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의 과거사 입장 표명은 흔들리는 '박근혜 대세론'과 무관치 않다. 정가 일각에서 '박근혜 대세론'이 이미 붕괴했다는 지적도 나오는 만큼 이 시점에서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선가도 민심의 분수령인 추석 연휴가 이번 주말 시작된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 문재인과 '초박빙' 안철수엔 추월당해
'소통부족' 지적 속 공보단장 전격 교체했지만
새 대변인 김재원 의원 '취중 욕설'로 또 구설수
과거사 회견만으론 상황 급반전되기 힘들듯
■ 복합 위기에 처방도 투 트랙
위기의 원인은 크게 박 후보 자신과 당의 잘못, 2가지로 구분된다.
당의 잘못은 홍사덕·송영선 전 의원의 잇따른 '돈 추문'과 대선기획단·공보단의 소통부족으로 대표되는 무능이 우선 꼽힌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23일 김병호 공보단장을 이정현 최고위원으로 전격 교체했다.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협박' 논란, 물의를 일으킨 김 단장의 역사 발언 논란 등에 대해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인혁당 사과 브리핑' 논란 끝에 사의를 표명한 홍일표 공동대변인 후임에는 김재원 의원을 기용했다. 두 사람 모두 '박심(朴心)'을 정확히 읽는 최측근으로 꼽힌다.
박 후보 본인은 이날 '과거사 사과'를 내놓았다. '원칙·신뢰의 정치인'으로 꼽히던 그의 진정성이 의심받게 된 주 원인이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였던 만큼 이 문제에 대해 정면돌파를 선언한 셈이다. 그간 박 후보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조차 "박 후보의 리더십 모델이 과거 경험했던 퍼스트레이디 리더십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는 소리가 들렸다.
■ 문제는 후속조치
당 조직 재정비와 자신의 과거사 입장 표명으로 상황이 급반전되길 기대하는 것은 성급해 보인다.
당장 당 공동대변인에 임명된 첫날 김 의원이 만찬 자리에서 술에 취한 채 일부 기자들을 향해 "병신같은 XX들"이라며 욕설을 퍼부어 논란이 되고 있다. 박 후보 본인은 소통과 관련, '원론적 답변'이나 '얼음공주 이미지'를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로 지적된다.
인혁당과 관련해 '유족이 동의하면 만나겠다'는 답변이나, 과거사 청산의 주 대상인 정수장학회에 대해 '이사진이 잘 판단해 결단을 내려 주셨으면…'이라는 식의 원론적 입장표명 만으로는 진정성을 확인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난 19일 경남 사천 수해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흙탕물이 든 수건을 물에서 건져 한두 차례 흔들어 짜는 일손돕기를 한 뒤 격려와 현장점검으로 때운 것은 수재민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 대세론 '흔들'
23일 발표된 4개 기관의 여론조사는 박 후보의 하락세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박 후보는 안 후보와의 양자 대결에서 전부 뒤졌으며, 문 후보와의 양자 대결은 초박빙이었다.
'안철수 대 박근혜' 지지율은 KBS와 미디어리서치가 지난 21~2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49.9% 대 41.2%,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의 22일 조사에선 50.6% 대 39.9%였다. 오차범위를 벗어난 추월이다. 국민일보와 월드리서치의 21~22일 조사는 49.9% 대 45.1%, 한국경제신문과 글로벌리서치의 22일 조사는 48.2% 대 44.3%였다.
'박근혜 대 문재인' 양자 대결은 한국리서치 조사에서 42.0% 대 47.7%로 문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우세했다. 나머지 미디어리서치(45.0% 대 45.9%)·월드리서치(47.5% 대 47.2%)·글로벌리서치(46.7% 대 45.1%) 조사에선 누가 우세하다고 하기도 어려울 만큼 초박빙이었다.
한국리서치·글로벌리서치 조사는 전국 성인 800명 대상으로 해 오차범위가 95% 신뢰수준에서 ±3.5%포인트이며, 미디어리서치와 월드리서치 조사는 전국 성인 1천 명 대상으로 실시돼 오차범위가 ±3.1%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