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핵 대타협 스페셜리포트] ⑤ 핵테러 방지를 위한 핵안보 구상: 미중 핵 안보 및 안전 협력 전략
스페셜리포트 | 2023-08-22
김양규
EAI 수석연구원
이정석
태재대학교 교수
김양규 EAI 수석연구원과 이정석 태재대학교 교수는 핵무기 관련 핵물질·기술·장비에 대한 강력한 국제·국가 차원의 감시 및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기에 핵무기 테러는 그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지만, ‘더티밤’등을 활용한 방사능테러와 원자력 발전소를 파괴하는 것을 통한 “대량혼란무기(weapons of mass disruption)” 사용 시도는 현존하는 위협이라고 지적합니다. 그런데 핵 테러 분야의 협력은 미중 전략경쟁 전반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현재 미중 안보전략은 서로가 더 많은 동맹국을 보유하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테러문제와 인권문제가 결합하는 양상이 있어 향후 핵테러 문제를 둘러싼 미중협력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합니다. 따라서 미중이 경쟁과 긴장을 완화하고 국면 변화를 시도할 그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의제로서 핵테러 문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핵 테러 이슈에서 원전 시설에 대한 위협과 같은 공동이익의 영역은 극대화하고 신장지구 인권 문제와 테러문제 연계되는 것과 같은 갈등의 영역은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전략적이고 신중하게 의제를 설정해야 한다고 제언합니다.
I. 핵 테러 분야 현황 분석
(1) 핵테러 분야 국제협력 약화 배경
2001년 9월 11일 미국에 대한 알카에다(Al Qaeda)의 테러공격은 1991년 소련의 붕괴 이후 지구화의 심화와 민주주의의 확산에 따른 세계 평화 및 번영에 대한 국제사회의 낙관론을 무너뜨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미 부시 행정부가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Global War on Terrorism)”에 이어 오바마 행정부 시기 ‘핵안보정상회의(Nuclear Security Summit)’ 등을 통해 핵무기와 같은 대량살상무기(Weapons of Mass Destruction)가 테러분자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막는 다양한 국제협력 노력이 ‘핵 안보(nuclear security)’의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그러나 2016년 마지막 핵안보정상회의를 끝으로 핵 테러 방지를 위한 국제사회의 협력 방안에 대한 관심은 점차 약화되었고,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대중 견제정책을 강화하면서 국제사회 공동 문제 해결을 위한 다자 또는 양자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가 크게 줄어들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가들간의 대립 양상이 권위주의 정부 대 민주주의 진영간 대립으로 인식됨에 따라 핵 테러 및 확산 방지를 위해 국제협력과 연대가 크게 약화되는 형국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에 대한 대북 추가제재안이 2022년 5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고, 이어 2023년 2월에는 대북 의장성명 채택도 무산되었다. 2022년 8월에 열린 제10차 핵확산금지조약(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 NPT) 평가회의도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언급을 문제삼은 러시아로 인해 최종선언문 채택에 실패했다.
이처럼 트럼프 행정부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핵문제에 관한 국제사회의 협력 약화를 가져온 주요 요인이 된 것은 분명하지만, 핵 테러 분야의 국제협력 동인이 상실된 배경에는 역설적으로 지난 20년간 진행된 미국 대테러전이 성공했던 측면도 무시하기 어렵다. 물론 아직 IS(Islamic State)와 알카에다가 잔존해 있고, 이들이 미국에 대하여 대량살상 테러공격을 감행하고자 하는 의지는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게다가 이념(ideology) 차원에서 미국의 대테러전은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해 테러집단이 심리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지속적인 테러조직원의 충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로 인해 중동, 북아프리카, 서아시아에서는 여전히 소모전(war of attrition) 양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테러세력을 특정하여 조직의 지도자를 제거하고, 미국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는 테러조직의 역량을 약화시키려 했던 미국의 대테러전은 상당한 물리적 성공을 거두었다. 미국은 1대 및 2대 알카에다 리더를 사살하여 테러조직들이 대규모 작전을 수행할 능력을 가지지 못하게 만들었다. 현재 테러집단의 조직원들은 수평적으로 넓게 퍼져 SNS를 통해 활동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인해 그 활동이 극도로 위축되었다. 드론을 활용한 공중 사살 작전을 두고 “두더지 잡기(whack-a-mole)”라고 비난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경험있는 테러조직원들이 테러 시도를 하는 것보다 자신의 생존에만 전념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충분히 성과를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House Hearing 2017).
