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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복귀와 미국 시리즈] ⑥ 신우파의 부상과 미래 미국

  • 2025-04-01
  • 차태서

ISBN  979-11-6617-839-9 95340

I. 서론

 

본 연구는 공화당의 중장기적 변화가 어떻게 미국의 정치 지형을 형성해 나갈지에 대해 탐구하고자 한다. 2008년 금융위기와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대통령의 취임 등의 이벤트를 기폭제로 삼아, 티파티(Tea Party) 운동과 위대한 미국 복원(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운동이 차례로 정당기구를 포획하면서 공화당은 점차 이념적으로 극우화되어 왔다(손병권 2024). 과거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과 색맹(color-blind) 원칙을 기반으로 했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 이후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은 거의 소멸되고, 대신 포퓰리즘과 백인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급진 우익정당으로 변화한 것이 오늘날 “위대하고 오래된 정당(G.O.P)”의 현실이란 것이 본 논문의 기본 문제의식이다(Linker 2024b).

 

이에 본문에서는 먼저 (포스트-)트럼프 시대, 공화당의 탈자유주의화를 주도해 온 신우파의 이념 체계를 J.D. 밴스(James David Vance)와 패트릭 드닌(Patrick J. Deneen)의 사상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이어서 3장에서는 반엘리트주의, 백인기독민족주의, 보수적 사회민주주의, 신가부장제와 같은 키워드들을 중심으로 이들이 만들어가려는 미래 미국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마지막으로 결론에서는 신우파의 “체제 전환(regime change)” 프로젝트를 공동체주의의 타락이라는 차원에서 비판한 후, 또 다른 의미의 탈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의 구축이 가능할지를 타진해 볼 것이다.

 

II. 탈자유주의 우파의 주류화

 

1. J.D. 밴스: MAGA 운동의 사도 바울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밴스가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심장했다. 이는 트럼프 이후 공화당의 이념적 중심축이 어디로 기울지, 어떤 정체성을 지닌 정당으로 진화해 갈지를 보여주는 지표로서, 공화당 기득권층과 완전한 결별을 시도하는 신우파의 정당 내 지위가 공고화되었음을 상징한다(Wallace-Wells 2024). 다시 말해, 밴스가 트럼프에 의해 일종의 “세자 책봉”을 받은 것은 향후 공화당이 트럼프’주의’를 교조화하는 탈자유주의 세력에 의해 장악될 가능성을 표현한 것으로, 극우 포퓰리즘 운동이 공화당을 제도적 운반체로 삼아 미국 정치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사실 밴스는 그 이전부터 단순히 트럼프에게 충성을 바치는 흔한 공화당 정치인 무리 중 하나에 그치지 않고, 신우파 혹은 탈자유주의 이념 운동의 핵심적 리더로 떠오르고 있었다. 다시 말해, 밴스는 트럼피즘(Trumpism)에 사상적 깊이를 더해 트럼프 시대에 시작된 급진적 보수주의 혁명 혹은 반혁명(counterrevolution) 구상을 더욱 체계화하려는 움직임을 주도함으로써, 오늘날 젊은 극우세력이 추구하는 “체제 전환” 프로젝트의 중심에 자리 잡아 왔다(Klein 2024). 이 때문에, 스티브 배넌(Steve Bannon)은 밴스가 MAGA 운동의 “신경 중추(nerve center)”로서, 비유컨대 “사도 바울”과 같은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예견하였다. 마치 사도 바울이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교리화하여 널리 전도한 것처럼, 트럼피즘의 “복음”을 방방곡곡에 확산하는 열렬한 “개종자”의 사명을 밴스가 맡을 것이라는 예언이다(Ward 2024a). 특히 배넌은 밴스가 그간 월스트리트의 금융 엘리트에 의해 장악되었던 미국을 다시 생산적 경제로 복귀시키고 대외팽창적 제국을 해체시킴으로써 중산층 복원에 기여할 것이라는 큰 기대를 나타냈다(Pogue 2024).

 

이와 같이 정치사적 중요성을 지닌 인물인 밴스의 사상적 궤적을 잠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의 사회경제적 원인을 설명해 주는 책으로 정평이 나면서 그를 일약 저명인사로 만든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Hibilly Elegy)”에는 밴스의 고단했던 성장환경이 잘 드러나 있다. 잭슨주의적 포퓰리즘의 진앙지인 러스트 벨트의 저학력 백인노동계급 출신으로서 밴스는 미국 내에서 힐빌리(hillbillies), 레드넥(rednecks), 백인 쓰레기(white trash) 등의 비칭으로 불려 온 사람들의 비극—대를 이은 가난과 소외, 만연한 약물중독과 자살, 윤리규범의 쇠퇴와 가족의 해체 등—을 담담하게 서술하였다. 그러나 이 자서전을 저술할 때만 해도 밴스는 빈곤의 개인 책임을 강조하고, 자조와 근면을 해결책으로 제시하는 자유지상주의적 사상의 보유자였다(Vance 2017).

