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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대 총선 연구 시리즈] 주요 정당의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투표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 2024-05-13
  • 서현진

ISBN  979-11-6617-748-4

1. 들어가며

 

이번 총선 투표율은 67%로 3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윤석열 정권 심판론’을 외친 야당과 ‘이재명·조국 심판론’을 외친 여당 모두 선거 막판까지 더 많은 지지자를 투표장으로 불러오려고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치열했던 선거의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 국민의힘의 참패, 조국혁신당의 선전이었다. 지역구 254석 중 민주당은 단독 과반인 161석을 확보했고, 국민의힘은 90석, 새로운미래·개혁신당·진보당은 각 1석씩을 차지했다. 비례 46석은 국민의미래가 36.67%로 18석을, 더불어민주연합이 26.69%로 14석을, 조국혁신당이 24.25%로 12석을, 개혁신당이 3.61%로 2석을 차지했다. 이런 결과에 대해 여당은 왜 참패했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이 연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시간을 선거 초반으로 돌려 본다면, 민주당의 압승을 기대하긴 어려웠던 공천 시점이 있었다.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친명횡재, 비명횡사’라는 말로 축약되면서 많은 비판에 직면했다. 의총에서는 공천심사 기준의 명확한 근거 제시 등 의원 평가의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었고, 하위 20% 평가를 받은 현역의원들의 재심 신청이 기각되면서 밀실 공천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공천배제에 반발하면서 탈당하는 의원들이 나왔고 지지층은 분열 양상을 보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재명 대표 책임론과 공천심사위원장의 사퇴론이 커졌다. 이재명 대표는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고 했지만, 당내 민주주의 문제는 심각해 보였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공천은 별 잡음이 없어 보였다. 현역의원을 컷오프하지 않고 단수공천 하거나 경선을 치르게 함으로써 조용한 공천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대해 민주당에서는 현역의원들을 컷오프할 경우 이들이 21대 국회 남은 임기 중 표결에 부쳐질 김건희 특검법에 동조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공적 조직으로서 정당은 당원 뿐 아니라 일반 여론에도 민감해야 하는데 ‘무감동 공천’이라는 지적을 받을 만큼, 국민의힘 공천은 그들만의 세상 논리를 따라 흘러갔다. 결과적으로 대부분 현역의원이 생존했고, 윤 대통령 핵심 측근들도 공천을 받았다. 조용한 공천이었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계파 갈등이 나타났고 이준석계 인사들이 탈당하여 새로운 정당을 조직하게 되었다.

           양 정당의 공천 상황을 지켜보면서 정치적 피로감이 쌓인 유권자들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반발해서 탈당한 의원들이 모인 이른바 ‘제3지대’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이낙연 중심의 민주당 탈당파와 이준석 중심의 국민의힘 탈당파가 힘을 합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것으로 보였는데, 아쉽게도 단기간 내 이 연합은 붕괴되었다. 혼란한 상황 속에서 제3지대에 대한 기대가 사라질 때 즈음, 총선을 한 달 정도 앞두고 비례대표 정당으로 조국혁신당이 출현했다. 선거 결과를 볼 때, 지역구는 민주당에, 비례대표는 조국혁신당에 교차투표하라는 조국혁신당의 ‘지민비조’ 전략은 효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이번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중요한 요인 중 하나로 각 정당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에 주목해보았다. 공천 파동으로 잡음이 컸던 민주당과 조용한 공천이라 불린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어땠을까? 공천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후보자와 정당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이글에서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22대 총선 직후 동아시아연구원(EAI)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하여 조사한 온라인 여론조사(2024년 4월 11-15일 실시, N=1530)를 통해 찾아보았다.

 

 

2. 양당 공천에 대한 평가

        

먼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후보자 공천과정에 대해서 유권자들은 어떻게 평가했는지 살펴보았다. <그림1>을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전체 응답자들의 평가를 비교할 수 있다. 전체적으로 양당 공천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인 평가보다 많다. 민주당 공천에 대해 ‘잘했다’라는 평가는 33.9%, ‘못했다’라는 평가는 50.5%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보다 16.6% 포인트 더 크다. 이에 비해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서는 22%가 ‘잘했다’라고 응답했고 60.8%는 ‘못했다’라고 답해서 그 차이가 38.8% 포인트나 되었다. 이를 통해 민주당 공천에 대한 잡음이 크고 비판이 많았던 것과는 달리,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평가가 훨씬 더 부정적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림1>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평가(%)

