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영향력 커진 검찰·국세청 신뢰도는 뒷걸음

  • 2013-08-22
  • 신창운기자 (중앙일보)
중앙일보·동아시아연 24개 파워조직 국민 인식 조사

공권력 신뢰 전반적 하락세

진보 정당·시민단체 바닥권

 

우리 사회에서 가장 높은 영향력과 신뢰도를 가지고 있는 파워 조직은 삼성·현대차·SK·LG 등 대기업이었다. 검찰·국세청·새누리당·국정원 등 전통적 권력 조직은 높은 영향력에 걸맞은 신뢰도를 갖지 못하고 있었다. 중앙일보가 동아시아연구원(EAI·원장 이숙종)과 공동으로 우리 사회 파워 조직 24곳에 대해 실시한 국민 인식 평가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다.

 

전체적으로 4개 대기업이 영향력·신뢰도 양 측면에서 상위권을 독차지했다. 영향력에선 삼성(7.22점), 신뢰도에선 현대차(6.16점)가 1위였다. 국가기관의 경우 영향력에선 검찰(6.58점·3위), 신뢰도에선 헌법재판소(5.86점·3위)가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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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신뢰도 격차 1위 ‘검찰’=2005년 처음 실시한 이래 일곱 번째(2009년까지 매년, 그 이후 격년)인 2013년 파워 조직 조사는 한국 사회를 이끌고 있는 권력기관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영향력의 경우 국가기관 가운데 검찰에 이어 헌재(6.57점), 경찰(6.33점), 국세청(6.31점), 청와대(6.22점) 순으로 평가됐다. 신뢰도의 경우 헌재에 이어 대법원(5.33점), 금감원(5.26점), 경찰(5.10점), 감사원(5.07점) 순이었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되는 점은 전통적 파워 조직의 영향력 점수는 과거에 비해 올라가고 있으나 신뢰도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를 포함해 검찰·경찰·국정원과 같은 권력기관의 영향력 점수는 가까이는 2년 전에 비해, 멀리는 2005년 첫 조사에 비해 대부분 상승한 것이다. 그러나 신뢰도 점수는 2년 전과 비교했을 때나 첫 번째 조사 때와 비교했을 때나 대부분 떨어졌다. 영향력과 신뢰도 평점이 반비례한 것은 이들 조직에 대한 국민의 만족도가 낮아지고 있음을 말해준다.

 

검찰 등 전통적 파워 조직은 높은 영향력에 비해 신뢰도 점수가 낮았다. 검찰은 영향력과 신뢰도의 격차(6.58-4.48=2.1)가 가장 큰 조직으로 집계됐다. 국세청도 영향력(6.31점)에 훨씬 미치지 못한 신뢰도(4.69점)를 나타냈고, 국정원 역시 영향력(5.51점)에 비해 신뢰도(4.02점) 점수가 떨어졌다. 국정원의 신뢰도 점수는 전경련(4.49점)이나 전교조(4.30점)보다도 낮은 수치다. 정당 중에선 새누리당이 영향력 6.09점(13위), 신뢰도 4.49점(12위)으로 가장 높았으나 전체 기관 가운데는 중위권이었다.

 

국정원뿐 아니라 영향력 대비 신뢰도 격차가 가장 큰 검찰, 향후 지하자금 양성화를 비롯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세원 발굴에 나서야 할 국세청,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등의 신뢰 회복은 매우 시급한 상황으로 판단된다. 현대 민주주의에서 국민 여론은 정부의 질에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권력기관에 대한 신뢰 하락이 생활 전반의 흐름으로 확산될 경우 법과 질서의 유지 같은 공동체 성립의 전제가 도전받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 권력기관의 신뢰도 상승이야말로 시급한 국정과제로 선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영향력·신뢰도 동반 하락=신흥 파워 조직이라 할 수 있는 보수·진보 시민단체의 영향력·신뢰도가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이번 조사의 특징이다.

 

경실련·민주노총·참여연대·뉴라이트 등 시민·노동단체가 두 분야 모두 하위권을 형성했다.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은 24개 조사 대상 기관 가운데 최하위였다.

 

참여연대·경실련 등은 물론 한국노총·민주노총, 통합진보당과 정의당 등이 모두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진보정치가 위기상황임을 입증하고 있다. 이들 조직이 개별적 이익 추구에 매달리면서 국민들의 부정적 평가가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전임 이명박정부가 이들 집단에 대한 지원을 줄인 것이나 박근혜정부가 복지와 경제 살리기 이슈를 선점하면서 야당이나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가 줄어든 것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은 영향력·신뢰도 양 측면에서 모두 기로에 서 있음을 보여줬다. 민주당은 2006~2007년 조사에선 최하위를 면치 못했으나 2011년 조사에선 영향력(4.80점)과 신뢰도(4.41점)에서 모두 17위를 차지하면서 순위와 점수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선 다시 영향력(4.48점·17위)과 신뢰도(3.81점·20위) 점수가 하락했고, 순위도 떨어졌다.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 강원택(서울대)·이현우(서강대) 교수

 

◆조사 어떻게=24개 조사대상을 선정해 영향력과 신뢰도를 각각 따로 묻는 형식으로 진행했다. 5점을 ‘보통’으로 해서 가장 낮은 경우 0점, 가장 높은 경우 10점으로 답하도록 했다. 유·무선 RDD 방식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의 표본은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추출법으로 선정했다. 조사대상 조직을 세 묶음으로 나눠 8월 5일부터 8일까지 나흘간 1800명(묶음당 600명)을 조사했다.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0%포인트(평균 응답률 18.2%)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