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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특별논평 시리즈] ④ 트럼프 재선이 민주주의에 미칠 영향과 대응 방안

  • 2024-01-08
  • 이숙종

ISBN  979-11-6617-697-5 95340

1. 세계 민주주의의 후퇴와 선거의 해

 

세계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는 경고음은 그칠 줄을 모른다.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의 2023년도 보고서는 세계 시민이 평균적으로 누리는 민주주의 수준(2022년 기준)이 1986년 수준으로 후퇴했다고 한다. 지난 35년 간의 민주화 성과가 점차 사라진 결과이다. 정치 레짐을 자유민주주의, 선거민주주의, 선거전제주의, 폐쇄전제주의 네 가지로 구분하는 동 연구소 학자들에 의하면, 세계 인구의 28퍼센트가 선거도 치르지 않는 폐쇄전제주의 체제하에 살고 불과 13퍼센트만이 자유민주주의 체제하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V-Dem Institute 2023). 한국은 아시아의 대표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자리매김했지만 우리나라가 속한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가장 큰 후퇴를 겪었다고 한다. 프리덤하우스(Freedom House)의 2023년도 ‘세계의 자유 보고서’는 전 세계의 자유가 17년째 계속 하락하고 있지만 정치적 권리와 시민적 자유가 개선된 나라와 악화된 나라의 차이가 줄어들기 시작해 희망이 보이는 것처럼 적고 있다 (Freedom House 2023). 과연 2024년도의 세계 민주주의 지수는 하락을 멈추고 반등할 수 있을까?

 

『이코노미스트』지의 2024년 세계 전망은 올해가 자유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걱정거리가 많은 해가 될 것이라고 회의적 답을 내놓는다(Beddoes 2023). 선거 결과의 전망이 자유민주주의에 결코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024년에 세계 50개 국가에서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고 한다. 상반기에만 해도 1월 13일 대만 총통 선거를 시작으로 2월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 총선, 3월 러시아 대선, 4월 한국 총선, 4-5월 인도 총선, 6월 유럽의회 선거 등이 있다. 메타(Pratap Bhanu Mehta)는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신년호에서 올해 있을 이 선거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할 것이며, 이 불길한 예감은 다수의 유권자들이 민족주의(nationalism)를 지향하게 되어 자유주의에 반하는 투표들을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Mehta 2024). 유럽에서 우파지향적 정체성 정치는 2015-16년 난민 위기 이후 확산되기 시작한 바 있다. 지난 11월 네덜란드 총선에서 우파 정당이 일당이 되면서 6월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민족주의적 정당들의 득세가 점쳐지고 있다.

 

올해 가장 중요한 선거는 단연 11월 5일에 치러질 미국 대선이다. 초강대국으로서 미국의 선거가 중요한 이유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게 되면 미국 국내만이 아니라 국제 정세에도 큰 파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코노미스트』지는 트럼프를 2024년 세계 최대의 위협이라 말했고, 비슷한 논조의 칼럼들이 늘어나고 있다. 아직은 가정이지만 10개월 후면 현실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어떻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민주주의에 또한 세계 민주주의에 어려움을 가져올 지 따져보고 대비해야 한다.

 

2. 트럼프와 미국 민주주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통령이다. 그에 대한 탄핵 논의는 2016년 대선 이후부터 시작되었다. 2017년부터 시작한 러시아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뮬러 특검의 보고서가 2019년 4월 제출되자 민주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탄핵 요구가 확산되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2020년 12월 18일 미 하원은 우크라이나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의 스캔들에 관련한 권력 남용과 의회 업무 방해 두 건을 사유로 들어, 각 사유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 이어서 2021년 1월 13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1월 6일 미 의사당 난입 사태를 사주했다는 책임을 물어 탄핵안을 또 가결하였다. 당시 미 상원은 두 번 모두 탄핵을 부결해 트럼프로 하여금 유죄 판결을 면하게 하였다. 미국 역사상 탄핵이 두 번 가결된 대통령은 트럼프가 처음이다.

 

