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현 박사는 미국 University of Illinois at Urbana-Champaign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세종연구소 안보연구실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국제관계연구소와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원을 역임했다. 국제정치와 안보, 한미관계, 북한 문제를 주로 연구하며, 최근 논저로는 National Security Strategy of the Lee Myung-bak Government: The Vision of ‘Global Korea’ and Its Challenges (2009),《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와 대북정책 전망》(2009),《외교환경과 한반도》(공저, 2009),《조정기의 한미동맹: 2003~2008》(공저, 2009),《동아시아 공동체: 신화와 현실》(공저, 2008),《지식질서와 동아시아: 정보화시대 세계정치의 변환》(공저, 2008),《북핵문제와 한반도 평화체제》(공저, 2008),《한미동맹의 변환》(공저, 2008) 등이 있다.

 

 


 

 

I. 오바마 시대 개막과 변화하는 국제안보환경

 

오바마 행정부가 당면한 국제안보환경은 매우 유동적이면서도 과거처럼 미국이 압도적 우위에서 주도할 수 있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 국제체제는 국제관계의 행위자간 및 지역간 힘의 배분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오바마가 후보 시절 애독했다는 파리드 자카리아(Fareed Zakaria 2008a)의 『The Post-American World』는 21세기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른 바 ‘나머지의 부상(the rise of the rest)’ 으로 표현한다. 중국, 인도 등 국제정치에서 규모는 크지만 그동안 경제적으로 침체해 있었던 거대국가들이 세계화의 영향으로 급격한 경제성장을 경험하면서 국제질서에서 미국 패권의 상대적 위축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는 정확히 말하면 미국의 쇠퇴가 아니라 중국이나 아시아의 부상을 넘어서는 나머지 국가들의 부상이고, 그 결과 국제질서는 이제는 ‘포스트 아메리카 (Post-Americanism)’ 시대로 전환하는 중이다.

 

포스트 아메리카 세계질서의 특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복합성’이다. 정치군사 질서는 여전히 미국이 지배하는 단극적 질서가 유지되겠지만 군사 외의 모든 차원―경제, 산업, 금융, 사회, 문화―에서는 힘의 분포가 미국 지배로부터 이탈하는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1980년대 중반 이후 정치•군사적 폭력은 전세계적으로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정보혁명의 결과 군사안보의 충돌 양상은 과거에 비해 실시간으로 지구촌 주민들에게 전달되면서 과대포장되고 더 큰 충격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군사력을 앞세워 국제문제를 일방적으로 해결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이다. 정치•군사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총량규모는 지난 15년간 두 배 이상 팽창했고 동 기간 무역은 133% 증가했다. 전쟁, 테러, 내전은 일시적으로 국제경제 침체를 초래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세계화의 물결에 압도당한 것이 현실이다. 세계화와 국제경제의 팽창의 결과 신흥부상국―특히 중국, 인도, 브라질―들의 경제성장에 고취된 신민족주의가 분출하고 있다. 다양한 민족적 관점의 분출은 정보혁명 덕분에 더욱 확대재생산되어 배포되고, 목소리 큰 행위자들의 증가는 곧 주요 국제문제에 있어서 갈수록 합의가 어려워짐을 의미한다. 이는 곧 미국이 여전히 초강대국이지만 혼자 힘으로 국제문제를 리드하거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Zakaria 2008b).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ational Intelligence Council: NIC)의 국제질서 전망 보고서(NIC 2008)도 2025년까지의 향후 국제질서가 더욱 복합적으로 변하고, 미국은 지금보다 ‘덜 지배적인 국가’로 변모할 것으로 예상한다. 2025년경 국제질서는 중국, 인도, 러시아 등 신흥 행위자 등장과 함께 세계화로 인한 경제발전, 인구 증가, 지역적 발전 격차 등으로 인해 더욱 다극화될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초국가적 안보 어젠다가 등장하는데, 식량, 에너지, 물 등이 고도의 신 전략자원으로 등장하면서 이를 둘러싼 각축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후변화, 신기술, 에너지 배분 등을 둘러싼 대립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테러, 국제갈등 및 대량살상무기 확산은 여전히 중요한 국제안보의 문제로 남을 것이고, 세계화에 따른 양극화의 결과 테러조직은 존속할 것이며, 첨단기술의 손쉬운 획득으로 이들의 테러역량도 강화될 것이다. 하지만 이념적 대결은 사라지고 세계화의 후유증과 글로벌 세력판도 변화에 따른 이유로 인한 갈등이 주된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국제질서에서 이러한 변화는 실상 이미 오래 전부터 시작되었다. 국제질서는 냉전 종식 이후 갈수록 복합화되는 데 비해 부시 행정부는 군사력을 앞세운 단극적 행동규범을 고수했고, 그것이 부시 행정부 대외정책 실패의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되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러한 일방주의 외교의 유산을 어떻게 극복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II.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정책 기조

 

오바마 행정부 외교안보의 기조는 대화와 협력, 다자 안보체제와 파트너십을 통한 국제문제의 해결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오바마는 부시-체니 정권의 대외정책이 가진 가장 큰 문제점은 대화를 통한 외교적 접근을 거부해왔다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외부에 미국이 일방주의적이고 오만한 모습으로 비춰지게 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리더십을 발전시키고 공고히 하는데 심각한 장애가 되었다. 미국의 일방주의는 전세계적으로 반미감정이 확산되는 데 주된 원인이 되었다.