상정할 수 있는 테러 위협 가운데 가장 끔찍한 시나리오에 해당하는 핵 테러는 핵폭발을 통해 목표로 한 국가에 최대의 인명피해를 가져옴과 동시에 심리적·정치적으로 엄청난 압박 효과를 기도하는 방식의 공격이다. 2009년 출간된 한 연구는 테러집단이 2천만 달러만 들이면 초보적 수준의 핵 장치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장비·인력·물질을 구할 수 있고, 이에 더해 8천만 달러만 들이면 고농축우라늄, 플루토늄 등 무기화 가능 수준의 핵물질 입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Finlay and Tamsett 2009). 알려진 사례로는 1990년대 일본 사교집단 오옴진리교와 2000년대 알카에다의 핵무기 입수 시도가 있으며, 2010년대에는 IS가 핵무기 개발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핵 테러의 역사는 아주 간단히 요약된다. “단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There hasn’t been any)” (Jenkins 2008). 핵무기와 관련한 핵물질·기술·장비·무기의 경우 강력한 국제·국가 차원의 감시 및 단속이 이루어지고 있어 핵무기 테러는 그 성공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성공적 미국의 대테러전 수행으로 인해 테러 시도 자체가 어려워진 현 상황에서 핵물질을 획득해서 테러를 감행하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현재 테러집단은 핵무기 개발 지식, 핵물질, 시설, 자금 등의 필요조건 가운데 어느 하나도 확보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핵물질 입수 및 수송 관련 기술 및 인력 확보 핵물질의 안전한 보관 및 재처리·가공 기폭장치 설계 및 개발 무기화 후 은닉 및 수송 전 과정의 철저한 보안 유지 등 성공적인 핵무기 테러를 위해서는 최소한 20단계 이상의 과업이 요구되나 테러집단이 이 모든 과업을 은밀히 성공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Mueller 2012). 그나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는 핵보유국으로부터 핵개발 지원을 받거나 직접 핵무기를 얻는 것이지만 아무리 불량국가라 하더라도 자국이 직접 통제하지 못하는 테러집단에 핵무기나 기술을 제공할 유인동기가 없다 (Mueller 2009). 제대로 된 보안 대상이 되지 못하는 소위 ‘느슨한 핵(loose nukes)’의 탈취나 암거래 시장에서의 입수 우려 역시 과대평가된 것으로 소련 붕괴 직후의 혼란기 에도 핵무기만큼은 철저히 보안과 통제의 대상이 되었음을 기억해야 한다(Mueller 2012).
일례로 핵무기는 아니지만 생화학 무기를 활용한 테러를 감행한 옴진리교는 과학자, 연구시설, 무제한에 가까운 연구자금을 확보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쿄 지하철에서 7명의 사망 피해자를 내는 것에 그쳤다. 불을 지르거나 총을 이용한 테러가 훨씬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설령 핵무기 입수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실제 핵공격을 시도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테러집단이 개발 가능한 수준의 핵무기로는 재래식 무기 이상의 살상력을 갖기 힘들며, 핵공격을 시도할 경우 피해국과 국제사회가 해당 테러집단을 철저히 궤멸시키는 수준으로 보복에 나설 것이기에 핵무기는 다른 테러 방법에 비해 결코 매력적인 옵션이 아니다(McIntosh and Storey 2018). 이 때문에 테러조직이 핵무기를 획득하여 테러를 감행하는 것은 실현성이 매우 낮아진 것이 사실이고, 따라서 핵 테러 공포는 ‘신화 속 괴물’과 같다고 보는 입장이 주류 학자들의 시각이다(Jenkins 2008).
