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⑤ 2025년 인도-태평양 전망과 한국의 과제](/data/bbs/kor_issuebriefing/2025040115552395349970(1).jpg)
박재적 연세대 교수는 2025년 트럼프 행정부가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의 안보 질서 관리를 위해 소다자 안보협력 네트워크를 계승하는 한편, 중국은 미국의 다자협력 경시를 기회로 삼아 글로벌 사우스 국가를 대상으로 전략 공간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합니다. 미중 간 리더십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미국, 일본, 호주, 필리핀으로 구성된 소다자 협력(S-Quad)이 부상하고 있으며, 박 교수는 미국이 인태판 나토를 추진할 경우 스쿼드가 그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합니다. 저자는 한국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 참여하면서도 개방성과 포용성을 강조하여 중국과의 협력 공간을 모색하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의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번영’을 인태전략에서 강조하는 등 역내 위상을 강화할 수 있는 인태전략 방향을 제시합니다.
Ⅰ. 2025년 인도-태평양 전략 환경
1.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인도-태평양 정책
2025년 1월 출범 예정인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인도-태평양(이하 인태) 전략을 계승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일부에서는 트럼프 당선자의 ‘신고립주의’ 및 ‘반동맹’ 기조에 따라 미국의 인태 지역 관여와 개입이 축소하여, 전임 바이든 행정부 인태 전략의 핵심이었던 동맹 강화와 중층적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 구축 전략이 큰 도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미국이 소다자 안보 네트워크를 통해 역내 안보 의제를 관리하면 구성 국가 간 역할 분담 구조가 명확해지고, 특정 사안에 대한 공동 대응 협의가 쉬워진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네트워크 구성국에 자국의 규칙과 규범을 더 쉽게 확산시킬 수 있고, 구성국들의 규범 준수 여부를 다각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이러한 네트워크 운영은 미국과 네트워크 구성 국가 모두의 ‘거래비용(transaction costs)’을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성공한 기업가 출신의 트럼프 대통령이 저비용·고효율로 인태 지역 안보 질서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소다자 안보협력 네트워크의 구축을 배척하기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은 2019년 국방부와 국무부 명의의 인태 전략서를 발간했으며, 다양한 법안을 제정하며 인태 전략을 추진했다. 비밀문서였던 『2018년도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전략적 프레임워크』를 트럼프 대통령 퇴임 직전 공개하기도 하였다. 또한, 2007년 등장했으나 호주와 일본의 이탈로 곧 좌초되었던 미·일·호주·인도 4개국 안보협력 연합체인 ‘쿼드(Quad)’를 2017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시 부활시킨 사례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필리핀에서 열린 아세안 정상회의 부속 회담 형식으로 국장급 관료 회동이 성사되었고, 이후 트럼프 행정부 기간 총 8차례의 쿼드 회담이 개최되었다. 특히 2019년 9월에는 유엔총회 계기 외교장관 회담이 처음 열렸으며, 2020년 10월에는 4개국 외교부 장관이 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도 대면 회담을 하는 등 쿼드의 협력을 확대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했던 미국 주도 인태 지역 동맹과 유럽 나토(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의 연계를 지속해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국무부 부장관이었던 스티븐 비건(Stephen Biegun)은 이미 쿼드 플러스와 나토 간 연계를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해양 안보를 명분으로 동남아와 인도양 국가에 정보·감시·정찰(Intelligence, Surveillance, Reconnaissance: ISR) 자산 제공도 지속할 가능성도 크다. 이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동남아 국가들의 해양 능력 강화를 위해 ‘해양안보 이니셔티브(Maritime Security Initiative: MSI)’를 추진하여 5년간 약 4억 2,500만 달러를 지원했었다. 2020년에는 MSI를 통해 34대의 무인 항공기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ISR 자산을 강화했다. 2020년 11월에는 로버트 오브라이언(Robert C. O'Brien)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필리핀을 방문하며 약 200억 원 상당의 군수품을 제공하기도 하였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인태 전략을 전임 바이든 행정부의 유산이 아닌 트럼프 1기에서 기원한 독자적인 브랜드로 프레임화할 가능성이 크다. 오바마 행정부의 ‘재균형(re-balancing) 전략’을 거쳐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본격적으로 추진한 전략을 바이든 행정부가 계승했고, 이를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완성한다는 구조이다.
