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中에 당당해야” 여론 직면한 민주당의 딜레마

  • 2023-06-30
  • 고재석 기자 (신동아)

(전략)

최근 민주당의 최대 악재는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 발언 파동’입니다. 싱 대사는 6월 8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청해 “미국이 전력으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속에 (한국) 일각에선 미국이 승리하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데 베팅을 하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필 이 장면을 민주당이 유튜브로 생중계를 했습니다. 발언 내용이나 공론화의 모양새에서 민주당에는 패착이 돼버렸죠.

탈냉전 이후 민주당의 대외 노선은 명확합니다. 중국과 북한에는 유화적이고 일본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죠. 반대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계열 정당은 미국과 일본에 유화적이고 중국과 북한에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한국현대사를 통틀어보면 국민의힘의 노선이 주류에 가깝겠지만, 탈냉전 이후에는 민주당의 노선이 나름 각광받았습니다.

1992년 노태우 정부에 의해 전격적으로 한중수교가 이뤄졌습니다. 양국 간 경제협력의 규모와 범위가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 사이 한중교역은 약 47배가 늘었고 2021년 기준으로 양국 간 교역액은 3000억 달러를 넘겼습니다. 중국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자리매김한 건 당연한 일이고요.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을 통해 남북관계에도 일대 전환기가 마련됐습니다. 대북 강경노선보다는 대북 화해협력 노선이 지지를 얻은 시기였죠. 그러니 민주당의 대중, 대북 유화 노선이 실리적으로도 득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한국이 수교를 맺을 때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위상이 다릅니다. 세계적인 경제사학자인 니얼 퍼거슨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 교수는 이에 대해 제2차 세계 냉전(Cold War Ⅱ)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과거 미국과 소련 사이의 냉전이 제1차 세계 냉전이었다면 이제는 미‧중 사이에 2차 냉전이 발발했다는 겁니다. 이 상황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퍼거슨 교수는 이 전쟁을 한국이 겪은 6·25전쟁에 비유합니다. 5월 1일 후버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장문의 퍼거슨 교수 인터뷰(Cold War II: Niall Ferguson On The Emerging Conflict With China) 중 일부를 소개합니다.

(중략)

즉 민주당의 대외 노선이 힘을 받던 탈냉전의 구도는 무너져가고 있습니다. 민주당이 표를 받아야 하는 유권자 사이에서도 중국, 북한에 대한 정서는 좋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을 따지려는 게 아닙니다. 숫자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각기 다른 기관이 조사해 발표한 지표 3개를 소개하겠습니다.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의 액세스 패널(2020년 10월말 기준 전국 62만여 명)을 활용해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11월 8~10일 실시한 조사를 보겠습니다. 이에 따르면 중국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률이 73.8%로 일본에 좋지 않은 인상을 갖고 있다는 응답률(63.2%)을 크게 앞섰습니다. ‘중국의 부상이 한국의 경제적, 안보적 이익’에 ‘위협’이라는 응답자는 69.2%로 ‘기회’를 택한 응답자(21.9%)를 크게 앞섰고요.

이번에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1000명을 대상으로 국민이 바라는 신정부의 경제외교안보 정책을 조사한 결과를 소개합니다. 이 자료는 대선 직후인 2022년 4월 4일 공개됐습니다. 그 결과, 한중관계에 단기적인 어려움을 겪더라도 한국 정부가 주요 갈등 현안에 대해 당당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84.9%가 찬성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올해 4월 18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주변국 호감도’ 조사를 보겠습니다. 조사 대상자들에게 한반도 주변 5개국에 대해 평소 느끼고 있는 감정을 0도에서 100도 사이(0에 가까울수록 차갑고 부정적인 감정, 100에 가까울수록 뜨겁고 긍정적인 감정)로 표기하게 했는데요. 이에 따르면 미국에 대한 감정온도가 57.2도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일본(34.9도), 북한(27.3도), 러시아(25.5도), 중국(25.1도) 순이었습니다. 중국에 대한 감정이 ‘김정은의 북한’은 물론 ‘푸틴의 러시아’보다도 낮습니다.

(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