미 국토안보부와 메릴랜드 대학교가 함께 구축한 POICN(Profiles of Incidents Involving CBRN and Non-state Actors) 데이터베이스(Binder and Ackerman 2021)는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1990년에서 2017년 사이의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 혹은 저지된 비국가 범죄·테러집단의 대량살상무기(생물·화학·독·방사능·핵무기) 테러 및 관련 범죄(위험 물질 탈취, 밀수 등) 총 517건 중 55건(10.64%)이 방사능 물질, 16건(3.09%)이 핵무기와 연관된 것이었으며, 이들은 모두 미수에 그치거나 적발·저지되었다. 1명 이상의 사상자를 낸 경우는 총 94건(18.18%)였는데, 조사기간 발생한 총 부상자 수(5,662명)의 총 75.86%가 단 11건의 테러공격으로 인해 발생하였고, 이는 모두 독극물이나 화학물질을 이용한 테러였다. 가장 큰 피해를 낸 것은 2016년 이라크 북부 소도시 타자(Taza)에 대한 IS의 화학무기 공격으로 총 1,308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이상의 데이터는 국가 행위자에 비해 인력·비용·물자 제약이 현저한 테러집단이 핵무기 테러보다 생화학 테러를 훨씬 더 선호한다는 것과, 이러한 방식의 테러가 핵 테러보다 실질적으로 성공할 확률도 더 높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2) 현재 핵 테러 위협 평가
그렇다면 이제 더 이상 핵 테러는 걱정할 필요가 없는 문제인가? 미국 정부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테러집단에게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핵물질 방호에 대한 국제협력이 지속되는 한 앞으로도 핵 테러의 위협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앨리슨(Graham Allison)을 비롯한 여러 연구들이 지적하는 바와 같이, 핵물질 및 핵무기의 확산과 이전으로 인한 핵 테러 가능성은 여전히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Allison 2018; Dalton 2021). 그동안 핵무기 테러가 없었던 이유는 핵무기 테러 자체의 가능성이 낮아서가 아니라 국제사회와 각국이 핵무기 테러의 위협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방 지하기 위해 도입한 다양한 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한 결과라 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 핵무기 안전을 위한 미 러간 협력 그리고 오바마 행정부 시기의 전지구적 핵안보 레짐 강화 노력이 중요한 성과를 거두었다(Allison 2018). 또한 9·11테러와 다수의 자살테러의 사례가 보여주듯이 테러집단은 최대한의 정치적 효과를 거두기 위해 자기 조직에 피해가 예상되더라도 핵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Bell 2019). 핵탄두의 소형화 및 핵 발사 장치의 디지털화로 인해 핵 테러에 사용되기 용이한 기반 기술이 증가한 것도 사실이다.
아울러 핵 테러는 단순히 핵무기를 사용한 테러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주요 학자 및 전문가들(Galatas 2020; Gale and Armitage 2018)은 핵무기 테러보다 방사능 테러의 위험성을 더욱 심각하게 인식한다. 먼저 방사능 테러는 핵폭발이 아닌 방사능 오염을 통해 실질적인 피해와 경제·사회적 혼란을 야기하는 방식으로,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재래식 폭발 장치를 활용해 방사능을 유포하는 소위 “더러운 폭탄(dirty bomb)”의 사용이며, 두 번째는 공기·수도·토양에 방사능 물질을 은밀히 직접 유포하여 오염시키는 것이다. 세 번째 유형은 방사능 유포 기구(Radiological Emission Device: RED)를 대중 이용 시설 등에 은밀히 설치해 방사능 오염을 유도하는 방식이며, 네 번째는 원자력 발전소(이하 원전), 원자력 발전 폐기물 저장고, 병원 방사선 시설 등 방사능 물질 취급·저장시설을 공격해 방사능 오염을 꾀하는 방식이다. 방사능 테러는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복잡한 기술과 무기화가 가능한 수준의 고농축 핵물질에 대한 접근을 필요로 하지 않고, 비교적 적은 비용과 리스크만 감수하면 되기 때문에 테러 집단에게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핵무기에 의한(weaponized)’ 테러 위협이 거의 사라졌다고 해서 ‘더티밤’등을 활용한 방사능테러와 같이 ‘급조된 장치(improvised)’에 의한 위협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원자력 발전소를 파괴하는 것을 통한 “대량혼란무기(weapons of mass disruption)” 사용 시도 위협도 현존하는 위협인 것이 분명하다. 특히, 미중 핵 경쟁이 지속되고 이러한 ‘수직적 확산(vertical proliferation)’이 ‘수평적 확산(horizontal proliferation)’으로 이어질 경우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는 북한에 의한 ‘핵무기 이전’ 위협과, 인도-파키스칸 국경지역에서 소형 전술핵무기를 도난당하는 ‘유출’ 위협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Allison 2018).