2. 중국의 다자외교 세력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인태 전략의 핵심인 중층적 소다자 안보협력을 통한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구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국 우선주의 기조로 인해 인태 지역 다자협력에서 ‘선의적 무시(benign neglect)’를 재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동안 ‘동아시아 정상회의(East Asia Summit)’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으며, 아세안-미국 정상회의에도 첫해를 제외하고 3년 연속 불참했다. 대신 국가안보보좌관이 대리 참석했을 때 아세안 정상들은 심한 불쾌감을 표출한 바 있다. 이와는 달리 바이든 행정부는 아세안 관련 다자회의를 중시하고, 미국의 전통적인 안보협력국이 아닌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인태 지역 주요 거점 국가를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로 유인하기 위해 이들과의 양자 관계를 증진했다.
만약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선의적 무시’가 재현된다면, 중국은 이를 기회로 삼아 다자영역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약화하고 자국의 전략적 공간을 확대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왕이(王毅) 외교부장이 2024년 12월 17일 중국 외교부 산하 국제문제연구소가 주최한 ‘2024년 국제 형세와 중국 외교’ 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연설이 주목된다. 연설의 주제어는 화평, 개방, 정의, 단결, 포용이었는데, 첫 두 주제어는 중국이 미국과 전면적으로 대결할 상황이 아니며(화평), 미국의 ‘탈동조화(de-coupling)’ 및 ‘위험 완화(de-risking)’ 전략에 맞서 역내 국가들과의 상호의존성을 확대하겠다는(개방)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다자영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하여서는 나머지 세 가지 키워드가 중요한데, 국제 규범 영역에서 중국의 정당성을 강조하고(정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와 협력을 강화하며(단결),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추구하는 기회를 포착하여 중국이 세계 무대 중심으로 부상하겠다는(포용) 목표를 함축하고 있다(하영선 2025). 시진핑(習近平) 주석 역시 2025년 신년사에서 ‘글로벌 사우스’와의 협력을 통해 ‘인류 운명공동체’를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소)다자주의를 ‘선택적 다자주의’라고 비판하며, 자국 주도의 다자주의를 통해 세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러시아·인도·중국(RIC),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협의체(BRICS), 상하이협력기구(Shanghai Cooperation Organisation: SCO),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회의(Conference on Interaction and Confidence Building Measures in Asia: CICA) 등이 있다. 특히, 브릭스에는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아랍에미리트가 가입하였고, 2025년 1월 6일에 금년도 BRICS 의장국인 브라질이 인도네시아가 공식적으로 브릭스에 가입할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2024년 6월 브릭스 외무장관 회의에서는 태국이 브릭스 가입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는데, 태국의 가입도 곧 논의될 전망이다. 이러한 브릭스 확장은 중국이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적 플랫폼으로서 브릭스의 역할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아울러 미국 인태 전략의 약점 중 하나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에 대한 지경학적 대응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중국이 트럼프 행정부 2기 동안 이를 더욱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일본, 호주, 인도와 개별적 인프라 투자 및 양자·삼자·쿼드 협력을 통해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응해 왔으나, 중국의 거대 자본에 비해 부족한 규모로 인해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다면, 중국은 ‘개발’을 다자협력의 핵심 기치로 내세우며 다자 영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다.
