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논평] 트럼프 쇼크, 무역전쟁, 한국의 과제](/data/bbs/kor_multimedia/20250411183462703579.jpg)
[보이는 논평] 트럼프 쇼크, 무역전쟁, 한국의 과제
| 멀티미디어 | 2025-04-11
손열, 이재민, 최병일
동아시아연구원(EAI)은 4월 7일(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의 정치·경제적 함의와 이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트럼프 쇼크, 무역전쟁, 한국의 과제」라는 주제로 대담을 개최하였습니다. 발표진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대표되던 기존의 다자주의 무역 질서가 근본적인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에 따라 한국은 기존 통상 정책을 넘어서는 전향적인 전략 수립이 요구되며, 장기적으로는 가치 공유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거점국으로서의 경제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나아가,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와 중국의 부상이라는 이중 압력 속에서 한국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제도적·전략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역설합니다.
대담 전문
Q1. "해방의 날" 관세 폭탄: "트럼프 쇼크와 기존 무역 질서의 대격변"
손열: 안녕하세요. 동아시아연구원 손열 원장입니다. 오늘 세계는 트럼프 쇼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올해 트럼프 대통령 취임한 이후에 3단계 정도 된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시작을 했고요. 그건 불법 이민이나 펜타닐 차단 명목으로 관세를 사용하겠다는 것부터 시작해서, 두 번째는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그리고 중요한 기관 산업에 대해서 관세를 부과하고, 그것을 통해서 미국 제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게 두 번째였다면, 지난주 4월 2일에 나온 상호 관세는 reciprocal trade, 상호적 무역 관점에서 무역 불균형을 전면적으로 시정하겠다며 대규모의 관세 폭탄을 내렸습니다.
미국의 무역 적자는, 미국에 따르면, 2024년 현재 1조 2천억 달러 규모, 약 1,800억 원 정도로 사상 최대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지속 불가능한 긴급 사태로 규정하고, 그에 따라 상호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해서 온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원래는 놀랄 일은 아니죠.
대선 과정에서도 보편관세 10%를 부과하고, 중국에는 60%를 부과하겠다는 얘기들이 있었는데, 그걸 실제로 집행했고, 또 규모 자체도 훨씬 더 크게 발표했기 때문에 전 세계가 지금 충격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그것이 한국 같은 무역 상대국에는 직접적으로 수출에 타격을 주는 것이지만, 더 넓게 보면 세계 경제질서가 혼란에 빠지고, 사실상 붕괴 상태에 이르렀다고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기성 질서 속에서 성장과 풍요를 누려 온 한국은 정말 큰 타격이 예상됩니다. 또 이번에는 동맹국에도 예외 없이 관세 폭탄, 오히려 더 많은 폭탄을 내린 것 같은 측면도 있고요. 따라서 동맹에 대한 의구심도 이번 관세 폭탄을 통해 증폭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두 분의 국내 최고 전문가를 모시고, 트럼프 관세 폭탄을 둘러싼 여러 쟁점들과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Q2. 관세전의 기저 요인: "경제적 합리성을 넘어서는, 동맹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의도의 결합"
손열: 첫 번째는 역시, 도대체 트럼프가 왜 이런 무모하리만큼 큰 관세 폭탄을 내렸는지, 도대체 트럼프가 원하는 것이 뭔지, 트럼프의 최종 목표, end goal이 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 증폭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거기서부터 좀 질문을 드리고자 합니다.
최병일: 트럼프 두 번째 임기잖아요. 트럼프 1기 때하고 비교를 해보면, 트럼프는 처음부터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자기는 그렇게 소명을 했고. 1기 때 많은 사람들이 생각했던 게, 미국 제조업의 부활은 시대착오적인 목표다. 왜냐하면 미국은 지금 첨단 산업, 서비스, 금융 이런 걸 가지고 국제 분업 구조에서 역할을 하고 있고, 제조업으로는 대량, 싸게 잘 만들 수 있는 아시아 국가, 글로벌 밸류체인이 다 넘어가서, 이걸 통해서 미국이 계속 성장과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데, 무슨 말도 안 되는 제조업? 다시 이 수법인가.
1987년에 트럼프가 두 가지, 지금 많은 역사가들이 주목하고 있는 일을 했어요. 하나는 우리가 잘 아는 협상 관련 책을 썼고, Art of the Deal. 그 책 표지를 제가 잊을 수가 없는데, 금발에 굉장히 잘생긴 백인이 센트럴 파크를 배경으로 서 있고, 공항 서점에 꽂혀 있던 걸 지금도 기억해요.
그해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에 본인이 돈 내서 전면 광고도 했는데, 거기 내용이 뭐냐면 "왜 우리는 일본 같은 동맹국을 지켜주면서 그들은 공짜 안보를 누리고, 와서 우리한테 엄청난 수출을 하느냐. 왜 우리를 강탈하고 약탈하느냐." 지금 트럼프가 쓰는 "rip-off," "rape" 같은 표현이 이때부터 등장한 거예요.
트럼프의 세계관을 보면, 80년대 맨해튼 부동산 사업자로서, 미국이 그런 신흥 제조업 국가들과 경쟁하면서 이겼고, 이제 동맹이 돼서 우산을 제공해줬는데, 그들은 감사를 안 하고 방위비 분담도 안 한다고 여긴 거죠. 그게 1987년이고, 대선 나온 게 2016년이니까 거의 30년 넘게 그 생각을 가져온 거고요.
1기를 해보고 지금 2기 컴백인데, 37년째 바뀌지 않은 세계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 거죠. 지금은 그 '일본'이 '중국'으로 바뀌었고, 게다가 'Second Japan'이 많이 생겼잖아요. 한국, 대만, 베트남, 멕시코, 이런 게 있고요. 결국 이런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겁니다.
그래서 트럼프가 1기 때 많은 걸 했지만, 2기에는 더 강력한 관세 공약이 있어요. 손 원장님 말씀처럼 '보편 관세 10%'를 모든 국가에 걸겠다고 하면서 캠페인을 했고, 이제는 20%까지 올라갔죠.. 중국은 우리가 미중 21세기 패권 경쟁을 하는데, 궁극적인 마지막 경쟁자는 미국이라는 걸 트럼프 때도 이미 했고, 국가안보 보고서에도 그렇게 네이밍을 했고, 인도·태평양 전략이 그때 나오고 하니까.
트럼프가 말은 시진핑이 나의 훌륭한 친구라고 하지만, 결국 마지막 라이벌로 보는 것인데. 중국은 1기 때 트럼프가 협상 테이블에 끌어내서 무역 합의를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1단계 합의를 이행할 틈도 없이 백악관에서 물러났잖아요. 바이든 4년 동안 뭘 했냐는 건데.