예상했듯이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4년 대선 출마를 준비하고 있고, 1월부터 공화, 민주 양당의 프라이머리(Primary, 예비경선)가 주별로 시작된다. 때를 맞춰 트럼프의 피선거권 자격에 대한 법적 시비가 한창이다. 미국 수정헌법 14조 3항은 내란이나 폭동에 가담한 공직자는 연방정부 공직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를 근거로 지난 12월 19일 콜로라도 주 대법원은 트럼프가 미 의사당 난입 사태에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주 공화당 프라이머리 선거에 등록할 자격을 박탈하는 획기적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한편, 12월 27일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로 대선 판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미시간 주의 대법원은 동일 쟁점에 대해 그가 2월에 있을 미시간 주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나갈 수 있게끔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다음날 메인 주의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콜로라도 주와 같은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는 자신의 출마를 제한하는 주의 상급법원에 항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연방 대법원이 신속하게 재판해서 그가 콜로라도 주 예비경선 투표지에 이름을 올릴 수 있게 해 달라고 압박하고 있다. 특정 주들의 대선 후보 자격 박탈에 대한 트럼프 측 변호인단의 반박 논지는 대선 후보 자격은 주 법원이 아니라 의회나 유권자가 해야 하며,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난입 사태는 국가에 대한 반란이 아니라 정치적 항의라는 것이다. 연방 대법원은 2월 8일 첫 구두 심리를 갖기로 며칠 전 결정하였는데 3월 많은 주에서 예비경선이 치러 지기 때문이 2월 내로 결론을 내릴 것이다.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 자격을 법원이 박탈하는 사태는 전례가 없을 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선거권을 제한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어서 트럼프의 후보 자격을 인정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 미국 민주주의가 후퇴할 것은 자명하다. 그가 2016년 대선에서 승리했을 때만 해도 많은 이들은 미국 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시스템이 대통령 개인의 반민주적 성향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선진민주국가에서도 권력자가 어떻게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레비츠키(Steven Levitsky)와 지블라트(Daniel Ziblatt)는 트럼프의 집권 2년차에 출간된 명저 How Democracies Die에서 트럼프가 여느 권위주의 권력자와 마찬가지로 민주적 규칙과 게임을 무시하고, 정치적 반대자의 정통성을 거부하며, 폭력을 사주하고, 미디어를 포함한 반대자들의 시민적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한다(Levitsky and Ziblatt 2018). 법적 테두리를 넘어서는 제도적 관례를 무시하거나 악용하는 트럼프 정치는 2020년 대선 불복에서 정점을 이룬 바 있다. 래리 다이아몬드(Larry Diamond)는 2019년 출판된 Ill Winds에서 러시아의 분노, 중국의 야망, 미국의 안이함을 민주주의를 해치는 세 가지 병적 풍류로 분석하였는데, 미국의 안이함은 바로 트럼프에게 대선 승리를 안긴 것이다(Diamond 2019). 그는 트럼프가 정보당국, 법무부, 여타 법집행기관들의 독립과 사기(morale)를 해쳐 미국 민주주의에 유례없는 심대한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한다. 미국의 안이함은 반복될까? 안이함의 반복은 결정적일 수 있다. 페핀스키(Thomas Pepinsky)는 2021년 선동적 음모론으로 추종자들의 의사당 난입 폭력사태가 실패한 것을 본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된다면 자신의 추종자들을 요직에 임명하고 행정부 권한을 십분 활용해 트럼프에 맞섰던 법원과 법무부 등의 기관들에 대해 보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Pepinsky 2023).

 

양극화된 미 의회의 정치적 대립, 극단주의가 득세하게 만드는 소셜미디어 포퓰리즘 등은 미국서 여전하다.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유사한 가운데 누가 등판하느냐가 승패를 가르게 만들 것이다. 현재의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에서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치고 올라오고는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아직 상당히 높다. 민주당 측 상대가 될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트럼프에 많이 밀리고 있고, 대안이 될 수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트럼프가 작은 차이로 이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3. 미국의 세계 민주주의 지원 후퇴와 자유주의 질서의 불안정

 

