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열린 '18대 대선결과 분석 및 평가 토론회'에 참석한 민주당
초·선 의원 및 참석자들이 미디어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그래프를 살펴보고 있다. 2013.1.24/뉴스1
민주통합당이 대선에서 패배한 것과 관련해 뒤늦게 당 안팎에서 백가쟁명식 진단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비상대책위원회 산하 대선평가위원회가 공식 활동을 시작한 상황에서도 당 소속 의원들은 모임별, 의원개인별로 평가토론회를 개최하며 각각의 전문분야별로 분석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토론을 통해 얻어진 결론이나 대안은 곧바로 비대위 등에 건의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선후보에 대한 '정계은퇴' 주장, 민주당의 발전적 해체론 등 강도 높은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대선평가 토론회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지난 4.11총선 패배 후 곧바로 5월 원내대표 선출, 6·9 전당대회 국면으로 이어지면서 선거패배에 대한 이렇다 할 평가가 뒤따르지 않았고 결국 반성과 성찰 없이 대선을 치르면서 다시 패배를 자초했다는 '반성론'에 따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총선패배 후 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에서 만든 총선평가보고서는 당 지도부에 보고됐지만 공개되지 않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비대위원들이 회람했을 정도다.
때문에 이번 기회에 근거자료를 확실히 남겨 지난 대선에서와 같이 민주당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는 과오를 겪지 않도록 해야겠다는 점에 대체로 수긍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백가쟁명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선패배 진단을 종합해보면 크게 △친노(친노무현) 패권주의 문제 △후보자 책임론 △서민층공략실패 △50대 세대 공략 실패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폐쇄적인 당 소통구조 문제 등으로 요약된다.
초·재선 의원 10명으로 결성된 '평가모임'도 지난 24일에 이어 오는 30일 민주당의 향후 과제 및 진로를 주제로 '평가와 전망' 2차 토론회를 갖는다.
문 전 후보 캠프 소통2본부장이었던 김현미 의원은 지난 24일 평가모임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50대 유권자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선대본부장 회의에서 '50대 위원회' 구성을 결정했음에도 끝내 집행되지 않았다"며 "박근혜 당시 후보와 치열하게 맞붙은 전선이었던 50대 유권자 층과 충청에 대한 집중이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 토론회에서 조선일보 신정록 기자는 "친노 패권주의가 얼마나 허술한지 잘 안다. 허술한 패권주의는 반대쪽에서 정치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자기 당 자기 후보를 보완해도 부족한 선거판에서 왜 저러고(비판만 하고) 있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두 차례 토론을 통해 모아진 결론은 자료집으로 남겨 민주당이 향후 방향을 설정하고 문제점을 진단하는데 보탬이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자료집 편집위원장을 맡은 홍종학 의원은 25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난 총선 이후 전대국면으로 넘어가면서 제대로 된 토론회 한번 열리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토론자로 초청된 전문가, 외부 인사들이 민주당에 대해 쓴 소리와 함께 좋은 말씀들을 해주셨고, 이 같은 목소리를 자료집에 담으려한다. 기록으로서 남기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신경민 의원도 "그때 총선평가를 했어야 했는데 당시 총선평가를 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었고, 결국 대선의 패착으로 이어졌다"며 "이번에도 어영부영 적당히 넘어가면 큰 문제가 아니겠느냐는 위기감이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 팽배해 있고, 그 같은 위기의식이 여러 움직임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24일 초·재선 중심의 탈계파 성향 모임인 '주춧돌'은 문희상 비대위원장과 정해구 비대위 산하 정치혁신위원장에게 서신을 통해 "국민들의 냉엄한 평가가 끝난 지 한 달여가 지나가고 있지만 민주당은 아직도 평가와 쇄신을 '준비중'"이라며 "영리를 목적으로 한 국회의원의 겸직 금지, 해외출장 자제 결의 등 5가지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를 민주당부터 결단하고 실천하자"고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당내 비주류세력이 중심이 된 국민정당추진 청장년네트워크가 24일 광주에서 주최한 '호남에서 바라보는 대선평가와 민주당 쇄신' 공개토론회에서는 야권 정계개편의 방향과 관련, 민주당이 문호를 열고 외부 세력을 받아들여 외연을 넓히는 방식보다는 당을 해체한 뒤 재창당의 수순을 밟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특단적인 제안도 나왔다.
오승용 전남대 교수는 이날 광주광역시의회 회의실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통해 "국민정당이 성공하려면 안철수가 참여할 수 있는가가 핵심일 텐데, 그렇게 하려면 국민정당론으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민주당 해체 후 재창당이라는 보다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3일에는 민주당 세계한인민주회 수석부의장·재외동포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성곤 의원이 '제 18대 대통령 재외선거평가와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재외동포들로부터 민주당이 높은 지지를 받았던 이유와 향후 재외선거에서의 참정권 확대 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대선 평가와 관련해서는 당내 공식 대선평가위원회의 활동과는 별도로 의원들의 개별 평가도 병행해서 이어지고 있다.
김영환 의원은 지난 24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 문 전 후보에 대해 선거결과는 일차적으로 후보에게 책임이 있다"며 "문 전 후보는 완전히 후퇴하는 것이 좋겠다. 저 같으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영환 의원은 지난 14일 A4 3쪽짜리 짤막한 보도자료를 내고 "1991년 미국 민주당의 클린턴은 신민주당(New Democrat)을, 1992년 영국 노동당의 블레어는 제3의 길을 주창했다"며 "민주당은 향후 10년을 대비하는 뉴 민주당 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 패배 후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고 있다. '민심 난독증', '신경증 환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뼈아픈 질책이다. 얼굴을 들고 다니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여론을 전했다.
당 전략홍보본부장인 민병두 의원도 지난 15일 A4 25쪽 분량의 '2012대선 패인 분석과 대안'이라는 자료를 내고 △세대전략의 오류 △지역전략의 부재 △계층전략의 실패가 대선패인이라고 분석한 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공약을 민주당이 발의하는 역발상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곧바로 당 비대위 차원에서 받아들여져 검토됐고, 24일 박 당선인과 문재인 전 후보 간 공통공약을 추진하기 위한 '대선공약실천위원회'가 공식출범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편 민주당 전국여성위원장인 유승희 의원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1박 2일의 일정으로 충북 충주의 한 명상치유센터에서 당 여성 의원 및 여성위 소속 여성 위원들과 함께 '전국여성위 대선평가 힐링워크숍'을 갖는다.
이날 워크숍에는 박동천 전북대 교수, 김태일 영남대 교수,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이 발제를 맡아 민주당이 새누리당에 비해 여성 유권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한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선거일인 지난해 12월 19일 KBS·MBC·SBS 지상파 방송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0.8%P)결과 성별 지지율을 살펴보면 남성은 박근혜 49.1%, 문재인 49.8%로 문 후보가 0.7%p 우세한 반면, 여성은 박근혜 51.1%, 문재인 47.9%로 박 후보가 3.2%p 더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유 의원은 "역대 선거에서는 민주당이 여성유권자들의 지지를 더 받아왔는데 이번 선거에서는 그렇지 않았다"며 "왜 우리가 여성유권자들에게 선택받지 못했는지, 여성과 관련한 선거전략에는 무엇이 문제였는지 살펴보고 진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