자기는 돌아와서 이걸 이행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을 완전히 핵심적인 국가안보와 연결되는 산업 분야에서는 sector끼리 커플링을 끊겠다는 게 그의 목표고, 그걸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실행 계획 가운데 하나가, 그의 보좌관들이 써준 플랫폼을 보면, 60% 정도의 관세로 중국이 미국에 아예 발을 못 붙이게 하겠다는 거예요.
또 핵심적인 분야에 대해서는 완전히 미국에서 배제하는데, 4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빼겠다. 그리고 중국이 WTO 가입하면서 누리고 있는 MFN 대우, 이걸 못 하게 하기 위해서, 1999년 클린턴 정부 때 중국이 WTO 과정에서 미국과 협상한 Permanent Normal Trade Relations (PNTR) 지위를 박탈하겠다는 천명을 했어요. 이런 것들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봐야 되고요.
그러면서 트럼프가 왜 이런 걸 하느냐? 거기에는 미국을 21세기 제조업의 슈퍼파워로 다시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습니다.
그래서 미국이 주도하는 게 상호 관세든, 보편 관세든 간에, 힘을 이용해서 양자적인 관계로 미국이 갖고 있는 거대한 시장을 활용해서 결국 무역수지 적자도 해결하고 싶고, 또 제조업을 미국 내에서 하게 하고 싶은데, 이게 미국 투자만으로는 안 되기 때문에, 그 제조업 분야에 전 세계에 굉장히 퍼져 있는 리딩 회사들을 점점 더 끌어들이고 싶은데, 반도체는 TSMC, 자동차는 현대자동차가 더 많은 지분(portion)을 누리고 있고.
그래서 그런 목표를 달성하려면 관세는 협상용이 아니죠. 관세는 계속 있어야 됩니다. 왜냐하면 관세를 매기지 않는 순간, 제조업 투자하겠다는 약속은 empty word가 될 수 있어요.
트럼프가 생각하는 제조업은 철강, 알루미늄, 항공기 이런 거예요. 20세기 초반, 영국을 제치고 미국이 제조업 강국이 되었을 때의 산업이죠. 지금 우리 생각에는 이거 말도 안 되는 거 아니냐 싶은데, 이걸 안보하고 연결해 보면, 미중이 경쟁하는데, 우리가 알고 있듯이 선박 운항 같은 제조 능력이 점점 떨어지고 있고, 거기 들어가는 게 철강, 알루미늄 같은 것들이기 때문에, 이 사람 생각이 완전히 허황된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거예요.
방법이 굉장히 극단적이고(drastic) 충격적인 건데, 그렇다고 해서 중국만을 목표로 하는 것도 아니고, 동맹국까지 싸잡아서 하니까, 그게 우리한테 더 큰 충격이 됐던 거죠.
그리고 트럼프가 꽂혀 있는 게 자동차 산업입니다. 철강, 자동차 두 개에 꽂혀 있다고 보면 되는데, 철강은 자동차를 만드는 데 굉장히 중요한 연료고, 또 다른 모든 부분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1기 때 2018년에 섹션 232, 국가안보를 이유로—사실 국가안보를 이유로 할 틈이 없는데—동맹이든 비동맹이든 철강 관세를 때렸을 때, 한국과 일본, 유럽이 항의했잖아요. 왜 우리 동맹국인데, 우리 목숨 안보를 위협하느냐. 그런데 그 사람은 개의치 않고, 때로는 우리한테 무역수지를 많이 누리는 일본이나 독일이나 한국이, 시진핑이나 푸틴이나 김정은보다 나쁜 사람이다—이번에도 똑같은 이야기 했어요.
트럼프는 "동맹"이라는 단어를 안 쓰고, "가치"라는 단어도 안 씁니다. "Alliance"를 안 쓰고 대신 "friend"라는 단어를 쓰는데, 때로는 "friend"가 "enemy"보다 나쁘다—이런 식의 세계관이라, 그런 것들이 우려가 되는 거고. 자동차 산업을 보호하겠다고 법처에서 얘기하면서, 1기 때 NAFTA 협상을 재협상하고, 이름도 USMC로 바꾸고.
손열: 지금 트럼프가 원하는 여러 가지 목표들이 있는데, 그걸 관세로는 사실 해결이 안 된다는 게 경제학자들의 컨센서스입니다. 4월 2일 이후에 수많은 글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잖아요. 이구동성으로 이건 안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관세를 부과할 수는 있는데, 그것을 통해서 본인이 아까 말씀하셨던 그 원하는 것들을 얻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최병일: 트럼프 주위에 좋은 사람이 과연 있느냐, 그게 질문인데요. 트럼프 주위에는 트럼프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사람들만 있는 것 같아요. 1기 때 보면, 이른바 시니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그들은 글로벌리스트였어요. 미국이 갖고 있는 트럼프의 문제의식에 공감하지만, 트럼프가 하는 방식처럼 일방적인 조치로, 그러니까 rule-based, free and open trade를 완벽하게 다른 걸로 바꿀 수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주위에 있었는데, 그들은 다 쫓겨났잖아요. 그리고 트럼프가 2기 내각을 구성하면서는, 처음부터 "우리 내각에는 그런 글로벌성이 없다"고 못을 박았어요.
지금 보시면, 재무장관이나 상무장관은 다 월가 출신 해지펀드 쪽 사람들이고, 이 사람들은 돈을 버는 데는 이골이 난 사람들입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거래를 해내는 사람들이죠.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을 보면, 지금 Peter Navarro 같은 사람들인데, 하버드에서 국제 연구를 한 사람이고, 그가 얼마나 이단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지는 이미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잖아요.
트럼프 주위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가치(value), 규범(principle) 같은 것과는 관계없는 사람들이 딱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를 말릴 만한 시니어가 지금 내각에 없는 거죠. 다들 차기 트럼프, 2028년 대통령 후보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고, J.D. 밴스가 대표적인 경우인 것 같고요.
4년 임기 중 두 달밖에 안 지났고, 3년 10개월이 남았는데, 그러면 진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더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분명한 건, 이 컨센서스는 관세만으로는 안 된다는 거고, 대표적인 예로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어요. 트럼프가 그렇게 자랑하는 "야, 관세라는 카드를 흔들었더니 투자를 한다더라." 그런데 그건 투자 플랫질이에요. 실제로 투자가 들어온 게 아니에요.
