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24일에 실시되는 19대 국회 첫 재·보궐선거에 정가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재·보선은 10여 곳에서 실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니 총선’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이번 재·보선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우선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전국에서 동시에 실시되는 선거로 박근혜 정부 2개월을 평가하게 된다. 박근혜 정부의 첫 시험대인 내각 구성에서 수준 이하의 인사 결과가 나오면, 여론은 변할 수 있다.
김무성 총괄선대본부장이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해단식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축하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6월 재·보선에서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촛불집회 정국이 펼쳐지면서 당시 한나라당이 전멸했다. 한나라당은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재·보궐선거 지역 52곳 중 43곳에서 민주당 등 야당에 패했다. 하지만 이번 재·보선은 ‘박근혜 정부 출범 효과’로 여당인 새누리당에 유리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의 허진재 이사는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두달여 동안 이명박 대통령 때처럼 큰 실정은 없을 것”이라며 “이번 재·보선에서는 야당보다 여당에 유리한 환경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누리 지도부 명운 걸린 또다른 시험대
또한 이번 선거는 집권당인 새누리당 지도부의 또 다른 시험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선거의 여왕’이라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없는 상황에서 새누리당 스스로가 승리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관리형 대표인 황우여 대표의 명운이 걸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새누리당이 4월 재·보선에서 패배하면 당 지도체제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번 재·보선 지역이 대부분 새누리당이 당선자를 냈던 지역이기 때문에 새누리당이 패하면 국회 제1당 자리도 위태로울 수 있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를 보면 전체 300석 중 새누리당은 154석, 민주통합당 127석, 진보정의당 7석, 통합진보당 6석, 무소속 6석(강창희 국회의장 포함)이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야전사령관 역할을 했던 김무성 전 총괄선대본부장이 경북 포항 남·울릉지역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김 전 본부장이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할 경우 새누리당 차기 당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의 배종찬 본부장은 “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패할 경우 당내에서 리더십에 대한 논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럴 경우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앞당겨 새로운 지도체제를 선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배 본부장은 “새누리당 당권경쟁에는 김무성 전 본부장뿐만 아니라 차기 주자인 이재오·남경필·김태호 의원과 원희룡 전 의원 등도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선 패배 후유증을 앓고 있는 민주당과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선후보에게도 4월 재·보선은 중요한 분기점이 될 수밖에 없다. 친노(노무현)·비노·반노가 포진해 있는 민주당은 현재 대선 패배에 대한 원인 분석과 새 지도부를 뽑기 전까지 당을 지휘할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놓고 첨예한 대립을 계속하고 있다. 대선 패배와 내부 분열로 지지층이 돌아서고 있는 민주당으로서는 재·보선 승리를 통해 다시 ‘희망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민주당은 지금 친노와 비노 간에 대선 패배와 관련해 책임 떠넘기기에만 급급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2011년 말 한나라당을 쇄신한 것을 벤치마킹해서라도 국민이 바라는 정치개혁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선거 패할 경우 김무성 남경필 등 당권경쟁
안철수 전 후보도 이번 재·보선의 출마를 놓고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대선 출마선언 때 “정치를 계속하겠다”고 선언한 안 전 후보가 국회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대선에서 세력이 없었던 서러움을 절실하게 느낀 안 전 후보가 세력을 모으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의원 배지를 달아야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도 많이 받고, 앞으로 있을 신당 창당을 위한 세력 규합도 수월하다, 전문가들은 안철수 전 후보가 이번 재·보선에 출마하고,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부소장은 “민주당이 쇄신다운 쇄신을 하지 못하고, 박근혜 정부가 인기가 없을 경우 안철수 전 후보가 무소속으로 출마한다면 당선 가능성이 높다”며 “안철수 전 후보로서도 하루 빨리 국회의원이 돼 정치인으로서의 능력과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안철수 전 후보가 4월 재·보선에 당장 나오기보다는 정국의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 전 후보가 나올 만한 수도권의 재·보선 지역이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재·보선 가능성이 있는 곳은 경기 수원을(민주당 신장용 의원)과 인천 중구·동구·옹진(새누리당 박상은 의원) 정도다. 한국갤럽의 허진재 이사는 “안철수 전 후보가 4월에 출마해 혼자 당선된다 해도 큰 이익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안 전 후보는 앞으로 1년 정도는 기다리면서 출마를 선택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총선과정에서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기소된 지역구 국회의원 수는 모두 15명이다. 새누리당 의원은 박상은(인천 중구·동구·옹진)·이재영(경기 평택을)·김근태(충남 부여·청양)·김동완(충남 당진)·박덕흠(충북 보은·옥천·영동)·성완종(충남 서산·태안)·심학봉(경북 구미갑)·윤영석(경남 양산)·이재균(부산 영도)·조현용(경남 함안·의령·합천) 의원 등 10명이다.
민주당 의원은 신장용(경기 수원을)·배기운(전남 화순)·이상직(전북 완산을) 의원 등 3명이다. 통합진보당 의원 중에는 김미희(경기 성남 중원) 의원이, 무소속은 김형태(경북 포항남구·울릉) 의원이 법원의 확정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