           각 정당 공천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는 정당 선호나 지지 성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므로, <그림2>에서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잘했다’라고 답한 응답자들의 비율을 각 정당 지지자별로 비교해 보았다.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듯이, 민주당이 공천을 ‘잘했다’라는 비율은 민주당 지지층에서 65%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조국혁신당 지지층(48%), 기타 정당 지지층(32%), 녹색정의당 지지층(29%), 개혁신당 지지층(22%) 순으로 낮아졌다. 특히 민주당 공천에 반발해서 탈당한 세력이 만든 새로운미래당 지지층의 긍정 평가는 12%로 국민의힘 지지층이나 무당층의 13%와 비슷한 수준으로 매우 낮았다.

           국민의힘이 공천에 대해서도 ‘잘했다’라는 비율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46%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이는 민주당 공천에 대한 민주당 지지층의 긍정적인 평가 비율과 비교해 보면 19% 포인트나 낮은 것이며, 국민의힘 지지층 만 보더라도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절반 이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또한 국민의힘이 공천을 ‘잘했다’라는 응답자 비율은 국민의힘 지지층을 제외한 다른 정당 지지층에서는 극히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 녹색정의당, 기타 정당, 지지층에서 12%가 긍정 평가를 했고, 국민의힘 탈당파가 결성한 정당인 개혁신당 지지층에서는 10%, 무당파 9%, 조국혁신당과 새로운 미래 지지층에서는 4% 수준이었다.

 

 

<그림2>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잘했다는 비율(%): 정당 지지자 별

 

<표1>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평가(평균값): 정당 지지자 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후보자 공천과정에 대한 평가가 각 정당 지지층별로 차이가 있음을 <그림2>를 통해 살펴보았는데, 이런 차이가 통계적으로 의미가 있는지를 평균 분석을 통해 확인해보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응답자의 평가는 ‘1=매우 잘함, 2=잘한 편임, 3=못한 편임, 4=매우 못함’ 등 4점 척도로 측정되었다. <표1>에는 이런 평가 결과를 각 정당 지지자별로 비교해볼 수 있도록 평균값이 정리되어 있다.

           먼저 민주당 공천에 대한 평가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평균값은 2.14로 잘한 편으로 보았다. 조국혁신당, 녹색정의당, 기타 정당 지지자들도 평균값이 3.0 이하로 잘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민주당 탈당 인사들이 만든 새로운미래 지지자들은 국민의힘 지지자들 다음으로 민주당 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이런 정당 지지자별 민주당 공천에 대한 평가는 F값을 통해 알 수 있듯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또한 민주당 지지자들과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의 평가가 모두 잘한 편으로 나타났지만, 이 두 지지자 집단 간 차이를 t-검정으로 살펴본 결과(t=-4.421, p=.000)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다음으로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평가를 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의 평균값은 2.52로 잘한 편이었지만 다른 모든 정당 지지자 집단들에서는 3.0 이상으로 못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의힘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 간 차이도 볼 수 있는데,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평가하는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만족도가 민주당 지지자들이 평가하는 민주당 공천 만족도(2.14)보다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앞서 <그림2>에서 살펴 본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이 민주당 공천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 보다 국힘 지지층을 제외한 모든 정당 지지층에서 낮고, 국힘 지지층에서 조차도 절반 이하였던 점과 유사하다. 이를 통해 전체적으로 <그림1>과 같이 민주당 보다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부정 평가 비율이 높은 이유를 알 수 있다.

           그리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들, 새로운미래와 개혁신당 지지자들을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모두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할 것은 평균적으로 새로운미래 지지자들은 민주당 공천에 대해 3.26으로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3.23 보다 더 부정적인 평가를 했고, 개혁신당 지지자들도 3.14 대 3.29로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더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는 점이다.

           이상의 분석을 통해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유권자들의 평가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 공천은 공천 파동이라 불릴 만큼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시끄러웠지만 조용했던 국민의힘 공천 보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 유권자들이 이렇게 평가한 이유는 아마도 안전주의 공천으로 인해 아무 것도 변화하지 않아서 친윤과 영남권 인사들만 살아남은 선거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민주당 공천은 진통이 컸지만 새로운 방향으로 당을 변화시키려는 의도가 있어 보이고, 반대파가 탈당 후 남은 세력 간의 결속력을 높여 단일대오로 선거를 치를 수 있었기 때문에 조금 더 긍정적 평가를 받은 것 같다.