 

그러나 밴스는 30대 중반의 늦은 나이에 가톨릭에 귀의하면서 일종의 사상적 전회를 경험하게 된다. 구교의 사회 교리(social teaching)의 영향을 받아 기성 신자유주의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Ahmari 2024b). 여기서 또한 중요한 것은 가톨릭이 앞서 말한 “전통주의”와 상통하는 반자유주의적 세계관의 기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이다. 2020년 그는 한 가톨릭 저널에 자신의 개종의 의미를 설명하는 에세이를 기고하였는데, 본래 독실한 신자였던 할머니(“Mamaw”)와 힐빌리 문화의 영향에 따라 개신교도로서 성장했다는 이야기에서부터 자신의 인생을 회고한다. 그러나 해병대원으로 이라크에 파병되어 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 점차 신앙심이 약화되었고, 급기야 제대 후 오하이오 주립대와 예일 로스쿨 등을 다니며 그곳의 자유주의적, 세속주의적 엘리트 문화에 동화되어 버렸다고 고백한다. 그 공간에서 종교를 믿는 것은 무지하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취급되었기에, 자신은 의식적으로 무신론자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내 물질적 성공에 집착하는 경쟁문화에 지독한 회의에 빠지게 되어 정신적 방황기를 겪게 되었고, 결국 2019년 세례를 받으면서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찾는 구원을 받게 되었다(Vance 2020).

 

어찌보면 전형적인 “돌아온 탕아”의 서사를 제시한 셈인데, 흥미롭게도 밴스는 이러한 가톨릭 귀의를 “저항(resistance)”에의 참여라 정의내리고 있다. 즉, 자신의 개종은 일개인의 사적 선택이 아닌 현대 사회의 세속적, 개인주의적 흐름에 저항하는 정치적 행위, “능력주의 지배계급(meritocratic master class)” 중심의 자유주의적 사조에 대한 사상적 반격으로서 규정한 셈이다(Vance 2020; Elie 2024). 실제로 최근 포스트리버럴 청년 우파들 사이에서 구교로의 개종이 상당히 많이 관찰되는 추세이며, 아래에서 살펴볼 드닌을 비롯해 많은 신우파 지식인들이 가톨릭 신도라는 공통점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끊임없이 유동하며 불안정감을 주는 현대 사회와 정반대로 2000년의 역사를 지닌 구교가 “전통”, “도덕”, “고향”, “공동체”와 같은 노스텔지어의 원점을 제공해주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Boorstein 2024; Liedl 2024; Linker 2024a).

 

종교적 “회심(repentence)” 이후에 구체적으로 밴스의 반자유주의적 정치사상의 내용물을 채워준 것은 다양한 급진 우익 지식계의 담론들이었다. 가령, 서부 스트라우스주의(West Coast Straussianism)의 본거지로서 트럼프의 첫 부상 때부터 그에 대한 정치철학적 지지논리를 개발했었고, 최근에는 각성주의(wokism)에 맞선 문화전쟁 수행에 매진해 온 클레어몬트 연구소(Claremont Institute)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Wilson 2024; Zerofsky 2023). 또한 실리콘벨리 내 극우 트렌드의 대표주자로서 반민주주의와 기술지상주의 철학을 지닌 피터 틸(Peter Thiel)은 그의 오랜 멘토로 알려져 있다. 심지어 밴스는 “신반동주의(NRx)” 운동의 구루(guru)이자 왕정주의자(monarchist)인 커티스 야빈(Curtis Yarvin) 같은 대안우파(alt-right) 온라인 하위문화의 인물들과도 접점을 지니고 있다(Ward 2024b; 2024c).