 

오바마는 테러, 핵확산, 전염병 등의 복잡한 사안들은 강력한 국제적인 조력 없이 미국 혼자서 해결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우호국뿐만 아니라 적대국에 대해서도 지도자와의 회담 등을 통해 기꺼이 테이블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대화를 통한 방안을 모색하는 미국에 세계는 리더십을 따르는 것으로 화답할 것이며, 테러리즘,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과 같은 도전을 함께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오바마와 바이든은 NATO의 회원국들을 더욱 공고히 하여 집단안보에 기여할 수 있게끔 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또한 NATO가 더욱 안정된 작전과 신속한 의사결정을 수립하고, 지휘관들이 전장에서 보다 유연하게 행동할 수 있도록 투자, 재건을 격려할 계획이다.

 

또한 아시아에서의 양자적 관계를 넘어 6자회담과 같이 지속적인 정상간의 만남, 특정사안에서의 합의를 도출할 수 있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동아시아에서의 한국, 일본, 호주등과의 인프라를 연결함으로써 안정과 번영을 증진시키고 중국으로 하여금 국제적인 규범에 따라 공존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개전 이후 이미 4,000명이 넘는 미군이 사망했지만 현재 이라크 정부는 자국민들을 이끌고 나가지 못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진력을 위한 진정한 정치적 통합, 조정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는 부시 대통령의 실패한 직접적인 결과라는 입장이다.

 

이상을 종합해 볼 때, 미국 신정부의 대외정책에서 예상되는 변화의 방향은 대체로 ‘통합과 균형,’ 국제제도의 위상 회복, 다자적 접근 강조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오바마 시대에는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후유증을 탈피하기 위해 국제제도와 다자적 접근을 활용할 가능성이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이미 부시 행정부 2기 이후 미국 내에서도 나오기 시작한 일방주의 외교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에서 예고되고 있었다. 미국외교에서 ‘윤리적 현실주의’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대테러전쟁에서 모든 이가 공감할 수 있는 정책은 현실주의와 도덕성의 조합을 바탕으로 추구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Lieven and Hulsman 2006). 스마트파워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하드파워 만으로 안보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미국의 신뢰와 지도력을 훼손하고 미국의 패권을 오히려 저해하기 때문에 미국 원래의 제도와 가치, 문화에 기반한 소프트파워를 배양•조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미국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Armitage and Nye 2007). 군사력의 사용에 있어서도 미국의 힘과 국제적 리더십에 대한 회의론(skepticism) 증대가 정당성 위기의 근원이며, 군사행동의 내용, 절차, 규범적 기초가 정당할 때 정당성을 획득한다고 주장한다(Daalder and Kagan 2008).

 

대선 과정에서 오바마를 지지했던 싱크탱크들도 여러 가지 중요한 외교안보 개념들을 제시하였다.

 

‘책임지는 주권(responsible sovereignty)’은 국가주권의 행사에는 다른 국가는 물론 자국 국민들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동반한다는 개념을 강조한 것이다. 전통적 주권개념이 국경의 신성불가침, 타국 내정에 대한 불간섭 원칙에 근거했다면, 책임지는 주권은 국내정치적 행위가 초래하는 외부적 효과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Managing Global Insecurity 2008). 피닉스이니셔티브 보고서에서 언급한 ‘전략적 리더십(strategic leadership)’ 이란 미국의 힘과 지위를 상호 이익을 위해 행사하겠다는 것을 말과 행동으로 입증하는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리더십은 세계의 모든 이들이 이를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전략적 리더십은 군사력을 대체 보완할 수 있는 정치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만약 군사력을 사용해야만 하는 마지막 결정의 순간에 직면한다면 이는 단지 국가의 관점만이 아닌 국제적 의무와 부합하는지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Center for New American Security 2008). 미국진보센터에서 제시한 ‘지속가능한 안보(sustainable security)’ 의 핵심은 미국의 국가안보, 개인들의 안전과 안락한 삶을 위한 인간안보, 세계 전체의 이익을 공유하기 위한 집단안보, 이 세 가지 접근을 적절히 조합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안보를 위한 선결조건은 세 가지 핵심적인 선결조건은 첫째, 대다수 세계인들을 통합시킬 수 있는 정당한 원칙, 둘째, 대외정책 도구의 범위에 대한 전략적 유용성 증대, 셋째, 국제체제가 실질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활성화 하는 것 등이다(Smith 2008). 마지막으로, 신미국안보센터 보고서가 제시한 ‘균형력(power of balance)’ 은 세력균형(balance of power)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세력균형이 주로 군사력에 입각한 국가간 관계의 제로-섬 측면을 강조하는 것에 비해 균형력은 국가가 국제체제의 다양한 행위자 중 하나일 뿐이고, 외교와 무역을 통해 제로-섬(Zero-Sum)이 아닌 윈-윈(Win-Win) 상황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Campbell, Patel and Singh 2008). 이들 표현은 모두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나 편향된 외교전략에 대한 균형잡기 측면을 강조한 표현들로서 오바마 행정부 대외전략의 정향을 시사하는 개념들이다...(계속) 

6대 프로젝트

무역ㆍ기술ㆍ에너지 질서의 미래

세부사업

국가안보패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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