3. 미·중 리더십 부재 속 중견국 중심의 소다자 연합 약진
트럼프 행정부 2기 인태 지역에서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 및 지경학적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 2025년 중견국 역할론이 더욱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미·중 G2 시대에 역내 국가가 안보 질서 구축과 유지 측면에서 미국과 중국의 주도를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기존의 시각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차원뿐만 아니라 지역 차원에서 미국과 중국의 리더십이 경합하고 역내 국가에 선택을 강요함에 따라, 비록 양 강대국과 비교하면 그 정도는 현저히 낮을지라도 역내 국가가 안보 질서 구축·유지를 위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시각이 점증하고 있다(이신화·박재적 2021).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시기에 미·중에 비해 약소국인 중견국이 단독으로 역내 안보 질서 구축 및 유지에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역부족이나, ‘중견국 연합’을 형성한다면 미·중에 대해 어느 정도의 레버리지를 가질 수 있게 된다. 즉, 역내 중견국의 소다자 연합이 미국과 중국의 세력 역학관계에 전면적 변화를 초래할 정도의 영향력은 없지만, 미국과 중국이 각각의 네트워크를 운영・유지하는 데 일정 정도의 영향력은 행사할 수 있는 정도의 ‘위치 권력(positional power)’은 보유하고 있다. 역내 국가 간 소다자 협력이 미국과 중국이 각각 유지하는 진영의 ‘빈 곳(empty hole)’을 채우고, 양 진영을 연결하는 연결자의 역할을 한다면 미국과 중국 모두로부터 위상을 인정받게 된다. 따라서, 트럼프 2기 행정부 등장으로 더욱 심화하고 있는 미중관계의 불확실성 속에 역내 국가가 구축하고 있는 (또는 구축하여야 할) 대응 체제 중 하나가 역내 국가가 주도하는 소다자 안보협력이라는 의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태 지역 주요 중진국인 한국, 일본,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주도하는 소다자 연합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위상을 확보해가면서 자율성도 확보해 간다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가 지나치게 미중 대립의 도구로 기능하는 것을 억지할 수 있게 된다. 일례로, 2024년 한국, 일본, 호주는 국장급 인태 대화를 출범시켰는데, 3국은 동남아 및 태평양 지역에서 해양안보와 개발협력 분야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주요 중견국 소다자 협력이 나아가, 메콩강 협력, 해적 퇴치, 해양정보 공유 등을 위해 인태 지역에서 태동하고 있는 자생적인 (소)다자 협력과 연계된다면, 미·중 전략적 경합에서 좀 더 자유로운 다자안보 협력을 구동할 수 있는 초석이 된다.
한편 최근 동남아 주요 국가 간의 양자 협력이 강화하고 있는데, 그들이 중심이 되는 소다자 안보협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2024년에 인도네시아와 필리핀이 안보협력과 공동순찰에 합의하였으며, 베트남과 필리핀도 해안경비대 협력 등 해양 협력을 강화하기로 하였다. 동남아 국가가 주도하는 소다자 안보협력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대표적으로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가 2004년에 ‘말라카 해협 순찰’을 창설하였고, 태국이 2008년부터 합류하였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이 2017년에 ‘삼자협력 의정서’를 체결하고 ‘술라해 삼국 순찰’을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 및 지경학적 경합이 가열되면서 동남아 주요 국가가 중심이 되는 소다자 협력이 최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아세안 내에서 친중 국가와 친미 국가의 대립이 민감한 이슈에 대한 ’아세안 컨센서스‘ 도출을 어렵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주요국이 아세안 차원의 제도적 협력이 어려운 이슈 영역에서 ’아세안 방식‘의 고수보다는 소수의 관련 국가가 중심이 되는 소다자적 접근을 선호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주요국의 양자 안보협력 증진 추세가 이들 국가가 중심이 되는 소다자 안보협력을 추동할 가능성이 큰 이유이다. 그러한 소다자적 접근이 정체된 아세안 안보협력의 보완제가 될지, 아니면 대체재가 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4. 나토의 인태 접근과 일본의 전략적 위상 강화
미국과 중국의 지정학 및 지경학적 경합이 가열되는 가운데, 일부 유럽 국가의 인태 지역 접근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남중국해, 동중국해 및 일본 영토에서 쿼드 국가 전체 또는 일부가 다수의 공동 군사훈련을 시행 중인데, 유럽 국가 참여의 빈도와 강도가 늘고 있다. 그런데 유럽의 나토와 미국 주도 안보네트워크를 연결하는 데 인태 지역에서 교량적 역할을 하는 대표적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이미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의 중심축으로 뚜렷이 자리매김했는데, 인태 지역에서 일본이 타 국가와 체결하고 있는 ‘상호접근협정(Reciprocal Access Agreement: RAA)’이 주요한 매개 중 하나이다. RAA는 상대방 국가의 군대가 자국을 방문할 때 입국 절차를 간소하게 해주는 협정이다. 일본은 2022년 1월에 호주, 2023년 1월에 영국, 2024년 7월에 필리핀과 RAA를 체결하였다. 일본은 프랑스와도 유사한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협상 중이다.