 

이처럼 밴스의 반체제적 정치관념에 영향을 미친 이데올로기적 조류들이 다수 거론되지만, 단연 돋보이는 것은 하버드 법대 교수인 에이드리언 버뮤얼(Adrian Vermeule), 포퓰리스트 잡지인 컴팩트 매거진의 편집장인 소랍 아마리(Sohrab Ahmari) 등이 주도하고 있는 탈자유주의적 가톨릭 사상가 집단이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이 집단의 대표적 이데올로그로서 지목되는 것이 바로 노터데임 대학교(University of Notre Dame) 정치학과 교수인 드닌이다. 오늘날 신우파 세력은 드닌의 작업을 자신들의 정치 운동에 대한 사상적 로드맵으로 여기고 있다(Ward 2024c). 따라서 그의 사유를 추적하다 보면, 공화당의 신주류로 부상하고 있는 탈자유주의 우파집단이 추구하는 정치적 비전을 보다 체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2. 패트릭 드닌: 탈자유주의적 “체제 전환”의 사상가

 

2023년 5월 17일 늦은 오후, 미국 가톨릭 대학에서 열린 “체제 전환: 탈자유주의적 미래를 향하여(Regime Change: Toward a Postliberal Future)” 출판기념회가 시작되기 직전에 모습을 드러낸 밴스는 당일 행사의 주인공인 드닌에게 곧바로 돌진하듯 다가가 격하게 포옹하였다. 그리고 저자의 강연 후 열린 패널토론회에서 밴스는 “탈자유주의 우파”임을 자처하면서, 의회 내에서 자신의 역할은 “명백히 반체제적(explicitly anti-regime)”인 것이라고 발언하였다(Ward 2023). 본인이 드닌의 사상적 추종자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셈이다. 이에 화답하듯 드닌은 2024년 7월 밴스가 공화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되자 트럼프식 포퓰리즘을 더욱 진전시킬 “이상적 후보자”라고 찬사를 보냈다(Liedl 2024).

 

학문의 여정에 있어 드닌은 학부 시절부터 박사과정에 이르기까지 당대의 대표적인 공동체주의자인 윌슨 캐리 맥윌리엄스(Wilson Carey McWilliams)의 지도를 받으며, 미국 정치사에서 실전된 비자유주의 전통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 정치사상 학계에서 자유주의가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가운데, 연대, 관습, 공동체와 같은 가치를 강조하는 대항적 조류의 존재를 재발견하고, 이러한 전통이 현재 미국 사회가 직면한 긴급한 문제 해결에 중요한 함의를 지닌다는 소수파적 확신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초기 시절에만 해도 드닌의 반자유주의 철학은 전후 맑스주의의 영향과 뒤섞여 상당히 좌경화된 색채를 띠었으며, 그 후에도 드닌의 사유에는 반자본주의적 경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 이후 프린스턴대를 거쳐 조지타운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던 시기, 드닌은 가톨릭 신앙에 심취한 동시에 점차 우경화된 모습을 보였으며, 2008년에 발생한 대침체(Great Recession)를 자유주의 문명의 경제적·자연적 한계를 결정적으로 입증한 사건으로 해석하였다(Ward 2023).

 

이어서 2018년, 드닌은 그간의 자유주의 비판작업을 집대성한 “왜 자유주의는 실패했는가(Why Liberalism Failed)”를 출간하면서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비록 초고 자체는 2016년 대선 전에 이미 완성된 것이었으나, 당시 논란의 중심이었던 트럼프 현상의 출현을 근대 서구 자유주의 프로젝트의 궤적이라는 거시적 분석틀로 설명함으로써 진보 진영으로부터도 큰 찬사를 받았다. 근대 자유주의의 무절제한 개인주의 방종 혹은 사적 이익 추구가 낳은 불평등 증대와 정부/기업으로의 권력집중, 사회의 원자적 파편화와 전통규범의 상실, 자연환경의 파괴 등을 비판하면서, 당대 미국인들이 느끼고 있는 소외와 분노는 자유주의의 실패가 아닌 성공 때문이라는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특히 기존 좌파와 우파, 민주당과 공화당의 세계관이 모두 자유주의적 합의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성 정치 세력들은 현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정당성 위기에 대한 책임을 공유해야 하며, 자유주의 철학 외부에서만 문명적 해법이 찾아질 수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미국 사회에 근본적인 화두를 제시하였다. 여기서 비자유주의적 대안이란 바로 고대적 의미의 덕성(virtue)을 함양하고 공동선(common good)을 지향하는 시민 공동체(=공화주의) 전통—19세기 초, 알렉시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방문했을 때 미국에서 발견하고 찬양했던 타운 민주주의—의 복원을 의미한다(Deneen 2019).