2. 미중 핵 테러 전략 및 향후 도전 요인
(1) 개요
중동의 테러 사태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테러의 본거지는 아프리카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고,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대테러 노력은 지속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아프가니스탄의 극단주의 확산에 대해 안보 우려를 가지고 있다. 중국은 탈레반과의 밀착관계를 활용하여 경제 협력을 확대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도 하지만, 중국의 핵심 이익은 신장 자치구 해방 및 이슬람 국가 건설을 통해 서방과의 경쟁을 추구하는 위구르 무장 세력에 관한 안보이익을 포함한다. 이러한 점에서 여전히 미중 간에는 대테러 협력의 필요성이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1) 방사능 테러, (2) 북한에 의한 핵무기 이전, (3) 인도, 파키스탄 국경지역에서 테러조직으로의 핵무기 유출 위협이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중국 및 러시아 등 지정학적 경쟁국과 미국 간 관계의 역학 속에서 핵 테러 분야 협력이 국제사회에서 주변부의 이슈에 머무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따라서 핵 테러 문제에 관한 미국과 중국의 현재 입장을 정리하고, 양국의 협력을 저해할 수 있는 위협요소를 파악하여 미중 협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2) 미국
2009년 4월 프라하 연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테러조직들이 핵무기를 사거나, 만들거나, 훔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고, 만약 테러리스트들의 손에 핵무기가 들어간다면 이를 주저 없이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인식은 핵 테러 공격이 “만약(if)”에 일어날 경우 어떻게 대비할지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when)” 일어날지를 연구하는 급박한 분위기를 만들었고, 이후 2010년부터 2016년까지 4차례 핵안보정상회의를 통해 핵무기 제조 혹은 방사능폭탄(Radiological Dispersal Device: RDD)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핵물질(fissile material)이 테러리스트의 손에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경로, 즉 핵보유국에서 테러조직으로의 “이전(transfer),” 도난되는 “유출(leakage),” 혹은 테러조직의 핵물질 “자체 생산(indigenous production)”을 차단하는 다양한 협력 방안들이 논의되었다(Litwak 2016).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를 거치면서 핵 안보 강화를 위한 다양한 국제협력 노력들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 내 사회 분열 심화, 정부 주요 보직 내 전문가들의 부재 및 공석 사태 장기화, 미국 정당의 양극화 심화(Nuclear Threat Initiative 2018, 14)로 인해 핵 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성과는 상당히 후퇴하였다. 이러한 미국 리더십의 약화로 54개 국가에서 핵 물질의 유출 및 핵시설 파괴에 대한 위협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였다. 2021년 뮌헨 안보회의 연설을 통해 핵물질 방호에 대한 국제협력 회복을 강조하고(Roth 2022), 2023년 3월 공개한 “대량살상무기 테러 방지 및 핵·방사능 물질 안보 강화 국가안보 보고서(National Security Memorandum to Counter Weapons of Mass Destruction Terrorism and Advance Nuclear and Radioactive Material Security)” (The White House 2023a)를 통해 핵 안보 분야에서 미국의 노력과 국제사회 내 미국의 리더십을 복원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3) 중국
중국은 테러문제를 국가안보의 ‘근본적 과업’인 정치안전의 문제라고 본다. <신시대중국국방> (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2019b) 보고에 의하면 중국은 2012년부터 인민무장경찰부대(People’s Armed Police: PAP)를 동원하여 작전수행에 왔고, 2015년 대테러법을 채택하여, 국가가 테러조직에 대한 대응을 할 경우 인터넷 및 통신업체들이 적극 협조하도록 의무화하였다. 국제협력 차원에서는 대테러전을 ‘인류공영’과 ‘윈윈협력’ 차원의 주요과제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공동대응은 상하이 협력 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zation: SCO) 및 아프가니스탄, 중국, 파키스탄, 타지키스탄으로 구성된 4자 협력 및 조정기구(Quadrilateral Cooperation and Coordination Mechanism: QCCM)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와 고강도 대테러전 연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4) 향후 도전 요인
향후 미중이 핵 테러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를 추진하고자 할 때 고려해야 하는 가장 큰 위협요인을 정리하면 아래 세가지와 같다.
이슈 1.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핵 비확산 국제 거버넌스 약화와 핵 안보 취약성 증대
앨리슨은 (1) 여러차례 미국의 레드라인에 도전한 북한에 대해 어떠한 조치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있는 점, (2)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핵개발 노하우의 이전이 더욱 용이해진 점, (3) 미국의 대테러전 수행에 따른 반발감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저항 세력을 만들어 내고 있는 점, (4) 카슈미르 지역을 둘러싼 인도-파키스탄의 영토 분쟁과 국경지대 전술핵무기 배치에 따른 핵물질 방호 취약성 증대 가능성, (5) 미러간의 협력 저하에 따른 반핵테러 노력의 효과성 급감, (6) 미중 핵 경쟁 심화에 따른 핵 유출 가능성 증대, (7) 국제 비확산 체제의 신뢰성 약화 등의 요인을 들어 핵 테러 가능성이 여전히 높다고 주장한다(Allison 2018, 11-16).