그럼 미국에서 공장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 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이야기해 주는 게, 미국은 일단 인건비가 동남아의 세 배 정도인데, 그 인건비를 주고도 그들이 진짜 디스플린 있는 일자리를 하는 사람이냐? 아니에요. 언제든지 일을 그만둘 수 있는 사람들이고, 품질 관리도 안 되고요. 수십 년간 형성된 제조업 밸류체인은 동남아, 아시아, 중국, 대만, 한국, 일본이 엣지를 가지고 있는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고 미국으로 다시 돌린다? 그건 거의 그냥 불가능한 일이라고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가 보는 건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나는 4년이고, 그 사이에 성과 올리고, 그러다가 51% 튀겨서 스윙스테이트(swing state) 이기면 또 간다." 그 정치적인 계산이 경제적인 개선을 압도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거라고 보는 거죠.
Q3: 트럼프의 궁극적인 목표는?: "대중 호전성과 미국 내 제조업의 부활"
최병일: 이야기 나온 김에 조금만 더 하고 끝내면, 그러면 트럼프가 끝까지 갈 것인가, 이게 되게 중요하다. 그죠. 어디까지 갈 것인가. 트럼프 스스로도 모르는 것 같은데, 두 가지가 되게 중요하다고 봐요.
하나는 상대국의 반응. 미국이 이렇게 25%, 30%, 45% 높은 관세를 매겼을 때, 그럼 미국이 원하는 대로 미국산 수입을 늘리는 협상을 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미국이 그렇게 나와?" 그러면 "우리도 보복 관세를 할 거야" (하는 나라도 있을 것이고).
중국처럼. 중국은 똑같이 34% 지금 한다고 돼 있어요. 그리고 EU도 보복이라는 카드를 꺼낼 도리가 없어서, 전면적인 보복인지, 부분적인 보복인지 할 것 같고. 캐나다는 국내 정치적인 목적으로 해야 되니까. 이런 국가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트럼프는 또, double down이라고 하는데, 더 흥분해서 관세를 격화하면(escalate) 시장이 충격에 빠지는 거죠. 그래서 그 상대국의 반응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거고,
결정적으로는 시장이 어떻게 될까 하는 건데. 시장이라는 게 저는 세 가지로 봅니다. 주가가 있는 월가가 하나 있고요, 하나는 정치 주가가 있는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죠. 그러니까 메인 스트리트라는 거는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이 51% 였거든요. 그들은 트럼프가 어디까지 실험하는 걸 용인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지난 십 년간, 이십 년간 미국이 너무 이상한 방향으로 왔다. 트럼프는 뭔가 새로운 거를 올바르게 하는 거다. DEI 같은 거, Woke culture 같은 거 뭐 이런 것들.' 그래서 이들의 인내심이 과연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지, 이런 것들.
그리고 여기에 중요한 거는 물가가 되겠죠. 물가. 1기 때를 보면 25% 철강 관세, 알루미늄 10% 관세, 중국을 상대로 한 전면적인 관세 전쟁이었는데, 물가가 그렇게 오르지 않았어요. 트럼프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야, 이거 우리가 잘 컨테인하면 그렇게 심각한 물가 아니다. 올라갈 수 있다, 아니다." 계속 논쟁을 하고 있어서 그쪽을 봐야 될 것 같은데, 지금은 너무 많은 변수가 플레이되고 있어서 아주 혼동스러운 상태(입니다).
트럼프가 노리는 것은, 퇴임했을 때 두 가지로 기억되고 싶어합니다. 하나는 중국에 대해서. 기존의 많은 대통령들은 중국이 자기들이 만든 규범 중심의 다자 체제에서 뭔가 책임 있는 플레이어가 될 거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중국이 그렇지 않다고 해서, 중국에 전면전을 선언한 최초의 대통령. 그리고 중국을 상대로 관세라는 수단을 사용해서, 중국이 협상을 통해 미국산을 더 많이 수입하게 하고. 그걸 이행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것 같고.
두 번째는, 21세기 패권 과정에서 핵심적인 아이디어나 R&D가 있는 것도 아니고, 만드는 제조업의 능력의 일부를 미국으로 옮겨오기 시작한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어 하는 것.
Q4: 세계무역 체제 전망: "원칙 기반 다자주의 질서에서 전략적 이해관계에 기반한 선별적 양자·복수국 협정 체제로"
손열: 네 감사합니다. 이재민 교수님은 트럼프 관세를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이재민: 중요한 말씀을 많이 해 주신 것 같습니다. 사실 굉장히 충격적인 조치고, 보호무역주의나 여러 가지 새로운 조치들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을 했지만, 이번 4월 2일 상호 관세 부과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했던 보호무역주의 조치를 넘어서는, 상당히 전례가 없는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가 한 번 말씀드린 바 있긴 한데요. 제 생각에는 이게 사실 1947년 GATT 체제가 출범한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런 일이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는데, 그중 첫 번째는, 그동안 서서히 강화되어 오던 미국의 지금 체제 같은 체제와 WTO 체제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이제는 결정적으로 분출됐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게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건 아까 최 원장님 말씀하신 것처럼, 이 관세 조치가 얼마나 지속 가능할 것인가, 또는 관세를 이용해서 얼마나 미국이 원하는 바를 얻을 것인가, 또 그 과정에서 제도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의 문제와 상관없이, 이 정도 수준의 조치를 내고 여러 국가와 긴장 관계를 형성하는 상황은, 더 이상 우리가 생각하는 다자주의 체제가 작동하기는 힘들겠다는 점을 4월 2일 상호 관세가 결정적으로 보여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전에 보호무역주의 조치라고 할 때, 그것은 꼭 협정이 있고, WTO 협정이든 한미 FTA든, USMCA든 협정이 있고, 그 협정 틀 내에서 자국이 원하는 조치를 취하거나, 자국 상품을 구매하거나 외국 상품을 차별하는 방식의 견제 또는 제재 형태였는데요.
