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에 매몰 … 정권교체 이상의 새로운 가치와 비전 제시 못해
내일신문·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 신년기획
민주당의 대선 패인(敗因)에 대해 상당수 유권자들은 '감동 없는 단일화' 못지않게 민주당 '내부 잘못'을 크게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월 27·28일 양일간 내일신문이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한국리서치와 함께 실시한 '2012년 대선 유권자 분석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문재인 후보가 대선에서 패한 가장 큰 이유로 '민주당이 잘못해서'(36.8%) 라고 답했다. '문재인 후보가 잘못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도 8.9%였다.
'박근혜 후보가 잘해서' 라는 답변은 25.7%에 그쳤고, '새누리당이 잘해서'는 3.9%에 머물렀다. 2012년 대선에 대해 유권자들은 박 후보나 새누리당이 잘했기보다는 민주당이 잘못해서 지지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것이다.
유권자들은 또 민주당의 가장 큰 잘못으로 '단일화 과정에서 기득권을 버리지 않았다'(34.8%)는 점을 꼽았다.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해서'(24.1%) '독자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시하지 못해서'(17.7%), '당내 경선과정에서 분열된 모습을 보여서'(13.2%) '이해찬 박지원 등이 물러나지 않아서'(6.0%)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유권자는 민주당에 대해 '단일화 과정에서도 기득권을 포기하지 못하고' '이해찬 박지원을 고수'하는 '기득권에 연연하는 세력'(40.8%),'문 후보를 중심으로 뭉치지 못하고' '경선과정에서 분열'된 모습만 보여준 '분열·갈등 집단'(37.3%)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경선과정의 분열이나 경선 후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도 당내 기득권세력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며 "새정치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에게 민주당이 보여준 모습은 낡은 기득권 집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들이 상대후보가 싫었던 가장 큰 이유로 '상대후보 주변인물'(27.1%)과 '상대후보 정당'(20.7%)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후보의 인물 됨됨이가 싫었다'는 평가는 9.4%에 불과했다.
결국 후보보다는 민주당, 그리고 후보를 감싸고 도는 민주당 내 기득권 세력이 박 후보 지지층을 더 응집하게 만든 요인이 된 셈이다.
민주당이 대선과정에서 가장 크게 기대했던 후보 단일화에 대한 평가도 예상보다 훨씬 냉정했다. 단일화에 대한 긍정평가는 36.0%인 반면, 부정평가는 59.9%로 나타났다.
더구나 문 후보에게 투표했던 유권자의 49.3%가 야권후보 단일화 과정에 대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선거용 득표전술로 정치공학적으로 접근하는 단일화는 새로운 정치 실현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바람과 거리가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 평가도 다르지 않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단일화에 매몰된 선거 자체가 민주당이 선거 아이디어가 고갈된 집단임을 보여줬고, 그러다 보니 다시 정권심판론으로 흘러갔다"면서 "단일화든, 민주당 내분이든 통칭하면 결국 민주당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집권에 대한 비전과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는 대안정당이 되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는 의미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위원도 "지금 민주당 내부에서는 대선패배에 대한 책임공방이 한창인데 유권자들이 볼 때 민주당은 경선부터 단일화과정 그리고 선거캠페인까지 수권세력으로서의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며 "그것이 결정적 패인"이라고 평가했다.
대선 평가와 함께 향후 진로를 놓고 '네탓공방'만 벌이고 있는 민주당이 어디에서 해답을 구해야 할지 시사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