이중에도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핵 비확산 영역에서 미러간 협력 단절은 국제 대테러 역량 차원에서 중대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유엔안보리 및 NPT 레짐의 약화는 핵물질 및 기술의 이전 방지를 위한 핵심 대응조치인 ‘징벌에 의한 억지(deterrence by punishment)’ 능력을 크게 저하시키고, 이는 단기적으로 국가에서 비국가 행위자로의 연쇄적인 불법적 핵확산을 야기할 가능성을 높인다(Litwak 2016). 특히,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핵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북한과 파키스탄에서 테러조직으로 핵기술 혹은 물질이 확산되는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일례로, 2007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파괴된 시리아의 알-키바르 지역에 건설 중이었던 원자로의 경우 북한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Allison 2018). 게다가 코로나19 펜데믹 상황 속 국경폐쇄와 장기간 유지되고 있는 국제제재에 따른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북한은 핵, 생화학 및 미사일 기술과 무기를 이란, 이집트, 예멘, 시리아 등에 판매하여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유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Dalton 2021). 미중간 핵경쟁, 특히 중국의 급격한 핵능력 강화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약화되고 있는 핵비확산 거버넌스에 추가적인 부담을 안긴다. 이같은 핵 비확산 영역에서 미러, 미중 간 협력 저하와 비확산 국제 거버넌스의 약화는 9/11 테러 이후 그동안 비교적 성공적으로 유지되어 온 ‘핵 이전’ 영역에서 징벌에 의한 억지력과 ‘핵 유출’ 영역에서 ‘거부에 의한 억지력(deterrence by denial)’을 동시에 약화시킴으로써 핵테러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이슈 2. 아프가니스탄과 아프리카에서 상반된 정책추구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탈레반 정권의 강화 및 탈레반 정권의 테러집단 비호 및 지원을 경계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에 기반을 두고 있는 ISIS-K에 합류한 동튀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astern Turkistan Islamic Movement: ETIM)과 위구르인 및 중앙아시아 전사의 위협을 방지하면서 지역 전체에 영향력을 확대하기를 원하고 있다. 탈레반은 ETIM과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위구르인을 중국 국경과 가까운 바다흐샨 지방에서 아프가니스탄 중부 지방으로 이주시킴으로써 중국의 우려에 대응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이러한 미중의 정책은 대테러 협력을 저해하는 상반된 정책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 아프리카 대륙은 다양한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고 미국은 아프리카를 대테러 지원을 위한 중요한 무대로 설정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아프리카를 일대일로 이니셔티브의 핵심 지역으로 보고 경제적 교류 강화 및 정치적 영향력 확대, 이를 위해 권위주의 정권 지원 등을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있다. 미국은 케냐와 소말리아와 같은 국가에서 테러 공격에 대응하고 형사 기소에 사용할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법 집행 기관을 훈련시키는 반면, 모로코, 세네갈 및 기타 국가에서는 미국이 공항 보안을 강화하기 위한 훈련과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은 테러의 전방 국가들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지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이 부채의 덫을 만들고 중국에 의존적인 관계를 강화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고 여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프리카의 권위주의 정권, 혹은 취약한 정권들이 효율적으로 테러집단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미중 양국과 협력적인 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약화될 수 있다.
이슈 3. 대테러문제와 인권문제 연계
중국 내 대테러전에 대한 대부분의 논의는 현재 신장지구의 분리주의자들에 대한 대응만을 의미하는 말이 되고 있다(Tanner and Bellacqua 2016). 이로 인해 테러 문제가 중국 국가안보 이익의 핵심 영역(core interest)의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고, 감시카메라, 생체정보 등 데이터의 활용을 동원한 대대적인 작전과 집단수용소, 강제노역, 세뇌 교육, 고문 등 반인권적 조치를 수행하는 양상으로 발전하고 있다(Byman and Saber 2019). “테러 및 극단주의와의 전쟁과 신장지구에서 인권보호” 백서는 2014년 이래로 중국이 신장 위구르 지역에서 1,588개 테러조직과 12,995 조직원 검거, 2052개 폭발물 제거 및 30,645명의 테러조직원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졌다고 강조하지만(State Council Information Office 2019a), 유엔은 이를 “모호하고 명확하지 않은 개념”을 동원하여 고문, 구금, 종교와 표현의 자유 억압을 자행하는 침해한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OHCHR 2022). 테러문제를 규정하는 개념에서조차 미중이 동의하지 못할 경우, 핵 테러 문제에서 미중 협력도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3. 미중 협력을 위한 구체적 실행방안
(1) 전망 및 과제
핵테러 문제는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안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핵 테러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오바마 행정부 시기 집중한 핵 안보 문제 해결 노력에 있어 중국은 상당히 협력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에 소재한 비영리기구인 핵위협구상(Nuclear Threat Initiative: NTI) 연구소는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의 개최 이후 격년마다 핵물질 또는 핵시설 보유한 모든 나라들에 대하여 “핵물질 유출 혹은 도난(Theft)” 측면 과 “핵 시설에 대한 파괴를 막는 방어(Sabotage: Protect Facilities)”측면에서 각 나라의 성과를 평가하는 『NTI 핵안보지수(Nuclear Security Index) 보고서』를 발간해 왔다. 이 보고서는 2020년을 끝으로 더 이상 발행되고 있지 않지만, 핵 안보에 대해 각국의 노력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공신력 있는 지표를 제시한다.