일국의 군대가 타국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비자, 세관, 군수 식량 검역, 무기 반입 등에 복잡한 절차가 필요하다. 또한, 자국 군인이 타국 영토에서 중범죄를 저질렀을 경우 어느 쪽이 재판 관할권을 가질지도 논란거리다. 이를 매번 훈련 때마다 반복하여 협상하기보다는, 협상을 통해 절차를 간소화하고 명문화한 뒤 이를 지속해서 적용하는 것이 RAA이다. 일본과 호주의 RAA 협상은 10년 이상을 끌었다. 주요한 쟁점 사항은 일본 법원이 일본 영토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호주 군인에 사형을 선고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호주는 사형제를 폐지하였지만, 일본은 사형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형제를 둘러싼 논란 이외에도 일본과 호주에서 각각 정부 기관 간 정책협의도 난행을 겪었다. 하지만, 일본과 호주가 RAA를 타결한 후에는 이것이 선례가 되어서 일본과 영국, 일본과 필리핀의 RAA 체결 협상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본이 체결하고 있는 RAA가 주목받는 이유는 역내에서 양자와 다자 군사훈련의 수가 늘고 참여 병력과 장비가 점증적으로 대규모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RAA 체결로 호주, 영국, 필리핀이 대규모 군대를 일본이나 동북아 해상에 파견하여 일본과 군사훈련을 수행하기가 쉬워졌다.
한편, 과거 나토의 공식 입장은 인태 지역 안보 문제에 나토가 연루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유럽 내 다양한 전통, 비전통 안보 문제를 처리하는 일만도 벅차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유럽에서 중국위협론이 커지면서 나토의 입장도 변화했다. 2021년 6월에 영국에서 개최된 G7 정상회의에서 명확하게 중국을 잠재적 적으로 규정하였고, 유럽에서 중국의 정보전(information warfare), 홍콩 강권 통치, 신장 인권탄압, 첨단기술 탈취 등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미국과 보조를 맞추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2022년 6월에 개최된 나토 정상회의는 중국 견제를 명시하는 '2022 전략 개념'을 채택하기도 하였다. 나토의 주요 회원국인 영국과 프랑스가 ‘영국-호주-뉴질랜드-말레이시아-싱가포르 5개국 방위협력(Five Power Defence Arrangements: FPDA)’, ‘호주·영국·미국 삼자 안보협력(AUKUS, 오커스)’, 인도-호주-프랑스 삼자 전략 대화 등 역내 국가와의 안보협력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있다. 프랑스는 인태 지역에 핵잠수함을 파견하고 있으며, 영국은 항모전단을 아시아 지역에 순항시키고 있다. 독일도 호위함을 남중국해와 말라카 해협에 전개하고 있다. 2024년 10월 7일에는 중국과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대만과 마주한 필리핀 북부 루손 섬 해안에서 미국, 필리핀, 일본, 호주, 캐나다, 프랑스가 ‘사마사마(Sama Sama, ‘함께한다’는 의미의 타갈로그어)’ 군사훈련을 개최하였다. 이어 10월 15일에는 개최된 미국과 필리핀 해병대 훈련인 ‘카만닥(KAMANDAG, ‘독[毒]’을 의미하는 타갈로그어)’에도 일본, 한국, 호주, 영국, 프랑스가 참여하였다.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Indo-Pacific 4: IP4)가 2022년, 2023년, 2024년에 초대된 것은 나토와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태 지역 동맹들이 높은 수준에서 연계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5. 부상하는 ‘스쿼드(S-Quad)’