           그러나 여기서 주의할 점은 민주당 공천에 대한 평가가 조금 더 긍정적일지라도 국민의힘과 마찬가지로 지지층에서도 부정적인 평가를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각기 다른 정당의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공천에 대해 좀 더 호의적인 시선으로 보는 경향이 있지만, 맹목적으로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당의 공천에 대해 긍정 평가를 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 양당 공천평가와 투표 선택

 

그렇다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실제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투표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까? 민주당 지지층에서 민주당 공천에 대해 부정 평가를 한 사람들은 긍정 평가를 한 사람들과는 다른 투표 선택을 했을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대해 부정 평가를 한 사람들은 긍정 평가를 한 사람들과 다른 투표 선택을 했을까? 여기서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설문조사 자료 분석을 통해 찾아보았다. 그리고 실제 투표에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택을 각각 다른 조합으로 한 유권자 집단에 따라서 양당 공천에 대해 평가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는지를 평균 분석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먼저 민주당 지지자들을 대상으로 공천에 대한 평가와 투표 선택의 관계를 보자. <표2>에서 볼 수 있듯이, 공천을 잘했다고 평가한 사람들의 과반수 이상인 56.1%는 지역구에 민주당과 비례대표에 민주연합을 선택했고, 35.9%는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조합으로 투표했다. 공천을 못했다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보면, 민주당과 민주연합 조합을 선택한 비율이 37.7%로 가장 많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조합을 선택한 34%와 비교해 볼 때 그 차이는 3.7% 포인트로 매우 적었다. 부정 평가를 한 응답자 중 민주당과 기타 소수정당을 선택한 비율도 11.3%였고 국민의힘과 기타 소수정당을 선택한 비율도 9.4%나 되었다.

           또한 민주당 지지층에서 민주당과 민주연합 조합을 선택한 사람들에 주목하면, 공천에 대한 긍정 평가 비율(56.1%)과 부정 비율(37.7%) 간 차이가 18.4% 포인트로 매우 크다는 것도 알 수 있다. 공천을 잘못했다는 사람들에 비해, 못했다는 사람들 중 민주당과 민주연합 조합 선택자는 훨씬 적었다는 말이다. 이처럼 민주당 공천에 대한 평가를 잘했다는 집단과 못했다는 집단 간 투표 선택에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표2> 민주당 공천 평가와 투표 선택(%): 민주당 지지층 대상

 

           다음으로 민주당 공천평가에 따라서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의 투표 선택이 달라졌는지를 살펴보았다. 조국혁신당 지지층은 민주당 지지층과 차이는 있었지만 민주당을 제외한 집단 중 가장 민주당 공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던 집단이다. <표3>을 보면, 조국혁신당 지지자들은 민주당 공천평가와 상관없이 대부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조합에 투표했지만, 민주당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사람들의 비율(60%)은 잘했다는 사람들의 비율(73.6%)보다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대신 지역구에서 소수정당 후보자, 비례에서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소수 정당을 선택한 사람들을 보면, 민주당 공천에 부정 평가를 한 비율(32.5%)이 긍정 평가 비율(22.6%)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천이 잘되었다고 본 사람들 보다 잘못되었다고 본 지지자들 중 지역구에서 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조국혁신당 지지층에서도 민주당 공천평가에 따른 투표 선택에 차이가 나타났음을 의미한다.

 

<표3> 민주당 공천 평가와 투표 선택(%): 조국혁신당 지지층 대상

 

           <표4>에는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으로 살펴본 국민의힘 공천평가와 투표 선택의 관계가 나타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민주당 지지층이 민주당과 민주연합 조합에 투표한 비율과 비교해 볼 때,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조합에 투표한 비율이 훨씬 높은 것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긍정 평가자의 87.3%, 부정 평가자의 73.7%가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에 투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집단 간 차이는 13.6%로 작지 않다. 공천을 잘했다는 응답자보다 못했다는 응답자 중에서 국민의힘과 기타 소수정당, 국민의힘과 개혁신당 조합 뿐 아니라 지역과 비례에서 모두 소수 정당만 선택한 비율이 더 높았다. 이처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지지층의 평가에서도 잘했다는 집단과 못했다는 집단 간 투표 선택에 차이가 크지는 않지만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표4> 국민의힘 공천평가와 투표 선택(%): 국민의힘 지지층 대상

 