상당히 최근까지도 그런 조치가 점점 커지다가, 그게 잘 안 되니까 트럼프 1기나 바이든 행정부 때는 이것을 더 넓혀서, 협정의 언저리에서 국가안보 이슈로 제재를 강화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여전히 협정 틀 내에서 팔도 비틀고, 들락날락하고, 뭔가 새로운 주장도 하는 그런 모습이었는데, 지금 사법 판세는 사실 GATT 1조부터 금지하는 내용을 처음부터 구형한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전의 보호무역주의와는 성격이 다르고, 오히려 이것은 보호무역주의라기보다는, 미국이 원하는 일종의 임시적인 미국 중심 관리무역을 내세워, 이를 통해 1대1로 교역 상대국과 협의를 해서 단기적인 이익을 취하고, 이후에는 미국이 이를 토대로 새로운 규범 질서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측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제 생각에는 첫째, 당장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으니까, 불을 끄고 각국별로 대응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5% 관세, 철강, 알루미늄, 자동차, 반도체 품목 등에 대한 관세를 어떻게 대처하고, 얼마나 줄일 것인가에 대한 단기적인 미국과의 협력 문제가 있고요. 그다음에 조금 더 장기적으로 보게 되면, 이게 새로운 형태의 교역질서라면,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이 새로운 질서에 참여하고, 어떤 식으로 우리의 이해관계를 보호할 것인가 하는, 보다 장기적인 측면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정부도 그렇고, 기업도 그렇고,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여전히 문제를 기존의 자유무역, 다자주의 체제를 통한 교역이라는 시각에서 바라보다 보니까, 그 틀 내에서 해결책도 찾고, 대안도 모색하고, 법도 바꾸고, 산업 정책도 추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기본적인 형태 자체, 템플레이트가 바뀐다면, 장기적인 파급 효과는 여러 맥락에서 다양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런 변화가 앞으로 계속 생겨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그걸 어떻게 대응할지, 장기적인 과제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열: 일종의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잖아요. 기존의 WTO 체제는 이제 종언을 고했고, 그 중간에 미국의 관리무역이 들어오고, 그것을 거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넘어가게 되는 것인데. 그러면 이게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 가는 것인지.
이재민: 예측하기는 참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우리가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방식, 그러니까 모든 국가가 협의해서, 소위 말하는 최혜국대우(most favored nation: MFN) 원칙을 바탕으로 그룹을 만들고, 그 안에서 하나의 통일된 룰을 만들어, 그 룰을 통해 모두가 묶인(binding) 상태에서 자유로운 교역을 추진하는 틀은 이제 사라지게 될 것입니다.
결국은 신뢰할 수 있는 국가, 미국의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국가, 혹은 반대편 입장에서 보자면 EU나 중국처럼, 각국이 자국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하는 국가들과 양자 협정이든 복수국 간 협정이든, 그룹별로 협정 체제를 만들고, 그 틀 내에서 일정 수준의 안정적인 교역을 하게 될 것입니다. 이 '안정적인 무역'이라는 것이 자유무역은 아니고, 국가안보 예외라든가 무역수지 조항 등 다양한 예외 조항(Skip Clause)을 포함한, 저강도 형태의, 소수 참여자 중심 체제를 만들고, 그 체제에 대한 수시적 점검과 변경 가능성을 열어두는, 열린 형태의 협정을 앞으로 만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 첫 출발이 지금 미국이 이야기하는 양자 협정입니다. 각각 우리와 협력한다, 협의한다, 협상한다는 틀을 통해 무언가를 만든다는, 이 모습이 바로 그 첫걸음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게 조금 진화하면, 한국, 일본, 캐나다 등 몇 개 국가와 복수국 간 형태로 협정 체제를 새롭게 구축하는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생각하는 분쟁 해결 절차, 또는 패널이나 국제법원을 통한 분쟁 해결은 외관상 그대로 두겠지만, 그걸 통해 뭔가 의미 있는 해결을 시도하는 건 이제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분쟁은 정치적 조율이나 아주 테크니컬한 문제만 법적으로 해결하고, 나머지 복잡한 난제들은 정치적·외교적 루트를 통해 해결하는, 그런 형태의 분쟁 해결 절차를 도입하는 모습이 앞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Q5: "가치 공유국과의 연대를 통한 거점국으로서의 정체성 강화… CPTPP 가입 추진해야"
손열: 이재민 교수님께서 GATT와 WTO 체제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하셨고, 이제는 세상이 새로운 교역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쪽으로 shift가 될 것이라 이렇게 문제를 보셨는데요. 기존의 글들 중에는 트럼프 4년의 호된 시련을 겪고 나면 미국이 일종의 다시 제세계화, re-globalization이라는 표현처럼 다시 돌아올 여지가 있지 않느냐는 전망도 있습니다. 앞으로의 세계 질서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시는지요).
최병일: 동아시아연구원이 그런 국제질서(international order)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오셨죠. 그런 국제 질서가 우리가 알고 있는 자유주의 국제질서(liberal international order)에서 벗어난 방향으로 갈 것이냐는 질문과, 세계화가 끝나는 것이냐는 질문은 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WTO를 탄생시키는 협상에 참여했는데, 80년대 후반부터 1993년까지, 그리고 GATT의 마지막이었던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WTO를) 탄생을 시키자고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럼 기존의 GATT와 WTO하고 결정적인 차이는 이제 뭐냐 하면, 결국은 이 국제 협정이라는 것이 두 가지가 저는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협정 이행을 해야 된다. 특히 힘센 애들이 그 이행을 제대로 안 할 때 약한 애들이 뭔가 자기들이 믿을 수 있는 절차에 의해서 이행을 당부할 수 있는가. 걔들은 미국이나 아니면 힘센 국가들이 우리 뭐 그냥 패널 보고서 관계없이 안 하겠다고 하면 그걸로 끝장이거든요.
그런데 WTO는 이거를 굉장히 정치하는 사법 제도처럼 만들어 가지고 패널과 2심 제도까지 만들어서 그걸 강제적으로 이행하는 힘을 부여해서, 이게 WTO의 엄청난 승리라고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 그런 시스템을 만든 미국이 빠져나가고 있는 거죠. 그러면 미국이 빠져나가면 이게 완전히 없어지는 거냐? 여기에 대해서 저는 약간 좀 조심스럽긴 해요.
왜냐하면 미국이 빠져나가긴 하지만 그 외에 나머지 국가들은 여전히 남아 있는데. 그러면 지금 앞으로 4년 동안 벌어질 것은, 트럼프를 중심으로 한 미국이 관세 폭탄을 내세워서 일방적인 관리 무역(을 하는 것). 미국 대 전 세계인데, 나머지 거기 있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중국이나 EU나 이런 국제 무역에 미국 빼고 나면 더 압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WTO의 분쟁 위기 해결 체제가 작동 안 하고 있지만 그래도 기존의 WTO, MFN을 굳이 나서서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는 그걸 좀 봐야 될 것 같아요. 그건 좀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그렇게 되는 경우, 새로운 협상을 할 동력은 없고. 그리고 기존의 이행을 담보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체제를. 이건 사실 미국이 방해한 것이고, 미국이 상소심 의원을 새로 뽑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상소 제도가 미국의 통상 주권을 위배한다는 이유로 오바마 때부터 계속 안 뽑았기 때문에.