 

그러나 이후 드닌의 자유주의 비판은 훨씬 더 급진화되어 탈자유주의적 체제 전환을 추진하는 변혁 이데올로기의 형태로까지 진화하였다. 기성 자유민주주의 시스템 하 보수와 진보 모두가 합의하고 있는 리버럴 컨센서스를 초월하기 위해, 혁명적 변화를 추동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최근 저서, “체제 전환(Deneen 2023)”의 핵심 문제의식이다. 사실 2018년 저술의 결론에서만 해도 드닌은 지역의 작은 공동체들의 잠재성에 주목하면서, 이들의 부활과 지방 자치의 확산이 자유주의 질서에 대한 대안—“자유주의 이후의 자유”—을 제공할 것이라고 서술하였다(Deneen 2019, 262-269). 그러나 이후 전세계적인 포퓰리즘 운동의 부상을 역사의 긍정적 돌파구로 인식하게 되면서 드닌은 자신의 제안이 지나치게 온건했다고 반성하게 된다. 그리하여 신우익세력이 강력한 중앙집권적 국가기구를 장악해 급진적으로 “공동선 보수주의(common-good conservatism)”의 비전을 관철하는 “체제 전환”을 새로운 목표로 삼게 된다(Ward 2023).

 

보다 구체적으로 이 체제 전환이란 좌우를 막론하고 부패해 버린 자유주의 지배계급을 축출하고 탈자유주의 신질서를 건설하려는 프로젝트로서, 기성 헌정주의 제도의 프레임은 유지하되 근본적으로 상이한 비자유주의적 에토스를 그 속에 주입하는 과정을 의미한다(Deneen 2023, xiv). 그리고 이 정치적 변동을 추동하기 위해서는, 마키아벨리가 고대 로마에서 발견했던 혼합정체와 평민들의 전술을 차용하여, 탈자유주의 철학으로 무장한 새로운 보수 엘리트와 포퓰리스트적 대중 간의 계급동맹—“귀족포퓰리즘(aristopopulism)”—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Deneen 2023, 151-185). 이러한 사상적 진화과정에서 드닌은 2019년 “비자유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오르반 총리의 초청으로 헝가리를 방문하여, 그와 함께 탈자유주의 질서의 미래에 대해 논하는 등 해외의 권위주의 세력과 연대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특히 그는 오르반 치하의 헝가리가 “국가와 정치질서가 보수적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증진할 수 있다는 것을 예시하는, 현대 자유주의에 맞서는 저항의 한 모델을 제공해준다”고 상찬하였다(Ward 2023).

 

III. “체제 전환” 이후의 미국

 

많은 신우파 세력들과 마찬가지로 밴스의 세계관 근저에는 미국문명이 “쇠퇴”하고 있다는 종말론적 공포가 자리 잡고 있다. 실제로 그는 미국의 현재 모습이 기원전 1세기 로마 공화국 말기 상황과 유사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미국 사회의 정체(stagnation)와 타락 상태를 해결할 의지와 능력이 기성 정치계급에게는 부재하다는 사실에 있다. 따라서 앞서 드닌의 견해처럼 새로운 정치세력에 의한 근본적인 “체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신우파들은 트럼프의 집권이 광범위한 포퓰리스트 민족주의 혁명—역사의 순환을 다시 가동시키는 작업—의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막 시작된 이 MAGA 혁명을 더욱 급진화해 미국 사회 전반의 재구조화를 이끌어가야만 하는 것이다. 때문에 밴스는 자신의 프로젝트가 향후 수십 년이 소요될 장기적 과제라고 설명한다(Ward 2024a).

 

이하에서는 밴스와 함께 상원에서 그의 강력한 우군인 조시 홀리(Josh Hawley, R-MO)의 주요 언설들을 전거로 삼아 탈자유주의 세력이 과연 장기적 과제수행을 통해 실현하려는 미래 미국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분야별로 살펴 보고자 한다.

 

1. 포퓰리스트적 민족주의: 우리 vs 그들의 분할

 

1) 반엘리트적 엘리트주의

 

총론적 차원에서 신우파 세력은 포퓰리즘의 정의에 따라 이분법적 세계관을 가지고 있다. 즉, 세상 사람들을 “악당”과 “희생자”로 나누어 설명한다. 한쪽 편에 “미국에서 제외되고 잊혀진 곳”, “작은 마을들”에 살고 있는 순수한 근로 인민이 존재한다면, 다른 편에는 이들을 착취하며 억압하는 국내(“미국 지배계급”, “부패한 워싱턴 내부자들”, “월스트리트 귀족들”, “다국적 기업들”)와 국외(“중국 공산당”, “수백만 명의 불법 이민자들”)의 수많은 빌런들이 도사리고 있다(Vance 2024). 이처럼 선명한 내집단과 외집단, 자아와 타자의 구분과 적대를 통해 MAGA 운동은 자신의 포퓰리즘적 에너지를 축적하게 된다.

