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텔레토비' 손보겠다고 벼르고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새누리당의 무리수가 곳곳에서 물의를 빚고 있다. 훈련에 전념해야 할 체조요정 손연재 선수를 정당토론회에 부르질 않나, 케이블 방송의 시사코미디 프로그램이 맘에 안 든다고 국감장에서 거듭 제재를 운운하는 모습은 '아무리 대선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0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18세 고교생인 손연재 선수가 패널로 참석했다. 이에리사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는 손 선수 외에도 역도의 장미란, 펜싱의 신아람, 유도의 송대남, 쇼트트랙의 진선유 선수가 참석했다. 당초 체조의 양학선 선수가 초청을 받았지만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관계로 불참하게 되자 급하게 대타를 찾았고, 결국 손연재 선수가 국회로 불려나오게 됐다는 후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30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 체조요정 손연재, 장미란을 비롯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조종원 기자>
이날 선수들은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일일이 사진을 찍는 영광(?)까지 누렸다. 투표권도 없는 고교생이 더구나 한창 훈련에 몰두해야할 선수가 정당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대선후보와 나란히 사진까지 찍는 모습이 전해지자 인터넷 등에서는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특히 토론에 참석시킨 체조협회와 새누리당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한 네티즌은 "정치인들이 문제다. 파티하고 싶으면 자기들끼리 하지 왜 운동선수들을 끌어 모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나갈려는 대회는 막고 토론 패널로는 참여시키고 어쩜 이리 이중적 잣대인지…"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체조협회는 지난 17일 이탈리아 세리에A 초청대회에 출전하려던 손 선수의 출전을 취소시킨 바 있다.
이것만이 아니다. 지난 24일 국회 문방위 국정감사 중에 새누리당 홍지만 의원(대구 달서구갑)은 특정 TV 코미디 프로그램 내용이 특정 후보(박근혜)에게 불리하다며 제재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tvN 가운데 한 코너인 '여의도 텔레토비'를 문제삼은 것이다. 관련 자료를 국감장에서 직접 상영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박근혜 후보로 분한 출연자가 유독 욕설과 폭력이 아주 심하다. 안철수 후보는 아주 점잖게 폭력도 없고 아주 순하게 얻어맞기만 한다. 이런 폭력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깊게 박혀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제재검토를 요청했다.
하지만 같은 문방위 소속인 민주통합당 최재천 의원은 "나쁜 프로그램에 대한 가장 좋은 대응은 좋은 프로그램이고 정치인에 대한 비난은 전 국민의 스포츠라는 말이 있다"면서 "방통심의위가 불개입, 불간섭 해주길 요청한다"고 제재조치에 대한 반론을 폈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이에 대해 "언론통제, 인터넷, SNS 문제 등에서 새누리당과 박근혜 후보측은 부작용이 생기면 규제위주로 접근한다"면서 "이는 김제동씨 방송출연 금지 등에서 봤듯이 젊은층에게 굉장히 반감을 사 반박근혜 성향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충고했다. 결국 대선에서 득점요인 보다 실점요인이 크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