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인 10명중 4명, '일본은 군사적 위협'

  • 2013-05-07
  • 조준형특파원 (연합뉴스)

한일국민 상호인식 여론조사결과 발표 회견

 

한일단체 공동조사…"상대국에 대한 인식, 최근 10년來 가장 부정적"

 

한국인 10명 중 4명이 일본을 군사적 위협으로 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싱크탱크인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시민단체 '언론 NPO'는 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만 19세 이상 한국 남녀 1천4명과 만 18세 이상 일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지난 3∼4월 실시한 상호 인식조사(신뢰수준 95%·오차범위 ±3.1%)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자국에 군사적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는 국가'를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한국 응답자 중 43.9%가 일본을 거론했다. 북한(86.7%), 중국(47.8%)에 이은 상위 3번째였다.

 

일본인 응답자의 경우 12.2%가 한국을 꼽았다. 북한(78.9%), 중국(60.1%), 러시아(19%) 등에 이어 4번째에 자리했다.

 

한국 응답자 중 일본과의 관계가 좋다고 답힌 비율은 3.4%에 그친 반면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67.4%에 달했다. 일본 응답자 가운데 한국과의 관계가 좋다고 답한 비율은 11.3%에 그쳤고, '나쁘다'는 답은 55.1%에 이르렀다.

 

상대국에 대한 인상과 관련, 한국 응답자 중 76.6%가 일본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다'고 답했고, '좋다'는 응답은 12.2%에 불과했다. 일본 응답자의 경우 37.7%가 한국에 대해 나쁜 인상을, 31.1%가 좋은 인상을 갖고 있다고 각각 답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독도 문제 등을 둘러싸고 양국 갈등이 심화한 지난 1년간 한일관계에 대해 한국인 46.7%, 일본인 39.6%가 각각 '악화했다'고 답했다.

 

이와 함께 두 나라 국민은 미래 양국관계 역시 어둡게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측 응답 중 '좋아질 것'이라는 답은 14%였고, '나빠질 것'이라는 답은 26.6%였다. 일본의 경우 '좋아질 것'이라는 답이 23.1%로 나빠질 것이라는 답(18.2%)보다는 많았지만 가장 많은 답변은 '현상유지(34.6%)'였다.

 

그럼에도 양국민들은 상대국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관계에 대해 한국 응답자 중 73.6%, 일본 응답자 중 74%가 각각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대 중국 관계와 비교하면 양국 국민의 '우선순위'가 첨예하게 엇갈렸다.

 

한국 응답자 가운데 한일관계와 한중관계 중 한중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이 35.8%로, 한일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답한 비율(9.3%)을 크게 웃돌았다. 반대로 일본인 중에서는 20%가 '한일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답해 일중관계(13.9%)를 택한 응답자보다 많았다.

 

또 상대국 국민을 '신뢰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 양국에서 모두 '신뢰할 수 없다(한국 39.5%·일본 33%)'는 비율이 '신뢰할 수 있다(한국 23.2%·일본 12.9%)'는 비율보다 높았다.

 

아울러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한국인 60%가 '어떤 경우에도 안된다'고 답한 반면 일본인 중에서는 75.2%가 '문제없다'고 답하는 등 양국민의 인식이 크게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한국인 중 '역사문제 해결없이 한일관계발전이 어렵다'고 답한 비율이 41.5%로 '양국관계가 발전하면서 역사문제가 서서히 해결될 것(29.2%)'이라는 응답과 '양국관계가 발전해도 역사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29.3%)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또 '상대국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복수응답)'에 대해 한국 국민 84.4%가 독도, 61.5%가 위안부, 24.9%가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를 거론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 요리가 59.1%, 독도문제가 56.7%, 한류드라마와 케이팝(K-POP)이 47.2%였다.

 

상대국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보여주는 결과도 없지는 않았다. '상대국민이 상냥하고 친절한가, 배려가 없고 오만한가'를 물은 질문에 한국응답자 중 69.2%가 전자를 택했다. 또 일본인들 중 29%가 한국인이 '상냥하고 친절하다'고 답해 '배려가 없고 오만하다'는 답(17.7%)보다 많았다.

 

조사를 공동주관한 EAI의 정원칠 수석연구원은 "지난 10년간 한일관계에 대해 여론조사를 해왔지만 이번 결과에서 부정적 응답이 10년 사이에 가장 많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상대국에 대한 인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해 "한국인의 경우 일본에 의한 역사적 사건, 일본인의 경우 최근에 발생한 사건을 주로 떠올리고 있었다"며 "양국민 모두 상대국에 대해 서로 다른 역사적 기억들을 형성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