 

2021년의 한 인터뷰에서 밴스는 엘리트 사회의 실상에 대해 각성하게 되는 과정을 “빨간약을 먹은 것(redpilled)”에 비유하였다. 그 깨달음을 통해 현재 미국에서 인민은 거의 아무런 힘도 갖고 있지 못하며, 모든 권력은 “과두정(oligarchy)”이 독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에 맞서 싸우려면 꽤나 과격하고 극단적으로 행동해만 할 텐데, 이는 기성 보수우파들이 불편해 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Konstantinou 2024).

 

이 같은 공화국 말기적 상황이 초래된 것은 트럼프 집권 전까지 미국의 통치계급이 계속해서 자신들의 사익만 앞세우다 국정수행에 참담하게 실패해 왔기 때문이다. 가령, 기득권층의 대표 인사인 바이든은 자신의 정치 커리어 내내 북미자유무역협정(North American Free Trade Agreement: NAFTA) 창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WTO) 가입, 이라크 전쟁 개전 등과 같은 재앙적 정책들을 지지했었고, 이런 식으로 엘리트 계층의 이익만 챙기는 잘못된 결정들의 대가는 온전히 평범한 미국인들이 치러왔다(Vance 2024). 이런 구조적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트럼프의 개혁을 가로막아 온 이른바 “심층 국가(deep state)” 혹은 “행정 국가(administrative state)”의 해체가 필요하다. 이에 밴스는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연방 기관들의 재편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2기 행정부에서는 모든 중간급 관료들, 행정 국가의 공무원들을 해고한 후 그 빈자리를 “우리 사람들”로 채워 넣어야 하며, 만약 이 과정에서 법원이 훼방을 놓는다면 과거 앤드루 잭슨(Andrew Jackson)이 그러했듯 이를 무시해 버려야 한다고 발언했다(Konstantinou 2024).

 

이 지점에서 한가지 주목되는 것은 밴스의 기득권층 비판이 기성 좌우 스펙트럼의 구분선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는 기존 공화당 지도부마저도 “자유주의 체제(liberal regime)”의 일부로 간주하면서, 시장 근본주의와 해외 개입주의 사조에 찌든 리버럴 엘리트들과 그들이 구축해 놓은 체제 전체에 반대하는 혁명적 변화를 촉구한다. 이런 맥락에서 왜 밴스가 종종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등 민주당 좌파와 입법활동 과정에서 협력적 관계를 맺어 왔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모두 대자본의 특별이익에 대한 비판이라는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밴스는 워런이 비록 이념적으로 자신과 극과 극인 골수 좌파이지만, 미국 사회가 근본적으로 망가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고민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때때로 함께 협력할 여지가 있다고 평가한다(Ward 2024a).

 

2) 백인기독국가의 복원

 

한편, 국가 정체성 정치의 차원에 있어 탈자유주의 우파세력은 바이든-해리스 진영의 “신조적 민족(creedal nation)” 개념에 대한 안티테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바이든은 오랜 주류 자유주의적 전통에 따라 미국을 “하나의 관념(America is an idea)”, “세계역사상 가장 강력한 관념(most powerful idea in the history of the world)”으로 정의했으며, 생명, 자유, 행복 추구의 권리를 “자명한 진리”로 받아들인다는 독립선언문의 핵심문구를 반복해 인용한 바 있다(Biden 2019; 2024a; 2024b).

 