‘쿼드(Quad)’는 미국, 호주, 일본, 인도 간 안보협력을 지칭한다. 2007년 미국과 일본의 주도로 시작했으나, 중국의 부정적 인식을 의식한 호주와 인도의 이탈로 1년도 안 되어 좌초되었다. 그러나 2017년 11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주도로 부활하였고, 이후 인태 지역의 대표적인 미국 주도 소다자 협의체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스쿼드(S-Quad)’가 부상하고 있다. 스쿼드는 미국, 호주, 일본, 필리핀 간의 안보협력을 뜻하며, 기존 쿼드와 달리 인도가 아닌 필리핀이 포함되어 있다. ‘S’는 ‘Security(안보)’의 첫 글자로, 스쿼드 협력이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 전통 안보 영역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스쿼드는 미국과 필리핀 간의 양자 안보협력 증진에서 시작되었다. 2023년 2월, 필리핀은 기존의 5곳에 추가로 4곳의 군사기지를 미국에 제공했으며, 이 중 3곳은 대만과 가까운 위치에 있다. 이를 통해 대만 사태에 대비한 거점을 확보한 미국은 필리핀과 6년 만에 해양 순찰을 재개하며 이에 화답했다. 이어서 일본과 호주도 미국, 필리핀의 군사훈련 및 공동 해양 순찰에 합류하였다. 스쿼드 국가 간 양자, 3자, 4자 군사훈련과 공동 해양 순찰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2024년 4월 12일에는 미국, 일본, 필리핀이 최초로 3국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또한, 7월 8일에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일본과 필리핀이 양국 군대의 RAA를 체결하였다.
기존의 쿼드도 중국을 염두에 둔 안보 협의체로서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미국, 일본, 호주와는 달리 인도는 쿼드가 대중 봉쇄의 기제로 인식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따라서 쿼드는 중국 견제를 위한 수단이더라도 2007년 좌초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4국은 표면적으로 중국 견제의 색채를 가능한 한 옅게 하고 다양한 비전통 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쿼드와 ‘쿼드 플러스’를 전개해 왔다. 반면 스쿼드는 쿼드와는 달리, 명시적으로 중국에 대항한 해양 안보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스쿼드 4국은 그들의 안보협력을 스쿼드로 지칭하지 않고 있으며, 공식적인 협의체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필리핀 주변 해역의 해양 안보가 남중국해 해양 분쟁 및 중국과 대만 간의 양안 분쟁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는 점에서, 4국이 스쿼드를 공식화하고 점차 제도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일부의 예측이나 비난처럼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유럽의 나토와 같은 집단 방위 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면, 스쿼드가 그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2025년 인태 지역에서 스쿼드의 전개가 역내 안보 질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Ⅱ. 우리의 인도-태평양 전략 추진 방향
한국은 2021년 12월 인태 전략 공표 후 역내 공적개발원조, 국제 개발 협력 등을 위한 지원에 힘을 쏟아 왔다. 하지만, 남중국해 분쟁의 평화적 해결, 법의 지배, 항행과 항공의 자유 등에 원론적 지지를 표명하면서 역내 민감한 안보 이슈에는 거리를 두어 왔다는 비난도 있었다. 이에 인태 전략 추진 3년 차에 접어드는 2025년에는 역내의 다양한 비전통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기여를 가시화해야 할 시점이다. 2025년은 한국 인태 전략 이행 로드맵상 ‘성숙·확산’ 단계로서, 인태 전략 이행성과의 가시성 제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위에서 언급한 전략 환경을 고려하여 아래와 같은 기조 및 추진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인태 공간을 광의로 접근하고 일본, 호주 및 주요 유럽 국가와의 안보협력을 강화함으로써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우리의 안보적 위상을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2022년 12월 인태 전략 발표 시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가 역내 국가로 포함될 수 있도록 인태 공간의 범위를 인도뿐만 아니라 인도의 서쪽부터 아프리카 동부까지 포함하게 설정했다. 인태 전략 추진 1년차부터 유지해온 이와 같은 공간 범위를 좀 더 공고화해야 한다.