[표1]과 [표2]에서 보듯 2020년 보고서에서 중국은 핵 물질 방호 측면에서는 65점으로 14위(비교. 프랑스 69점으로 12위, 러시아가 57점으로 16위), 핵 시설 방어 측면에서는 74점으로 22위(비교. 한국 77점 18위, 러시아 64점으로 30위)에 올라 준수한 성적을 보여준다. 특히, 핵 물질의 도난 방지 노력 부분에서 일본 다음으로 가장 많은 성과를 보인 나라(2012년 52점에서 2019년 71점으로 상승)이기도 하다. 중국은 핵안보정상회의가 개최되는 동안 법규, 관리, 모니터링, 긴급조치 등에서 매우 높은 투명성 보이고 국제규범 기준 충족하였고, “책임있는 행동을 하는 대국이라는 자의식과 자부심을 오랜 기간 보유(long-standing self-perception as the most responsible of the major nuclear powers)”하는 모습을 보였다(Kutchesfahani 2019).
표1 핵 물질 방호 순위(2020) 표 2 핵 시설 방어 순위(2020)
이로인해 오바마 행정부 시기 핵안보 분야에서 미중협력은 긴밀하게 진행되어왔고 2016년에는 미중이 공동으로 북경에 국가핵안보기술센터(国家核安保技术中心, State Nuclear Security Technology Center)를 수립할 정도로까지 발전하였다. 트럼프 행정부가 종료를 통보하기 전인 2009년부터 2020년까지 미중 사이에 유지되었던 1.5트랙 핵 대화(U.S.–China Track 1.5 Nuclear Dialogue)에서도 핵테러 방지, 비확산, 평화로운 원자력 에너지 사용은 언제나 미중 간 대표적인 협력 사안으로 논의되었다(Roberts et al. 2020).
실제로 핵발전소 방호, 대량혼란무기, IS에 대한 견제, 국내 자생적 테러조직에 대한 대응 등 미중의 이익이 겹치는 부분도 적지 않고, 수출통제, 기술습득 방지, 핵분열 물질 통제, 도난방지 등 두 나라가 협력해야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사안도 많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원전에 대한 파괴 시도가 테러조직이 아닌 국가 군대의 의도적인 공격에 의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현실적인 위협으로 부상하고, 북한이 고도화되는 핵무기 능력에 비해 핵 시설에 대한 충분한 안전 조치들을 마련하지 않음으로 인해 핵 안보와 안전(nuclear safety) 문제에 있어 미중이 협력해야 할 이유가 더욱 많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국면이 지속될 경우 단기간에 미중이 핵테러 방지를 위해 협력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그 이유는 첫째, 핵 테러 분야의 협력은 미중 전략경쟁 전반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2020년 중단된 이후 1.5트랙 대화는 아직 재개되지 있지 않다. 신기술, 공급망 분야에서 미국의 공세적인 대중 견제정책 기조가 지속될 경우 현존 질서를 수호하는 것에 대한 중국의 기대값은 계속 낮아지게 되고, 이는 미중이 핵 테러 문제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서로 협력하기 어렵게 만든다. 디커플링(Decoupling)”에서 “리스크 감소(De-risking)”로 다소 톤 다운된 미국의 대중정책 기조(The White House 2023b)와 6월 18일 블링컨 국무장관과 친강 외교부장 회담을 계기로 미중 고위급 대화가 재개되어 다소간의 화해 무드가 조성되었지만, 다시 6월 22일 바이든의 “시진핑 같은 독재자(dictator)” 발언으로 인해 양국 관계가 급속히 냉각된 것에서 보듯, 현재의 경쟁과 갈등 국면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형국이다.