           <표5>에서는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선택한 조합에 따라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응답자들의 평가가 다른지를 평균값으로 비교해보았다. 양 정당의 공천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투표 선택을 다르게 한 집단 간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이다. 먼저 민주당 공천에 대한 평가를 보면, 민주당과 민주연합을 선택한 지지자들의 평균값은 2.10으로 긍정적이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기타정당 지지자들도 긍정적이지만 집단 간 차이는 있다. 특히 민주당과 민주연합,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조합을 선택한 집단 간 차이도 t검정으로 살펴본 결과(t=-2.146, p=.032)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비례에서 어떤 당을 선택했든 지역구에서 민주당을 선택한 사람들과 지역구와 비례 모두 기타 소수정당을 선택한 사람들의 민주당 공천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인 것을 볼 수 있다.

 

<표5>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평가(평균값): 후보와 정당 선택 별

 

           다음으로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평가를 보면, 조금 양상이 다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를 선택한 지지층이 민주당과 민주연합을 선택한 지지층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공천에 가장 긍정적 평가를 보냈고, 국민의힘과 기타 소수정당이나 개혁신당 조합을 선택한 사람들의 공천평가도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한 사람들을 제외한 유권자 집단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과 달리, 국민의힘은 지역구에서 국민의힘을 선택한 집단으로부터만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즉, 지역구와 비례 투표에서 모두 기타 정당을 선택한 사람들의 평가를 보면, 민주당 공천평가(2.98)보다 국민의힘 공천평가(3.27)에 대해 더 부정적인 것을 알 수 있다.

 

 

4. 정당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투표 선택에 미친 영향 분석

 

앞선 기초 분석을 통해서 각 정당 공천에 대한 평가가 정당지지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정당 지지층에서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공천이 잘못되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일정 비율로 존재하고, 이런 정당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투표 선택과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다는 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는 좀 더 세밀하게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가 실제 선거에서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투표 선택에 미친 영향을 회귀분석을 통해서 살펴보았다.

           <표6>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공천평가가 지역구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먼저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평가 변수를 핵심 설명변수로 설정했는데, 공천을 잘함 0, 못함 1로 코딩하였다. 종속변수는 지역구 후보 선택으로 1. 민주당 후보자 선택, 2. 기타 정당 후보자 선택, 3. 국민의힘 후보자 선택으로 하였다. 이 외에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통제변수로 성별, 연령, 소득, 학력 등 사회경제적 변수와 정치관심도, 정당지지성향, 주관적 이념 성향 등 정치 성향에 대한 변수를 설정하였다.

           먼저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회귀분석 결과를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평가 변수는 다른 변수들의 영향력을 통제한 상태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응답자들은 잘했다는 응답자들보다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를 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응답자들도 잘했다는 응답자들보다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할 확률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 통제변수들의 영향력을 보면, 정치관심도가 낮을수록, 보수성향이며 국민의힘을 지지할수록 국민의힘 후보자를 선택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지역구 후보 선택에 미치는 정당 공천평가의 영향력을 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도 나누어 비교 분석해 보았다. 표에서 볼 수 있듯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민주당 공천 변수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했고 국민의힘 공천평가 변수는 영향력이 없었다. 이를 통해 민주당 지지층에게 있어서 국민의힘 공천평가는 지역구 후보 선택에 중요한 변수가 아닌 반면, 자신이 지지하는 민주당의 공천평가는 중요했음을 알 수 있다. 민주당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응답자일수록 지역구에서 민주당이 아닌 후보를 선택한 것을 알 수 있다. 통제변수를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정치관심도가 높을수록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것도 알 수 있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이나 민주당 공천에 대한 평가 변수가 지역구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앞선 빈도분석을 통해서도 예상해볼 수 있는 결과인데, 공천평가 여부와 상관없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적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공천에 대한 부정적 평가 비율이 더 높았지만, 투표선택으로 이어지지는 않은 것이다. 아마도 국민의힘 지지층이 불만이 있어도 뽑아주는 더 충성스러운 투표자이거나 아니면 이탈하여 투표할 만한 다른 선택지가 없었기 때문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이번 총선에서 영남권 투표율이 이례적으로 낮았던 점을 상기해본다면, 아마도 후자가 맞을 것 같다.

