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정책차별성 없고 野 단일화 안갯속
대형이슈도 없어 역대 대선중 가장 불투명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두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대선판도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무엇보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한 달 가까이 고착화되면서 치고 나가는 후보가 없다. 최대 변수인 야권후보 단일화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12월19일 선거일에 유권자들이 세 명의 후보 중에서 선택할지, 야권후보가 한 사람으로 결정돼 두 명의 후보 가운데 고를지도 알 수 없다.
각 후보 진영은 연일 분야별 정책공약을 발표하면서 유권자들의 표심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민주화나 복지, 증세, 심지어 남북문제에 대해서도 큰 차이가 없다. 따라서 향후 5년간의 국가 미래 비전에서도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대신 과거사를 놓고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 공세에만 열을 올린다.
여론조사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22일 발표한 10월 3주차 대선주자 다자구도 선호도 조사(10월15~21일.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5천250명. 휴대전화 20%와 유선전화 80%. 임의전화걸기 자동응답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 ±1.4%포인트)에선 박근혜 후보가 42.5%의 지지율로 8주 만에 40%대를 회복했다. 안철수 후보가 28.5%로 2위, 문재인 후보는 22.0%를 기록했다.
하지만 야권후보 단일화를 가상한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여전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안철수 후보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박근혜-안철수 후보를 맞붙이면 안철수 49.4%, 박근혜 43.9%를 기록했다. 박근혜-문재인 맞대결의 경우 47.2% 대 44.9%로 박근혜 후보가 앞섰지만 오차범위 내에 있다.
결국 현재 추세대로라면 야권후보 단일화 여부가 대선판세를 단숨에 뒤바꿀 변수로 남아 있지만 두 야권 후보의 지지율에 큰 차이가 없고, 양 진영 모두 캠프의 몸집을 부풀리고 있는 데다, 단일화 시기와 방식에도 이견이 많아 실제로 단일화가 성사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리얼미터 조사에서 야권후보 단일화를 가상한 문재인-안철수 대결에선 안철수 후보가 42.7%로 문재인 후보의 35.2%에 7.5%포인트 앞섰다.
다른 조사 결과에서도 박근혜 후보가 최근 들어 선대위 구성에 따른 당 내홍 수습 등으로 3자 대결구도에서 지지율이 상승했지만 양자대결 구도에서는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특히 9월 말 추석 연휴 동안 한 번 출렁거렸던 지지율이 한 달 가까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이번 대선은 역대 대선 가운데 결과 예측이 가장 어려운 선거가 되고 있다.
이는 대선후보들의 지지율 변화에 큰 영향을 줄 만한 대형이슈가 등장하지 않고 있는 게 가장 큰 원인이란 분석이 많다. 북방한계선(NLL)이나 정수장학회 문제 등을 놓고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사활을 건 공방을 펼치고 있지만, 이 역시 양측의 고정 지지자를 제외한 승부처인 중도층, 부동층의 표심은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여·야 정당후보 사이에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공방이 장기화될수록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반사이익을 얻게 될지 관심을 모은다.
“안보 등 우발적 이슈가 승패 좌우 가능성”
정치평론가인 황태순 위즈덤센터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대선후보 3자 간에 지지율이 팽팽한 교착상태를 보이는 것은 각자 자기 진영의 지지를 포화상태로 얻고 있고, 중도층마저 안철수 후보가 상당부분 확보했으므로 부동층이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옅기 때문”이라며 “현재와 같이 안철수-문재인의 후보단일화 문제가 해결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후보 단일화가 성사되거나 완전히 실패할 때까지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 여론분석센터 부소장도 이같은 지지율 교착상태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정 부소장은 “현재 여론조사 추이는 당파성이 강한 유권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며 “부동층은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는 시점, 심지어 투표일 1주일 전쯤에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분간 지금 추세대로 지지율 조사가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부소장은 특히 “부동층은 이념보다 경제 이슈에 민감한데, 이번에는 보수정당의 박근혜 후보도 경제문제에 전향적으로 대처하기 때문에 쟁점으로 부상되지 않고 있다”며 “따라서 앞으로 네거티브 공세나 안보 문제 같은 우발적인 이슈가 선거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와 관련, 박근혜 후보는 이날 중앙선대위 조직본부 발대식에서 “야당이 계속 네거티브만 하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새누리당 후보에 대한 공격에서 시작해 공격으로 끝난다”며 “흑색선전만 하고 우리가 공들여 만든 정책과 공약은 제대로 설명할 기회를 못 가질 정도로 묻혀버리고 만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