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잘해서’는 15.4% 그쳐
‘당선인 국정운영 잘할 것’ 72.5%
중앙일보-SBS-동아시아연구원(EAI)-한국리서치가 대선 직후 사흘간(20~22일) 공동 실시한 마지막 대선 패널조사(panel survey)에서 응답자들은 ‘박근혜 후보가 잘해서’라기보다 ‘단일화 실패와 민주통합당 잘못’으로 이번 대선의 승패가 갈렸다고 봤다. 패널조사는 조사대상을 고정시켜 복수의 시점에서 여론을 살피는 방법으로, 중앙일보는 이번을 포함해 대선기간 중 다섯 차례 패널조사를 실시했었다.
5차 조사에서 박근혜 당선인이 승리하고 문재인 전 후보가 패배한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물어본 결과 응답자들의 50.1%는 ‘야권 후보 단일화가 기대만큼 잘 안 돼서’라고 꼽았다. 이어 ‘민주당이 잘못해서’(18.2%), ‘박근혜 후보가 잘해서’(15.4%), ‘문재인 후보가 잘못해서’(4.7%), ‘새누리당이 잘해서’(1.2%)라는 답변이 나왔다.
이번 대선의 가장 큰 변수가 역시 단일화였으며, 응답자들의 절반 이상이 안철수씨의 일방적 사퇴로 끝난 단일화가 실패한 단일화였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야당 패배의 책임을 문 전 후보보다 민주당에 묻는 견해가 높게 나타난 것도 주목된다. 민주당이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느끼고 전면적인 당 쇄신에 나서야 할 것이란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이 앞으로 국정운영을 ‘잘할 것’이라고 기대를 표시한 응답자는 72.5%였다. ‘잘못할 것’이란 응답은 25.5%로 조사됐다. 70% 이상이 박 당선인의 국정수행에 대해 기대를 나타낸 셈이지만, 2007년 대선 직후 패널조사에서 나타난 이명박 당선인에 대한 기대감(86.9%)에 비하면 낮은 수치다. 이 당선인에 비해 기대감이 낮은 이유는 문 전 후보 지지자 중 47.2%만이 박 당선인이 잘할 것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17대 때 대선 직후엔 패자인 정동영 전 후보 지지자 중 73.0%가 이명박 당선인이 ‘잘할 것’이라고 했었다.
대선 직후 역대 당선인들은 국정운영과 관련해 90%에 가까운 높은 지지를 받아오곤 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 박빙으로 승부가 갈린 만큼 야당 지지층의 아쉬움이 작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언제든 박 당선인의 정책에 비판적으로 나설 세력이 적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박 당선인으로선 이들을 포용하지 않으면 국정 수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개별 과제에 대해선 긍정적 전망이 다소 높은 편이었다. 경제적 양극화에 대해선 ‘개선될 것’(32.0%)이란 답변이 ‘악화될 것’(21.6%)이란 의견보다 높았다. 노사갈등이나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도 ‘개선될 것’이란 의견이 각각 28.9%와 25.7%로 ‘악화될 것’이란 의견(20.0%, 22.0%)보다 높았다. 이번 패널조사는 할당추출 방식으로 선정된 유권자 패널 1355명을 대상으로 했다(패널 유지율 67.8%). 컴퓨터를 이용한 전화면접으로 조사했고, 최대 허용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7%포인트다.
◆패널 조사팀
▶동아시아연구원(EAI)=강원택(서울대)·권혁용(고려대)·김성태(고려대)·김준석(동국대)·박원호(서울대)·박찬욱(서울대)·서현진(성신여대)·이내영(고려대)·이우진(고려대)·이현우(서강대)·임성학(서울시립대)·장승진(국민대)·지병근(조선대) 교수, 이곤수·정원칠·정한울 연구원 ▶중앙일보=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SBS=현경보 부장 ▶한국리서치=김춘석 부장, 오승호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