 

<표6> 선형회귀분석: 공천평가가 지역구 후보 선택에 미친 영향 (전체, 정당지지자별)\

 

          <표7>을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공천평가가 비례정당 선택에 미친 영향력에 대해 알 수 있다. 여기서 사용된 핵심 설명변수와 통제변수는 위의 지역구 후보 선택에 대한 회귀분석과 같다. 종속변수는 비례정당 선택으로 1.민주연합, 2.조국혁신당, 3.기타정당, 4.개혁신당, 5.국민의미래 등으로 코딩되었다.

           회귀분석 결과를 보면, 먼저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했을 때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평가 변수는 다른 변수들의 영향력을 통제한 상태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구 후보 선택과 유사한 결과로, 민주당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응답자들은 잘했다는 응답자들보다 비례정당 투표에서도 민주연합을 덜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국민의힘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응답자들도 잘했다는 응답자들보다 국민의미래를 덜 선택했다. 이 외에 통제변수들의 영향력을 보면, 남자, 나이가 많을수록, 정치관심도가 낮을수록, 보수성향이며 국민의힘을 지지할수록 보수정당을 선택한 것을 알 수 있다.

           다음으로 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으로도 나누어 비교 분석해 보면, 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모두 공천평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이 있었다. 민주당 지지층을 보면, 민주당 공천에 부정적인 사람일수록 민주연합이 아닌 정당들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았다. 반면 국힘의힘 공천에 부정적인 사람일수록 진보정당 쪽으로 투표한 것도 볼 수 있다. 통제변수를 보면 나이가 어릴수록, 정치관심도가 높을수록 민주당 후보를 선택한 것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비슷하게 관찰되었는데 민주당 공천에 부정적일수록, 국민의힘 공천에 긍정적일수록 보수 정당에 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국민의힘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사람일수록 국민의미래가 아닌 정당들 쪽으로 투표를 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지층의 공천평가는 비례정당 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변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표7> 선형회귀분석: 공천평가가 비례정당 선택에 미친 영향 (전체, 정당지지자별)

           <표8>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대한 공천평가가 지역구 후보와 비례정당 선택 조합에 미친 영향에 대한 회귀분석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독립변수와 통제변수는 위에서 사용한 것과 같고, 종속변수는 1.민주당/민주연합, 2.민주당/조국혁신당, 3.기타/기타, 4.국민의힘/개혁신당, 5.국민의힘/국민의미래 등으로 설정하였다.

           먼저 전체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회귀분석 결과를 보면,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평가 변수는 다른 변수들의 영향력을 통제한 상태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응답자들은 잘했다는 응답자들보다 지역구와 비례정당 투표에서 지역구에 민주당 후보와 비례에 민주당 계열 정당 조합으로 선택할 확률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유사하게 국민의힘이 공천을 잘못했다는 응답자들도 잘했다는 응답자들보다 국민의힘 후보를 지역구에서 선택하고 비례정당으로 보수정당을 선택하는 조합으로 투표할 확률이 낮은 것을 알 수 있다. 이 외에 통제변수들의 영향력을 보면, 나이가 많을수록, 정치관심도가 낮을수록, 보수성향일수록,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성향일수록 지역구와 비례에서 보수정당 조합으로 선택한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당 지지층과 국민의힘 지지층을 비교해보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앞선 비례정당 투표 선택과 유사하게 민주당 공천평가와 국민의힘 공천평가 변수의 영향력이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민주당 공천에 부정적인 사람일수록 지역구 민주당, 비례 민주연합의 조합에서 멀어지는 투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국힘의힘 지지층에서도 국민의힘 공천에 부정적인 사람일수록 지역구와 비례 선거에서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조합에서 멀어지는 방향으로 투표한 것을 볼 수 있다.

 

<표8> 선형회귀분석: 공천평가가 지역구+비례정당 선택에 미친 영향 (전체, 정당지지자별)

주1) 종속변수: 지역+비례정당 선택(1.민주/민주, 2.민주/조국, 3.기타/기타, 4.국힘/개혁, 5.국힘/국민)

주2) 독립변수: 민주공천못함(0.공천잘함, 1.공천못함), 국민의힘 공천못함(0.공천잘함, 1.공천못함)

주3) 통제변수: 성별(1.남자, 2.여자), 연령(1.18-29세 ~ 7. 70대),

             소득(1.100만원 이하 ~ 11.1000만원 이상), 학력(1.무학 ~ 8.대학원 박사과정),

             정치관심도(1.매우 관심 ~ 5. 전혀 관심 없음), 이념 성향(0.매우 진보 ~ 10. 매우 보수),

             정당지지성향(1.민주당, 2.조국혁신당, 3.기타 정당, 4.무당파, 5.국민의힘)