한국이 인태 공간을 포괄적으로 설정해야 하는 이유는 미중 간의 전략적 경합이 중국과 미국의 경합에서 중국과 ‘서구(West)’ 네트워크의 경합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많은 이슈 영역에서 중국과 미국 사이라기보다는 중국과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 네트워크와의 사이에서 우리의 적절한 ‘위치 선정’(positioning)을 고민해야 하는 전략 환경에 놓이게 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인태 공간을 아프리카 동부 지역까지 확장하여 설정한 한국이 인태 전략 추진 3년 차에 확장된 공간에서의 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한국이 인태 지역에서의 지정학적 경합을 중국 대 ‘서구’로 접근하고 있으며, ‘서구’와의 안보협력을 증진하겠다는 의미를 함축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일본은 프랑스, 영국 등 유럽 국가와의 안보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에서 일본의 위상이 강화되어 일본이 동북아의 축으로 기능한다면, 한국의 위상은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쿼드의 예처럼 일본이 역내 소다자 안보협력 결성의 주도권을 가지게 된다면, 역내 다자 안보협력에서도 우리의 입지가 일본에 밀리게 된다. 따라서 우리의 안보적 위상을 높이기 위해 한편으로는 인태 지역에서 유럽 국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아프리카 동부 지역에서 ‘평화유지군 활동(Peacekeeing Operations: PKO)’을 강화하는 등 확장된 지역에서 우리의 안보적 역할을 늘려 나가야 한다.
둘째,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가 주도하는 인태 지역 포괄안보, 특히 해양안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우리의 위상을 확보해야 한다. 우리가 그동안 수행해 온 역내 국가의 ‘해양능력배양(maritime capacity building)’에 대한 기여를 지속하면서 역내 ‘해양 상황인지(maritime domain awareness)’ 능력 배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일례로 쿼드가 2022년 제3차 정상회의에서 ‘해양 상황인식을 위한 인도-태평양 파트너십(Indo-Pacific Partnership for Maritime Domain Awareness: IPMDA)’를 발족시켰고, 2024년 9월에 개최된 정상회의에서도 이를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을 표명하였다. 이처럼 미국 등 쿼드 국가가 인태 지역 거점 국가의 해양 상황인지 능력 배양에 적극적인 상황에서, 한국은 역내 국가를 대상으로 한 개별적 기여를 지속하면서 IPMDA가 쿼드+ 형태로 확장된다면 참여하는 등 쿼드 국가와의 협력 및 조율도 늘려 나가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역내 안정적 해상 교통로 확보를 위해 중국의 대만해협에서의 ‘군사력 과시(showdown of forces)’ 상황과 남중국해에서의 ‘해양 순찰(maritime patrol)’에 대한 우리의 뚜렷한 태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국과 일본이 호주, 필리핀과 스쿼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이 인태 전략 추진 3년차에 국내 정치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고 해양안보에서 미국과 일본에 어느 정도까지 보조를 맞출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셋째, 우리의 딜레마는 제1위 교역국이자 북핵 문제 해결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중국이 미국 주도 안보 네트워크 강화와 인태 공간개념에 비판적이라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한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인태 전략 추진 후 지난 2년 간 해 왔던 것처럼 중국을 포함한 역내 국가 모두와 함께하는 ‘개방성·포괄성’을 강조해야 한다. 이에 더해 ‘법의 지배’, ‘항행의 자유’와 같은 지역 차원의 보편적 규범 준수와 더불어, 중견국으로 역내 비전통안보 이슈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한국은 다양한 이슈 영역에서 미국을 포함한 쿼드 국가가 주도하는 해양안보 협력에 참여를 요청 받게 될 전망이다. 만약 이러한 요청이 우리가 정립한 상기 원칙에 부합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때에 따라서는 중국도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교량 국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면서 역내 국가가 중심이 되는 자생적인 안보협력이나, 중국이 주도하는 안보협력에도 우리가 정립한 원칙에 맞으면 참여하는 균형감도 유지해야 한다.
넷째, 한국이 역내 중견국 중심의 소다자 연합을 촉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 지난 2년 간 한국의 인태 전략서와 이행서가 소다자 협력을 표명하였지만, 실행 성과로 예시한 것과 중점 추진 사업으로 예시한 것은 주로 미국 중심의 소다자 연합체였다.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미중 전략적 경합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다자안보 협력의 초석을 만들기 위해서 인태 지역 주요 중견국인 일본,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양자 및 소다자 안보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향후 일본-베트남-필리핀, 호주-인도네시아-인도, 인도-일본-베트남, 프랑스-호주-인도 같은 다양한 역내 국가 주도 소다자 협력과 비공식적 다자간 협력이 역내 안보 영역에서 역할을 정립해 갈 것이다.
