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국가정체성 조사 - 사회·안보의식 대한민국 자화상
전염병·환경 불안감 더 커졌는데 정부정책에 영향 줄 활동은 위축
개인은 사회를 이루고 사회는 개인을 반영한다. 올해 국가정체성조사는 시민사회가 지속적으로 위축되면서 개인의 건강한 시민성도 점차 저하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사회를 위협하는 다양한 위험에 대한 인식은 크게 높아져 개인이 느끼는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5년 전 국가정체성조사에선 응답자 중 이익단체나 직능단체에 속하지 않은 비율이 64.5%였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82.2%로 크게 늘었다. 시민단체에 소속돼 있지 않은 비율도 64.6%에서 81.6%로 급증했다. 정당이나 정치단체에 관여하지 않는 시민도 81.6%에 달했다. 정부 정책이나 정치 개혁에 대한 관심이 준 탓이다. 이는 주권재민(主權在民) 의식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반영한다.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말할 자격이나 능력이 없다는 응답은 2005년 24.7%에서 2010년 26.7%, 올해 31.2%로 증가했다. 건강한 시민 참여가 위축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한편 국가를 위해 개인이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답변도 2010년 41.2%에서 2015년 50.4%로 늘었다. 국가주의적 성향이 구체화되고 있는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 등 전염병의 창궐, 원전사고 등 인적 재난, 지구온난화 등 환경 위기, 에너지 공급 차질, 북한의 급변 사태, 한반도 불안정과 갈등 등이 향후 10년 안에 한국의 국익을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은 심해졌다. 전염병을 중요한 사회적 위험으로 보는 인식은 2010년 84.5%에서 2015년 92.3%로 늘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의 영향 같다. 원전사고 등 인적 재난을 위협 요소로 여기는 응답자도 96.1%에 이른다. 지구온난화 등 환경 위기에 위협을 느낀다는 응답도 86.8%에서 95.9%로 증가했다. 개인이 느끼는 불안감이 점차 확대되는 양상이다. 지속 가능한 사회 발전은 국가와 개인이 긴장과 균형을 유지할 때 가능하다는 것을 다시 새겨야 할 때다.
문명재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