둘째, 유사한 맥락에서 통합억지(integrated deterrence)와 지능화전(智能化戰) 개념을 토대로 통합역량 구축에 집중하고 있는 현재 미중 안보전략은 서로가 더 많은 동맹국을 보유하기 위한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테러전의 문제도 중국은 SCO와 권위주의 국가들과의 연대를 통해,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유럽 내 동류국가(like-minded countries)와의 협력을 통해 대응을 하고 있어 미중 경쟁이 진영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전술한 바와 같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의 대립 양상은 더욱 심화되는 국면에 있다. 따라서 현재의 추세가 지속되는 한 핵 안보 혹은 안전 문제에서의 협력 또한 진영 논리의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최근에 미중 정부가 밝히고 있는 입장들을 보면 양국이 규정하는 테러에 대한 개념 자체가 달라지고 있고, 특히 중국이 신장지역의 분리주의자들을 테러분자와 동일시하는 것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인권탄압으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미중 양국이 앞으로 대테러전의 이름으로 협력을 하기가 어려워지는 요인이 된다. 핵 물질의 방호나 핵 시설의 안전이 아닌 반핵테러의 기치 아래 미중이 협력을 논의하게 되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보다 누가 테러조직인가를 두고 논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을 맞이할 것이고, 이는 미중이 협력 방안을 찾는 데 있어 장기적으로 상당한 부담요인이 될 것이다.
(2) 미중 양국의 정책방향 제언과 한국의 역할
앞서 논의한 사항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테러문제에 대한 일치되지 않은 인식을 가진 미중이 공동대응을 통해 대타협을 이끌어 내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현재 수준의 양국 경색된 양국관계의 수준을 고려할 때 핵 테러 분야에서도 역시 미중 협력을 단기간 내 복원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핵 안보와 안전 이슈에서 양국간 강한 공동이익이 존재하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고, 이는 지난 5월 10일 동아시아연구원(East Asia Institute: EAI)이 하버드 벨퍼센터(Belfer Center), 베이징대학교 및 궈관(国观) 연구소와 함께 진행한 한미중 비공개 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도 확인되었다.
따라서 본 보고서는 미중 전략경쟁이 완화되면 비로소 핵 안보 분야에서의 미중 협력도 복원될 수 있다는 관점 보다는, 미중이 경쟁과 긴장을 완화하고 국면 변화를 시도할 그 마중물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의제로서 핵 테러 문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 테러 이슈에서 공동이익의 영역은 극대화하고 갈등의 영역을 최소화 하는 방식으로 전략적이고 신중한 의제 설정이 필요하다. 한국은 국제사회와 연대하여 미중이 협력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흐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미중 타협의 길을 마련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북한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한반도 문제와 핵 안보·안전이 연계되는 논의에서 한국이 수행해야할 역할이 있다.
공동이익 극대화: 새로운 핵 안보 문제와 심화되는 핵 안전 문제 대응
미중이 서로 협력해야 하는 공동이익 영역 가운데 가장 시급한 과제 중 하나로 원전에 대한 국가 군대의 공격 위협이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진행되는 중에 러시아는 자포리자 원전 지역에 대해 포격 공격을 감행하고 점령 작전을 수행함으로써 매우 위험한 선례를 남겼다. 그런데 기존의 핵안보 협력은 모두 테러조직에 의한 원전 파괴 시도 등을 상정하여 논의를 진행하고,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핵물질물리적방호협약(Convention on the Physical Protection of Nuclear Material)”이 핵 물질에 대한 불법적인 밀수나 원자력 시설의 파괴행위를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지만, 해당 규약은 원자력 시설에 대한 국가 행위자의 공격이나 위협은 전혀 다루고 있지 않다(Rodriguez and Sukin 2022).