그런데 만약에 미국이 빠져나가 버리게 되면, 오히려 중국이나 EU가 둘이 손을 잡고, "우리 이념은 다르지만 그래도 LIO를 포기하는 건 너무 고통스럽다. 대체 수단을 찾는 것도 너무 힘들다. 그럼 우리끼리라도 한번 해보자"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사실 이건 굉장한 상상력이 필요한 부분인데, 다른 부분이 너무나 혼란스럽기 때문이죠.
설령 분쟁 해결까지는 안 가더라도, 기존의 체제 안에서 그들끼리 그걸 굳이 부정할 이유가 있느냐는 건 열린 질문(open-ended question)이에요. 예를 들면 TPP에서 미국이 트럼프 정부 들어와서 빠졌지만, 나머지 국가들이 나서서 CPTPP를 만들어냈잖아요. 그런 것처럼 미국이 빠졌다고 해서 WTO 시스템 자체가 무의미해졌다고 보기는 어렵고, 나머지 국가들이 WTO라는 집을 그냥 떠날 것이냐, 그건 아닐 수도 있다는 질문을 저는 던지고 싶고, 좀 더 지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화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은, WTO를 95년에 만들고 나서 지금까지 1차 무역 자유화 협상이 타결된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그 위에 보면 통상(commerce), 디지털 통상(digital trade) 같은 것들이 전 세계적으로 그냥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잖아요. 만날 때마다 우리가 디지털 통상을 하자고 하지만, 그건 국가들끼리 공평(partial)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거고, 여전히 국제적으로 사람, 아이디어 같은 것들이 옮겨가는 데는 특별한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저는 무역(trade) 이슈만이 아니라 안보(security)의 접점에서 벌어지는 문제라고 보는 거예요. 왜냐하면 아까 말씀드린 대로 미국이 빠져나간 WTO를 두고, 중국이 다른 국가들에게 "우리끼리 한번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그 제안을 진짜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특히 무역에서 큰 역할을 해 온 EU나 한국, 호주 같은 나라들이 그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그런 질문이 하나 있어서요. CPTPP에서 미국이 빠졌을 때도 여전히 자유 정치 체제를 갖고 있는 국가들끼리만 유지되고 있고, 거기에 영국까지 들어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봤을 때는 동력은 CPTPP를 중심으로 해서 뭔가 자유진영 국가 느낌 이게 breeding bloc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재민 교수님은 저랑 그런 면에서 약간 생각이 다르시고, 중심을 다르게 보시는 거죠. 그래서 CPTPP가 동력이 되려면 다른 국가들을 조금 더 모아야 하는데, 아마 그런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손열: 그래서CPTPP에 한국이 참여해야 한다 이런 얘기들을 상당히 하는데. 정치적으로 우리 한국이 결정을 해야 되는 문제도 있겠지만, 한국이 CPTPP에 가입할 수 있는 여건이라는 건 어떤 것인지 말씀해 주세요.
최병일: 상당한 역사를 가지고 있죠. 사실은 CPTPP 이전에 TPP 협상 때 우리가 가입 협상에 참가를 했어야 되는데 실기를 했고. 그때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부분 주요 국가들하고 TPP가 있는데 굳이 중복 성격인 CPTPP를 왜 해야 되느냐. 또 이명박 정부에서 소고기 등으로 전면적인 국민들의 반발을 목도했기 때문에, 정치적인 부담이 되는 거 아니냐. 그리고 우리가 갖고 있는 메이저 국가들 가운데 FTA 없는 것이 중국이다. 그래서 선택의 문제를 봤거든요. 그건 지나간 거고. 그리고 나서 TPP가 발족하니까 갑자기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가 왜 그랬지, 그런 생각 때문에 지금도 기억이 나는데 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어디였나요? CSIS였나요? CPTPP에 우리가 첫 번째 가입 국가가 되겠다, 이런 식의 연설을 한 것도 기억이 나요. 그러다가 정치 상황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시간이 됐고, 문재인 정부는 아시다시피 한일 관계가 굉장히 안 좋아서.
일본은 사실 CPTPP를 만들고 승자에 도취돼 있었어요. 우리가 CPTPP를 만들었고, 다른 국가들이 가입할 때 우리는 가입비를 좀 얻을 수 있는 입장이다. 이런 식으로 한국에 고압적인 자세를 갖고 있었고, 그때 한일 간에 경제적으로 분쟁이 있었기 때문에 최악의 여건이어서 문 정부 초기에 CPTPP를 가입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과 반대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준비조차도 완전히 정지가 된 시간을 보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또 상황이 바뀌어 가지고, 일본 입장에서 가치공유국(like-minded)인 한국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라서. 그런 면에서 대외적인 여건은 나쁘지 않은데, 정치적 향배가 어떻게 될지.
제가 통상 협상, 통상 정책에 대한 연구를 수십 년 해봤습니다마는 항상 한국의 통상 협상 이슈인 개방 이슈는 너무 정치화돼 있는데, 결과적으로 보면 그 반대에도 불구하고 협상을 했을 때 우려가 실질적으로 나타난 경우는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 경험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고요. 그건 스크린 쿼터, 미국산 농산물 수입, 소고기 수입(지금 한국이 미국 소고기를 수입하는 3대 국가에요), 등등. 그 외에 제가 했던 통신 협상 같은 것들 다 그렇게 증명이 됐고, 오히려 우리끼리 해보겠다고 해서 요리조리 빼고 수입을 안 하고 했던 대표적으로 라프드의 금융 산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참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문화적인 코드와, 또 경제인들의 역할, 글로벌 시장 때문에 힘들지만 경쟁력을 높이는 개혁 개방을 하면 결과적으로 우리한테 플러스가 됐다는 지난 35년간의 경험을 체득한 게 있어요.
그래서 만약 이런 레슨을 정치인들이 가지고 있다면, CPTPP 같은 것들을 트럼프의 관세 폭탄을 돌파하기 위한 중요한 카드 중 하나로 활용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많은 분들이, 정권이 막 출범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부담이 크다는 논리로 접근하곤 하죠. 하지만 그런 논리대로라면, 21세기 대한민국이 이룬 개혁은 사실상 한미 FTA 하나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이 사안을 조금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외에도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은 많은 것 같아요. 미국 이외에 FTA를 체결한 한일 FTA도 살아 있잖아요. 트럼프와 똑같이 행동할 이유도 없고요. 한중 FTA는 2단계 협상이 진전되지 못하고 있고, 한-인도 FTA의 경우도 당시 인도의 경제력이 미약했던 상황에서 CEPA(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라는 전단계 협상을 체결했지만, 현재는 인도의 역량이 크게 향상되어 업그레이드할 수도 있고. 그래서 우리는 하여튼 미국은 미국대로 해결을 해야 되겠지만, 우리가 21세기 초반에 맺은 FTA들을 허브 국가로서 재정비하고 리빌딩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이 들고요.