이와 대조적으로 밴스는 자신의 부통령 후보 지명수락 연설을 통해 미국이라는 나라와 미국인의 의미를 “조국(homeland)”과 “민족(nation)” 개념으로서 구획지었다. 급진 우익의 노선에 잘 부합하게, 그에게 있어 미국이란 추상적인 일련의 “관념”이나 “원칙”이 아닌(“American is not just an idea”) “공유된 역사와 공통된 미래를 가진 사람들의 집단”이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밴스가 이 집단 정체성의 성격을 부연설명하기 위해 동부 켄터키주 애팔래치안 산맥에 위치한 본인 가문의 선산(先山)을 예로 들었다는 점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남북전쟁 시기부터의 조상들이 대를 이어 그곳 공동묘지에 안장되어 왔으며, 자신 부부와 자식들까지 묻히게 되면 7대가 한곳에 모이게 된다고 한다(Vance, 2024). 근본적으로 혈연과 장소의 공동체—“피와 땅(blood and soil)”—로서 민족 정체성을 규정하는 근대 유럽식의 내셔널리즘이 밴스의 정치사상에 짙게 깔려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Luce 2024).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홀리 상원의원은 2024년 7월 “전국 보수주의 회의(National Conservatism Conference)” 연설을 통해 기독 민족주의를 옹호하였다. 그에 따르면 미국은 애초에 기독교의 이상을 추구한 청교도들이 건설한 사회로서 아우구스티누스(St. Augustine)의 신국(City of God) 비전이 “언덕 위의 도시(City on a Hill)” 형태로 현실화된 것이다. 더구나 제한정부론, 양심의 자유, 인민주권 같은 미국 민주주의 핵심 원칙들도 모두 기독교 민족주의의 유산이라고 주장한다. 문제는 오늘날 이런 미국의 민족적 정수가 좌우 모두로부터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에 있다. 진보파는 익히 알려진 것처럼 기독문명을 과거로부터의 낡은 족쇄취급을 하며 그것을 좌파 다문화주의 이념으로 대체해 버리고자 시도해 왔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우파 엘리트들에게 있는데, 이들이 지난 30년 동안 기독교 전통을 등한시하고 신자유주의나 세계화 같은 세속적 이념에 잠식되어 버렸다. 이에 반해 홀리는 결혼해서 아이를 키우고, 주일에 교회를 나가는 미국인들이야말로 보수 진영의 진정한 중추라고 강조하면서, 공화당이 미국에 제시할 미래 청사진은 오로지 기독 민족주의 전통 하나뿐이라고 주장한다(Hawley 2024).

 

트럼프 캠프가 대선 기간, 반이민 토착주의(nativism)에 입각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 출신 이민자들이 애완동물을 먹고 있다는 가짜뉴스를 살포했다든지, 민주당이 기성 백인 유권자를 대체해 버리려고 국경을 일부러 개방해 자신들을 지지해 줄 유색인 유권자들을 데려온다는 식의 소위 “거대한 교체(Great Replacement)” 음모론을 퍼트린 것은, 이상의 종족종교적 민족(ethnoreligious nation) 관념의 소산이라고 볼 수 있다(Serwer 2024).

 

2. “사적” 영역에서 “전통”의 복귀와 “미덕”의 증진

 

고대적인 공사 구분법을 따랐을 때, 사적 영역에 속하는 경제와 가족(/젠더)관련 정책영역에서 신우파는 트럼프와 꽤나 선명하게 구분되는 면모를 나타낸다. 트럼프에 비해 이들이 훨씬 교조적으로 반근대, 반자유주의, 전통주의 등으로 개념화되는 반동적 가치관을 체계화시키고 있기 때문인데, 바로 이 지점이 신우파가 기성 MAGA 운동을 확연히 “급진화”시키는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기실 이 사적 영역에 있어 트럼프는 전혀 사회보수주의적 원칙을 강조할 입장에 있지 못하다. 잘 알려진 것처럼 그 자신의 경제적 치부과정이나 여성관계 등에 있어 트럼프의 삶의 궤적은 사법적 단죄의 영역에 근접해 있기에, 고전적 덕성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멀다. 반면, 밴스나 홀리 같은 탈자유주의 세력은 스스로의 개인적 삶에서부터 공공정책에 이르기까지 “원리주의적”으로 경제와 가족의 문제에 접근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1) “보수적 사회 민주주의” 경제학

 

경제정책 노선에 있어 공화당의 통설(orthodoxy)에 변화를 가하기 시작한 것은 물론 트럼프이다. 2016년 대선에서 본래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했던 러스트 벨트 지역 저학력 백인노동계급의 표를 획득해 “블루 월(Blue Wall)”을 돌파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간 주류 정치권, 특히 “신민주당” 시기 우경화한 리버럴들에 실망한 이들에게 새로운 정치경제적 대안을 제시한 것이 주효했다(Berman 2023; Posner 2024b; Zelizer 2024). 그러나 집권 후 실행된 트럼프의 경제정책을 살펴보면, 대외영역에서는 대규모 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를 관철해 기성 자유무역노선에서 이탈하는 데 성공했지만, 대내부문에서는 사실상 신자유주의 기조가 지속되었다. 자신의 반엘리트 레토릭과 달리 큰 폭의 법인세 감세를 단행하는 등 기성 공화당의 친대기업 입장을 고수했던 것이다(Scheiber 2024; Posner 2024a). 소위 “금권적 포퓰리즘(plutocratic populism)”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던 지점이다(Sandel 2023, 364-365).

