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국제학부 교수. 이재승 교수는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초청연구원, 외교안보연구원 조교수를 역임하였으며, 현재 일민국제관계연구원 부원장과 고려대 지속발전연구소 에너지•자원•환경센터장을 맡고 있다. 에너지 관련 주요 논저로는 Energy Conservation in East Asia: Toward Greater Energy Security (2010, 공저), "EU's Green Energy Strategy: The Policy Responses to Renewable Energy and Climate Change (Journal of International Politics, 2010)," “Energy Security and Cooperation in Northeast Asia" (Korea Journal of Defense Analysis, 2010), “한국 에너지 정책 패러다임의 재고찰: 해외자원개발과 녹색성장을 중심으로 (〈국제관계연구〉, 2009)” 등이 있다.

 

 


 

 

I. 서론

 

1.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제 에너지 관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화석연료 사용 증가세를 일시적으로 감소의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세계 석유 수요의 감소는 1993년 이후 처음으로 발생한 현상이다(Ruhr 2010). 2008년 여름 배럴 당 140달러를 넘어서던 국제 유가는 같은 해 말 40달러 대로 급락하였고, 최근 80달러 대를 회복하였다. 국제유가는 경제회복세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다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금융위기가 최종 에너지 수요 및 현금 유동성을 감소시킴으로써 에너지 투자를 위축시켰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림 1]은 최근 급격히 증가한 국제유가의 변동 폭을 보여준다.

 

[그림 1] 국제유가의 추이 (2000-2010, 단위:$)

 

출처: EIA Statistics 2010

 

한편 금융위기는 정치적인 기조 변화를 통해 새로운 에너지 정책기조를 도입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왔다. 실제로 금융위기 자체가 에너지 가격의 상승에 의해 촉발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에너지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이 정점 대비 급격히 하락한 상태에서, 향후 에너지 수급 모델에 있어 새로운 전략을 모색할 시간을 제공했다는 데에서 국제 에너지 질서에 있어 하나의 전환점을 가져 온 것은 분명하다. 또한 향후 고유가 체제 및 화석연료 고갈에 대한 우려가 증가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청정에너지 체제를 강조하는 정책 패러다임의 변환이 이루어진 것도 주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미국, 한국 등이 모두 녹색성장 기조를 통한 고용의 창출 및 경기 회복을 금융위기의 극복 방안으로 천명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2. 에너지 이슈의 성격

 

에너지 자원은 국제시장에서의 단순한 교역 상품뿐만 아니라 주요한 전략적 자산이 됨에 따라, 에너지 안보에 대한 전략적 고려는 민간 주체를 넘어서 국가중심적인 국제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특히 주요 에너지 생산국의 국영기업들은 기존 및 미채굴 유전의 절대적인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관리해 나가고 있다. 수요국 역시 주요 에너지원의 안정적 공급을 사활적 국가이익으로 간주하고, 에너지 안보의 차원에서 수급 문제를 다루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문제에는 안보적 요소와 시장적 요소, 그리고 상위정치적 요소와 하위정치적 요소들이 혼재되어 있으며, 이들 요소들의 관계는 다층적인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이재승 2005). 에너지 관계에 있어서는 많은 경우 안보관계와 경제관계가 긴밀히 연계되어 있으며, 참여하는 주체들간의 역학관계 역시 이 두 가지의 요소를 복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복합적인 국제 에너지 문제의 본질을 명확히 밝혀내는 데는 정치적 결정론 및 경제적 결정론 모두 한계가 있으며, 따라서 국제 에너지 관계는 이슈별, 주체별로 다원화된 다층적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

 

3. 문제의 제기 및 연구의 구성

 