아세안 FTA 도 업그레이드를 해야 되겠죠. 한-베트남, 한-인도네시아, 이런 것들이 꾸준히 업그레이드를 하고 있고요. 왜냐하면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4월 2일 그 해방일 날 상호 관세를 보면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 콜롬비아 등등 한국 제조업이 '차이나 플러스 원' 전략을 바탕으로 밸류체인을 분산시키려 했던 국가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차피 이들 국가의 마지막 수출 시장은 미국이고, 미국은 그걸 알고 고율의 관세를 때려 놨잖아요. 그러면 협상은 우리가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베트남이나 인도는 제한되기 때문에.
결국 거기에 대한 해법 가운데 하나는, 이들 국가와 미국을 뺀 나머지 국가의 자유무역(free trade)를 결속화시키는 것이죠. 그럼 이 이야기를 계속 확장하면, 트럼프가 주장하는 "Make America Great Again"이나 "America First"가 자칫하면 글로벌 무역(global trading) 시스템에 미국과 개별 국가 간의 양자 관계가 존재하고, 나머지 국가는 미국이 통제할 수 없는 나름대로 질서(order)가 있고 규칙(rule)이 있는 그런 세상으로 양분되지 않을까? 그런데 거기에 대해서 미국의 영향력이 없는.
그렇게 되면, 과거 WTO에서 미국이 일정한 불만을 갖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범을 주도하고 재설계하며 확장할 수 있는 힘이 있었던 반면, 지금처럼 미국이 스스로 이탈해버린다면, 미국은 더 이상 국제 무대에서, 최소한 통상에 대해서는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이 굉장히 협소해지지 않을까. 그런 우려까지 트럼프의 계산 속에 있는지는 현재는 알 수 없는 것이고.
Q6: 단기 대응 전략: 대미 외교 "미국 상품의 국내 접근성 확대와 다분야 협력을 통해 한미 FTA 의존성 탈피하고 신뢰 구축해야"
이재민: 뭔가 장기적인 플랜을 짜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요. 하나 좋은 점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건 드디어 한미 FTA나 WTO 체제에 대한 미련을 우리가 버렸다는 점이에요. 생각해 보면, 이제는 그걸 통해 뭔가를 해결하거나, '우리나라가 관세율이 0%니까 미국과의 관계는 몇 가지 들쭉날쭉한 이슈는 있어도 큰 문제 없이 이 틀 안에서 계속 간다,' 식의 생각을 특히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드디어 접게 됐다는 게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미련을 접고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접근으로 나가게 되었다는 게 중요한 출발점이 아닌가 생각을 했고, 그 맥락에서 보면 미국이 한국하고 뭔가 협력을 하거나 협조를 하고 싶어 하는, 또 해야만 하는 여러 영역들이 있어요. 그 부분에서 양국 간의 협력, 협조를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그걸 통해서 미국이 요구하는 바, 미국이 희망하는 바를 우리가 어느 정도 들어주고 또 우리가 희망하는 바—우리 상품의 안정적인 미국 수출,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일부 품목에서 우리 이익의 반영을 이루어내는 게 앞으로 제일 중요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최근에 나오는 걸 보면 더 이상 WTO 얘기는 나오지도 않고요. 가끔 한미 FTA 이야기가 나오긴 하는데, 한미 FTA를 개정할 것이냐, 개정 논의가 나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이런 얘기가 나와도 이제는 그건 제 생각에는 상당히 좀, 어떻게 보면 의미가 많이 퇴색된 부분이 있는 것 같고요.
그보다는 결국 지금 미국이 요구하는 여러 내용을 한국이 얼마나 수용할 수 있는지, 그 중에서 우리가 미국에 대해서 제재할 수 있는 부분은 뭐가 있을지, 그걸 통해서 양국 간의 일부 영역에서 협력 가능한 요소, 타협 가능한 요소를 찾아내는 게 중요한 현안이 아닌가 생각을 했습니다.
손열: 트럼프가 이번에 관세 폭탄을 피하려면 자국의 관세를 인하하고 장벽을 해체하며 환율 조작을 중지하라고 하는데, 그럼 우리가 관세나 비관세 장벽을 가능한 한 해체해서 미국 상품을 더 사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환율 문제에서도 조금 더 투명하게 가면, 이건 트럼프 워딩이긴 하지만, 그렇게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재민: 맞습니다. 그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데, 문제는 사실 미국이 이야기하는 소위 비관세 장벽이라는 게 보면 상당 부분은 우리가 고치기 힘든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고칠 수 있는 것도 있어요. 예를 들어 수입 규제나 검역 조치 같은 건 우리가 기술적으로 좀 더 전향적으로 생각하면, 이런 와중에는 조금 더 국내 설득 작업을 하고, 내부 정비도 하고, 법령 개선도 해서 미국 요구 중 일부는 전향적으로 검토해서 수용(accommodate) 가능한 형태의 비관세 장벽도 있고요.
그 외에도 상당수의 비관세 장벽이라고들 얘기하는 부분은 사실 우리가 어떻게 개선하거나 바꾸기 힘든, 어떤 건 국가 정책의 차이, 시각의 차이인 경우가 많아서 단기간에 고치거나 바꾸기 어려운 부분들이 꽤 있어요. 부가세라든지, 환율 문제도 그렇고요.
그래도 환율 정책이라는 범위 내에서 그게 환율 조작적 효과를 갖는 무역 왜곡 툴인지, 아니면 그냥 경제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많고요. 그래서 그런 부분들도 미국이 얘기하는 여러 비관세 장벽을 우리가 그대로 다 받아들이기 힘들거나, 받아들일 수 없는 대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야기했던 비관세 장벽이나 환율 문제나 이런 것들이 결국은 왜 미국 상품을 그렇게 많이 사지 않느냐, 왜 안 팔리느냐에 방점이 있다고 봐요. 왜 안 팔리느냐는 데에는 관세 장벽이건 비관세 장벽이건, 보이지 않는 손이건 간에 트럼프 대통령이나 그 측근들 입장에서는 사실 크게 관심이 없는 것 같고.
한국 자동차는 미국에서 10만 대가 팔리는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미국 자동차는 왜 서울에서 안 팔리느냐. 그 통계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말도 서울에서 돌아다니는 자동차의 81%가 Made in Korea라고 했거든요. 이유는 모르겠지만 왜 미국 자동차는 서울에서 안 팔리느냐, 어떻게든 미국 상품이 농산품이든 공산품이든 교역 상대국에서 좀 더 팔리는 환경을 만들어내라는 식의 요구로 저는 이해를 했습니다. 그걸 우리가 충족시키려면, 말씀드린 것처럼 계산 가능한 비관세 장벽은 합리적이고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뭔가 방안을 찾아야 되고, 미국이나 다른 국가들한테 우리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필요하죠.
