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정부 5년간 박근혜 후보가 가장 잘 한 것을 꼽으라면 이명박 대통령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것이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친박계 의원의 말이다.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 버리면서 여당 후보이면서도 야당 후보가 갖는 강점까지 모두 취했다는 것이다. 반면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 등 야당의 연이은 헛발질은 '비박(非朴·비박근혜) 유권자의 결집을 가로막는 요소로 꼽히고 있다.
◆'이명박근혜'의 실패 = 지난해까지 치러진 각종 선거에서 위력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던 '반MB 정서'가 갈 곳을 잃었다. 이 대통령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지만 분출통로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명박근혜'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반MB 정서가 반박 정서로 진화하기를 바랐던 야권의 기대는 무너지고 있다.
지난 2일 동아시아연구원·한국리서치 정례여론조사 결과 박근혜-안철수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원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5.2%다. 이들 중에서 '박근혜가 싫어서 안철수를 지지한다'고 응답한 조사대상자는 24.2%였다. 반면 전체의 46.8%인 박근혜 지지자 중 '안철수가 싫어서 박근혜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7.5%였다. 안철수 원장이 '반감 효과'의 덕을 보긴 했지만 비박 정서가 그리 크지 않다는 점을 동시에 보여주는 결과다.
특히 이 대통령 국정운영 부정평가자 중에서 '박근혜가 싫어서 안철수를 지지한다'는 응답은 27.0%로 전체 평균 24.2%와 큰 차이가 없었다. 박근혜-문재인 양자대결 조사의 경우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반MB 정서가 비박·반박 흐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친박-반MB? 친MB-비박? = 사실 '반MB-반한나라'라는 정서적 연결고리 붕괴는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함으로써 확인됐다. '여당 속 야당'을 자처하던 박근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전면에 나서고 당명과 정강정책 개정을 통해 과거와 단절을 시도하면서 반MB가 반드시 반새누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도식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 반MB 유권자들의 분화는 촉진됐다. 안철수 현상과 박원순 당선을 통해 정치참여에 적극적이면서 '반MB-반한나라-비민주' 정서를 가진 '행동하는 무당층'의 존재가 드러났다. 이들은 정통 민주당 지지층과 달리 민주당에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2011년 이전에 치러진 각종 재보궐선거와 달리 총선에서는 적극적이지 않았다. 기득권을 버리지 않고 있는 민주당의 모습에서 MB와 한나라당의 모습을 발견한 것이다. 여기에 반MB의 큰 축을 형성해 온 '친박-반MB'가 떨어져 나갔다.
반면 '친MB-비박'이 또다른 흐름으로 등장했지만 아직까지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진단이다.
친박계 한 중진의원은 "반MB 정서는 붕괴했지만 손에 잡히는 무엇이 등장하지 않은 시기"라며 "결국 비박이나 반박 흐름이 형성되는 것을 막는 것은 박근혜 후보 자신의 몫"이라고 설명했다.