병든 민주주의의 정치현상—계속되는 군사 쿠데타, 선거의 품질 저하, 권력자의 횡포를 막을 견제와 균형 시스템의 상실, 언론 자유의 훼손,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탄압, 소수집단에 대한 인권 유린, 사회적 다원성을 거부하는 포퓰리즘, 파당적 정치적 양극화 등—은 세계 정치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특히, 진행 중인 두 전쟁에서 보이듯이 주요국에서 국내정치가 권위주의화되면 주변국의 안보에도 위협이 된다. 러시아의 푸틴은 구소련의 영토 회복 못지않게 서유럽 민주주의 진영으로 합류하려는 우크라이나를 제지하고자 전쟁을 일으켰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정부의 우경화는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의 상대방인 팔레스타인의 주권을 존중하지 않아 하마스의 무지막지한 테러로 시작된 가자지구 전쟁에 일조를 했다. 민주주의 가치와 원칙을 잘 지키는 나라는 주변국의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공존에도 협력적이어서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밑바탕이 된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내적 외적 영향의 연계성을 아는 바이든 대통령은 전제주의 견제를 그의 외교정책의 주요 축으로 삼아 왔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의 임기 중에 민주주의 외교를 무시 내지는 경시하고 이익의 거래에 바탕한 실리외교를 추구한 바 있다. 그가 재집권한다면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민주주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첫째, 전제주의적 권력자들을 견제할 힘이 약화될 것이다. 특히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대표적인 권위주의 강국은 민주주의의 기능 부전을 조롱하면서 자신들의 체제 합리화에 적극 나설 것이다. 주요 협력 대상국이면서 비자유주의 정치가 횡행하는 인도나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해서는 미 정부의 최고 지도자가 민주주의의 퇴행을 비판하고 저지할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 둘째,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의 민주적 거버넌스와 인권 보호를 지원하는 미 정부의 프로그램들이 줄어들면서 특히 민주화를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민사회가 위축될 수 있다. 세계 민주주의 지원은 궁극적으로 자금과 제도화 노하우를 투입하는 일이다. 미국이 이를 게을리할 시 글로벌 사우스는 권위주의 강국들의 지원을 받으면서 민주화에 대한 동기부여를 잃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세계 도처에서 권위주의가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MAGA)” 캠페인 하에 보호주의적이고 고립주의적인 외교를 주요 동맹국인 한국이나 일본에 적용한다면 모처럼 구축된 한미일 협력체제가 후퇴할 수 있다. 특히 삼자협력체제에서 민주주의 의제는 미국이 중심이 되어 추구했던 것인 만큼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삼자협력에서 민주주의 협력이 제일 먼저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자유민주주의를 대표하는 여느 국가도 인도-태평양(인태) 지역에서 민주주의와 인권 보호를 위해 나서지 않는다면 이는 역내 국가들의 민주화에 나쁜 시그널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국제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다. 첫째, 글로벌 거버넌스가 더욱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및 가자지역 전쟁 등 최근 수년간 국제사회는 평화에도 보건에도 비상이 걸려 있다. 유엔이 위급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서 입장이 유사한 나라들끼리 뭉치는 소다자주의들이 늘어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정과 세계보건기구에서 탈퇴를 감행하는 등 국제사회의 미션에 헌신하지 않았다. 아직 자유진영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대통령의 정책 기조 변화로 또 다시 자국우선주의, 고립주의 외교를 펼친다면 글로벌 거버넌스는 더 큰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둘째, 안보 상황에도 부정적 여파가 있을 수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젤렌스키 정부에 군사적 지원을 계속 하지 않을 수 있고, 그 결과는 참담하게도 러시아의 사실상 승리로 귀결될 것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 NATO)와 미국의 오랜 유대관계는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공유에 있다. 그런데 이러한 가치를 무시하는 트럼프는 그의 1기 행정부 당시 NATO 탈퇴를 공공연히 말해 왔다. 재집권 시 혹여라도 다시 탈퇴를 감행할까 우려해 미 의회는 12월 14일 대통령이 상원의 승인이나 의회의 법안 없이 NATO를 탈퇴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국방수권법안에 명시했다. 비용이 크다면서 주한미군 철수를 자신의 참모들에게 종종 언급했던 트럼프가 2기 행정부에 이를 실행하려 들 수도 있다. 모험적 딜 외교를 즐기는 스타일이 다시 북한 김정은과의 협상에 적용되거나 자신은 대만 방어를 약속하지 않겠다는 식의 발언으로 중국의 모험심을 자극한다면 한반도와 동북아, 나아가 인태지역 전체를 위태로운 안보 상황에 처하게 만들 수도 있다.

 

셋째, 미중 경쟁관계가 치열한 인태지역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벌어질 가치외교의 실종은 미국 우위 소프트파워를 악화시키면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도울 수 있다. 중국에 대해 지정학적 경쟁과 신기술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에게 개방성, 신뢰성, 투명성, 다원성, 포용성 등과 같은 민주적 가치와 규범은 세계 여러 나라로 하여금 중국보다 미국의 편에 서게 하는 이념적 요소이다. 한미일과 유럽 주요 국가들의 인태지역 전략들은 모두 기존의 자유주의 규칙기반 질서(liberal rules-based order)를 강조해 왔다. 이러한 질서는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연대 없이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4. 트럼프 2기 행정부 가능성에 대한 대응 방안

 

인태지역 나아가 세계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첫째, 민주주의 협력이 미 대선 결과에 크게 흔들리지 않도록 한미일 삼자협력의 층위를 다양화시켜 붙들어 매야 한다. 2023년 8월에 한미일 정상들은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라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바 있다. 성명서는 “모든 영역과 인도-태평양 지역과 그 너머에 걸쳐 3국 협력을 확대하고 공동의 목표를 새로운 지평으로 높이기로 약속한다”고 천명하고 있다. “우리는 경제를 강화하고, 회복력과 번영을 제공하며, 법치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를 지지하고 (중략) 지역 및 글로벌 평화와 안보를 강화할 것이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증진하고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공조를 강화할 것이다”라고 공동의 목표를 강조했다. 그러나 삼자협력 기제로서는 기존 및 새로운 고위급 정부 간 채널을 언급하고 있지만 민주주의 협력을 위한 구체적 구상을 내놓고 있지는 못하다. 한미일 지도자들은 평화와 번영에 민주주의가 기능적임을 상기하고 관련 의제를 우선시하며, 민간 부문 이해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참여시켜 안정적이고도 지속적인 민주주의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해 가야 한다. 한미일 삼국의 의회와 경제단체, 미디어, 시민단체들은 서로 연대해 민주주의 보호와 지원에 나서도록 상호 아웃리치(outreach)를 강화해야 한다. 2024년 한 해 동안 삼국이 모두 유엔의 안전보장이사회 이사국으로 활동하므로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 복원과 강화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기회도 있다.

