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야권은 '심판론' 다시 움켜쥘 것인가

  • 2015-04-13
  • 고동우기자 (경남도민일보)
[20대 총선 1년 앞으로] (1) 전국 흔들 이슈·쟁점은

 

20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박근혜 정부 출범 4년 차, 2017년 대선 1년을 앞두고 맞이하는 20대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복잡하고 깊은 뜻을 수없이 내장하고 있다. 소위 '민주정부' 10년(김대중, 노무현), 그리고 '보수정부' 10년(이명박, 박근혜) 이후의 정권 창출 세력은 누가 될 것인가? 통합진보당 해산 이후 현저하게 영향력이 떨어진 진보 정치세력의 부활은 가능한가? 박근혜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어느 정도 힘을 발휘할 것인가? 등의 물음이 잇따라 제기된다.

 

경남 국회의원은 공천 룰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에 따라 선거 전략도 변경해야 할 처지다. 또한 '이번이 마지막 기회'로 여기고 와신상담하는 한때(?) 거물 정치인이 차기를 준비하는가 하면, '구태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정치 신인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현 정권 실세의 지역구 공략도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을 포함한 야권이 경남에서 몇 석을 확보하느냐는 정국 변화를 추동할 핵심적 요소가 될 것임에는 분명하고, 이에 따라 '이번엔 바꿔보자'는 전의 역시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20대 총선은 이미 시작됐다.

 

1년 뒤 미래를 점치기 위해 현 시점에서 주목할 '사건'은 크게 세 가지다. 총선 전 마지막 선거가 유력한 4·29 재보선과 이른바 '성완종 게이트', 그리고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지난 8일 국회 연설이 그것이다.

 

앞의 두 개는 야권의 총선 전략을 가늠할 중대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마지막 하나는 새누리당이 추구하는 소위 '혁신'이 어디까지 향할 수 있는지 단초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번 재보선에서 '전가의 보도'였던 정권심판론과 야권연대를 전면화하지 않고 있다. 2012년 총선·대선부터 시작된 연전연패에서 얻은 교훈이다. 이명박 정부의 실정(총선·대선), 국정원 선거 개입(2013년 재보선), 세월호 참사(2014년 재보선·지방선거) 등 야권에 유리한 이슈가 쏟아졌지만 선거는 늘 패배였다. '내용 없는' '자아성찰 없는' 심판론, '명분이 약한' 야권연대에 국민은 더 이상 우호적 시선을 보내지 않았다.

 

새정치는 정치적 민주주의에만 경도돼 사회경제적 문제에 무심·무능했다는 일각의 비판도 수용한 듯 소득주도 성장론, 유능한 경제정당론을 앞세우며 어느 때보다 포지티브에 주력하고 있다.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정치자금 폭로라는 호재를 만났으나 아직은 네거티브·심판론에 신중한 모양새다. 야권 분열, 낮은 투표율 전망, 보수표 결집 등 난관이 수두룩한 상황에서 섣불리 심판론을 꺼냈다간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심판론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수 있다. 남은 기간 재보선 전략과 선거 결과에 따라 심판론은 강화될 수도 반대로 약화될 수도 있다. 마침 20대 총선은 박근혜 정부 집권 4년 차에 맞이하는 선거다. 정권 초기 인내하고 격려해왔던 민심이 본격적으로 책임을 묻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심판론이 꿈틀대지 않을 수 없다. 야권연대도 마찬가지다. 4·29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하거나, 새정치 탈당파인 정동영·천정배가 국회에 입성하면 '역시 뭉쳐야 한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리게 된다.

 

유승민 새누리 원내대표의 8일 국회 연설은 그래서 야권에도 중요하다. 정권심판과 야권연대 깃발을 들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추켜올린다면 과연 유권자에게 설득력이 있을지 판단하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총선·대선을 기억해 보자. 그 어느 때보다 정권심판론·야권연대가 잘 먹힐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새누리당은 끝내 판세를 뒤집었다. 정한울(정치학 박사) 동아시아연구원 사무국장은 "국정 운영 기조를 '국가에서 국민으로, 개인의 삶과 행복 중심으로'라고 선언하고 전통적 보수 노선에서 탈피해 과감하게 경제민주화와 맞춤형 복지를 내세웠다"는 것을 당시 '대역전' 배경으로 설명한다.

 

새누리는 그때와 똑같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유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단기부양책 등을 비판하며 재벌개혁, 사회 양극화 해소, 공정한 고통분담, 법인세 인상, 종교인 과세, '증세'에 기반을 둔 중부담-중복지 체제를 거침없이 이야기했다. "고통받는 국민의 편에 서겠다. 가진 자, 기득권 세력, 재벌 대기업이 아니라 서민·중산층 편에 서겠다"는 진보 정치인한테나 어울릴 만한 말까지 던졌다. 성완종 게이트 의혹은 현 정부에 대한 분리 정립을 더욱더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유승민 대표 언급 중 가장 주목할 것은 '공정한 고통 분담'"이라며 "내년 총선의 최대 화두 역시 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노동시장 재편, 공공부문과 산업 구조조정 등 사회 전 분야가 시스템 전환을 위한 고통 분담을 요구받는 상황이다. 청년 일자리, 소득·자산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쩔 수 없는 조치다. 지금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는 여와 야, 정부와 기업, 자본과 노동, 진보와 보수 어느 한쪽이 부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님을 직시하고, 양보와 타협을 통해 각자 내놓을 것을 정하고 실제 내놓아야 한다."

 

야권에서도 이미 비슷한 문제의식이 흘러나오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 이진복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끄러운 소수의 적대적 공생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더 큰 공동체인 대한민국의 '존망의 과제'를 해결하는 '공동운명의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면서 "대한민국 보전과 번영의 이슈에서 새정치 아이디어인지 새누리 아이디어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함께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희망과 일보전진의 실용적 해법 추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승민 대표나 이 연구위원 발언이 여권 또는 야권 전반의 정서를 대변한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사회 주요 세력의 신뢰도가 하염없이 추락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내년 총선, 그리고 그다음 해 대선까지도 어느 누가 어느 누구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식의 정치 어법은 별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가 지난 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각 분야 신뢰도는 정부 39%·대기업 35%·언론 34%·노동조합 39%·종교단체 32%에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