 및 북한 동북지역 개발에 대한 북, 중, 러 협력에 대해서도 한국은 전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남·북·러 삼각협력구도를 강화하거나 좀 더 폭넓은 국가들의 참여를 통한 북한의 개방을 이끌어야 할 것이다. 에너지, 전력, 운송, 통신 등의 물적 네트워크 구축이 중기적으로는 북한을 지역협력구도 안으로 포용하면서 장기적으로는 중, 일과의 실질협력으로 연결되도록 복안을 준비해야 한다.

둘째, 동아시아의 복잡한 각축장에서 한국 입장과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지하는 러시아의 정책을 유도하는 것이다. 기능주의적 접근을 넘어 동아시아 세력균형의 관점에서 정교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한국에 비교적 우리와 유사한 전략적 입장을 가진 러시아는 긍정적 자산이 될 것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6자회담을 통한 북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중기적으로 동아시아의 세력균형화와 장기적으로 역내 다자안보체제 구축을 위한 복잡한 각축 가운데서 한국정부는 러시아와의 협력을 수행할 다양한 행동채널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동아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 및 유라시아 대륙에서 한국의 활동영역을 확장해가는 데서도 러시아와의 협력은 필요하다.

문제는 러시아라는 가능성의 자산을 활용할 한국정부의 외교적 능력이 준비되어 있는가이다. 동아시아에서 일정 지분의 주주 입지를 강화해가려는 러시아는 그저 떡고물이나 챙겨줄 관리대상으로 머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러 양국의 이해를 지역질서의 관점에서 조합하여 양국이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협력의 현실적 그림이 합의되어야 한다. 한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복잡한 그물은 러시아와도 짜야만 한다.
 
신범식 인천대학교 교수

Related 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