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을 일주일 여 앞둔 지금 대통령 지지율은 3점 척도(잘함 보통 못함)로 실시한 한국갤럽 5월 넷째주 조사 기준 53%를 기록했다. 양분형 척도 기준(잘함 못함)으로 5월 20일 실시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선 66.7%였다.
양분형 척도 기준으로 보면 노무현 대통령 취임 100일 50% 중반,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촛불시위 여파로 20%대 지지율에 머물렀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다. 취임 초 역대 대통령 최하의 지지율이란 비판이 비등했던 것을 보면 상당한 변화임에 틀림없다. 최소한 국정지지율 관리 차원에서는 초기의 불안정 국면에서 안정 국면으로 진입하는 양상이다.
취임 초 인사파동,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 최근 윤창중 전 대변인 파문까지 여느 때 같으면 정국의 태풍이 될만한 악재가 적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지율 상승을 이끌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인가?
안보결집 효과와 야당의 미약한 견제력이 주원인
첫째 제3차 북핵 실험과 전쟁위협으로 인한 안보위기 상황과 박근혜정부의 대처과정에 대한 평가가 작용했다. 소위 외부로부터의 위협과 안보위기감의 고조가 대통령과 집권여당에 힘을 실어주는 현상, 안보결집효과(rally round the flag effect)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그러나 안보불안감이 곧바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번 안보위기에 대한 박 대통령의 대처가 다수여론의 흐름과 부합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4월에 실시한 동아시아연구원의 안보의식조사에 따르면 이번 안보위기국면을 거치면서 안보불안을 억지하는 요인으로 한미동맹을 강조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율 상승효과가 확인된다.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조치 등 일련의 위협으로 보수층과 중도층은 물론, 진보층 내에서 한미동맹과 상호주의적 대북접근법을 지지하는 응답층을 중심으로 대북강경론이 확산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약한 견제력 효과다. 지난 5월 4일 당대표 선거에서 김한길 대표체제가 탄생했지만, 지난 노무현 전 대통령 4주기 추모행사에 참석했다가 친노 지지자들로부터 봉변을 당했다. 국민들에겐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기대했던 민주당의 자성과 자기개혁, 전열정비의 모습과는 거리감이 있는 모습이다.
5월 넷째주 한국갤럽조사에 따르면 새누리당 지지율 41%, 민주당 지지율 18%다. 민주당은 국정의 파트너 혹은 견제자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반면 지난 4월 재보궐선거로 등원한 안철수 의원 진영은 최근 정책싱크탱크 내일을 출범하면서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경우 내년 지방선거까지 야권의 최대 아젠다는 국정과 무관한 '야권재편' 문제나 또 다시 '단일화' 문제에 집중될 수 밖에 없으며, 야권이 국정에 대한 견제력을 행사하기 어려운 상황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2008년 촛불시위처럼 시민사회가 직접 정부 견제에 나설 상황도 아니다.
국정평가 이제부터, 독주정치 유혹 벗어나야
취임 100일을 앞둔 박대통령 입장에서 유리한 환경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안주할 상황은 아니다. 우선 북한의 중국특사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시진핑 주석과의 면담과정에서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일촉즉발의 남북대결국면 하에서 대화국면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인사파동 문제 등 취임 초기 드러난 문제를 덮어주던 외부요인이 일단락되고 있다.
취임 100일을 넘기면서 '임기 초 혼선'이라는 해명이 설득력을 잃기 시작한다. 소위 '허니문 효과'도 약화된다. 더구나 취임초 우려에 비해 유리한 환경이 자칫 독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노무현정부에서 탄핵 이후 치솟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나 공정사회론과 천안함 사건으로 50%를 상회했던 이명박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바닥으로 추락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급상승했던 지지율이 추락하는 출발은 예외 없이 자만과 독주정치의 유혹이었다. 늘 그렇지만 반면교사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