그리고 또 하나는, 비관세 장벽 문제가 아니라 미국 상품이 한국 시장에서 좀 더 팔릴 수 있도록, 관세 장벽이든 비관세 장벽이든 그게 문제가 아니라, 미국 상품이 합리적인 선에서 좀 더 판매가 증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고요. 장기적으로 그게 결국 무역 흑자, 또 미국 입장에서의 무역 적자를 조율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앞으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틀 밖에서, 미국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한국에 기대하는 바—방위산업, 조선, 반도체 공급망, 대미 투자 확대, 바이오, LNG 에너지 협력 등—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미국의 안보적 고려, 안보적 우려를 도와주는 모습을 보여줘야죠. 전체적으로 미국이 한국에 대해 갖는 교역상의 우려, 그게 우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우리가 미국에서 워낙 잘하니까, 미국 상품이 서울에서 워낙 안 팔리니까 그런 거거든요. 그걸 어느 정도 불식시켜줄 수 있는 노력, 또 미국이 갖고 있는 안보 우려를 우리가 일정 부분 협력해서 완화시켜주는 식으로.
이런 모습으로 현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고요. 말씀드린 이 내용들은 사실 한미 FTA 틀에서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그 틀은 계속 작동하겠지만, 그걸로 우리가 처한 상황을 해결하긴 힘들고, 틀 밖에서 이런 식의 해결책을 찾아야죠. 충격은 피할 수 없지만, 하드랜딩보다는 소프트랜딩을 한번 찾아보는 게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Q7: 대중정책과 미중 경쟁 "미 관세 폭탄은 중국에게는 기회… 韓, 산업 고도화를 통해 반사이익 노려야"
손열: 지금 트럼프에 가려 China de-risking 얘기는 거의 못 하고 있습니다. 유화나 강판 등에서 한국이 구조조정을 못 하고 있는 사이에 중국이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고, 최근 저가 공세가 강화되면서 시장이 크게 힘들어하고 있죠. 그래서 얼마 전 대중 반덤핑 얘기도 나왔고, 이런 걸 포함해서 우리의 대중 무역 정책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요.
이재민: 교역 체제가 지금처럼 WTO 그 틀에서 유지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파편화되고 또 규범 밖에서 전개되게 되면, 제 생각에는 중국은 상당한 기회를 잡을 것 같습니다.
중국은 원래 제조업에 강점을 가진 국가이고, 지금은 여기에 상당한 기술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이제 결정적으로, 중국이 디지털 경제 측면에서도 지금은 최첨단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한 수준의 능력을 갖고 있어서, 이걸 잘 조합하게 되면 WTO 협정이든 또는 WTO 협정에 기초한—예를 들면 중국과 한국 간의 한중 FTA건, RCEP건—이런 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서 다양한 교역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들이 많아지니까요.
이제 그 맥락에서 보면, 중국 입장에서는 그게 국영기업에 대한 정부의 더 강력한 지원이 되었건, 해외 직구 플랫폼을 통한 한국 시장 진출이 되었건, 또는 다양한 형태의 저가 상품으로 주변 국가—한국 포함—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되었건, 이런 형태의 시도가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전개될 가능성은 이제 커진 겁니다.
이런 형태의 흐름이 이어가면, 제가 볼 때는 이게 미국보다도 오히려 중국이 미국의 견제를 벗어나서 더 다양하게 국채시장, 해외 시장, 경제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찾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은 일단 자기들이 생각하는 관세 정책을 통해 자국 시장에 대한 방어, 또 제조업의 부흥 같은 쪽에 더 포커스를 두고 있기 때문에, 사실 바이든 행정부 당시 방점이 있었던 미중 경쟁을 통한 중국 봉쇄(containment)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겠지만, 지금은 미국 스스로 제조업 부문이나 미국 내 여러 가지 국내 정치적, 또 경제 활력의 회복 쪽에 더 초점이 갈 수밖에 없다고 보면,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존 견제나 다양한 제재들이 앞으로는 쉽게 유지되기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요.
오히려, 지정학적 측면에서는 미중 경쟁이 계속되겠지만, 순전히 교역만 놓고 보면 지금은 중국이 그 기회를 더 찾을 수 있는 환경이 되는 게 아닌가. 물론 중국 경제도 어렵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잘 가동된다는 전제가 뒤따라야 하겠습니다만. 이 교역 틀에서만 놓고 보면, 중국의 그 가능성이 더 커지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좀 들긴 했습니다.
그 말은, 우리나라에 대한 중국의 진출이나, 또 중국 상품의 한국 시장 진출 같은 부분은 더 커질 것 같고, 이미 미국 시장으로 진출이 힘든 상품은 한국으로 올 수밖에 없는 가능성도 크고, 또 그게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시도들로 이어지게 되면, 결국 우리는 중국산 상품의 한국 시장 진출로부터의 취약성이 더 커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최병일: 어려운 것 같아요.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중국은 우리한테 어떤 존재냐 하는, 우리 스스로 질문을 던져야 될 것 같고, 동시에 중국은 한국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도 문제가 될 것 같아요. 거기에는 무역통상과 안보가 맞물려 있기 때문에 문제가 더 어려운데요.
제가 자문을 해보면, 중국 관점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 가운데 가장 약한 고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고, 따라서 약한 고리이면서 한국 스스로 미중 문제가 나왔을 때 한국 내 여론이 상당히 분열돼 있다든가, 정권의 향배에 따라 굉장히 스윙(swing)이 심한 국가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그게 우리 입장에서 굉장히 불리한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의 강점은 트럼프가 이렇게 막 휘몰아치지만, 그러면 트럼프가 저렇게 끝낼 건가를 생각해 봤을 때, 미국도 약점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미국의 약점이라는 것은, 트럼프가 원하는 제조업의 슈퍼 파워를 만든다고 했을 때 공장 짓겠다고 투자 약속은 했지만, 실제로 공장에서 물건이 나올 때까지는 지금 미국이 갖고 있는 시스템으로는 어림도 없기 때문에, 굉장히 돌아가야 해요. 그런데 거기서 트럼프가 필요로 하는 제조업 가운데 이재민 구수의 이야기대로 우리가 기여(contribution)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그러면 트럼프의 심기를 덜 건드리고, 우리가 이익을 갖고 올 수 있는 분야에서 협력을 하다 보면—예를 들어 조선이나 군함을 만드는데 중국의 힘을 빌릴 수는 없잖아요, 그렇죠? 그 다음에 AI도 미국과 중국이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힘을 빌려서 데이터센터를 만들지는 않을 거고요. 그리고 에너지, 항공기를 중국한테서 사올 수도 없잖아요.
