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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브리핑] 미국 공적개발원조(ODA) 정책의 퇴보: 최대 공여국의 흔들리는 위상

  • 2018-02-01
  • 나지원

ISBN  979-11-88772-07-0 95340

편집자 주

본 이슈브리핑은 EAI가 여시재(與時齋) 주도로 국내 주요 싱크탱크와 함께 진행하는 "Think Tank 공동연구"의 결과물로서 2018년 1월 19일 여시재 홈페이지에 동일한 내용이 게재되었습니다. 

 

본문 중에서 

"대통령 정책 지령 6호(PPD-6)는 미국 대통령이 최초로 순전히 개발 문제만을 다루는 정책 지령을 내렸다는 점에서 뿐만 아니라 개발을 국방과 외교에 버금가는 국가안보 이슈로 격상시켰다는 데에 역사적 의의가 있다. 미국이 20세기 중반 이후 세계 최대의 원조 공여국이었음에도 행정부 차원에서 그 전까지 구체적인 원조 정책이 단 한 번도 제시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은 일견 뜻밖이다. 그러나 원조를 도덕적으로는 옳지만 국익에는 (기껏해야 간접적으로밖에) 도움이 되지 않는 시혜, 혹은 이상주의적 외교의 한 형태라고 보는 관점이 적지 않았던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대외정책에서 원조개발 정책이 부차적인 입지에 머물러 있었던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지령을 통해 개발은 전략적, 경제적, 도덕적으로 우선순위를 차지하는 의제가 되었다. 환경, 테러리즘 등 지구 전체적인 위협과 과제가 등장하고 세계 경제에서 불평등이 심각한 문제가 되며 새로운 자원 개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개발원조는 더 이상 타인 혹은 외국을 돕는 문제가 아니라 자국과 자국민의 이익에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문제가 된 것이다."

 

"물론 절대적인 액수로 본다면 미국이 여전히 세계 최대의 공여국(donor country)인 것은 사실이다. OECD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세계 2위의 공여국인 독일보다 1/3 이상의 금액을 대외 원조에 지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 규모가 독일보다 다섯 배 이상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조금 다른 그림이 보인다. 독일이 국내총생산(GDP)의 0.7%를 ODA에 지출하는 반면 미국은 0.18% 수준으로 독일의 1/4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해보면 이러한 격차는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미국의 경제규모 대비 ODA 지출은 OECD 회원국 29개국 중 고작 22위에 불과한 것이다." 

 

"더불어 중국과의 이러한 개발원조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구미(歐美) 국가들이 갖고 있는 국제개발에 대한 통념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즉, 기존 부국과 국제기구들은 대외개발원조를 비상업적, 비영리적 수단을 사용해 빈국의 빈곤을 완화하고 근절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반면, 중국은 자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을 일상적인 경제활동과 ‘밥벌이(bread and butter)’의 문제로 인식하고 사실상 물질적 생활수준 향상과 동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개발을 거의 전적으로 타국의 (특히 빈국의) 문제로 바라보면서 일반적인 기업 활동과 별개의 영역으로 간주하는 것과는 차별되는 부분이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2017년 3월 내놓은 2018년도 예산안은 이러한 경고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글로벌 개발 센터(CGD)의 스캇 모리스(Scott Morris)와 아이작 샤피로(Isaac Shapiro) 연구위원은 미국이 “공평한 몫”보다 많은 돈을 내고 있다면서 대외원조 프로그램 관련 예산의 대폭 삭감을 정당화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작년 ODA에 지출한 260억 달러는 다른 선진국들의 기여에 비하면 “공평한 몫”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진실로 “공평한 몫”을 내고 싶다면 ODA 목표 기준인 GDP 총액의 2%에 근접하도록 오히려 예산을 증액해야 함에도 오히려 반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꼬집고 있다." 
 

"그러나 경제적 자유지상주의(libertarianism)와 대외적 고립주의를 표방하는 미국 보수 집단은 이러한 대외원조의 이득보다는 비용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뒷받침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 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는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외 원조가 1990년대 연간 평균 140억 달러 규모에서 2010년대에는 320억 달러로 2배 이상 증가했지만 원조가 효과적이라는 증거는 부족하며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트린다는 연구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원조 여부나 규모와 무관하게 시장 개혁에 성공한 나라들이 일반적으로 꾸준하고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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