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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I 스페셜리포트] 인수위 외교안보팀에 바란다 ②_대북 정책과 외교정책을 긴밀히 연계하라

  • 2022-03-22
  • 전재성

ISBN  979-11-6617-363-9 95340

I. 대북 정책 수립과 결정체계의 도전 과제

 

한국의 대북 정책 결정체계에 영향을 미치는 큰 흐름이 새롭게 자리 잡고 있다. 미중 간의 갈등과 경쟁이 강화되면서 대북 정책의 국제환경이 변화하였다. 북한에 대한 인식, 통일에 대한 전망 등 남북관계 전반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특히 세대 간 인식 변화가 중요한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의 국력이 향상되면서 한국 외교가 협의의 국익보다 광의의 국익, 특히 국제규범을 선도하는 선진국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져 가고 있다.

 

첫째, 미중관계는 급속히 양국의 핵심이익, 전략적 이익을 둘러싼 갈등과 경쟁의 양상을 띠어가고 있다. 미중 갈등 속에서도 북핵 문제는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의 문제로 미중은 물론 국제사회의 합의에 기반한 문제였다. 그러나 점차 미중관계가 첨예해지면서 북한의 미래, 비핵화 이후 한반도의 상황, 한미동맹의 미래와 같은 보다 광범위하고 근본적인 지정학적 문제가 깊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북한은 2022년 들어 수차례의 미사일 발사 시험을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있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직접 타격 능력을 갖추게 되면 북미 간은 물론 동북아의 안보 지형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미러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중러 간 전략적 연대도 중요한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북한이 향후 핵과 미사일 모라토리엄을 철회하고 본격적인 핵,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할 경우, 국제연합(The United Nations: UN, 유엔)의 추가 제재는 중국과 러시아의 태도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강대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북핵 문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약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보다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비핵화되고 한반도 평화체제가 수립된다고 해도 여러 정책 과제는 계속 남을 것이다. 평화체제가 수립될 경우 남북관계는 모든 면에서 개선될 것인가,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은 더욱 강화되고 북미 관계는 개선될 것인가,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인가, 이 과정에서 한미동맹이 연합군사력을 강화할 이유는 약화할 것인가, 한국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참여할 동력이 줄어들 것인가 등 향후 북핵 문제 및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와 관련된 지역적 지정학 문제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대북 정책과 한반도의 미래를 둘러싼 미중 양국을 비롯한 주변국의 이해계산이 더욱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국은 대북 정책과 외교정책 간의 긴밀한 연계를 전략적으로 수립해나가야 한다.

 

둘째, 분단이 길어지고 남북 간의 이질성이 확대되면서 분단의 비용 및 통일의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다.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국가적 합의가 있지만, 통일의 편익, 전망에 대한 인식은 점차 변화하고 있다. 특히 북한과 집합 정체성을 쌓을 기회가 없는 세대의 대북 인식은 북핵 문제, 북한의 도발, 열악한 경제 상황 등 부정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 것이 사실이다. 통일비용이 초래하는 경제적 부담, 북한과의 이질성 등 통일 편익보다는 비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해왔다. 남북 간 정체성에 대한 인식 변화는 향후 대북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상정한 대북 정책과 평화공존에 집중하는 대북 정책, 더 나아가 두 개의 국가 가능성도 열어둔 대북 정책은 큰 차이를 가진다. 향후 대북 정책은 시민사회의 인식 변화, 미래 전망 등을 적극적으로 반영함과 동시에 이를 이끌어갈 수 있는 다면적인 정책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셋째, 한국의 국력과 영향력이 향상되면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더욱 큰 영향력을 미치는 선진국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논의도 증가하고 있다. 좁은 의미의 국익을 넘어 국제사회의 여러 부분에서 다자주의 규칙과 규범 수립에 영향을 미치는 외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북 정책을 수립할 때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국익도 중요하지만, 대북 정책이 핵 비확산, 동북아 평화, 미중 간 협력 촉진, 북한 지원을 통한 동북아 다자주의 레짐 수립 등 더욱 큰 목적에 봉사하는 시각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연결된다. 한국이 국력 증강을 위해 대북 정책을 추구할 때, 이미 상당한 국력을 가진 한국에 대해 주변국은 불안감을 느끼고 견제의 필요성을 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 평화 한반도와 더 나아가 통일 한국이 국제사회에 공헌하는 선진국 외교를 펼칠 것이라는 전망을 함께 고려한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

