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생

#11 EAI 장학생, 그 후!

  • 2016-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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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넓은 지식을 가지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남들과는 차별화된 삶을 살겠다는 세 가지의 기준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사학과 김예림입니다.

방황기, 사실은 현실 도피, 열심 도피

어렸을 적부터 저는 어른들의 눈에는 모범적이고, 예의 바르고 공부도 잘하는 참 “예쁜 아이”이었습니다. 그런데 언제나 예쁜 아이였던 제가 명문고등학교에 진학해 예쁜 아이들 틈에 들어간 순간 저는 못난 아이가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더 이상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살지 않겠다.”라는 사춘기의 반항심에 의한 방황이기도 하였고 남들과 같이 예쁘게 보이고 싶지만 그러한 자신이 없어서 도망친 것이기도 하였습니다. 열심을 내는 것이 두려웠고, 열심에 따른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할까 두려웠던 것 같습니다. 너무 다행스럽게도 당시까지 모범생으로 살아왔기에 심각한 방황은 하지 않았지만, 제가 서 있는 학생이라는 위치에 충실하지 못했습니다. 첫 중간고사 성적 440명중에 154등. 그 이후로도 내신 성적은 계속 떨어졌고, 평소의 학습태도를 비롯한 학교 생활에 불성실했습니다. 제가 처해있는 여러 환경을 부정적으로 보기 시작하였고, 세상을 보는 저의 시각 또한 점점 어둡게 변해갔습니다. 제 시각이 부정적으로 변해가면서 예쁜 아이들이 있는 학교에 적응하는 것뿐만 아니라 집에서 시간 보내는 것도 힘들다고 느꼈습니다.

약 2년간의 방황을 끝낼 수 있었던 것은 그 동안 제가 받았던 주변의 도움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제가 받았던 도움을 훗날 힘든 시기를 지나는 사람들에게 갚겠다는 다짐으로 학생으로서의 역할에 열심을 낼 용기를 내보기로 하였습니다. 고1,2 때 큰 심적 방황을 하는 동안 ‘저만의 삶’에 대한 욕심이 없어졌고, 이러한 방황을 끝내게 된 이후 저의 삶을 덤으로 얻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고3 1년 동안 ‘남을 위한 공부를 하자’ 라는 말을 학교 야자실 책상에 붙이고 주말과 명절을 포함해 단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고, 지난 2년간의 낮은 성적을 극복하고 최종적으로 이화여대와 해군사관학교를 합격했습니다. 사관학교에서 누릴 수 있는 기회와 특이성에 많은 고민을 했지만 나의 삶의 기준과 시각의 특별함으로 차별화된 인생을 살겠다는 목표로 현재 이화여대에 진학해 저를 세워나가고 있습니다.

삶의 기준에 의거한 목표, 그를 위한 ‘열심’을 배우는 대학 생활

저의 삶의 세 가지의 기준과 제가 가진 장점에 부합하는 직업을 생각해본 결과, 정책연구가를 꿈꾸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을 이용해서 보다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삶을 지탱하고 견인하는 데 필요한 부품을 만드는 직업이라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서 갖추어야 할 점들이 많겠지만 대학생활 동안에는 시간관리 능력과 어학능력, 자생력, 마지막으로 이를 뒷받침해줄 체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현재까지는 이 점들을 기르기 위해 그 누구보다 바쁘고 뜨겁게 살았노라고 자신합니다.

첫 번째로 제가 가진 다양한 면을 빛나게 해줄 어학실력을 갖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영어 수업은 물론, 1년 동안 중국어를 배워 올해 HSK 5급을 취득했고, 올해 안에 6급을 취득하는 게 목표입니다. 또한 국제법학회에서 국제법에 대해서 공부하고, 국제적인 사안을 비롯해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토론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제법의 속성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되고, 토론을 통해 물음표를 가지는 것은 물론 상대방과 논리적으로 대화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그 무엇보다 사람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독서에 신경을 썼습니다. 전공 공부를 위한 책뿐 아니라 큰 목적 없이 서점을 거닐다 그 중에서 마음이 이끌리는 책 한 두 권은 가슴에 품고 나오는 것이 저의 취미입니다. 또, 학교 밖에서 독서모임을 하기도 하고, 학회 선배들과, 올해부터는 동기들을 모아서 독서모임을 결성했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과 동시에 학점관리도 꼼꼼히 했습니다.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라 그저 열심히 공부해서 성적까지 따라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효율이 아닌 최선을 다하는 공부를 했습니다. 또한 ‘행동하는 지식인’이 되고자 하는 저는 제가 관심 있는 분야가 있으면 관련 강연회에 가서 듣고,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안이라면 시위 현장이든 포럼이든 직접 가서 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부모님의 원조 없이 학비는 장학금으로, 용돈과 기타 비용은 모두 과외와 아르바이트를 통해 해결했습니다. 이렇게 모은 돈으로 지난 여름방학에는33일 동안 유럽 배낭여행에 가서 원기충전도 하고, 새로운 시각으로 생각도 많이 하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책에서만 보던 것들을 실제로 보는 경험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EAI 장학생으로서 ‘기분 좋은 부담감’

바쁜 일상과 다양한 활동은 EAI 장학생이 될 수 있었던 덕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장학금으로 제가 원하는 책을 맘껏 사서 볼 수 있고, 공부를 하기 위한 학원비를 망설임 없이 쓸 수 있었던 것이 물론 좋았습니다. 하지만 더 좋았던 것은 ‘기분 좋은 부담감’입니다. 다른 EAI장학생들과 2시간이 넘는 면접시간을 통해 서로의 삶을 나눌 수 있었는데 저희는 각각의 삶에 충실하고, 삶에 대해 진지한 태도로 임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제게도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연구원 선생님들께서 해주셨던 말씀과 멘토링 캠프 때 원장님께서 해주셨던 말씀도 저에겐 기분 좋은 부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주어진 자리에서 저희 모두는 조금 더 배우려고 하였고, 선생님들은 저희에게 학생의 신분에 맞는 자세와 기준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이러한 선생님들과의 관계 속에서 저의 충실함이 과도한 것이 아니라 항상 부족하고, 더 노력해야 하는 것임을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과거에 대한 후회가 아닌 미래를 위한 열심

사실 현재의 바쁜 스케줄은 과거에 대한 후회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열심’을 내는 방법을 알려주고 그것을 습관으로 만들어주었고, 저를 성장시킨 동력이기에 긍정적인 요소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유럽여행 도중에 내가 시간을 이끄는 것이 아닌 시간에 이끌린 감이 있었던 저의 대학생활을 돌아보며, 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이제는 과거에 대한 후회로 저를 열심으로 몰아세우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열심으로 스스로 나아가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든 가정 형편 속에서 결코 쉽지 않았던 순간들을 견뎌낸 후 지금 저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시작점에 온 것은 힘든 이들을 진정 이해할 수 있고, 그들에게 위로가 되는 사람이 되기 위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아프고 힘든 사람들이 덜 아프고 덜 힘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을 가진 저는 이제 미래를 위한 열심을 내보려고 합니다.

#11 EAI 장학생,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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