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③ 2025년 북한과 세계: 미중관계, 러우전쟁, 그리고 트럼프](/data/bbs/kor_issuebriefing/2025010713142560283574.jpg)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③ 2025년 북한과 세계: 미중관계, 러우전쟁, 그리고 트럼프
논평·이슈브리핑 | 2025-01-07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박원곤 EAI 북한연구센터 소장(이화여대 교수)은 북한이 트럼프 복귀에 따른 한미일 대 북중러 진영 구도를 선호하고, 이는 이 구도 아래에서 얻을 수 있는 대북제재 무력화 등 반사이익을 기대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을 고려할 때 전면적 미중 탈동조화보다는 미중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보다 현실적인 상황에서, 북한의 구상은 희망사항으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합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결국 러시아의 패착으로 귀결되는 상황에서 군사 기술 전수를 위시한 북러 협력의 여지도 제한적이며, 북한의 미 본토 타격 능력 제거를 요구할 미국과의 협상도 난망한 등 2025년 정세는 북한에 녹록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2025년 세계는 요동칠 것이다. 도널드 J. 트럼프(Donald J. Trump)의 귀환으로 미중관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북관계 등이 모두 새로운 변곡점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도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여 나름대로 전략을 발전시키며 대응책을 마련해 오고 있다. 이 글은 북한이 추구해 온 대외정책을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2025년 펼쳐질 세계정세 변화에 북한이 부딪쳐 나타날 현상을 전망한다.
Ⅰ. 북한의 세계관: 신냉전과 미중관계
세계질서를 바라보는 북한의 시각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신냉전이라는 표현은 삼가지만, 여전히 자주세력권 대(對) 패권세력권으로 나누어 사실상 진영을 구축하고자 하는 이분법적 세계관을 표출하고 있다. 김정은이 신냉전을 공개 석상에서 처음 언급한 것은 2021년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이다. “국제관계 구도가 신냉전 구도로 변화되고 있다”라고 천명한 바 있다(조선중앙통신 2021/09/29). 다음 해인 2022년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는 “신냉전 체제로 명백히 전환되었다”라고 확정한 후(노동신문 2022-12-27), 2023년 9월 최고인민회의에서 또다시 “전 지구적 범위에서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되었다”라고 밝혔다(조선중앙통신 2023-09-27).
그러나, 이후 김정은은 신냉전이라는 단어를 삼가고 있다. 지난해 12월 8기 11차 전원회의에서 김정은은 “자주세력권의 장성과 약진이 두드러지고 패권세력권의 립지가 급격히 약화 쇠퇴되고 있는 현 국제정세의 특징에 대하여 개괄”하였다고 보도되었다(노동신문 2024-12-29). 더불어 “류동적인 국제관계 구도”와 “정의로운 다극세계 건설”도 주장하였다. 북한은 여전히 진지전 형태로 세계를 북한 중심의 ‘자주세력권’과 미국 중심의 ‘패권세력권’으로 이분화하여 다시금 미소 냉전 시기와 같은 온전한 진영주의를 원함이 확인된다. 이를 통해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불량국가가 아닌 세계질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진영의 핵심 국가가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중국이 신냉전이라는 표현을 원치 않으므로 2023년 중반 이래로 최소한 김정은의 공식 발언에서는 “신냉전”이 사라졌다. 중국은 바이든 행정부가 세계를 이분화하는 진영주의를 구축한다면서 신냉전을 비롯한 어떤 분열도 ‘결연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2025년 신냉전은 아니더라도 북한이 원하는 수준의 진영 구축이 가능할지 여부가 북한의 대외전략 승패를 좌우할 수 있다. 결국 관건은 미중관계이다. 현재 두 가지 예측이 제시된다. 첫째,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서 1기 말과 유사하게 중국 공산당을 “파산한 전체주의”로 규정하면서 이데올로기 전쟁을 재개하고(O’Keeffe and Mauldin 2020), 공급망을 포함한 경제권 전반에 탈동조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 트럼프가 중국에 60% 플러스 10% 관세를 부과하면서 무역전쟁을 재개하지만, 무역적자 폭을 대폭 축소하는 형태로 합의가 이뤄지면서 미중관계가 안정적으로 관리되는 상황이다. 대외관계에서 우호국·경쟁국·적성국을 차별화하지 않고 비용·편익으로 접근하는 트럼프이므로 확실한 미국의 이해가 반영되면 이데올로기적 경쟁 요소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북한은 당연히 전자를 선호할 것이다. 이 경우 중국은 미국에 대항하는 진영을 구축할 것이고 북한은 조력자로 포함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나타날 현상은 제재 무력화일 것이다. 