 

II. 대북 정책 결정체계의 문제점

 

급속히 변화하는 정책 환경을 고려할 때 지금까지 대북 정책 결정체계 상 유의해야 할 점, 미진한 점들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의 대북 정책 의지를 실현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정책 수립, 실행체계가 갖추어졌는가의 문제이다. 대북 정책에서 대통령의 생각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대통령의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결정 및 실행과정이 필요하다.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와 각 정책 이슈의 전문성이 충돌하는 양상이 전개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전문성을 가진 주무 부처보다 충성도가 높은 인적 그룹 및 부처 중심으로 정책이 전개되고, 이후 실무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었다.

 

둘째, 대북 정책 결정 과정의 포괄성 및 참여 범위의 문제이다. 대북 전략 및 북핵 전략의 전반적 방향을 설정하고 전략 내용을 결정할 때 정부 내 상향식 의견 수렴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청와대 내 대통령 및 핵심 인사 중심의 결정으로 정책이 발표되는데, 이 시점에도 주무 부서 및 주무 장관이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청와대의 주요 관심 사안 중심으로 대북 협상 및 외교 협상이 전개되는 경우도 빈번히 발생한다. 이러한 과정 때문에 총체적인 전략 내용보다 부분적인 관심 사항을 반영하는 정책이 수립되고, 그 과정에서 애초의 의도가 왜곡되거나 충분히 이해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셋째, 대북 정책을 둘러싼 부처 간 경쟁의 문제이다. 대북 정책에서 정책부서 간 경쟁이 건전한 것일 수도 있지만 지나치면 상호 견제와 경쟁의 문제가 발생한다. 특히 대북 정책은 다른 성격의 업무를 가진 부처들 간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정책부서와 정보부서 간의 경쟁 및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북한 관련 정보를 취득하기 어려우므로 부서별 정보 부족 및 독점의 문제가 발생하고, 대북 정책의 은밀성 때문에 부처 간 소통이 어렵게 된다. 또한, 대통령이 중시하는 부처 중심으로 정책이 운용될 수 있기 때문에 범정부적 노력이 제한될 수 있다.

 

넷째, 중장기 정책에 대한 고려 부족과 광범위한 외교정책과 조율 부족의 문제이다. 대북 정책에서는 북한과의 협상이 핵심이지만, 미국, 중국 등 이해 당사국에 대한 외교가 매우 중요하다. 또한, 국제사회에 대한 정책 핵심 내용 발신, 통일부, 국정원, 국방부와 향후 남북 평화체제 기획 등 다양한 부처 간 협력 과정이 긴요하다. 청와대 내 상시적 포괄 협의가 부족하면 대북, 외교, 국방 정책의 긴밀한 조율과 협의가 어려울 수 있다. 더불어 대북 정책은 전반적인 외교정책과 지속해서 조율해야 하므로 대북 정책 패러다임을 지속해서 재평가, 재고할 수 있는 중장기 기획 기구가 존재해야 한다. 민간 참여 위원회, 자문기관, 관학연 협력 연구를 체계화하여 정책 수립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이 충분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

 

III. 대북 정책 방향 및 결정체계 제언

 

1. 대통령의 정책 기조 보완 및 강화

 