주4) ***p<.001, **p<.01, *p<.05

 

           마지막으로 양당 공천에 대해 모두 부정 평가를 한 사람들은 어떤 투표 선택을 했는지,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아닌 소수정당에 투표했는지에 대한 답을 설문조사 자료 분석을 통해 찾아보았다. <표9>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공천을 잘못했다고 한 사람들의 평가가 소수정당 선택에 미친 영향에 대한 이항 로지스틱 회귀분석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먼저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공천에 대한 평가를 핵심 설명변수로 설정했는데, 1. 둘 다 공천을 잘함, 2. 한 정당만 잘함, 3. 둘 다 못함으로 코딩하였다. 종속변수는 지역구 후보 선택, 비례정당 선택, 지역구와 비례 정당 조합 선택으로 모두 기득권 정당은 0, 기타 소수 정당은 1로 코딩하였다. 여기서 조국혁신당을 기득권 정당 범주로 묶은 것은, 앞선 분석에서도 보았듯이 조국혁신당을 선택한 사람들은 공천평가에 있어서 민주당 지지층과 유사한 성향을 보이며 다른 소수정당들과는 매우 차별화되는 특성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외에 종속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통제변수로 사용된 성별, 연령, 소득, 학력 등 사회경제적 변수와 정치관심도는 앞의 분석들과 똑같이 코딩했다. 그러나 정당지지성향과 주관적 이념 성향 등은 제3당 후보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방향으로 중도이념 성향과 소수정당지지 성향으로 재코딩하였다.

           지역구 투표, 비례 투표, 지역구와 비례 투표 조합에 있어서 양 정당의 공천이 모두 잘못되었다는 응답자일수록 소수정당에 투표했는지를 살펴보았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의 공천에 대한 평가 변수는 다른 변수들의 영향력을 통제한 상태에서 모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당 모두 공천을 잘못했다는 응답자들은 잘했다는 응답자들보다 지역구 선거에서 소수정당 후보자에게 투표할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양당 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응답자일수록 긍정적인 응답자들보다 비례정당 투표에서도 소수정당을 선택할 확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결과에 비춰볼 때, 당연히 지역구와 비례 선택 조합에서도 양당 공천평가에 부정적인 유권자일수록 소수정당 조합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게 나타났다.

 

<표9 > 이항 로지스틱 분석: 공천평가가 소수정당 선택에 미친 영향

주1) 종속변수: 지역구 투표(0.민주, 국힘, 1.기타), 비례 투표(0.민주, 조국, 국힘, 1.기타),   

             지역+비례 투표(0.민주/민주, 민주/조국, 국힘/국민, 1.기타)

 

주2) 독립변수: 양당공천평가(1.둘다 잘함, 2.둘 중 하나만 잘함, 3.둘다 못함)

주3) 통제변수: 성별(1.남자, 2.여자), 연령(1.18-29세 ~ 7. 70대),

             소득(1.100만원 이하 ~ 11.1000만원 이상), 학력(1.무학 ~ 8.대학원 박사과정),

             정치관심도(1.매우 관심 ~ 5. 전혀 관심 없음), 중도 이념 성향(0.기타, 1.중도),

             소수정당지지성향(1.민주당+국민의힘 2.무당파, 3.기타 정당)

주4) ***p<.001, **p<.01, *p<.05

 

           이상의 결과를 정리해보면,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민주당 공천에 대한 평가가 지역구 후보 투표 선택, 비례정당 선택, 그리고 두 가지 조합에서 모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지역구 후보 투표에는 공천평가가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비례정당 투표와 지역과 비례 선택 조합에서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역구에 비해 대안이 많았던 비례정당 투표를 통해서 국민의힘 지지층이 공천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또한 지역구는 소선거구 단순다수제이므로 자신의 선택이 사표가 될 우려로 인해 다수당에 불만이 있어도 투표하는 경향이 있지만, 비례정당 투표에서는 이런 위험성이 적기 때문에 더 솔직하게 표를 던졌을 가능성도 있다. 그리고 양당의 공천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일수록 소수정당에 투표할 확률도 높게 나타났다.

