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한국, 정치세태 원망하는 게 차라리 낫겠다

  • 2012-09-26
  • 정라곤칼럼니스트 (브레이크뉴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9.23.자 발표된 권위 있는 4개 기관의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후보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와의 양자(兩者) 대결에서 전부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대 박근혜 지지율은 KBS와 미디어리서치 조사에서 49.9% 대(對) 41.2%로 나타났고, 국민일보와 월드리서치 조사는 49.9% 대 45.1%, 한국경제신문과 글로벌리서치는 48.2% 대 44.3%, 그리고 동아시아연구원(EAI)과 한국리서치의 조사는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50.6% 대 39.9%였다.

 

▲ 정라곤

박 후보는 지금까지 4년간이나 타 예상주자와는 비교가 안될 만큼 월등한 지지도로 독주체제를 유지하여왔다. 그러다가 1년 전 국민들의 정당 불신 풍조를 업고 혜성처럼 나타나 불과 1주일 전에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무소속 후보에게 역전당해 발목이 잡힌 것이다. 새누리당에서는 일시적인 현상이라 애써 외면하고 있으나 그간 대세론에 안주하여 세인들에게 많은 의혹적 불편을 주었던 결과라고나 할까. 이로써 대세론이 무너졌음은 일반적인 시각이라 하겠다.

 

정치권의 구태를 보아온 국민들은 정당정치를 애써 외면하고 있다. 어떻게 하여 그런 현상이 왔는지 당사자인 정치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러함에도 여당인 새누리당이 총선과정과 대선후보자를 선출하는 전당대회 이후에도 여전히 친(親)박근혜 위주로 일사천리로 줄달음쳐왔고, 심지어 사당화 운운하는 비박(非朴)게 중진들을 몰아붙이는 등 여당은 내홍을 겪어왔다.

 

최근에는 박근혜 후보가 인혁당 사건의 말실수 등으로 구설수에 올랐고, 난데없이 안철수 원장에 대해 대선출마포기 종용사건이 터지더니만 설상가상으로 친박 주류 측인 몇몇 정치인들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그동안 저축해놓은 원금까지도 날아갈 지경에 이르렀다. 대법관 출신으로 새누리당에 픽업된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마저 “박근혜 파는 사기꾼들이 선거 망친다”고 했을까. 그가 한 발언에서도 시사하는 바와 같이 그간의 여당의 사정들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박근혜 후보가 낙점한 측근 중심의 인사 스타일이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김재원 대변인 내정자의 경우를 두고 말함이다. 김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내던 중 지난 17대 대통령선거 한나라당 자체 경선시 박 후보의 경선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아 박 후보의 입으로 활동해왔다. 그러다가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출마를 포기하였고, 지난 19대 총선에서 다시 공천을 받아 의정활동을 해온 친박계 의원이다.

 

김재원 대변인은 ‘인혁당 사과 브리핑’ 혼선으로 물러난 홍일표 공동 대변인의 후임으로 9.23.자로 기용된 직후에 국회출입 기자들에게 “박 후보가 정치를 하는 건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함”이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 내용은 가뜩이나 5·16 군사정변(軍事政變)과 유신 등 시비로 코너에 몰린 박 후보에게 득이 되지 않는 말이었고, 기자들이나 야당에게는 기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또한 이 말을 한 시점은 박 후보가 과거사 문제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 발표를 하기 직전이었다. 기자들에게 한 김 대변인의 이야기가 그대로 본사에 전달되어 언론에 보도됨으로써 첫날부터 물의를 빚고 말았다.

 

전말인즉, 김재원 의원이 대변인이 된 첫날, 기자들과의 축하 식사 자리를 갖던 중에 뉴스보도를 본 당 관계자로부터 전화를 받았고 이에 기자들에게 따져 물으면서 화를 냈다고 한다. 심지어 기자들을 한 명씩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네가 정보보고를 했느냐”고 추궁하면서 “야, 병신들아. 이렇게 한다고 너네들이 특종을 할 것 같냐”며 “너희가 정보보고 하는 게 우리한테 다 들어온다”고 기자들에게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확산됐다.

 

이에 대해 김 대변인은 다음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잘못된 정보보고 내용에 대해 항의하는 과정에서 실수한 것이 내용의 전부”라고 말했지만 당에서 “기자들에게 실수를 해 대변인 교체여부를 고민 중”는 내용을 밝혔다. 그러자 김 의원이 자진사퇴하여 대변인 임명은 3일천하도 되기도 전에 해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주폭(酒暴)이 사회문제화 되는 요즘, 술에 취했다 하여 면죄부를 받는 시대는 이제 끝나가고 있다. 누구든지 자신이 한 추태를 술 탓으로 돌리는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닌 변명에 불과한 것이 아닌가.

 

지금까지 대세론을 이어왔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최근 정치신인이라 할 수 있는 안철수 후보에게 지지도에서 역전 당하자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 후보는 “5ㆍ16과 유신, 인혁당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는 말을 했다.

 

박 후보가 고군분투하는 사이에 측근들이 연타로 문제를 일으키고 있으니 오죽 답답할까마는 “열 포졸 도둑 한명 못 잡는다”는 옛말을 잘 새겨들어야 한다. 당이나 후보 선대위의 중책을 맡은 인사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지위가 폼 내거나 명예의 길이 아니라 대의(大義) 달성을 위한 고난의 길이자 형극(荊棘)임을 스스로 알아야 하건마는 당 대변인이 내정된 첫날부터 기자들에게 욕설이나 해대는 도량발호(跳梁跋扈)의 시대니 차라리 정치 세태를 원망하는 게 낫겠다. ※도량발호(跳梁跋扈) : 못된 자나 좋지 않은 자가 뻐기면서 멋대로 활개 친다는 의미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