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어느덧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역대 선거 어느 때보다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선거가 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기대는 점차 낮아지고 있다. 필자는 올해 적어도 노무현·이회창 후보가 맞대결했던 16대 대선의 70.6%의 투표율은 무난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지금은 63.0%의 투표율을 기록했던 17대 대선 투표율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으로 하향 조정하고 있다.
유권자는 투표했을 때 얻는 이익이 투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보다 클 때 투표장을 찾는다. 투표율 제고 방안은 투표시간 연장이었는데, 이는 투표에 소요되는 비용과 장애를 낮춤으로써 투표참여 동기를 높이는 발상이다.
투표인증샷이나 투표율 몇%면 옷을 벗겠다, 혹은 춤을 추겠다는 식의 투표 이벤트도 있다. 이는 투표참여 분위기는 조성할지 몰라도 투표율 자체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투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비용보다 크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유권자들을 투표장에 나서게 하는 관건이다. 유권자가 투표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익은 유권자들의 투표 효능감과 정치 효능감의 크기에 좌우된다.
투표 비용 하락보다 정치 효능감 약화가 문제
투표 효능감은 쉽게 말해 '내 한 표가 당선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후보간 선거 경합도가 높을수록 커진다. 이번 선거는 2007년 이명박 후보가 압도적 우위를 점하기 보다는 여야 후보가 오차범위에서 크게 벗어난 우위를 점해본 후보가 없을 정도로 박빙의 선거 구도를 이어왔다는 점에서 투표효능감이 큰 선거이고, 2007년보다는 높은 투표율을 예상하는 근거이다.
문제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선거에서 누굴 뽑느냐, 즉 선거라는 고도의 정치행위의 결과에 따라 국가장래는 물론 개인의 삶도 달라질 수 있다는 믿음이 정치적 효능감이다. 이번 선거에서 '정치쇄신'을 앞세운 안철수 현상의 등장은 그 동안 소외되었던 중도·무당파층의 정치적 효능감을 급격히 높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정치쇄신을 압박하고 이러저러한 쇄신안을 내놓게 되었다. 정치가 달라질 수도 있겠다는 정치적 효능감을 높여왔고, 이번 선거에서 예상 투표율을 상향조정하게 된 배경이었다.
그러나 단일화 이후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안철수 후보가 사퇴한 후 정치쇄신론도 선거정국에서 사라졌다는 점이 근본 문제다. 문재인 후보의 아젠다는 유통기한이 지난 "유신심판""정권심판론"으로 복귀했다. 올 대선 정국에서 야권이 꽤나 주도할 것처럼 보였던 "경제민주화"나 "복지" 아젠다는 어느 캠프의 핵심 아젠다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되었다.
문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진 것은 문, 안 두 사람이 노무현, 정몽준이 했던 러브샷 장면을 연출하지 못하거나, 경선승복이 아닌 사퇴라는 형식을 택했기 때문이 아니다. 안철수 전 후보가 이제라도 "아름답게" 지원해주면 대선 판세가 바뀌고, 투표참여 열기가 높아질까? 2012 대선의 남은 변수로 안철수 변수를 꼽는 생각은 대단히 위험할 뿐 아니라 현실적이지도 않다.
이제 남은 변수가 안철수 지원?
EAI·SBS·중앙일보·한국리서치의 대선패널조사(KEPS) 결과에 따르면 안철수 지지층의 64%만 문 후보 지지로 이어졌고, 15%는 박근혜 후보, 19% 가량이 부동층으로 이탈했다. 특히 부동층으로 이탈한 층에서는 적극적 투표의사층이 37% 수준에 머물렀다. 이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정치가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는 불신이 크다.
안철수 전 후보의 지원이 이들의 불신을 얼마만큼 덜어줄 수 있을까? 안철수 전 후보를 불러내는 것도 그를 지지했던 지지층을 포용하는 것도 문재인 후보의 몫이다. 문재인 후보가 정치쇄신의 의지를 세워야 안철수 후보도 지원할 명분을 갖게 되고, 그 위력도 배가될 것이다. 이번 대선은 박근혜 대 문재인의 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