주목할 것은 한국과 호주가 동북아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남태평양에서 역내 국가와 소다자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2025년에 한국·호주·아세안, 한국·호주·태평양 도서국 조합의 소다자 협의 추진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한국, 호주가 동남아에서 공동으로 개발 협력사업을 수행하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남태평양에서도 공동으로 개발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한국과 호주가 정례적으로 ‘아세안 정책 대화’를 개최하고 있는 것처럼, 남태평양 주도국인 호주와 협의하여 ‘남태평양 정책 대화’도 추진하고, 우리가 ‘한·아세안 연대구상(Korea-ASEAN Solidarity Initiative: KASI)’과 유사한 ‘남태평양 연대구상’을 제안할 수도 있다.
다섯째, 한국이 ‘자유(freedom), 평화(peace), 번영(prosperity)’의 인태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자유(freedom)와 평화(peace) 못지않게 번영(prosperity)에 대한 수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짧은 기간에 경제 성장을 이룬 우리의 ‘번영(prosperity)’ 이미지는 우리 인태 전략의 자산이다. 남태평양을 비롯한 ‘글로벌 사우스’ 국가가 ‘국가재건’, ‘시민역량 개발’에 전력하고 있는바, ‘민주화’보다는 ‘번영’을 우리 인태 전략의 핵심 개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호주, 일본 등과 인태 지역에서 공동으로 개발 협력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남태평양에서도 공동으로 개발 협력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여섯째, 한미일 안보협력을 동북아를 넘어 인태 공간에서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한 플랫폼으로 확장해야 한다. 2023년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은 상호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캠프 데이비드 협정’을 체결하였다. 무엇보다 북한이 핵 및 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는 가운데, 3국이 안보협력을 증진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3국은 북한 미사일 정보 공조, 삼국 간 군사훈련 정례화 등 안보협력의 핵심 골격을 만들었고, 2024년에 3국 협력사무국 설치에 합의하는 등 3국 협력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한미일 협의체가 동북아 지역에서 안보 의제를 다루는 소다자 플랫폼으로 자리 잡으면, ‘한미일+알파(α)’ 형식으로 외연 확장을 시도해야 한다. 3국은 이미 정보 공조,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경제 안보를 논의하는 3자 ‘협의체’를 구성하였고, 2024년 1월 ‘한미일 인도-태평양 대화’를 발족시켰다. 2024년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페루에서 개최된 한미일 정상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해양안보・법집행 협력 프레임워크(Trilateral Maritime Security and Law Enforcement Cooperation Framework)’도 출범시켰다.
우리가 인태 지역을 대상으로 한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고, 호주,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과 ‘한미일 플러스(+)’ 연대를 촉진할 것을 표명해야 한다. ‘한미일-아세안, 한미일-태평양 도서국 포럼, 한미일-아프리카 정상회의, 한미일-‘글로벌 사우스’와 같이 역내 다자 지역협의체 또는 지역 집단군과의 한미일 플러스(+)를 추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럽, 아프리카 지역의 PKO에 대한 적극적 참여를 매개로 해양안보에서 한미일 + EU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참고 문헌
이동률. 2025. “[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② 중국의 새로운 글로벌 역할의 모색, 대미 전략과 한반도”. EAI 논평. https://www.eai.or.kr/new/ko/pub/view.asp?intSeq=22679&board=kor_issuebriefing (검색일: 2025. 1. 7.)
이신화, 박재적. 2021. “미· 중 패권경쟁시대 인태 지역의 자유주의 국제질서: 도전과 전망”. 『국제지역연구』 25, 2: 219-250.
하영선. 2025. “[신년 특집 보이는 논평] 3대 지구 리더십 위기와 기회”. EAI 보이는 논평. https://www.eai.or.kr/new/ko/pub/view.asp?intSeq=22840&board=kor_multimedia (검색일: 2025. 1. 5.)
■ 박재적_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및 언더우드국제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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