그런 게 우리한테 다 기회로 오기 때문에, 그런 관점에서 중국이 우리를 이미 추월해 갔거나 우리와의 격차를 줄이고 있는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우리에게 줄 수 없는 혁신과 심지어 역전의 기회다—이런 생각을 우리 기업인들은 분명히 하고 있고요.
그러니까 트럼프 4년에 미국의 제조업을 강하게 하고 관세로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중국 관세는 지금 거의 실효 관세 100%가 된 상태입니다. 제가 계산을 해봐야 하긴 한데, 트럼프 1기 때 이미 20% 정도 올렸고요. 그리고 2기 때 와서 지금 10, 10 했죠. 아직 이행은 안 됐지만, 베네수엘라에서 원유 수입한 것도 25%고, 이들이 34% 하면 트럼프가 벌써 70%를 올려놨어요. 그러면 이제 거의 100%거든요. 그렇게 되면, 거의 갈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게 우리한테 기회인데, 문제는 이것을 '동맹'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고, 그냥 "너희들이 America를 great again 할 때 한국의 도움이 진짜 필요하다"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아마 우리 제조업에 기회가 있을 것 같아요. 그 제조업의 기회라는 거는 결국 중국과의 제조업 경쟁에서 역전할 수 있는 그런 기회. 그런 팀들이 우리 기업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을 최소한 팽팽하게 해주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게 바로 산업 정책이고요. 산업 정책과 노동 정책이죠.
그런 정책들이, 중국 기업들이 받는 정치적 혜택만큼은 최소한 우리에게도 돌아와야 하고, 일본이나 유럽의 정치인들이 자기 기업에게 해주는 것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는 해줘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분야를 자꾸 파당적으로 보고, 반미냐 친중이냐 이런 프레임으로 가면, 우리는 기회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하는 우를 범할 가능성이 있죠.
Q8: 정책적 함의 "미중 양자 압박 사이 놓인 韓, 기업 자생력에만 의존은 한계… 정부의 제도적 지원 필수불가결"
최병일: 저는 이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하다." 그게 예전에는 "야, 그게 무슨 말장난이야" 그랬는데, 지금 보니까 진짜 이제 우리가 살아남아서 강하다는 걸 증명해야 될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왔을 때 무역이 너무 중요하고, 우리가 수출을 한 건 없는 것을 수입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냥 우리가 농업 국가에서 제조업 국가, 첨단 제조업 국가로 계속 변신한 것은 그걸 잘 만드는 이유도 있지만, 사실 생각해 보면 자동차, 철강, 반도체—우리가 유에서 무에서 유를 창제했잖아요. 그 이유에는 우리가 없는 것을 수입하기 위해서, 원유랄지 농산품이랄지 등등이 들어온 건데, 이런 우리를 바쳐준 게 바로 질서 기반(rule-based) 된 다자 체제인데, 이게 지금 막 흔들리고 있잖아요. 그래서 다른 국가보다도 더 이제 그런 거고.
전체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G7급 국가 가운데 우리가 제일 높아요. 그러니까 트럼프는 또 제조업을 막 흔들고 있으니까, 우리한테는 이제 이중 충격인데. 그때 이걸 나쁘다고만 생각하면 안 되는 거지. 결국 살아남아야 되는데, 살아남는 지혜는 우리가 이제 의견을 모으면 되죠. 그렇지만 아무리 종이 위에 장벽이 있더라도, 이것을 실제로 기회를 잡아야 되는데, 기업은 적응을 할 거라고 저는 봅니다. 그런데 그 적응이 좀 덜 힘들고, 덜 고통스러우려면 결국 그 역할은 우리 정치의 역할이라고 저는 보는 것이죠.
손열: 그러니까 그 제조업 분야에서 계속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끔, 유지할 수 있게끔 정책을 좀 도와달라.
최병일: 그렇게. 최소한 다른—중국이나 일본이나 유럽이나 이런—국가가 그들 기업한테 해주는 것보다는 불리하지 않게 해줘야 되겠다.
Q9: 결론 "미래 무역질서의 향배에 대한 적확한 파악과 경쟁력 증진을 위한 전향적 사고 필요"
손열: 오늘 장시간 말씀을 정리를 하자고 하면.
첫 번째는,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기성질서를 파괴하고 있는 충격적인 사건이고, 따라서 앞으로의 대응은 단기적으로는 트럼프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서 한국의 무역, 특히 수출과 관련된 협상들을 잘 해 나가야 되는 것이 하나가 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미래의 국제 무역질서의 향배를 잘 전망하고 파악해서, 거기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말씀이 계셨고요.
두 번째는, 그런 속에서 일정한 정도의 탈미국 흐름은 불가피한 것 같아요. 그런 차원에서, 한국의 무역, 그러니까 특히 이 경제 외교는 기존에 미국과 중국 중심으로 짜여진 것에서, 일본이나 동남아, 그리고 인도, 호주, 그리고 나아가서는 유럽 쪽으로 전략 공간을 훨씬 더 확대해야 한다는 말씀들이 있었고, 그런 속에서 최병일 교수님께서 강조하신 CPTPP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또 하나 되겠고요.
세번째로는, 미국이 한국의 수입 확대를 상당히 요청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입장에서는 사실은 불공정 행위라고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적극적으로 해 나가야 한다는 말씀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미국의 구미를 맞추는 측면이 있기는 하지만, 한국 경제의 경쟁력, 한국 산업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우리가 그 구조 개혁은 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계속 살려나가려면 미국의 트럼프 관세에서도 생존해야 하고, 또 중국의 거센 추격과 경쟁에서도 서바이벌하고 경쟁력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적어도 유럽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까지 포함해서 그들이 받는 여러 가지 지원들을 고려할 때, 우리도 조금 더 전향적으로 이 부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쭉 해 주셨습니다.
최병일 원장님 그리고 이재민 원장님, 오늘 장시간 귀한 시간 내주셔서 너무 값진 토론을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대담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 손열_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이재민_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원장.
■ 최병일_(법무법인) 태평양 통상전략혁신허브 원장. 이화여대 명예교수.
■ 담당 및 편집: 김채린_EAI 연구보조원
문의: 02 2277 1683 (ext. 208) | crkim@eai.or.kr
국제정세와 전략
미중관계와 한국
보이는 논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