현재 러시아와는 달리 중국은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자신들의 동의로 통과된 대북제재를 공식적으로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트럼프의 공세가 전술한 수준이라면 중국의 대북제재는 현격히 약화될 수 있다. 또한, 미국 주도의 경제 질서에 중국이 이탈하는 수준까지 전개된다면 북한이 이미 추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반미 대안 경제모델에 접근하게 된다. 북한은 러시아와의 협력, 종국에는 중국과 새로운 진영 구축을 원한다. 북한은 2018-19년 미국과의 협상에서 원했던 제재 해제라든지 트럼프가 제시했던 미국 주도 경제질서에 편입한 경제 발전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 북한이 생산하는 석탄, 철광석과 노동력을 활용한 교역, 무역 등의 대상이 서구가 아닐 수 있다는 의미이다. 북한은 미국, 한국 등 서구와 경제협력을 모색하지 않고, 새로이 재편되는 경제 질서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고자 할 수 있다(황일도 2024, p. 6).
두 번째 예상과 같이 미중관계가 일정 수준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대외관계에서 북한의 어려움은 지속될 것이다. 후술하겠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한 북한의 선택은 패착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러우 전쟁이 지속되는 한 여전히 북한과 거리를 두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이 가장 원하는 핵심 기술인 대륙간탄도미사일의 다탄두, 재진입 기술, 핵 추진 잠수함과 잠수함발사핵미사일 등을 러시아로부터 전수받기 더 힘들어질 것이다. 중국도 북한의 미 본토 타격 능력 확보를 원치 않을 수 있다. 미국이 이를 이유로 사실상 중국 견제를 위한 동북아 지역 내 미사일 방어 및 공격 체계를 대폭 확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세계 경제권이 분할되지 않으므로 여전히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가 유지될 것이고, 이에 따라 중국의 대북제재 무력화는 제한될 것이다. 북한이 그리는 ‘자주세력권’ 경제는 전쟁으로 국력을 대폭 상실해 가는 러시아와 협력하는 수준에 머무를 것이다.
미중관계가 완전히 단절되어 두 진영으로 나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중국은 세계 120여개국과 교역 1위를 유지하고 있고, 2023년 중국 총생산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16.88%로 2022년에 비해 내림세지만(World Bank Group n.d.), 이 정도 규모의 경제권과 탈동조화를 완벽히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두 번째 예상이 보다 현실적이며 이는 “거래적 갈등관계”로 정의될 수 있다(하영선 2025). 이 경우 북한이 그리는 신냉전의 세계는 희망사항으로 남을 것이다.
Ⅱ. 북한과 동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향방
2025년 1월 현재 러우 전쟁은 우크라이나에 전반적으로 불리한 양상이다. 작년 이후 교착된 전선이지만, 우크라이나가 점령한 쿠르스크 지역을 러시아는 북한군까지 동원하면서 일정 수준 수복하고 있다(Drozdiak 2024). 더욱이 트럼프가 취임 후 24시간 종전을 공약한 이상 휴전 혹은 정전을 위한 적극적 행보도 예상된다. 현 전선을 유지한 채 ‘동결분쟁’ 형태의 정전이 논의되는 것도 우크라이나에 불리하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결국 패착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영토의 일부를 점령하고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 가입을 막는다고 하더라도 지급한 비용이 더 크다. 유럽은 더는 천연가스 수입을 비롯해 러시아와 의미 있는 경제교류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전쟁 전부터 경제규모와 국방비 등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었던 러시아가 전쟁을 치르면서 지불한 비용과 향후 경제관계 등을 고려한다면 국력은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국가 수입의 핵심인 러시아 국영 에너지 기업 가스프롬의 수익률은 전쟁 시작 후 지속 감소해서 2023년에는 전년 대비 50% 감소하였다(Interfax n.d.). 2025년 전쟁이 지속된다면 러시아는 전체 예산 중 40%를 국방비로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9%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시 경제는 물가를 더욱 올릴 것이다. 병력 수급의 어려움은 북한군 파병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그렇다면, 전쟁이 끝난 후 러시아는 이미 버락 오바마(Barack Obama)가 대통령 때 예고한 것처럼 세계 강대국이 아닌 ‘지역 강국’으로 남게 될 수 있다(Zakaria 2024). 러시아가 2대에 걸쳐 지원해 오던 시리아 알아사드(Bashar al-Assad) 정권의 몰락을 바라만 본 것은 러시아의 한계를 명확히 방증한다.