국가 중심적인 에너지 체제 하에서 기존의 에너지 국제협력은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으며, 특히 소비국간 및 생산자-소비자들간의 협력이 미비하였다. 본 연구는 국제 에너지 거버넌스의 특징을 고찰함에 있어서, 왜 소비자들간 및 생산자-소비자들간의 에너지 국제협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는가의 문제에 대한 대답을 모색한다. 이를 위해서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저유가 체제의 지속과 같은 시장 구조의 차원, 국가이익이 우선시된 에너지 안보 전략의 추구 (e.g. 현실주의, 중상주의적 접근), 그리고 국제에너지 관계에 있어서 리더쉽과 거버넌스 부재 등의 요인들을 고찰한다. 이를 통해 에너지 국제협력의 조건과 가능성이 보다 명확히 부각될 수 있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이러한 협력의 조건에 있어 공공재의 창출 (예: 거래비용, 법적-제도적 장치)과 거버넌스의 형성에 강조점을 둔다.

 

또한 본 연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로이 등장한 녹색 에너지의 기조와 정책들이 과연 새로운 에너지 거버넌스를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를 고찰한다. 이는 다분히 당위론에 기반한 낙관주의적인 녹색 에너지 협력 논의를 보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재구성함으로써, 향후 국제 에너지 거버넌스의 모습을 구체화하고자 한다.

 

II. 국제 에너지 수급 전망과 에너지 안보의 도전

 

1. 국제 에너지 수급 전망

 

국제 에너지 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의 전망에 따르면 국제 에너지 수요는 2030년까지 지속적인 증가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세계 일차 에너지 수요는 2007-2030년 사이 연평균 1.5%씩 총 40% 가량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IEA 2009a). 아시아 지역의 개도국, 특히 중국과 인도의 수요 증가가 이러한 수요 증가의 가장 큰 요인이 되며, 중동 지역이 뒤를 이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국가들의 산업화와 도시화의 진전은 에너지 수요의 급격한 증가를 동반하고 있으며, 비효율적인 에너지 관리 및 각종 보조금으로 인해 구조적인 취약성을 지니고 있기도 하다. 현재 에너지 시장의 불안정성은 단순히 공급의 불안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신흥개도국들을 중심으로 한 수요의 증가와 기존의 공급량과의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에너지 정책 결정자들에게 있어서 커다란 불확실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기준 시나리오(reference scenario)에 의하면 화석연료는 여전히 가장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활용될 전망이며, 2007-2030년 사이 에너지 증가의 75%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다. 석유는 2030년 에너지원 구성비(energy mix)에 있어 현재의 34%에서 30%로 비중이 감소하나 여전히 가장 주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비 경제협력개발기구(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OECD)국가들의 석유 소비 증가가 두드러질 전망이다. 가스의 경우 기존 가스전에서의 생산은 감소하고 있으나 미국의 쉐일 가스(Shale gas)를 비롯한 비전통적 가스의 발견으로 공급량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석유 보다는 덜 경쟁적인 수급 구조를 가질 것으로 보이나, 동시에 전세계적인 수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IEA 2009a).

 

가스와 석탄에 대한 수요는 특히 발전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증가될 것으로 보이며, 신재생에너지 역시 빠른 성장세를 보여 발전분야에 있어 수력을 제외한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2007년 2.5%에서 2030년 8.6%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원자력, 탄소포집 및 저장능력을 갖춘 시설에서의 전력 생산은 총 발전량의 약 60% 정도를 차지하게 되며, 이는 현재의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이처럼 전체 에너지 구성비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증가할 것이나, 총량에 있어서 화석연료는 2030년 87%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준 시나리오는 예측하고 있다(IEA 2009a). 이러한 비중은 온실가스 절감을 전제로 한 대체 시나리오(450 시나리오) 에서 일부 변화되어 상대적으로 신재생에너지원의 비중이 증가하고 화석연료의 비중은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절대적인 구성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2, 3, 4]는 이러한 국제 에너지 수급 전망을 보여준다...(계속)

6대 프로젝트

세부사업

무역·기술·에너지 질서의 미래

국가안보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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