대북 정책의 전체 기조 및 철학은 대통령이 정하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부터 대북 정책은 중요한 선거 어젠다이며 기존의 진보, 보수의 국내정치 구도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대통령이 되어 정책 수립 및 실행을 할 때, 선거 때 제시했던 정책의 기조를 필요에 따라 보완, 수정하고 변화하는 국제정세 및 한반도 정세에 맞게 고쳐 나가는 노력은 필수적이다. 선거 당시 제시한 대북 정책의 구도를 변화하는 것은 국내정치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보수 정부 집권 시 상호주의에 입각한 남북관계 추구, 북한의 비핵화를 선결 조건으로 한 남북관계 추진, 대북 군사억지와 경제제재 유지 및 강화 등이 중요한 핵심 정책 요소일 수 있다. 북한과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다고 해도, 북한의 체제안보에 대한 적극적 관심 및 평화 프로세스의 현실적 추진 방안 등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이 이루어지기 어렵다. 억지와 제재, 그리고 관여가 적절히 조합된 정책을 펼 수 있도록 정부 출범 전에 정책의 구체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지원할 수 있는 청와대 내부 조직, 각 부처, 자문위원회 등의 조직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결정에 따라 대북 정책을 각료체제로 운영할 수도 있고 보좌관체제로 운영할 수 있다. 두 체제는 모두 장단점을 가지므로 취사선택이 중요하다. 각료체제의 경우 관료 결정 모델과 같이 부처 간 경쟁과 이견이 존재할 수 있고 장관 개인의 견해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있다. 보좌관체제는 대통령의 의사가 직접 반영되지만, 책임이 대통령에서 귀속되는 어려움이 있다.

 

대통령의 대북 정책은 선거 기관과 인수위원회를 거치면서 정해지는데, 이 과정에서 객관적 정보에 바탕을 두고 책임성 있는 의견 수렴을 통한 기조를 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선거 캠프의 특성상 객관적 정보의 부족이나 합리적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는 어려움도 존재한다. 이전 정부의 정책 성과에 대한 정확한 평가, 잘못된 정책의 전제들과 접근방식에 대한 충분한 보완도 인수과정에서 이루어야 할 과제이며, 국민 전체의 공감과 동의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이 활용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다양한 의견을 가진 자문위원회도 중요하다. 시민사회 및 전문가 그룹과의 소통, 정부 입장의 홍보 등을 위해 자문위원회는 중요하며 효율적이고 능동적인 운용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정책 어젠다에 대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정비를 위해 취임 직후 각 정책 부문에 대한 근본검토(bottom-up review)를 시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부와 전문가로 구성된 핵심 집단에 의해 객관적인 검토가 이루어지면 5년 집권에 도움이 되는 정책 내용을 보완할 수 있다.

 

2. 대북 정책과 외교 정책의 총괄적 기획

 

차기 정부는 미중 간 본격적인 갈등 구조 속에서 북핵 문제 및 남북관계를 다루어야 하는 첫 번째 정부가 될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북핵 문제를 중국과의 협력 이슈로 상정하고 있지만 점증하는 미중 갈등 속에 이러한 미중 간 협력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 역시 현재의 국제정치 국면을 신냉전으로 인식하고 미중 경쟁 구도를 자신의 이익에 맞게 활용하고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핵, 미사일 시험 발사에 대한 유엔의 추가 제재 역시 미국과 중러 간 대립 속에 점차 어려워질 것으로 보이고, 중국은 북한의 약화를 더욱 경계하면서 북한에 대한 다각적 지원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 차기 정부는 일변한 국제환경 속에서 대북 전략과 외교전략을 연결하는 과제를 안게 된 것이다.

 

대북 정책이 남북관계 차원을 넘어 미중관계 및 주변 강대국 외교, 지역 외교와 긴밀한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북 정책에 관여하는 외교부의 평화교섭본부, 통일부, 국방부, 국정원 모두 중요한 기관이지만 대북 정책의 전체를 총괄하고 모든 면을 보고 결정하는 기관은 역시 청와대의 국가안보실이라고 할 수 있다. 미중관계 변화에 대한 대응을 할 수 있는 실무 조직과 대북 및 북핵 전략을 담당하는 조직을 두고 긴밀한 협력과 공동 기획이 필요할 것이다.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협상을 벌이려면 주변국들과 조율된 정책을 두고 북한과 협상에 임해야 한다. 북한 비핵화의 정의, 북한 비핵화가 국제적 비확산 레짐에서 가지는 중요성, 강대국 경쟁과 구별되는 북핵 문제의 중요성, 비핵화와 평화 프로세스 간의 관계, 유엔을 통한 대북 제재 논의를 둘러싼 한국의 입장 확립 및 입장 조율 등이 필요하다. 특히 미국, 중국과 북핵 문제 제반 관련 사항에 대한 조율 없이 북한과 협상을 하면 북한은 이들 국가 간의 견해 차이를 활용하여 전략의 여지를 넓히려고 할 것이다.

