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 ‘북 발전’ 추가한 ‘4D’ 대북정책 수립해야”

  • 2023-06-30
  • 홍승욱 기자 (자유아시아방송)

앵커: 한국 정부가 기존의 억지·단념·대화로 이뤄진 대북정책에 북한의 발전 방안을 추가한 이른바 ‘4D’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한국 내에서 제기됐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민간연구기관 동아시아연구원(EAI)이 정부가 올해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를 주제로 내놓은 보고서.

김양규 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6월 초 발표한 새 국가안보전략서에 ‘북한의 대안 미래 및 발전(Development) 경로’를 추가해 북한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핵에 대한 억지(Deterrence)와 단념(Dissuasion), 그리고 대화(Dialogue)를 내세운 이른바 ‘3D’ 대북정책으로는 대화를 거부하고 있는 북한을 돌려세우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김 수석연구원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이 외교 공간을 세계 차원으로 넓힌 점을 제외하고는 한미동맹과 실용 외교 등을 핵심 기조로 하는 전 정부 정책과 방향을 같이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가치’와 ‘원칙’, ‘상호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인권과 자유·민주주의 등의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일본과는 협력을 강화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북한과 중국·러시아에 대해선 거리를 두고 있는 점이 확연히 구별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 같은 태도가 대북 협상에도 적용돼 북한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 협상에 복귀할 것을 제시하고 있는데, 북한이 이를 명시적으로 거부하고 있어 경색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수석연구원은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기존의 억지·단념·대화에 북한의 발전 방안을 포함시킨 이른바 ‘4D’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면 그제서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조건부 접근보다는, 한국이 남북 공동번영과 북한의 미래 생존 전략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신호를 발신해 북한 정권의 붕괴가 아닌 한반도의 공존·번영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론 기존 자유·민주주의 진영과의 연대 뿐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나라들과의 대화 여지를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안전보장 조치를 중국과 논의해 마련한 뒤 한중일 전략대화를 통한 구체화를 거쳐 미북 대화를 매개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습니다.

다만 한국 정부는 대화를 위해선 북한의 태도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밝히고 있습니다.

김병대 한국 통일부 통일정책실장은 29일 열린 ‘2023 한반도 미래 심포지엄’에서 기존의 ‘3D’ 정책을 강조하며 제재와 압박 등을 통해 북한이 대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조성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병대 한국 통일부 통일정책실장: 대화 자체를 위한 노력도 하고 있고, 북한에 계속 대화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다만 북한이 이러한 제의를 거부하면서 핵 개발의 잘못된 길을 고집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고, 그래서 우리가 강한 압박과 억제 노력을 계속해 나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다만 북한이 도발을 지속하는 가운데 대외적으론 대화로 나오려는 신호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하면서, 국경 개방 시기를 확신할 순 없지만 코로나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며 국제 체육대회 참가를 시도하는 등 약간의 변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외교부는 30일 주북한 대사를 겸하는 주한 대사들과 함께 한반도 정세와 북한인권 문제 등을 논의했습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한반도 클럽’에 소속된 호주(오스트랄리아), 덴마크, 스페인 등의 주한대사들과 조찬 모임을 개최했다고 밝혔습니다.

전영희 한국 외교부 평화외교기획단장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이른 시일 안에 재시도를 예고한 위성 명목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 우려를 표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역량 고도화에 한정된 자원을 소진해 북한 주민의 인권과 인도적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주한대사들은 북한인권 문제에 우려를 나타내는 한편, 북한의 국경 재개방 전망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습니다.

‘한반도 클럽’은 북한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으면서 서울 주재 대사가 주북한 대사를 겸하는 20개 주한 공관과 외교부 간 협의체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