2023년 5월 기준으로 전세계에 있는 가동중인 원자력 발전소 410기 가운데 93기가 미국(세계 1위)에, 57기가 중국(2위)에 있다(World Nuclear Industry Status Report, n.d.). 현재 원전 보유 1위국인 미국이나 3위인 프랑스가 1곳의 원전을 신규 건설중인 것에 그치는 것에 비해, 2위국 중국은 23기에 달하는 신규 건설을 추진하고 있고, 이는 현재 전 세계에서 건설되고 있는 원전 총 58기의 절반에 이르는 수준이다. 따라서 국가들이 전쟁 수행과정에서 의도적으로 적국의 원전을 파괴하여 군사적 목적 달성을 추진하게 되면 이는 핵무기 사용에 준하는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데, 이 위협에 가장 심각하게 노출되어 있는 국가가 미국과 중국이다. 따라서 국가 군대의 원전 공격을 법적으로 금지하는 협약을 채택하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을 진행하는 일은 미중 양자의 국익에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둘째, 동북아 지역에서 심화되는 핵확산 위협과 이에 따른 핵 안보·안전 문제 심화에 대한 대응이다. 현재 중국이 빠른 속도로 핵탄두 보유수를 확대하여 현재의 400여기에서 2030년까지 1,000기까지 확보하고자 하는 것(Department of Defense 2022, 97)은 미중 양자의 직접적인 문제로 협상이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미중간 수직적 핵확산(vertical proliferation) 문제와 함께 동북아에서 진행중인 수평적 핵확산 문제(horizontal proliferation), 특히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와 공세적 핵 전략의 도입과 이에 대응하려는 일본, 한국, 대만의 잠재적 핵무기 개발 시도는 미중 모두의 국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문제이다. 미국 입장에서 고도화 되는 북한의 핵 능력은 전세계 비확산 체제의 정당성 유지 및 핵 안보 레짐 강화에 있어 매우 중요한 도전요인이고, 중국 입장에서 지역 내 핵 확산 문제는 대만해협에서 중국의 전략적 카드를 고려함에 있어서 큰 제약요인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단순 핵무기 능력 증강에 사활을 걸고 있는 북한이 핵 안전 차원에서 세심한 주의를 가질 여력이 없다는 측면에서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은 심각한 핵 안전 위협에 직면해 있다. 이런 맥락에서 동북아 핵확산, 특히 북한의 핵시설에 대한 핵 안전 문제는 미중 모두가 비교적 쉽게 협력할 수 있는 공동이익의 문제이다.
한반도 핵 문제의 당사자로서 한국은 바로 이 문제에서 미중 협력을 유도하는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한국은 지역 내 다른 어떤 국가보다 북한이 제기하는 핵 위협을 가장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이에 대한 대응 정책을 독자 핵무기 개발, 미국 핵우산 강화, 첨단기술 기반 군사력 강화 등의 선택지 사이에서 어떤 방향으로 가져갈 것인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주권 국가이기도 하다. 아울러, 미중 간 새로운 핵 안보 문제를 두고 협력 방향을 모색할 때에도, 원전 강국(원자력 시설 보유 5위, 신규건설 공동 4위)이자 북한의 의도적인 원전 시설 공격 위협 당사국으로서 미중간 논의가 국제 다자 레짐의 틀에서 진행될 수 있도록 기여할 수 있다.
갈등 영역 최소화: 핵확산 문제의 진영화, 신장지구 인권 문제와 테러문제 연계
핵 안보·안전 이슈에서 미중 간에는 공동이익의 영역이 확실히 존재하지만, 그만큼 선명한 이익 충돌의 영역도 존재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핵 경쟁의 진영 논리이다. 동북아 지역 내 핵 확산은 잠재적으로 심각한 핵 안보·안전 위협을 제기하지만, 애초에 그 확산이 일어나도록 추동하고 있는 것은 미중 전략경쟁 논리이다. 미국의 통합억지력이 강화될수록 중국도 상응하는 군사역량 개발에 나설 수 밖에 없고,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면 러시아나 북한의 핵무기는 중국에게 자산으로 인식될 수도 있다. 핵 안보·안전이 글로벌 시민의 생존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1) 테러조직에 의한 핵무기 활용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매우 낮고, (2) 자국이 ‘2차 공격능력(second-strike capability)’을 보유하는 것을 핵심적 국가이익의 문제라고 생각한다면 핵 테러에 대한 공동대응을 위해 중국이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설 유인이 사라진다. 따라서 핵 확산 문제가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도록 미중 양국의 갈등 수준을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이 문제에 있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지는 적지만, 최소한 미중 갈등을 증폭하는 방식의 포지셔닝은 피하는 외교적 선택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둘째, 미중 양국이 핵 테러 문제를 논의할 때 의제 설정에 유의해야 한다. 즉, 중국이 국가안보이익의 핵심으로 꼽고 있는 ‘신장지구’ 문제가 인권 이슈와 연결되어 제기되는 것을 피하고, 기술적으로 ‘대테러전(counter-terrorism)’과 ‘핵안보’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 이로써 미중이 최초에 진행하는 논의는 되도록 원전에 대한 방호 문제와 대량혼란무기 개발에 사용될 핵물질이 테러조직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미중의 협력 방안에 초점을 두고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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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양규_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강사.
■ 이정석_태재대학교 인문사회학부 조교수.
■ 담당 및 편집: 박지수, 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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