 

 

5. 마치며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민주당과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평가는 투표 선택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유사한 맥락에서 설문조사에서도 민주당 공천 논란이 투표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25.3%가 영향이 없다고 한 반면, 43.3%는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윤-한 갈등에 대해서도 투표 결정에 영향이 있었다는 응답자 비율이 41.2%로 없었다는 비율 26.6% 보다 높았다.

            이번 총선은 끝났지만 앞으로도 선거는 계속 이어지고 정당들은 계속 선거를 치르면서 정권 획득을 위한 경쟁을 해야 한다. 여야 모두 이번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읽고 해석해야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 늘 그렇듯이 참패한 쪽에서는 누구 탓인가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1월 선거 과정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사당화를 하고 있다며 사퇴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이때 처음으로 윤-한 갈등설이 등장했었다. 이후 비례대표 인선 과정에서 2차 갈등설이 났고, 총선 직후 3차 갈등설이 나오고 있다. 누구의 책임이 더 크던 간에 정부와 여당이 민심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집권당이 총선에서 전례 없는 참패의 성적표를 받은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정권 심판론에 동조하는 유권자가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윤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적 성격을 띠는 총선 시기 때문에 정권 심판론이 더 힘을 받았을 수도 있고 고물가 시대라는 환경 요인도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선거운동 과정에서도 여야 모두 문제가 있었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의·정 갈등, 윤·한 갈등, 김건희 여사 문제 등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심판이 거야 견제론보다 시급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이런 요인 외에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유권자의 실망감도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국민의힘 공천에 대한 전체적인 응답자의 평가는 민주당 공천에 대한 평가 보다 부정적이었고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도 부정적인 응답이 높았지만, 투표 선택에서는 국민의힘과 국민의미래 조합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은 눈여겨볼 만하다. 민주당 지지층보다 공천에 불만이 컸던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투표 선택에서는 이탈자가 많지 않았던 것이다. 또한 민주당 지지층과 마찬가지로 공천평가에 부정적인 사람들이 다른 기타 정당과의 조합을 선택하는 현상이 나타났지만, 그 비율이 크지 않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당이 공천을 잘못하고, 이를 지지자가 알고 있어도 투표 선택을 통해 제대로 통제할 수 없다면 앞으로도 정당은 지지층의 평가를 염두에 두지 않고 공천을 할 수 있다. 이는 지지층의 맘에 들지 않게 공천해도 지지층은 계속 그 정당을 선택한다는 메시지를 정당에 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런 공천을 하더라도 지지층의 선택을 계속 받을 수는 있겠지만, 지지층을 제외한 다른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선거에서 이긴 민주당도 이번 총선 결과를 이재명 체재에 대한 국민의 신뢰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될 것이다. 이글에서 보았듯이, 지지층 중에서 공천에 대해 긍정적이었던 사람들은 민주당과 민주연합을 선택했지만, 부정적이었던 사람 중에는 비례대표로 기타 정당을 택한 경우가 많았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국민의힘 지지층과 비교해볼 때, 전체적으로 공천에 긍정적 평가를 받았음에도 공천에 부정적인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이탈자가 더 많았다는 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 지지층의 차별화된 특성을 보여준다. 어쩌면 민주당 지지층에 더 민감하게 당내 정치에 관여하고 반응하려는 사람들의 비중이 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정당은 본질적으로 정치적 이상과 주장이 같은 사람들의 자발적 모임이므로 분파적인 속성을 갖는다. 하지만 정당이 일부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조직이 된다면, 선거를 통한 정권획득이 불가능하고 정치생명도 짧을 것이다. 정당은 공적 조직으로서 지지자뿐 만 아니라 더 다양한 집단의 요구와 이익을 대변하고 참여를 보장하여 공공정책으로 수립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정당이 이런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서는 당내 민주주의 확립이 필수적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공천심사는 중앙당과 공천심사위원회에게 절대적인 권한을 주는 방식이었다. 이런 하향식 공천방식은 민주적 대표성과 반응성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에 공천심사 기준 및 방식에 대한 사전 공개와 명문화를 통해 공천과정의 정쟁화를 막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와 윤 대통령 또는 여당 지도부는 모두 당의 일원이고 지도자이니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지만, 이들이 낙점한 후보가 공천을 받도록 힘을 가하는 것은 당내 민주주의를 해치는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이런 일이 실제 벌어졌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의심의 여지를 유권자에게 주었다는 것 자체가 정당에 대한 평가와 선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이글을 통해 확인했다.

 

 

 

 

■ 저자: 서현진_성신여자대학교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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