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사퇴’에 중도층 향방 주목
18대 대선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양자 구도로 짜이면서 여야의 ‘프레임’ 전쟁이 시작됐다. 보수·진보 진영의 팽팽한 결집 속에 ‘중원 고지’가 승부의 분기점이 됐다. 여야 모두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지지층 확보에 총력전을 펴는 양상이다. ‘미래 대 과거’ 대결을 본격화하며 인물과 정책 차별화에 나섰다. ‘안철수 현상’의 핵심인 ‘정치쇄신’ 화두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18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개시 이틀 전인 25일 경기 김포시 대곶면의 한 업체에서 제작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유세차량을 관계자들이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강력한 중원 태풍이 몰려온다.’
18대 대선을 24일 앞둔 25일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 측이 중도층 공략에 고심하고 있다. 중도층 표심이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결과를 가름할 분수령으로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안철수 현상’과 그 주인공인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의 사퇴가 가져온 효과다.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정한울 부소장은 “이번 대선을 좌우할 중도층은 중간지대 유권자나 부동층이 아니라 가치와 선호가 분명한 적극적 유권자층”이라고 말했다. 이런 중도층 유권자는 기성정치에 대한 불신을 바탕으로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성향을 갖는 편이다. 이들은 ‘안철수 현상’의 진원지이기도 하다. 안 전 후보는 대선가도에서 내려왔지만 ‘안철수 현상’은 여전하다. 박·문 후보 측이 ‘적극적 지지층’인 중도층의 향배를 더욱 주목하는 까닭이다.
박근혜 후보는 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만 해도 중도층을 공략하겠다는 구상이 엿보였다.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으로 영입하고 안대희 전 대법관을 정치쇄신위원장에 앉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을 찾은 것도 중도 구애 행보였다. 그러나 9월 과거사 논란 이후 박 후보는 ‘집안 단속’에 집중했다. 경제민주화 정책도 대기업의 성장에 손을 들어주는 모양새였고, 정치쇄신은 뚜렷한 성과가 보이지 않았다. 주로 직능단체나 안보·보수 단체 관련 행사를 찾아다니는 데 바빴다.
하지만 안 전 후보의 사퇴 이후 방향 선회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들려온다. 새누리당 핵심 관계자는 “전략 수정은 없다”면서도 “안철수 지지층이 킹메이커가 됐다. 이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는 중도층 공략 셈법이 좀 더 복잡하다. 당 대선 후보 선출 직후부터 진보개혁적 유권자에게 호응하는 행보를 했기 때문에 갑작스레 중도로만 옮겨가기가 머쓱하다. 문 후보 측 핵심 관계자도 “문 후보는 지켜온 원칙을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한꺼번에 달라진 모습으로 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여당에 비해 중도층 공략이 더 필요하다는 것은 고민거리다. 지지기반 자체도 여당보다 작은 데다 응집성이 약해 ‘외연 확대’를 게을리할 수 없다. 무엇보다 안 전 후보의 지지층을 끌어와야 대선 승리를 노릴 수 있다. ‘안철수 현상’을 당 안팎에서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는 그래서 나온다.
민주당을 강도 높게 개혁하는 것은 물론, 단일화 과정에서 생긴 불협화음을 털어내는 일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정치 공동선언과 정책연대를 가시화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그 첫걸음으로 받아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