 

이와 대조적으로 신우파 그룹은 반자유방임주의 노선을 명확히 해왔는데, 아마리는 이들이 “보수적 사회민주주의”의 본능—사회문화적 가치에서는 보수적이지만, 경제적으로는 좌파적인 경향성—을 지녔다고 평가한다(Ahmari 2024a). 특히 원칙적 차원에서 반독점과 친노조 입장을 고수한다는 점에서 탈자유주의 우파는 기성 친기업, 반노조 스탠스의 레이건주의적 공화당은 물론 티파티로 대변되는 자유지상주의적 포퓰리즘과도 대척점에 서 있다. 신우파 세력의 확장에 따라 공화당의 미래를 둘러싼 가장 치열한 경합이 경제정책 패러다임을 놓고 벌어질 전망이다.

 

실제 입법활동에서도 신우파 의원들은 워렌(D-Mass.), 셰러드 브라운(Sherrod Brown, D-OH), 라파엘 워녹(Rafael Warnock, D-GA) 민주당 의원들과 함께 세금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은행의 경영진 보너스를 회수하는 법안, 철도산업의 과잉 효율성 추구를 제어하는 법안, 인슐린 가격인하 법안 등 좌파적 의안을 공동 발의해 왔다. 정치경제적 개혁문제에 있어서는 “초당적” 행보를 마다하지 않아 온 셈이다(Ahmari 2024b). 또한 이들은 2023년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을 공개 지지하였으며, 미국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노조 중 하나인 국제 트럭 운전자 연대(“Teamsters”)의 위원장이 2024년 7월 공화당 전당대회에 나와 사상 최초로 연설하는 것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2) 가부장제 2.0

 

트럼프의 반여성적 언사가 무지막지한 원초적 마초성의 표현인 것에 반해, 신우파는 철학적 수준에서 성차별주의를 체계적으로 구성해 오고 있다(Field 2024). 즉, 밴스는 단순히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거나 여성관련 추문을 일으키는 수준이 아니라 정치적 의제로서 “전통적” 가족과 성역할을 부활시키려는 신우파의 구상을 대변한다(Lewis 2024). 더 깊은 차원에서 보면, 이들의 신가부장적 어젠다 설정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도덕적 가치를 규정하고 이를 사회에 부과해야 한다는 탈자유주의(/통합주의) 사상에 근거한 것으로, 미국 사회의 도덕적 재건이라는 미션을 추구한다(Beauchamp 2024a).

 

이들은 오직 자기실현과 개인적 만족만을 최우선시하는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와 그 파생물인 페미니즘과 LGBT 사상 등의 범람이 가족의 위기를 불러왔으며, 그 위기의 가시적 결과물이 출산율 하락이라고 생각한다. 신우파 세력이 이런 미국 사회의 인구학적 붕괴위기의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바로 “전통적”인 남녀 이분법적 성역할의 부활, 나아가 “신가부장제(neopatriarchy)”적인 가족모델의 복원이다. 즉, “전통적 부인(tradwife)”의 이미지에 따라 여성의 역할은 출산과 돌봄으로 귀착되어야 하고, 남성은 가장으로서 가족을 부양하는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Beauchamp 2024b).

 

가령, 밴스는 “하나의 중산층 일자리로 충분히 가족을 부양하고 존엄을 유지하며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자신의 이상이 실현된다면, “내 아들이 성장하면서 그의 남성다움—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지지,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맥킨지에서 일하는지 여부보다 더 중요한 세상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발언하였다(Field 2024). 다른 한편, 홀리는 한 걸음 더 아나아가 “미국이 필요로 하는 남성적 덕성”을 탐구하기 위해 고대신화와 성경까지 그 계보를 추적해 들어간다. 그는 현대 사회가 남성성을 위협함으로써 남성들이 자신의 올바른 역할 모델을 상실한 채, 스스로의 본능과 성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그러므로”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영웅들, 성경 속의 다윗과 같은 성군의 이야기들을 통해 용기, 절제, 책임감, 성실, 자기희생 같은 남성적 덕목을 재발견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이런 건강한 남성성의 회복을 통해 남성들이 다시금 사회의 기둥이 됨으로써 현대 미국의 여러 사회적 혼란과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Hawley 2023).