이런 상황이므로 북한의 러시아와 협력은 제한된다. 전쟁의 특수 상황에서도 북한이 진정으로 원하는 전술한 핵 관련 핵심 기술의 전수는 확인되지 않는다. 러시아는 소련 시절부터 이러한 최상위 민감기술을 이전한 적이 없고, 트럼프 2기가 출범하면 더욱 제한할 것이다. 트럼프가 자국 우선주의에 따라 미 본토 방어를 최우선으로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대북 기술 지원은 미국에 대한 직접 위협이 되어 심각한 보복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우 전쟁 종결 과정에서 사실상 미국에 협력해야 하는 러시아는 이런 상황을 고려할 것이다. 전쟁 이후에도 러시아는 유럽과 경제 관계를 복원할 수 없으므로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이 추진을 발표한 ‘신동방정책’에 따라 한국과 경제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 러시아는 북한과도 협력을 지속하면서 세력권을 형성하려 하겠지만, 무기와 병력이 부족하여 북한에 의존했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수준의 협력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Ⅲ. 미북 협상 전망: 트럼프와 김정은
2025년 한반도 상황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미북 협상 재개이다. 지난 미 대선 기간 트럼프는 수 차례 김정은을 소환하면서 대화의 기대를 높였다. 그러나, 미북 협상이 재개되더라도 2018-19년과는 매우 다른 양상을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1] 북한은 전술한 바와 같이 진영주의를 내세운 협상을 시도할 것이다. 2018년 6월 발표된 미북 싱가포르 합의에 포함된 미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같은 구호를 걷어내고, 북한은 미국을 적대국 위치에 고착시키며 미국과 소련이 했던 형태로 ‘핵군축’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냉전시기 미소 양측의 군사적 대립이 구조화된 상태에서 우발적 충돌과 핵 확전 등을 방지하기 위한 협상과 같은 형태이다. 북한은 군사적 대립을 제거하여 미북 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평화를 모색하는 협상이 아닌 “오히려 신냉전 구도를 기정사실화하는 협상 프레임”을 추구할 수 있다(황일도 2024, p. 5). 북한은 미국과 협상에 비중을 두는 외교전략이 더는 유효하지 않음을 수 차례 천명한 바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후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조미대결의 초침이 멎는가는 미국의 행동 여하에 달려있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우리는 미국의 어떤 행정부가 들어앉아도 개의치 않는다”라면서 미국과 관계 개선에 관심이 없음을 표명한 바 있다(조선중앙통신 2024-07-23).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과 대화 채널을 조기에 복원하려 시도할 수 있지만, ‘연계정치’를 고려할 것이다. 2018년 협상 환경과 현재 안보 상황은 상이하다. 트럼프는 그때와는 달리 이미 러우 전쟁, 중동 사태 등 한반도 문제보다 우선순위에 있는 분쟁에 노출되어 있다. 러우 전쟁의 경우 북한이 파병한 상태이다. 트럼프의 대외정책상 가장 상위에 있는 대중국 경쟁도 북한과 연계되어 있다(황일도 2024, pp. 1-2). 중국이 신냉전 진영주의에 반대하지만, 미국의 유일 초강대국 지위에 도전하며 다극체제를 러시아, 북한과 함께 선호하는 것도 사실이다.[2]
이렇게 서로 연계된 국제정세에 따라 트럼프의 대북정책도 이전과는 달라질 수 있다. 북한 문제가 트럼프 대외정책의 우선순위는 아니다. 트럼프의 시각에서는 미국민의 세금이 천문학적으로 소비되는 러우 전쟁의 종전 또는 정전 모색을 우선할 수 있다. 그렇다면, 북한의 파병으로 보다 복잡해진 러우 전쟁 해결을 위한 대북 접촉이 중요할 수 있다. 러우 전쟁과 연계된 북한을 우선 분리하고자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트럼프는 행정부 출범 초기 김정은과 소통 채널을 복원하면서 북러 밀착을 제한하려 할 수 있다. 러우 전쟁 정전이 가시화된 이후 북한과 보다 본격적인 대화에 나서기에 앞서, 북한의 ‘방해자’ 역할을 못 하도록 관리하는 분위기 조성에 나설 수 있다(황일도 2024, pp. 2-3).
