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일본 선거 이슈브리핑] 서론: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 변하지 않는 자민당과 야당
ISBN 979-11-6617-817-7 95340
10월 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거)에서 이시바 시게루(石破 茂) 총리가 이끄는 자민-공명 연립은 참패했다. 총 465석 중 자유민주당(자민당)은 191석, 공명당은 24석을 차지해 합계 215석을 얻으면서 목표치로 설정했던 과반(233석)을 달성하지 못했다. 반면 무소속을 포함한 야권은 250석을 얻었다. 이들이 모두 연합하는 경우 정권 교체도 가능하다. 자민당은 국회 해산 전 의석에 비해 56석을 잃었고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50석을 더 얻어 148석을 기록하였다. 군소 야당들도 대체로 의석 수를 확대하였다.
사실 집권 여당 자민당(그리고 연립정권 파트너 공명당)에게 이번 선거는 상당히 어려운 선거였다. 첫째, 자민당 내 정치자금 스캔들로 정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정점에 고조된 상황에서 선거를 치렀다. 자민당은 정치 개혁에 대한 국민적 열망에 부응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였다. 문제는 자민당 정치의 중심이고 당내 최대 계파인 아베파가 비자금 스캔들의 진앙이었기 때문에 당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했다. 당 지도부가 ‘개혁’ 대신 ‘쇄신’이란 언어를 사용한 것은 자민당의 고민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이번 선거는 미국 선거와 마찬가지로 이른바 ‘인플레 선거’였다. 2020년 코로나 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는 공급망의 절단으로 인한 급격한 공급 축소 국면을 맞이하였고, 수요 측면에서도 봉쇄(shutdown)와 경제활동 축소로 소비 침체가 이어졌다. 이후 공급망의 복구와 재조정으로 공급 측면은 회복되었으나 수요 자극을 위한 막대한 경기부양책이 물가 상승을 초래함으로써 일본 등 주요국들은 예외 없이 인플레 대처에 고심해 왔다.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본 유권자는 투표 시 최우선 고려 사항으로 ‘경기-물가 대책’을 꼽았다. 즉, 자민당은 인플레와의 전쟁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다.
일본 국민은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나 자민당은 변하지 않았고, 야당도 변하지 않았다. 자민당은 장기집권의 표현으로 드러난 정치자금 문제를 미봉책으로 대응했고, 야권은 절호의 기회를 잡고서도 통합/연대보다는 분열을 택했다. 유권자는 자민당에 매를 들었으나 권력을 주기에 미덥지 않은 야당(입헌민주당)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집권 자민당은 왜 정치 개혁이란 국민적 여망에 부응하지 못하였나. 정치자금 스캔들과 거리가 먼 당내 소수파 리더로서 이시바 신임 총리는 왜 쇄신의 행보를 보이는 데 실패하였는가. 자민당 실패에는 어떤 구조적 요인이 존재하는가. 한편, 야당은 왜 자민당에 대한 민심 이반을 정권 교체로 연결시키지 못했는가. 왜 야당은 분열되어 있는가. 자민당 정권의 인플레 대책과 생활 안정 대책은 어떤 문제점을 갖고 있는가. 이시바 총리는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전 총리의 경제정책과 차별화되는 비전이나 능력, 지지 세력을 보여주었나.
이러한 질문들에 대해 이주경 교수의 글은 자민당 일당우위 체제, 당내 아베(파) 1강 구도, 자민당 통치능력 등 세 가지 측면에서 이른바 ‘아베 시대’의 구조적 특징들이 변질되어 오늘의 결과를 가져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성조 교수의 글은 역사적 견지에서 자민당의 위기와 정치자금 문제의 관계를 분석하여 이번 선거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끝으로 이정환 교수의 글은 일본의 유권자가 갖고 있는 정치경제적 불만, 이시바 총리의 대응의 문제점, 향후 일본 경제정책의 방향성을 분석하고 있다. ■
■ 손 열_동아시아연구원 원장,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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