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2012 대선 유권자에게 묻는다] 단일화 세대차 … 5060 문재인, 2030은 안철수

  • 2012-09-24
  • 채병건기자 (중앙일보)
7차 대선 여론조사 분석

새누리 지지층은 문재인 선호 역선택보다 안정감 중시

영향야권 지지층서 앞서는 안철수 2002년 방식 단일화 땐 유리

 

중앙일보가 21~22일 실시한 7차 정례 대선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후보 단일화를 놓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막상막하의 접전 양상을 보였다. 문 후보가 43.1%, 안 후보가 44.6%로 두 후보 간 격차는 오차범위 내에 속했다. 의미 있는 지지율 격차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단일 후보에 대한 선호도엔 세대 격차가 숨어 있었다. 문 후보와 안 후보에 대한 지지는 각각 5060세대와 2030세대별로 선명하게 갈렸다. 문 후보와 안 후보는 20대에선 30.4% 대 61.6%, 30대에선 41.1% 대 50.8%의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 젊은 층에선 ‘안철수 신드롬’이 그대로 확인됐다. 이 구도가 50대 이상에선 뒤바뀐다. 문-안 두 후보의 지지율은 50대에서 각각 53.4% 대 35.3%, 60대 이상에선 43.0% 대 32.4%였다. 선거판을 가늠하는 중추집단인 40대에선 문 후보와 안 후보가 각각 46.6% 대 44.2%로 비슷했다.

 

세대별 차이는 ‘소통과 정치쇄신’(안철수) 대 ‘정당과 안정감’(문재인)에서 기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한울 동아시아연구원(EAI) 여론분석센터 부소장은 “50대 이상일수록 국정운영 능력을 중시하는 반면, 20·30대의 젊은 층에선 소통과 새로움에 더 호응하기 때문에 세대별 선호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도 “세대별 차이의 숨은 함의는 검증과 정당”이라며 “젊은 세대일수록 기성 정당과의 일체감이 덜해 무당파가 많지만, 기성 세대는 검증되지 않은 무소속 후보에 대해 불안감을 더 느낀다”고 말했다.

 

 

안 후보가 기성 정치의 책임론에서 비껴나 신선함을 무기로 젊은 층에 호응할 수 있는 반면, 장·노년층은 정당에 기반한 익숙한 후보의 안정감을 더 염두에 둔다는 설명이다. 후보 단일화의 키가 정치쇄신론 대 국정운영 능력으로 흐를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조사에선 지역별로도 상이한 결과가 나타났다. 문 후보는 대구·경북(문 45.1%, 안 38.6%), 부산·경남(문 48.3%, 안 38.5%), 대전·충청(문 47.1%, 안 39.3%)에서 앞섰다. 안 후보는 광주·전라(문 38.3%, 안 54.9%), 서울(문 38.3%, 안 49.1%)에서 우위였다. 노무현 정부와의 연계성이 높은 문 후보가 영남권에서 거부감이 덜한 반면 안 후보는 젊은 층이 많은 서울, 그리고 호남에서 높은 선호도를 보였다. 호남은 노무현 정부 첫 해인 2003년 말 지역주의 극복을 외치며 민주당을 뛰어나가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노무현계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이 남아 있다는 게 정치권의 정설이다.

 

학력별로는 고졸 이하에서 문 후보가 앞선 반면 대학 재학 이상의 고학력층에선 안 후보가 우위였다. 중졸 이하에선 문재인 42.8% 대 안철수 29.3%, 고졸에선 문 50.8% 대 안 36.6%, 대재 이상에선 문 39.4% 대 안 52.4%로 각각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지지 응답자(649명)를 제외하면 야권 단일후보에 대한 선호도는 문 후보 37.5% 대 안 후보 57.8%로 안 후보가 크게 앞섰다. 이는 박 후보 지지층이 단일화 지지 후보로 안 후보(27.4%)보다 문 후보(50.5%)를 더 선호했기 때문이다. 이병일 엠브레인 이사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문 후보 선호 경향은 ‘역선택’보다는 안정감을 중시하는 고연령층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과 무당파를 대상으로 한 2002년 방식의 야권후보 단일화가 추진될 경우 안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이 전개된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물론 민주당 에선 “안 후보가 당도 조직도 없이 바람만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 다수다. 박완주(충남 천안을) 의원은 “ 민주당 바닥 조직에선 이번 대선에 우리 후보가 아닌 제3후보를 냈다간 대선 후 당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는 위기감이 퍼져 있다”며 “ 단일화 시점이 다가올수록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도는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