미북이 협상을 본격화한다면 북한의 핵 능력 제한과 이에 상응하는 미국의 보상책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논의한 북한의 핵물질 생산시설 신고와 이에 대한 보상책으로서 제재 해제라는 공식이 더는 적용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먼저 미 본토에 대한 북한 핵타격 능력을 제거하기 원할 것이다. 완전한 북한 비핵화를 추구할지는 불확실하지만, 트럼프는 최소한도 미 본토에 대한 위협이 제거되어야 정치적 승리를 선포하고 자신의 업적으로 과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거래는 합의에 근접할수록 실제 이득을 면밀히 따진다. 단순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만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우를 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미이다. 관세를 만능의 보검으로 타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듯이 트럼프는 제재의 효과성을 믿는다. 트럼프는 북한과 협상이 답보 상태일때도 제재가 지속되므로 협상에 우위에 있다는 입장을 수 차례 밝힌 바 있다(Gordon et al. 2019). 2019년 5월 단거리 핵탄두 탑재 미사일인 KN-23을 개발하기 시작한 북한이 2022년 이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노골적으로 재개하면서 고도화된 핵 능력을 감안할 때 트럼프가 핵과 미사일 실험 일시 유예만으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거래비용적 측면에서 손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이보다는 북한이 그간 지속 개발해 온 대륙간탄도미사일과 핵추진잠수함,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 등 미 본토 타격 능력을 제거하기 원할 것이다. 북한의 대미 확증보복능력 확보를 확실히 막고자 하는 것이다. 북한이 개발 중인 핵능력 외에도 중장기 발전 경로를 모두 무력화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이러한 북한의 조치를 최소 수준에서 미국의 안보를 보장하는 거래 대상으로 여길 수 있다(황일도 2024, p. 5).
북한의 셈법은 다를 것이다.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할 경우 북한 핵의 효용성은 대폭 축소된다.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확증보복능력을 결코 완성할 수 없다. 동 능력이 없는 국가가 핵전쟁을 시작하는 것은 상대국의 대규모 응징보복에 의해 필패할 수밖에 없으므로 사실상 자살행위가 된다(Freedman 2003). 그러나,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대미 타격 능력 개발 자체를 포기한다면 북한 핵의 정치·군사적 의미는 한국을 향한 핵타격 능력 확보로 제한된다. 이마저도 미국이 한국에 확실한 확장억제를 보장한다면 북한 핵의 효용성은 더욱 낮아진다. ‘북한이 핵을 한국에 사용할 경우 북한 정권은 종말’이라는 방어 공약이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면, 북한은 한국을 향해 결코 핵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김정은으로서는 최종 완성 가능성을 떠나 미 본토 타격 능력 확보를 위한 여지를 남기는 협상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의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의미이다(황일도 2024, pp. 2, 6). 결론적으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미북 비핵화 협상은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의미 있는 결과 도출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 협상이 공전하는 기간 동안 북한은 여전히 핵능력을 고도화할 것이다.