 

정책 결정체계의 경우, 문재인 정부에서는 1, 2차장을 두고 국방안보, 외교통일을 각각 담당하였는데, 이는 각 부처에서 파견된 인원들 간의 협의로 정책을 기획하는 체제였다. 각 부처의 소관 업무를 총괄하고 변화하는 상황에 맞추어 대응하고 새로운 대북 정책을 기획해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안보실 산하에서 상황 분석 및 신속한 정책기획이 필요하다.

 

이러한 대응은 대북 실무부서가 담당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많다. 미중관계 변화와 같은 외교환경 변화를 분석하면서 대북 정책을 결정하려면 상황 분석에 집중할 수 있는 부서가 필요하다. 국가안보실 내 업무 분담에서 분석과 평가, 기획에 전담하는 부서가 실무를 하지 않고 존속하기 어려운 환경일 수 있다. 그러나 정책기획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여 실무부서 혹은 정책실행과정과 거리를 두는 기획부서, 혹은 정책 의제별 기획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3. 시민사회, 국내정치와 대북 정책의 건전한 연계 확보

 

대북 정책은 여론 및 국내정치와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기획되고 실행되는 정책이다. 국내 진보, 보수 갈등의 핵심을 이루는 정책 사안이며 여론 역시 대북 정책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대북 정책이 국내의 정치적 고려와 분리되어 국익과 한반도 평화, 통일을 추구하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국내정치와 연계를 어떻게 설정하는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국가안보실 내 대북, 국방, 안보를 담당하는 부처는 대통령 비서실 하 정무/국민소통/시민사회 수석실과 업무상 밀접한 의견교환과 협력이 활발하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청와대 내 비서실의 각 부처와 국가안보실의 각 부처 간 긴밀한 상호소통으로 변화하는 국민 여론을 정확히 파악하고 추진하는 정책에 대한 국민의 평가, 생산적인 국내정치 담론 경쟁 등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대북 정책을 둘러싼 국내 세대 간 의견의 격차가 빠르게 심화하고 젊은 계층의 북한관, 통일관이 급변하는 상황 속에서 시민사회, 국정홍보 등의 업무는 대북 정책과도 연결된다. 대북 정책과 시민사회, 국내정치의 협력적 관계 설정이라는 목표를 대북 정책 결정 과정에 투영할 필요가 있다.

 

4. 행정부 간 연속성 있는 대북 정책 수립

 

한국은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있고, 진보-보수의 양당 경쟁 구도 속에서 대북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므로 대북 정책의 연속성을 둘러싼 문제가 있다. 집권 정당이 바뀌면 대북 정책 역시 변화되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대북 정책의 연속성도 존재한다. 북한에 대한 군사적 억제와 방어를 기반으로 북핵 문제에 대해 국제사회의 대북 경제제재에 일치하는 정책을 추구해왔다. 그러면서도 북한과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통일을 추구하는 방식과 철학에서 정당 간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은 평화적이고 점진적인 통일을 위해 북한 스스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발전을 통해 남북 간 경제 격차를 줄이고 순조로운 통일을 추구하는 노선을 위해 공동노력을 해왔다.

 

한국의 정부 교체에 따라 대북 정책이 바뀐다는 국내외 인식은 5년 임기의 정책 효율성을 줄이고 실질적인 정책 추진 기간을 줄이는 효과를 가진다. 양당이 대북 정책에 대한 한국 국민의 일치된 인식과 방향을 반영하는 정책을 추구할 경우, 차이점보다 연속성을 가질 수 있다. 한국 국민은 대체로 여전히 통일을 중요한 목표로 여기고 북한과 갈등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고 있다.