 

둘째, 인태지역 내에 민주주의 협력을 도모하는 플랫폼이 만들어져야 한다. 역내 경제나 안보를 다루는 플랫폼들이 존재하나 항상 민주주의 의제는 뒷전으로 밀리곤 했다. 따라서 역내 민주주의를 보호하고 지원하려는 1.5트랙의 플랫폼이 상설되어야 한다. 현재 ‘써니랜드 이니셔티브(The Sunnylands Initiative)’라는 민간 차원의 인태지역 민주주의 협력 네트워크가 존재하나 아직 민간 차원의 협력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플랫폼에는 한미일 삼국은 물론 호주와 인도네시아를 비롯하여 인도의 참여도 중요하다. 인도는 비록 힌두 내셔널리즘으로 문제가 있지만 서아시아에 큰 영향을 미치며, 인구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환경친화적 개발협력과 민주주의 의제의 결합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태평양 도서 국가들의 참여 역시 환영할 일이다. 미국의 민주주의 리더십이 주춤하게 된다면 역내 주요 민주주의 국가들이 이러한 플랫폼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셋째, 한국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민주주의 외교도 있다. 3월 하순 한국 정부는 제3차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주최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1년 12월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출범시킨 이후, 한국은 2023년 3월에 2차 민주주의정상회의 인태지역 회의를 미국과 공동 주최했고, 이어 3차 민주주의정상회의 전체를 주도하게 된 것이다. 이를 준비하는 우리 정부 기획단은 지난 3년 간 시민사회 단체들이 조직한 코호트들의 주제를 계승하면서 디지털 신기술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민주적 거버넌스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미래세대를 위한 민주주의”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청년 세대를 부각하고 있는 점이 새롭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서면 과연 경쟁자였던 바이든 대통령이 출범시킨 민주주의정상회의를 계승하겠냐는 의구심이 확산되고 있다. 3차 회의를 준비하는 한국은 유사입장국들과 연대해 민주주의정상회의를 어떤 형태로 지속할 수 있는지 논의해야 한다. 또한 금번 행사를 통해 민주주의 협력의 네트워크와 노하우를 흡수해 해외 민주주의를 지원할 독립기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 개발연대에 동아시아 ‘네 마리 용’의 하나였던 한국은 글로벌 중추국가를 모토로 삼을 정도로 중요한 나라로 발전했다. 이제 신생 민주주의 국가들을 돕는 기여외교로 후퇴하는 세계 민주주의 복원에 일조해야 한다. ■

 

참고 문헌

 

Beddoes, Zanny Minton. 2023. “2024 will be stressful for those who care about liberal democracy.” The Economist. November 13. https://www.economist.com/the-world-ahead/2023/11/13/2024-will-be-stressful-for-those-who-care-about-liberal-democracy (검색일: 2024. 1. 5.)

 

Diamond, Larry. 2019. Ill Winds: Saving Democracy from Russian Rage, Chinese Ambition, and American Complacency. New York: Penguin Random House.

 

Freedom House. 2023. Freedom in the World 2023. https://freedomhouse.org/sites/default/files/2023-03/FIW_World_2023_DigtalPDF.pdf (검색일: 2024. 1. 5.)

 

Levitsky, Steven, and Daniel Ziblatt. 2018. How Democracies Die. New York: Broadway Books.

 

Mehta, Pratap Bhanu. 2024. “The Specter of Nationalism.” Foreign Policy. January 3. https://foreignpolicy.com/2024/01/03/nationalism-elections-2024-democracy-liberalism/ (검색일: 2024. 1. 5.)

 

Pepinsky, Thomas. 2023. “The return of US isolationism.” East Asia Forum. December 24. https://www.eastasiaforum.org/2023/12/24/the-return-of-us-isolationism/?utm_medium=email&utm_campaign=newsletter2023-12-24 (검색일: 2024. 1. 5.)

 

V-Dem Institute. 2023. Democracy Report 2023: Defiance in the Face of Autocratization. https://www.v-dem.net/documents/29/V-dem_democracyreport2023_lowres.pdf (검색일: 2024. 1. 5.)

 


 

이숙종_동아시아연구원 시니어펠로우. 성균관대학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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