Ⅳ. 2025년 북한
2025년 김정은이 맞이하는 세상은 절대 녹록지 않다. 러북 밀착과 미중 갈등 격화, 트럼프의 등장, 한국 국내정치 상황 등으로 북한에 ‘기회의 창’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지만, 세계정세는 북한에 우호적이지 않다. 약화될 수밖에 없는 러시아에 투자한 북한은 파병된 북한군 희생만큼 반대급부를 챙길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러우 전쟁 종전을 모색하면서 트럼프가 러시아에 북한군 파병 철회와 북한과의 관계 정리를 요구할 수 있다. 미중 갈등도 불확실성이 크다. 트럼프는 중국과의 협상 중에 북한 문제를 끌어들여 중국의 대북 압박을 요구할 수 있다. 조 바이든(Joe Biden)의 미국과 같이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에 따라 적성국에도 원칙과 규범에 따른 대응을 트럼프에게는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미국 역사에 예외적인 제국주의 전쟁을 시도한 윌리엄 매킨리(William McKinley)를 칭송하는 트럼프이므로 ‘힘을 통한 평화’의 운용 폭은 클 것이다(Weisman 2024). 특히 거래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에서도 반드시 이겨야 하는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조건 없는 유화책을 제공할 가능성도 제한된다. 무엇보다도 2025년 국제정세에서 김정은이 원하는 한미일 대 북중러의 진영구도가 구축될지 불확실하다. 김정은도 이를 감안한 듯 작년 12월 전원회의에서 “류동적인 국제관계구도변화에 기민하고 령활하게 대응”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노동신문 2024-12-29). 북한에 호기인 한국 국내정치 상황도 시기의 문제가 있을 뿐 정리될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에게 2025년은 또 다른 도전의 한 해가 될 것이다. ■
참고 문헌
하영선. 2025. “3대 지구 리더십 위기와 기회.” EAI 신년 특집 보이는 논평. 1월 2일. https://eai.or.kr/new/ko/pub/view.asp?intSeq=22840&board=kor_multimedia (검색일: 2025. 1. 6.)
황일도. 2024. “트럼프-김정은의 브로맨스 2.0? 2018년과 2025년의 차이.” 외교안보연구소 IFANS FOCUS. 11월 12일.
Drozdiak, Natalia. 2024. “Ukraine Risks Losing All the Russian Land It Seized Within Months.” Bloomberg. December 27. https://www.bloomberg.com/news/articles/2024-12-27/russia-ukraine-war-moscow-could-soon-retake-all-of-kursk-region (Accessed January 6, 2025)
Freedman, Lawrence. 2003. The Evolution of Nuclear Strategy. New York: Palgrave Macmillan.
Gordon, Michael R, Vivian Salama, and Jonathan Cheng. 2019. “Trump, North Korea’s Kim Seek Path to Denuclearization.” The Wall Street Journal. February 28. https://www.wsj.com/articles/president-trump-meets-north-korean-leader-a-second-time-11551267951 (Accessed January 6, 2025)
Interfax. n.d. “Gazprom’s Profit Plunges More than 40% Following Ukraine War.” https://interfax.com/newsroom/top-stories/ (Accessed January 6, 2025)
O’Keeffe, Kate, and William Mauldin. 2020. “Mike Pompeo Urges Chinese People to Change Communist Party.” The Wall Street Journal. July 23. https://www.wsj.com/articles/secretary-of-state-pompeo-to-urge-chinese-people-to-change-the-communist-party-11595517729 (Accessed January 6, 2025)
Weisman, Jonathan. 2024. “Trump Praises Tariffs, and William McKinley, to Power Broker.” The New York Times. September 5. https://www.nytimes.com/2024/09/05/us/politics/trump-tariffs-william-mckinley.html (Accessed January 6, 2025)
World Bank Group. n.d. “World Bank national accounts data – GDP (current US$).” https://data.worldbank.org/indicator/NY.GDP.MKTP.CD (Accessed January 6, 2025)
Zakaria, Fareed. 2024. “Russia is weaker than you think.” The Washington Post. December 13. https://www.washingtonpost.com/opinions/2024/12/13/russia-weak-assad-economy-empire/ (Accessed January 6, 2025)
[1] 이하 내용은 필자와 함께 북한 핵문제를 고민해 온 故 황일도 국립외교원 교수의 연구에 크게 의존하고 있음을 밝힌다. 고인을 기념하며 그의 탁월한 분석과 전망이 널리 알려지기를 바란다.
[2] 중국 외교부는 《글로벌 거버넌스 변혁과 건설에 관한 중국 방안》 백서를 통해 세계 다극화와 경제 세계화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밝힌 바 있다. 《关于全球治理变革和建设的中国方案》白皮书(2023年9月13日).
■ 박원곤_동아시아연구원 북한연구센터 소장,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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