 

연속성 확보를 위해 정부는 5년 임기 동안 추구할 대북 정책의 전체적인 방향과 정책 비전과 기조, 정책 내용을 정리하여 대내외에 공식적으로 공표할 필요가 있다. 정부마다 청와대와 부처별로 정책 내용을 문서나 책자로 출간한 예도 있지만, 형식과 내용, 체계성 등에서 고르지 못하다. 외국의 경우 중요한 대외정책 방향에 대한 문서 출간을 의회가 법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다수 있어 정부는 임기 내의 정책은 물론 이후에 미칠 영향을 더욱 신중하게 고려하게 된다. 또한, 정리된 정책 내용을 담은 문서는 국제사회의 비상한 관심을 불러오고 한국 정부의 견해를 명확히 이해하는 한편, 정부들 간 연속성 파악에도 쉽다. 현재 출간되고 있는 외교 안보 부처의 백서를 넘어서는 청와대 차원의 전략 문서 출간, 임기 내는 물론 임기를 넘는 중장기 계획에 대한 문서 출간 등을 차츰 법으로 정하여 정부마다 정책 내용이 축적되고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갈 필요가 있다.

 

5. 한국의 대북 정책을 둘러싼 근본 인식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

 

북핵 문제가 30년 동안 이어지면서 한반도, 남북관계, 북한의 미래 등을 둘러싼 전반적인 문제 인식의 폭이 지속해서 확대됐다. 북핵 문제는 비단 핵무기의 비확산이나 북한 무기의 폐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체제 안전보장 및 향후 비핵화된 남북 간 평화공존, 평화체제의 문제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정치체로서 미래 북한의 지위와 남북관계를 함께, 포괄적으로 고민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시각은 주변국의 시각과 반드시 같지 않다.

 

미국은 북핵 문제를 대량살상무기 비확산의 측면에서 보는 경향이 강하고 중국은 유일한 동맹국인 북한과 관계 강화를 통해 미중 갈등 국면 및 지역 강대국 부상의 국면에서 외교정책의 이점을 얻고자 한다. 북핵 문제에 녹아있는 다차원적 문제를 함께 고려하고 이를 정책으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대북 정책에 관한 중요 국가들과의 인식 조율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단기적 사안에 대한 조율을 넘어 남북 분단과 북한의 미래 등의 근본 문제와 연관된다.

 

단기적 중요 현안에 집중해야 하는 정부로서 이러한 작업을 투 트랙(Two track)으로 동시에 진행하기는 어렵다. 그보다는 전문가 집단들 간의 트랙 투 전략 대화 활성화, 정부의 공공외교 강화 등을 통해 인식 조율의 기반을 다져가야 한다. 정부는 단기 이슈를 다루는 데 정책 자원을 소비하여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트랙 투 대화를 관리하는데 많은 허점을 보여왔다. 정부 입장을 반영하면서도 주변국들의 다양한 입장을 소화하고 대안을 마련하고 제시하는 다차원의 전략 대화가 필요하다. 트랙 투의 전략 대화라 해도 정부와 상시적 조율을 통해 한국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하는 내부 조율이 필요하다.

 

한국 내 전문가 집단이나 싱크 탱크들이 주변국과 질적으로 효과적인 전략 대화를 조율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이고, 정부는 이러한 협력에서 정책적 이점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집단들이 중복되는 전략 대화를 통해 일관되지 못한 정책 내용을 발신하거나 정책 자원을 허비하는 일도 줄여야 한다. 정부는 체계적인 투 트랙 전략 대화체계를 마련하여 대북 정책의 기반을 다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저자: 전재성_EAI 국가안보연구센터 소장, 서울대학교 교수.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외교부 및 통일부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정치이론, 국제관계사, 한미동맹 및 한반도 연구 등이다. 주요 저서 및 편저로는 《남북간 전쟁 위협과 평화》(공저), 《정치는 도덕적인가》, 《동아시아 국제정치: 역사에서 이론으로》 등이 있다

 


 

담당 및 편집: 이승연_EAI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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