 

보다 구체적인 정책적 차원에서 이들은 헝가리의 오르반 정부를 롤 모델처럼 여기는데, 헌법 개정을 통한 동성결혼 금지, 결혼한 부부에게 자녀 수에 비례해 혜택을 제공하는 출산장려정책 등을 통해 전통적인 가족중심의 가치를 증진시키는데 성공했다고 평가한다(Field 2024). 이런 맥락에서 밴스는 사람들이 “속옷을 갈아 입듯 배우자를 바꾸는” 세태를 비판하면서 무과실 이혼(no-fault divorce) 금지, 자녀가 없는 사람들에 대한 중과세, 아이를 낳은 가정에 투표권 가중부여 등의 정책을 제시한다. 결혼을 안하고 자녀가 없는 성인들에게 패널티를 주려는 구상인 셈이다(Beauchamp 2024b). 부통령 후보 지명 후 알려져 큰 논란을 낳았던 밴스의 “자식없는 캣맘(childless cat ladies)” 발언은 이런 점에서 볼 때 단순한 말실수가 아니었다. 아이를 낳지 않는 여성은 나라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책임지지 않는 존재이기에, 국가운영의 자격이 없다는 논리가 그의 사고근저에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Lewis 2024).

 

IV. 결론

 

현재 미국 사회에서 탈자유주의적 방향성은 하나의 시대적 흐름이라고도 볼 수 있다. 거의 모든 차원에서 자유주의적 근대성의 최첨단을 상징해 온 미국의 주류 정치공간에 반근대, 반자유주의를 표방하는 전통주의 또는 원리주의 세력이 부상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물론 밴스가 대변하는 MAGA 운동세력의 급진적이고도 권위주의적인 모습이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적 세계화 과정에서 배제되고 망각되어버린 백인노동계급에 대한 관심은 혼돈에 빠진 미국의 미래모색에 있어 귀담아들을 만한 문제제기이다. 다시 말해, 어찌 되었든 트럼프 시대의 공화당은 기성 신자유주의 컨센서스가 불러온 후과에 대한 비판 및 대안을 자신 나름의 방식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그에 대한 찬반여부와 무관하게—평가할 지점이 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반대진영인 민주당에서 아직까지도 탈자유주의 우파에 비견될만한 본격적인 주류 세력 교체 과정이 나타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2016년 대선 캠페인 와중에 트럼프 지지자들을 “개탄할만한 자들(deplorables)”로 비하했던 힐러리 클린턴(Hillary Clinton)이나, 이번 대선에서 마찬가지로 그들을 “쓰레기(garbage)”로 지칭한 바이든의 무신경은 반성하지 않는 리버럴 엘리트의 면모를 있는 그대로 내비친 것이다. 그리고 이런 무반성이 현재 패배해 버린 민주당의 한계선을 형성하고 있다. 자신들도 공화당 주류와 함께 수십 년간 신자유주의 지구화 프로젝트를 추구하여 경제 양극화를 야기하였고, 이로 인해 극우 포퓰리즘의 길을 닦는데 공모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하는데, 단순히 MAGA 진영을 “이상하다(weird)”는 식으로 밀어붙여서는 진보적 개혁정치 대신, 자신의 지지층만을 격동시키는 부족주의 정치에 머물고 말 것이다(Sandel 2024; Stephens 2024).

 

물론, 기성 자유주의 합의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민주당의 정책에도 일정 부분 반영된 바 있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뉴딜 혁명의 추억을 소환하며 워싱턴 컨센서스의 극복을 추구해 온 동시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lexandria Ocasio-Cortez) 하원의원 등으로 대표되는 젊은 좌파블록도 민주적 사회주의와 같은—오랫동안 미국사에서는 주변화되었던—비미국적(혹은 북유럽적) 노선을 모색 중이어서 눈길을 끈다(Lipsitz 2023). 최근 민주당 주류를 깜짝 놀라게 만든 대학가의 친팔레스타인 시위가 예시해 주듯, 향후 밀레니얼 세대의 반기득권적 여론이 어느 정도까지 성장할지 여부에 따라 왼쪽으로부터의 탈자유주의 패러다임도 모멘텀을 얻을 가능성이 있다.

 

루이스 하츠(Louis Hartz)의 고전적 정의에 따르면, 미국은 늘 로크적 자유주의가 전일적으로 지배해 온 상상의 공동체였다(Hartz 2012). 그런 면에서 좌우 스펙트럼 모두에서 움트고 있는 탈자유주의적 사조의 도전은 미국의 근원적 정체성 자체를 뒤바꿀 수 있는 미국사의 유례없는 국면이라 할 수 있다. 21세기 미국내 사회세력간 경합의 결과는 미국뿐만 아니라 자유국제질서 전체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점에서 우리는 어떤 의미에서건 세계사적 계기를 경유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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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태서_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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