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국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하다. 감정의 골은 아직도 깊다. 이 조사에는 양국에 새 정부가 들어선 지 2년 반이 지나도록 단독정상회담 한번 열지 못한 한·일 관계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돌아봐야 할 것이 많다. 먼저 반성해야 할 것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상대국을 희생양으로 삼는 얄팍한 정치공학적 접근이다. 일본이 특히 심하다. 한·일 관계 악화의 근저에는 ‘침략과 가해의 역사’를 부정하고 ‘극우 포퓰리즘’을 내건 아베 신조 정부의 정책 기조가 자리하는 면이 강하다. 일본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한국인 응답자의 74%는 ‘한국을 침략한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들었다. 한국을 좋지 않게 바라보는 일본인의 74.6%는 ‘역사 문제 등으로 일본 비판을 계속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서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의 근원을 따지고 들어가면 아베 정부의 역사인식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라고 반성해야 할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일 외교에서 지나치게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은 아닌지, 지나친 반일 감정이 일본 내 혐한 기류를 불러일으킨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양국 관계가 중요하다’는 응답 비율은 한국인이 87.4%, 일본인은 65.3%에 이르렀다. 많은 양국 국민이 관계가 나빠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일 관계 정상화의 단초로 삼을 만하다. 이를 위해 상대국을 희생양 삼는 발상부터 버려야 한다. 일본의 16개 역사·교육단체는 최근 아베 정부에 대해 “일본군위안부 문제에 대한 왜곡을 중단하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올해는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는 해다. ‘상대를 배려하는 큰 눈’을 뜰 때 한·일은 평화와 협력의 공의(公義)를 다져갈 수 있다. 갈등과 반목으로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