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Note

김대중 정부이후 한국 외교는 대북정책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불균형을 초래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냉엄한 세력균형의 현실을 무시하고 우리민족끼리의 뜨거운 감동을 추구한 햇볕정책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갈등, 과거사에 대한 한일외교전쟁, 동북공정과 6자회담의 냉온탕을 오간 한중관계, 무관심의 한러관계로 이어지면서 한국을 동북아 4강 외교의 외톨이로 전락시켰다.

北 개혁·개방 유도 실패 ‘햇볕 중독’에서 깨어나야

‘비핵화 없인 지원 없다’ 대북 기본원칙도 지키길 

김대중 정부이후 한국 외교는 대북정책이 모든 것을 좌우하는 불균형을 초래했다. 한반도를 둘러싼 냉엄한 세력균형의 현실을 무시하고 우리민족끼리의 뜨거운 감동을 추구한 햇볕정책은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갈등, 과거사에 대한 한일외교전쟁, 동북공정과 6자회담의 냉온탕을 오간 한중관계, 무관심의 한러관계로 이어지면서 한국을 동북아 4강 외교의 외톨이로 전락시켰다.

경제적 협력을 통한 정치적 화해를 위해 정치를 배제하고 경제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모순적 논리로 추진한 햇볕정책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북한의 정치적 변화를 실질적으로 이끌어 내지 못하였다. 2006년 10월 핵 실험을 한 북한의 수령체제옹호를 위한 선군정책은 여전히 변함이 없다. 지난 해 2월 13일 베이징 6자 합의이후 활발히 진행되어온 핵협상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진정한 핵포기는 아직 안개 속에 가려있다.

북한의 개혁개방을 돕기 위한 수단인 햇볕정책은 어느 순간 목적이 되어버렸다. 앞뒤가 바뀐 햇볕정책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북한은 햇볕정책을 수령체제의 옹위를 위해 최대한 활용해 왔다. 그러나 우리정부는 계속 햇볕만을 강조하는 ‘햇볕정책 중독현상’을 보여 왔다. 이제는 햇볕의 환상에서 깨어나 합리적인 대북 포용정책을 추구할 때다.

대북 포용정책은 두 가지 측면에서 합리적이어야 한다. 목표가 분명해야 하고 수단을 합리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런 합리적 포용정책은 먼저 북한의 비핵화를 목표로 해야한다. 핵을 가진 북한을 포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한국의 국익도 손상시킬뿐더러 주변 강국들의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포용정책과 북한의 비핵화는 선후관계가 자명하다. 즉, 북한의 비핵화가 먼저 이루어지지 않으면 경제적 지원을 통한 포용도 없다는 기본원칙을 확고히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다음 목표는 북한의 개혁개방이다. 합리적 포용정책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세계무대에 등장할 수 있도록 독려하는 방향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이 가능한 한 빨리 물질적 고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북한 정권에 대해서는 인권과 같은 최소한의 문명국가로서 표준을 충족하도록 재촉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다시 말해, 대북지원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북한주민들이 실질적 수혜자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북한 정부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할 때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

한편, 포용정책이 ‘합리적’이 되기 위해서는 수단을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 무조건 햇볕을 쬐는 것이 아니라 일관된 목표를 가지고 있으면서 상황변화에 따라, 북한 정권의 대응에 비례하여 ‘햇볕’의 강약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합리적 포용정책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서는 한미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참여정부에서는 대북정책과 한미공조를 상호 배타적으로 인식하였다. 북한의 변화를 위해서는 동북아 및 한반도 안보의 가장 큰 대주주인 미국과의 긴밀한 정책공조가 필수조건이다.
 
신성호 서울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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